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30화 (630/648)

630장: 거룡 두변 二

정토 태자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궁전에 도착했다.

그때 두변은 여전히 얼음장 같은 큰 탁자에 누워서 ‘태(太)’자를 만들고 있었다.

정토 태자가 손바닥을 두변의 이마에 대고 천천히 말했다.

“두변, 너는 희망이 없다. 나는 널 살리면 정토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정토를 살릴 구원자가 너라면 나는 차라리 꿈속 마왕의 노비가 되고 말겠다. 차라리 적에게 내어줄지언정, 가문의 노비에게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건 너희 인류의 어떤 황태후가 한 말이 아니더냐?”

이윽고 정토 태자는 모든 에너지를 써서 두변의 신체와 머리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두변의 몸이 연기로 사라졌다.

정토 태자는 그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가장 큰 에너지를 사용해서 그를 죽여버렸다.

용녀 막한은 여전히 발버둥치며 꿈속 마왕의 두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멈췄다.

정토 태자의 일장에 맞은 두변이 연기로 사라진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안 돼, 안 돼…….”

이윽고 그녀가 거센 포효소리를 내자,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하늘로 솟구치면서 쉽게 꿈속 마왕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거대한 용사(龍寺)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용녀 막한이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해서 두변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금룡 한 마리가 힘차게 궁전 안으로 파고들어서 착지한 뒤, 즉시 절세미녀로 변했다.

그녀는 마침 두변이 연기로 사라지며 혼백이 흩어지는 걸 보게 되었다. 두변의 혼백은 수많은 먼지처럼 끊임없이 흩어지며 날아가고 있었다.

진정한 혼비백산이었다.

“안 돼, 죽어서는 안 된다고…….”

용녀 막한이 소리 높여 외쳤다.

이윽고 그녀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모든 걸 자신의 본능에 맡기며 움직였다.

두 손을 펴서 흩어지고 있는 두변의 혼백을 껴안은 뒤, 힘껏 압축하고 응축시켰다.

정토 태자는 놀라서 넋이 나갔다.

이, 이게 바로 용족인가?

생사를 역전할 수 있다고?

이미 흩어진 혼백도 다시 모을 수 있는 거야?

이게 바로 용족의 최고 에너지 법칙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곧 두변의 혼백이 다시 모였다.

다만 그건 여전히 검은 그림자, 어둠의 윤곽에 불과했다.

어떤 인간도 혼백의 모습이 이렇지는 않다. 또 어떤 용족의 혼백도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용녀 막한은 그런 걸 따지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찾아서 마침내 두변의 암흑 혼백의 입술을 찾은 다음, 입을 맞췄다.

이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토해냈다.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에너지였다.

일전에 두변은 그렇게 해서 상고 용왕의 정신 에너지를 전부 막한에게 넘겨주었다.

지금 막한은 에너지를 다시 그에게 돌려주고 있었다.

다만 일전에 두변이 그녀에게 줬던 천 배, 만 배, 10만 배를 돌려줬다.

콰과광!

수많은 에너지가 두변의 혼백 속에서 폭발한 뒤, 두변의 새로운 육체가 나타났다.

그건 정토 세계에서 그에게 만들어준 몸이 아니라, 용족의 에너지로 만든 육체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완벽한 육체였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을 거스를 정도로 강력한 용족의 몸이었다.

정토 태자는 매우 교활하게도 두변의 몸이 다시 만들어지는 순간, 즉시 흔적도 없이 도망쳤다.

몇 분 뒤, 두변의 몸이 다시 만들어지는 작업이 끝났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건 두변의 이 새로운 완벽한 몸에는 용예족의 특징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용혈 종족의 특징도 전혀 없었다.

100퍼센트 인간의 외형이며, 예전의 두변과 똑같이 생겼다.

일전에 대녕 제국의 차원에서는 두변의 몸이 어떤 특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용린이나 머리에 있는 악마의 뿔 같은 것 말이다.

그에 비해 이번에는 최고로 순수한 용족의 에너지를 얻었지만 도리어 아무런 특징이 없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한참이나 입을 맞췄지만 막한은 여전히 아쉬워서 입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이런 느낌은 너무 징그러워.”

그녀가 두변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돼.”

이윽고 금황빛 에너지 한 가닥이 두변과 막한 두 사람을 완전히 휘감았다.

두 사람은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해서 하늘가로 뛰어올라 순식간에 용의 형체로 변했다.

정토 세계가 그에 따라 전율하고 있었다.

