소설리스트

환관무제-629화 (629/648)

629장: 거룡 두변 一

“막한, 불을 뿜어!”

임야소가 절박하게 말했지만 막한은 너무나 초조했다.

‘불을 뿜으라고? 어떻게 뿜는데? 설마 내가 불도 뿜을 수도 있는 거야?’

임야소는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멍청한 용족이 다 있나?

꿈속 마왕은 만담하는 사람을 보듯이 용녀 막한을 바라봤다.

이런 게 새로운 용족이라니. 확실히 애완동물로 삼기에 적합하겠군. 멍청하면서도 귀엽지만, 지능이 강아지보다 얼마 높지 않은 듯해.

여섯 장로가 정토 태자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네가 정토를 배반하다니, 너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정토 태자가 소리쳤다.

“이긴 자가 왕이 되고, 이긴 자가 하늘이다!”

그 말은 지금 꿈속 마왕이 하늘이 되었는데 그가 무슨 천벌을 무서워하겠냐는 뜻이다.

용사의 여섯 장로는 후회막급이었다.

하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꿈속 마왕은 심지어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가볍게 휘저었고, 여섯 장로는 그 자리에 고정되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어서 꿈속 마왕이 또 손을 휘두르자, 임야소와 용녀 막한을 가둔 에너지 감옥이 한 겹 더 늘어났다. 단지 이번에 새로 생긴 한 겹은 악마의 감옥이라서 더더욱 벗어날 수 없었다.

“날 놔줘, 날 놔줘…….”

용녀 막한이 격노하며 필사적으로 몸을 에너지 감옥에 부딪쳤지만 임야소는 도리어 조용해져서 온화하게 말했다.

“막한, 진정해. 진정하고 언니 말 들어.”

용녀 막한은 가까스로 진정하고 큰 눈으로 임야소를 쳐다봤다.

임야소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막한, 너는 용녀야. 너는 몹시 강해. 너는 네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있어. 조급해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왜냐하면 너는 용족이기 때문이야. 네 에너지는 몹시 약소하지만 네 에너지 등급은 확실히 가장 높다고. 네가 불을 뿜고 싶다는 마음만 먹으면 불을 뿜을 수 있어.”

용녀 막한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뿜자, 불을 뿜자…….”

이윽고 그녀는 아름다운 입술로 필사적으로 바람을 뿜어댔다.

단지 뿜어진 건 맑은 침에 불과했다. 정말로 불이 뿜어지지 않았다.

꿈속 마왕이 냉소했다.

“바보는 영원히 바보로군.”

사실 그가 생각한 이번 판에서 막한은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다만 지금 모든 게 크나큰 변수가 생겨서 아직도 그의 바람대로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꿈속 마왕은 거대한 용의 시체 앞으로 가서 허둥대지 않고 크나큰 손바닥을 용의 머리에 눌렀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끊임없이 커졌다.

점점 커져서 최후에는 수백 미터가 넘는 높이가 되었다. 그는 이 동방 거룡의 시체와 얼굴을 마주하고 섰다.

그런 뒤 그가 수많은 검은 그림자로 변하더니 용의 시체 안으로 천천히 파고들었다.

임야소는 애간장이 탔다.

이 용의 시체는 혼백과 의지가 없이 육체 하나만 남았는데 꿈속 마왕의 혼백과 의지가 이 용의 시체를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

그럼 누가 온다고 해도, 아무리 신이 온다 해도 지구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임야소는 내심 갈수록 초조했지만 안색은 도리어 점차 평온해졌다. 그녀가 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막한, 서두르지 마. 서두르지 마. 언니는 네가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정토 여황은 몹시 신비한 사람이었다. 아무도 그녀의 나이를 알지 못해서 그녀의 나이는 아직까지도 미스터리였다.

게다가 그녀는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고 황궁 안에서도 거의 살지 않았다. 그보다 정토의 외진 모퉁이에 있는 작은 정원 딸린 집에서 살았다. 그 안에는 매화나무가 가득했다.

시간이 오래 지나자, 그녀가 사는 집은 매화궁으로 불렸다.

대다수의 시간 동안 그녀는 정사를 상관하지 않고 모든 걸 정토 태자에게 맡겼다.

그녀가 정토 태자의 친어머니가 맞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정토 태자의 분신은 꿈속 마왕의 또 다른 분신을 데리고 매화궁 밖에 도착했다.

“아신(兒臣), 모황을 뵙습니다!”

정토 태자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지만 매화궁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하지만 정원 안의 매화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토 태자의 분신이 또다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아신, 모황을 뵙습니다.”

그제야 안에서 정토 여황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냐?”

꿈속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여황 폐하, 바다를 건너서 당신을 가지러 왔소.”

안에서 한바탕 바람이 불어오더니, 매화가 더욱더 빗방울처럼 떨어졌다.

