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31화 (631/648)

631장: 거룡 두변 三

막한 여왕이 두변 곁으로 날아간 뒤, 착지해서 인간의 외형으로 변했다.

“저자를 왜 죽이지 않고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두변이 말했다.

“저건 분신에 불과해서 언제든지 거둬들일 수 있어. 만 리나 멀리 떨어져도 본체 체내로 거두어들일 수 있으니, 저걸 죽여봤자 소용이 없어.”

바로 그때, 두변의 정신력은 수상쩍은 형체 하나를 발견했다.

정토 태자였다. 그는 도망치려던 와중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정토 세계가 이겼지만 두변이 구원자가 되었으니, 배신자인 그가 몸 둘 곳이 없게 되었다.

그의 유일한 살길은 꿈속 마왕 쪽이었다. 그래서 그는 태강 제국으로 도망쳐서 꿈속 마왕에게 의탁할 뿐 아니라 가능하면 두변의 자식들을 인질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두변의 눈빛에 주시당하자, 그는 즉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날카로운 검을 임야소의 목에 겨눴다.

정토 태자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 날 보내줘라. 내가 떠나도록 놓아줘라. 그렇지 않으면 난 너의 아내를 죽이겠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죽여버리겠다!”

그런데 임야소는 목에 겨눠진 도검을 상관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두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토 태자의 얼굴이 뒤틀리며 흉악하고도 악랄하게 소리 질렀다.

“두변, 나를 떠나게 놔줘라. 그렇지 않으면 난 네 아내를 죽여버리겠다. 게다가 그녀를 죽이기 전에, 그녀의 모든 옷을 찢어버려서 모든 이에게 네 여인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두변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정토 태자가 손에 든 검이 연기가 되어버리고, 정토 태자도 곧바로 날아가 버렸다.

이윽고 용사의 장로 네 명이 달려와서 그를 체포했다.

그와 동시에 임야소는 인간 포탄이라도 되듯이 두변의 품에 힘껏 뛰어들었다.

두변은 임야소의 열화와도 같은 입맞춤을 받으면서 동시에 명령을 내렸다.

“정토 태자를 구금하라. 내가 사랑을 나누고 난 뒤, 직접 능지처참하겠다.”

한참이 지난 뒤, 정토 태자를 처리한 두변은 정토 여황을 찾아갔다.

매화궁.

여황이 말했다.

“두변, 고맙다. 네가 정토 세계를 구하고, 나도 구해줬구나.”

그녀는 여전히 집 안에서 두변과 벽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내가 너를 만나지 않는 건 다른 뜻은 없다. 단지 내가 지금 널 만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야. 너는 꿈속 마왕과 결전을 치르도록 마음을 잘 가다듬어야 한다. 나를 만나면 잡념이 생길 것이다.”

두변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정토 여황이 말했다.

“사실, 정토 세계는 황제를 세습하지 않고 황제 선발 제도를 통해 황제를 선발한다.

정토 세계는 몹시 복잡한 곳이란다. 한편으로는 용족을 부정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귀족이라면 누구든 체내에 있는 용의 혈맥이 더 높은지 봐야 하니까.

이번에 이렇게 큰일이 생기고 태자가 용예 전체를 배신했지. 꿈속 마왕의 간계에 당해서 정토가 이백만 정도의 용예를 잃게 만들었다. 나도 그 책임을 져야 하니, 나도 곧 자리에서 내려가야 한다.

너는 정토 세계를 구했으니, 네가 꿈속 마왕을 없애고 돌아오면 정토 세계는 즉시 황제 선발 대회를 진행할 것이다. 그때, 아마 너와 경쟁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테니, 너는 정토 세계의 새로운 황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참이 지난 뒤에 두변이 물었다.

“여황 폐하, 당신이 날 보지 않는 건 상관없습니다. 한 가지 문제만 묻고 싶습니다.”

“말해라.”

“정토 세계는 어째서 용족을 철저히 부정하게 되었습니까?”

두변의 말에 정토 여황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답했다.

“용족이 우리를 배신하고, 버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용혈 대륙의 멸망을 초래했지.

네가 꿈속 마왕과 결전을 치른 뒤 정토의 새로운 황제 자리에 앉으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알려주겠다. 용예 황제가 되어야만 알 자격이 있으니까.”

두변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변이 임야소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내 큰 보물, 우리 작은 보물을 구하러 갈게.”