정토 태자는 몰염치하게 투항했지만 정토 세계의 용예 무사들은 그 정도까지 몰염치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긍지와 용감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용예 무사 수백만 명은 공중에서 악마 군단 수백만 마리와 미친 듯이 전투를 했다.

악마 무사는 한쪽 팔이 잘려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팔이 자라났다. 몸을 검에 꿰뚫려도, 심지어 심장이 관통돼도 여전히 무탈했다.

하지만 용예 무사는 그럴 수 없었다.

용예 무사들은 한쪽 팔이 잘리면 차후에 에너지 실험실에서 에너지 팔을 이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 잃어버리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심장이 관통되면 반드시 죽는다.

그래서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정토의 용예 군단은 번번이 패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일방적인 도살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하늘에서 피의 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수많은 용예 무사는 공중에서 처참하게 죽었다.

하지만 시체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용예 무사가 죽으면 악마들이 즉시 시체를 찢어버린 뒤 무참히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정토 세계의 궁전 안에서, 큰 건물 안에서, 용예 고수들이 연달아 빛으로 변해서 하늘로 뛰어오르며 대전에 참여했다.

그렇지만 그건 전세를 뒤집는 데에 전혀 효과가 없었다.

정토 세계가 파멸하고 패망하는 건 기정사실이 된 것 같았다.

매화궁 안의 있는 정토 여황이 그 장면을 보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죄를 지었구나, 내가 죄를 지었어!”

정토의 수상, 내각, 원로회가 황궁에 서서 하늘에서 벌어지는 그 장면을 바라보고는 절망에 빠지지 않은 이가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꿈속 마왕은 자신을 대단히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정토 여황은 바닥에 무릎 꿇었다. 정토 수상, 내각이 전부 바닥에 무릎 꿇은 채, 파멸의 시각이 도래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우우우!

갑자기 용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정한 용의 포효였다.

얼마 만일까? 적어도 수천 년만일 것이다. 정토 세계의 용예들이 더는 들을 수 없었던 용족의 포효였다.

이어서 황금빛 거룡 한 마리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로 날아오른 거룡의 체형은 점점 더 커졌다. 수백 미터, 수천 미터로 변하더니, 마지막엔 장장 삼천여 미터 길이가 되었다.

그것이 큰 입을 벌려서 하늘에 있는 수많은 악마를 조준하며 힘차게 포효했다.

수천 미터 길이의 용염(龍焰)이 휙 소리를 내며 뿜어지고, 순식간에 수천 미터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용예 무사와 악마 무사가 전부 놀라운 용염에 뒤덮였다.

그런데 용예 무사는 별 탈이 없었지만 모든 악마 무사는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이 악마 무사들은 얼마나 대단했나. 팔이 잘려도 금방 자라나고, 심장이 관통돼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두변의 용염에 불타면 아주 작은 부분이 불붙어도 온몸에 따라서 흩어진 뒤, 잿더미로 변해서 다시는 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죽어버렸다.

그 거룡은 하늘가를 빙빙 돌고 노닐면서 수많은 악마 군단에게 미친 듯이 불을 뿜었다.

다시 일방적인 도살이 펼쳐졌다.

수십만, 백만에 이르는 악마 군단이 연기로 흩어져버렸다.

어떤 악마 공작이 이 장면을 보고 격노했다. 고작 용 한 마리가 모든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이윽고 그 악마 공작은 미친 듯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주변의 수천, 수만, 수십만의 악마들을 집어삼킨 후 수천 미터에 달하는 큰 산처럼 일어서니, 심지어 두변과 막한이 통제하는 거룡보다 더 커졌다.

그와 동시에 악마 후작 십여 명, 악마 백작 수백 명이 전부 이 악마 공작의 뒤로 날아가서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대규모 악마 진형을 만들었다.

악마 공작이 포효했다.

“용족이면 또 어쩔 거냐? 우리 위대한 악마족 앞에서는 용족도 파멸할 운명밖에 없다. 너만 불을 뿜을 줄 안다고 생각하냐?”

이 큰 산 같은 악마 공작도 세차게 하늘 높이 치솟는 화염을 뿜어냈다.

그 화염은 심지어 용염보다 더 커서 화염의 산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두변과 막한이 통제하는 거룡을 완전히 감싸버렸다.

악마 공작이 웃었다.

“하하, 용족? 용족이라고? 만약 용족이 그토록 강했다면 용혈대륙도 그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네가 두변이든 막한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든 용이든 상관없다. 모두 연기로 사라지는 단 하나의 결말이 있을 뿐이다.”