정토 여황이 말했다.

“태자, 네가 정토 세계를 배반하고, 용예를 배반할 뿐 아니라, 나까지 배반할 줄 몰랐구나.”

정토 태자의 분신이 말했다.

“모황, 용서해 주십시오. 시대를 아는 자가 걸출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정토를 위해, 아신을 위해, 모황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위대한 꿈속 마왕의 정복욕을 만족시켜 주십시오.”

후두둑.

순식간에 정원 안에 있는 모든 매화가 전부 떨어지고, 벌거벗은 가지만 남았다.

정토 여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태자, 비록 내가 너를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나는 줄곧 너를 내 친자식처럼 생각해왔다. 네, 네가 나를 이리 대할 줄이야.”

“우리 정토 세계는 감정을 따지는 쪽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직 이익 지상주의입니다!”

“꿈속 마왕, 나는 정토 여왕으로서 천하에 군림하는 자이니, 내 강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이 매화궁은 나의 차원이다. 너는 확실히 들어올 건가?”

이윽고 매화궁의 문이 활짝 열리며 꿈속 마왕에게 들어오라고 초대하는 것 같았다.

정토 태자의 분신이 말했다.

“하하, 모황은 실속 없이 허세를 부리지 마십시오. 39년 전에 당신은 갑자기 모든 힘을 잃어서 닭 모가지 비틀 힘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은 모든 정무를 저에게 맡긴 뒤, 사람들이 알까 봐 누구 앞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 않았습니까.”

이윽고 그가 꿈속 마왕에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꿈속 마왕 폐하, 여황은 경국지색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연약한 여자처럼 저항할 힘이 전혀 없으니, 마음껏 즐기실 수 있습니다!”

꿈속 마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몰염치한 걸 논하자면 역시 너희 용예족이 대단하구나!”

꿈속 마왕의 분신은 곧바로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 진정 모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가 있었다. 온몸에서 금황빛이 번지고 점잖고 고귀한 분위기의 여자였다.

정토 여왕은 가만히 탑상에 앉아 있었다. 황금빛 황포를 입은 그녀는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지녔다.

꿈속 마왕의 분신이 몸을 가볍게 털자, 입고 있던 갑옷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뒤 여황을 향해 걸어갔다.

정토 여왕은 끊임없이 몸을 떨면서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휙, 휙, 휙.

또 다른 꿈속 마왕의 분신은 여전히 자신의 악마 혼백을 거룡의 시체 안에 주입하고 있었다.

그 순간, 거룡의 시체 몸에서 암흑 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

그때 용녀 막한은 어떻게 불을 뿜을지 여전히 끊임없이 시도하는 중이었다.

이미 수십 번, 수백 번이나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이제 임야소는 대단히 애간장이 탔지만 얼굴에 미소를 조금도 줄일 수가 없었다. 여전히 용녀 막한을 상냥하게 위로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심 폭발할 지경이었다.

갑자기 임야소가 이렇게 말했다.

“막한, 정토 태자 그 몹쓸 놈이 널 겁탈하려고 오고 있어.”

그 말을 듣자 막한은 즉시 사람의 모습에서 용의 몸으로 변했다.

임야소가 말했다.

“불을 뿜어서 그놈을 태워버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즉시 달려와서 네 껍질을 벗겨버릴 거라고.”

용녀 막한이 힘차게 입을 벌렸다.

“아오!”

이윽고 황금빛 화염을 뿜어냈다.

예전에 거대한 골룡이든 화염 이수든 다 수백 내지는 천 미터에 이르는 맹렬한 불길을 뿜었다.

그런데 용녀 막한이 뿜어낸 화염은 고작 30센티미터 정도였다.

정토 태자가 놀라서 펄쩍 뛰었지만 곧 하찮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었다.

“네가 용족이라고? 개 같은 애완동물일 뿐이다.”

용녀 막한이 뿜어낸 화염은 작을뿐더러 함유한 에너지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 등급이 극도로 높아서 순식간에 그녀를 감금한 에너지 감옥이 연기로 사라졌다.

임야소가 말했다.

“막한, 빨리! 네가 곧바로 저 용의 눈으로 파고들면 돼. 눈으로 파고 들어가!”

“아, 알았어…….”

이윽고 용녀 막한은 거대한 용의 시체의 눈을 조준해서 힘차게 그쪽으로 날았다.

그녀는 용족이지만 몸이 고작 7, 8미터 길이에 불과한 대단히 작은 금룡이었다. 그녀는 한 줄기 빛으로 변하지도 못했다.

꿈속 마왕은 그 모습을 하찮게 보더니 큰 손을 들어서 쉽게 용녀 막한을 막았다.