임야소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를 따라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더할 나위 없이 자신의 보물 같은 딸을 만나고 싶더라도, 두변과 나란히 전투를 치르고 싶더라도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변이 말했다.

“당신은 막한을 잘 지켜보고, 잘 보호하고 있어.”

그녀는 계속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녀 막한이 두변에게 입을 맞췄다.

“윽, 징그러워.”

막한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온몸에 또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 바보녀는 매번 입을 맞출 때마다 메스껍다고 말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지만 입맞춤하는 걸 너무 좋아했다.

두변은 정식으로 그녀와 작별을 고하지 않았다. 작별을 고하면 어쩌면 필사적으로 따라오려들 테니까.

두변의 계획에 따르면 막한은 정토 세계 안에 있어야 했다.

일각 뒤.

두변은 정토 세계를 떠났다.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가로질러서 서남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때는 꿈속 마왕과 약속한 48시간까지 아직 39시간이 남았다.

지금 두변은 에너지 날개 없이도 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몹시 빠른 속도로 날 수도 있었다.

공중에서 그는 곧바로 빛 한 줄기로 변했다.

다섯 시간 뒤, 두변은 태강 제국의 도성에 착지하지 않고 서쪽 수백 킬로미터에 있는 연옥탑에 착지했다.

그는 연옥탑의 제6층에 올라가서 차원의 문을 열어 대녕 제국으로 향했다.

두변은 성화총교가 있는 폐허로 날아왔다. 해발 천여 미터나 되는 절벽 위의 폐허 말이다.

두변은 그레시스 교황이 연기로 사라진 곳에 앉았다.

“교황 폐하, 그때 당신은 너무 대단했습니다. 제가 꿈속 마왕의 숙주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온 세상의 희망을 저에게 기탁하셨습니다.

현대 지구에서 저는 또 당신과 닮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악몽 대제입니다! 그는 점술에서 더욱더 절망적인 상황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모든 희망을 저에게 기탁했습니다. 게다가 당신과 똑같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사용하며 저를 지지하고, 믿어줬습니다.

저는 점술을 할 줄 모르지만 저도 먼 미래를 본 것만 같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점입니다.

교황 폐하, 무엇이 정의입니까? 무엇이 사악함입니까? 무엇이 광명이고, 무엇이 어둠입니까?”

두변이 물었지만 그레시스 교황은 당연히 그에게 어떠한 답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두변은 자신이 그레시스 교황이라면 어떤 대답을 줄 수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레시스가 앉은 채로 죽은 곳에서 두변도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런 뒤 그곳을 떠나서 어떤 신비한 곳으로 향했다.

세상의 균열, 암흑의 왕좌에서 두변은 그 암흑 왕관을 떼어냈다.

명계의 땅에서 순식간에 악마 백작을 죽였을 뿐 아니라, 악마 수만 마리의 혼백을 빨아들인 암흑 왕관, 두변이 차마 건드리지도 못하는 암흑 왕관 말이다.

두변은 두말하지 않고 그 암흑 왕관을 들고 세상의 균열을 떠나서 북명검파 해역으로 돌아갔다.

그런 뒤 말세 지구의 연옥탑 제6층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제6층 에너지 배열 조합을 흩뜨려버리니, 차원의 문이 다시 사라졌다.

“숨겨라!”

두변이 말하자, 그의 손에 든 암흑 왕관이 곧바로 공간 안으로 사라졌다.

그 암흑 왕관은 시야에서 사라졌을 뿐 아니라, 그것의 정신 기운을 전혀 감응할 수도 없었다.

갑자기, 태강 제국의 황궁 광장에 금빛 별 하나가 힘차게 떨어졌다.

두변이 대전 밖에 나타났다.

“꿈속 마왕, 내가 왔다. 우리의 결전을 시작하지!”

꿈속 마왕이 말했다.

“두변, 정토 세계에 있는 그 동방 거룡의 시체는 대단히 강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는 그것의 절반에 해당하는 힘밖에 통제할 수밖에 없지. 게다가 관건은 그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그것의 에너지로 너무나 많은 일을 해야 해.”

그 동방 거룡의 강함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꿈속 마왕이 말했던 것처럼 그것은 이곳과 장장 1만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곳에 있었다.

어떤 강한 에너지도 다 힘이 미치는 범위가 있기 마련이다.