그때 두변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악마 공작이라는 자가 허풍이 너무 심하구나.”

하늘 높이 치솟은 악마의 암흑 화염이 흐트러지고, 두변과 막한이 통제하는 거룡이 드러났다. 거룡은 완전히 무탈했다. 그 악마의 화염은 거룡을 태워 죽이는 게 아니라, 거룡의 비늘 하늘 하나도 태우지 못했다.

“내 차례군.”

이윽고 두변이 거룡을 통제하며 가볍게 한숨을 불었다. 용염 한 송이가 날아가서 악마 공작 몸에 떨어졌다.

30센티미터짜리 화염은 수천 미터 거대한 몸과 비교하면, 말하기에도 하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작디작은 불티가 들판을 태울 수 있다고 했던가.

악마 공작은 모든 힘을 들여도, 모든 방법을 사용해도 그 화염을 꺼뜨릴 수 없었다.

그렇게 강대한 악마 공작은 작디작은 용염에 무참히 사라졌다.

아우우우!

이어서 두변이 또다시 하늘 높이 치솟는 용염을 뿜었다.

순식간에 앞에 있는 악마 후작 십여 명과 악마 백작 수백 명이 전부 잿더미로 변해서 모조리 죽었다.

“이제 어떻게 노는지 알겠지?”

두변이 묻자 용녀 막한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네가 직접 놀아. 나는 다른 일을 하러 가야 해.”

두변은 흐르는 빛으로 변해서 황궁의 핵심을 향해 날아갔다.

지금 급선무는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래야만 정토 세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휙.

두변이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해서 곧바로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 통제실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꿈속 마왕의 분신이 전력을 다해서 이 통제실을 부숴놨다.

두변은 눈을 감고 용왕의 정신 기억 속에서 온전한 용족 에너지 보호막에 관한 도안을 검색했다.

기억 검색을 끝낸 뒤, 천, 만 갈래의 황금빛 빛줄기가 두변의 두 손에서 날아가서 망가진 통제실에 파고들었다.

그 순간, 기적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파괴된 에너지 진, 기관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짧디짧은 몇 분 만에 용족 에너지 보호막의 통제실이 처음의 모습을 되찾았다.

두변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통제실이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토 세계의 하늘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더할 나위 없이 거대한 원형 에너지 보호막이 또다시 나타나서 정토 세계 전체를 완전히 감쌌다.

“용족 에너지 보호막은 한계치까지 예방 가동해서 침입한 모든 이민족을 소멸하라.”

두변이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악마 군단 수백만이 연기로 사라졌다.

악마 공작이든 악마 후작이든, 또 평범한 악마 무사든 상관없이, 에너지 보호막이 뿜어내는 태양 같은 빛에 전부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악마 군단 수백만이 곧바로 전멸했다.

꿈속 마왕은 용녀 막한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두변에게 날아갈 때,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그는 백만 악마 군단을 철수시킬 시간도 없었다.

두변이 다시 살아나기 전에 그는 가장 빨리 날아서 정토 세계에서 벗어났다. 지금 그는 정토 세계 에너지 보호막 밖에 둥둥 떠 있었다.

분명히 자신이 이겨서 모든 것을 얻을 것만 같았는데 또 순식간에 다 잃어버렸다. 이 모든 게 다 두변 때문이었다.

꿈속 마왕이 말했다.

“두변, 예전에 나는 네가 내 적수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난 그 말을 거둬들이겠다. 여러 세계 중에서 나와 네 원한이 가장 깊게 얽혔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꿈속 시스템으로 네 머릿속에서 몇 년이나 있으면서, 너를 바보로 여기며 몇 년을 가지고 놀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은원을 종결짓자꾸나. 태강 제국 도성에서 널 기다리겠다. 운명 대마주처럼 너에게 48시간만 주겠다. 그런데 안심해라. 설령 48시간 안에 네가 도착하지 않아도 나는 네 아내들과 자식들을 짓밟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언평처럼 변태가 아니다. 48시간 뒤에 네가 아직도 도착하지 않으면 나는 태강 제국의 모든 이를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 뿐이다. 너의 아내와 딸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그들은 죽을 때 어떤 고통도 없이 꿈을 꾸는 와중에 바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또 보자! 태강 제국 도성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이윽고 꿈속 마왕은 사라졌다. 날아간 게 아니라 바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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