그때 그의 몸은 장장 수백 미터 높이였으니, 손바닥만 해도 수십 미터 크기라서 용녀 막한의 체형을 훨씬 넘어섰다.

그런데 경악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용녀 막한은 그대로 머리를 들이밀면서 필사적으로 앞으로 돌진했다.

“거룡의 눈으로 파고든다. 눈으로 파고든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 말을 반복했다.

임야소가 그렇게 하라고 알려줬으니까. 이렇게 쉬운 일이면 자신도 아마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녀의 몸은 쉽게 꿈속 마왕의 손바닥을 꿰뚫고, 그의 팔과 몸을 꿰뚫고 나갈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용족이기 때문이다.

용족의 신생아라서 매우 약하지만 극도로 높은 에너지 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용예족 수만 명을 손바닥으로 때려죽인 꿈속 마왕의 분신은 이 작은 뱀 같은 용녀 막한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

“눈으로 파고든다, 눈으로 파고든다!”

용녀 막한은 다른 일은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꿈속 마왕의 존재도 무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단 한 가지 목표만 보였는데 바로 거룡 시체의 큰 눈이었다.

슉.

그렇게 그녀는 아무런 막힘없이 용의 눈 안으로 파고들었다.

꿈속 마왕은 눈앞의 이 장면이 믿어지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더할 나위 없이 언짢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이 곧 이 용의 시체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용녀가 용의 시체로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암흑 의지는 물러나는 파도처럼 순식간에 깨끗하게 물러나 버렸다.

“이건 불공평해, 불공평하다고…….”

꿈속 마왕이 큰소리로 외쳤다.

같은 시각, 매화궁 안.

또 다른 꿈속 마왕의 분신이 정토 여황의 목을 움켜쥐며, 그녀가 입은 황포를 찢어 버리려 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갑자기 확 바뀌면서 검은 그림자 한 줄기로 변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겁난에서 살아남은 정토 여황만 남았다.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용녀 막한이 기뻐 날뛰었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용의 시체를 조종하면서, 거룡의 머리와 꼬리가 마구 흔들렸다.

용녀 막한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임야소가 말했다.

“막한, 내가 너에게 했던 말 기억하니? 두변에게 가서 입맞춤을 해서 네 에너지를 그의 입에 넣어서 그를 활성화시켜…….”

그런데 임야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이 고정되어 버렸다.

정토 태자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말했다.

“빨리, 두변을 죽여라. 저 용족 막한은 바보다. 설령 거대한 용의 시체를 조종한다고 한들, 그녀는 그렇게 강력한 힘을 어떻게 운용할 줄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두변과 에너지 얽힘을 해서 힘과 의지를 공유할 수 있다. 그녀가 두변의 혼백을 활성화시키면 두변이 그녀의 몸을 통해서 저 거대한 용의 시체를 통제할 것이다. 빨리 두변을 죽여서 그를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어라. 그렇게 하면 바보 막한이 용의 시체를 통제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임야소와 용사의 장로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심지어 꿈속 마왕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두변의 혼백을 활성화시키면 두변은 이 동방 거룡을 조종해서 꿈속 마왕의 수백만 악마 군단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정토를 구할 수 있다.

이 정토 세계는 정토 태자의 세계가 아닌가?

그는 정녕 이 세계가 없어지더라도 두변이 구원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 걸까?

꿈속 마왕이 말했다.

“네 충성심은 너무도 의외로구나! 너는 즉시 가서 두변을 죽이고 혼백을 흩어버려라. 나는 이곳에서 용녀 막한을 막겠다!”

“예!”

정토 태자는 한 줄기 그림자로 변해서 두변이 있는 궁전을 향해 쏜살같이 날았다.

임야소는 놀라서 속으로 소리쳤다.

‘저 짐승, 저 짐승 같은 놈!’

하지만 그녀는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오장이 타 불타는 것처럼 애가 탔고, 심지어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용족 막한이 거룡의 시체를 통제하며 초조함에 소리 질렀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이제 임야소는 몸이 고정되어서 전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빛으로 막한에게 알릴 수밖에 없었다.

‘두변을 보호해. 두변을 보호해…….’

용녀 막한은 동방 거룡의 시체를 통제하며 필사적으로 그곳에서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꿈속 마왕의 분신들이 한데 합쳐지더니, 동방 거룡의 두 뿔을 제압해서 막한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이 동방 거룡이 충분히 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거룡은 극도로 강했다.

하지만 막한은 막 태어난 용족에 불과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거룡의 에너지에 대한 이해는 갓 태어난 아이와 같아서 애초에 이 거룡의 힘을 조종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거룡의 기억을 읽을 줄도 몰랐다.

아이가 탱크 안에 들어간 상황과 같았다. 그 아이는 막강한 위력을 가진 탱크 안에 있더라도 보병총을 든 적 하나를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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