그 동방 거룡의 힘을 미치는 범위는 직경 천 킬로미터, 바로 정토 세계 전체였다. 그 범위 안이라면 그 에너지는 무적에 가까워서 꿈속 마왕이라도 차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범위를 벗어나면 그 에너지는 점점 감소한다.

게다가 이 동방 거룡의 나머지 절반의 에너지는 용녀 막한의 체내에 있었다. 그건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지탱할뿐더러, 정토 세계에서 에너지의 운행을 위해 필요하니, 두변에게 남겨진 에너지는 더 적었다.

꿈속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내게는 수백만 악마 군단까지 있지만 너에게는 짐 수백만 개밖에 없구나.”

그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인간 수백만이 보였다.

태강 제국 도성의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에 살아남은 모든 인간이 다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두변이 말했다.

“이 도시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테니, 차라리 밖에 가서 싸우면 어때?”

“좋다! 이 황궁이 제법 위풍당당하고 패기만만해서, 암흑의 품격을 두드러지게 한단 말이지.

한동안 네 신분으로 이 태강 제국 도성에서 살았는데, 이곳에 사는 게 조금은 버릇이 돼서 정말로 떠나기가 아쉽구나. 물론 오늘 네가 죽은 뒤에 나는 계속 이곳에 살 거지만 말이다.”

그때 두 사람은 이미 태강 제국 도성으로부터 이백여 리나 떨어져 있었다.

꿈속 마왕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그와 두변 두 사람의 발밑 대지가 힘차게 찢어졌다. 장장 백여 킬로미터의 토지가 무참히 지구로부터 떨어져서 하늘로 떠올랐다.

그 백여 리 대지 위에 있는 모든 집, 하류, 산천도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와라!”

꿈속 마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변이 어둠에 뒤덮였다.

마족의 암흑 공간이었다.

꿈속 마왕은 악마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차원을 구축했다. 이 안의 모든 에너지 속성은 어둠이었다. 이렇게 하면 두변의 용족 에너지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이어서 주변의 공간에 균열이 생기고 그런 뒤 균열을 통해 수많은 악마가 몰려나왔다.

수만, 수십만, 수백만!

파도처럼 악마족이 밀려들었다.

수많은 악마가 괴상한 빛으로 변해서 두변을 향해 충돌하려고 했다.

자살 공격이었다.

수많은 악마가 두변에게 충돌해서 그의 체내에 있는 용족 에너지를 조금씩 녹여버렸다.

두변 체내에 있는 강한 에너지가 끊임없이 소진되었다.

두변은 정신력을 모아서 1만여 킬로미터 밖에 있는 동방 거룡으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이미 꿈속 마왕이 만들어낸 악마 차원이 외부 세계를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눈 앞에 펼쳐진 이 전쟁터는 조금도 아름답지 않았고, 몽환적이지도 않았다.

도리어 밀집공포증 환자를 무참히 놀라게 해서 죽일 정도였다. 직경 백여 킬로미터의 공간 안에 사방이 다 악마족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두변을 한 겹 또 한 겹 포위했다.

말벌 일억 마리에게 포위된 듯한 기분이랄까.

그런데 꿈속 마왕의 형체는 애초에 보이지 않았다.

꿈속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두변, 보았나? 우리의 결전은 이렇게 재미가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질 것 같은 걱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야. 나는 심지어 나설 필요도 없고, 악마 백만 마리를 희생하면 네 에너지를 무참히 소모시켜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수많은 악마족이 계속 두변을 향해 미친 듯이 자살 공격을 하고 있었다.

두변 체내의 에너지가 쏜살같이 감소해서 30퍼센트 정도만 남았다.

두변이 냉소하며 말했다.

“꿈속 마왕, 이제 보니 너는 용족의 에너지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구나! 에너지 충돌은 내가 너보다 더 잘 가지고 놀 수 있다.”

꿈속 마왕이 말했다.

“네 체내의 에너지는 유한해서 내 수백만 악마 군단을 애초에 죽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내 악마 차원의 에너지 보호막을 찢어놓기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렇다. 내 체내의 에너지는 유한하지. 하지만 용족의 에너지 법칙은 무한에 가깝거든.”

이윽고 두변은 수많은 악마의 자살 공격을 완전히 무시하더니 왼손을 내밀어 황금빛 에너지를 내뿜었다. 그건 순수한 용족 에너지였다.

그가 또 오른손을 내밀어서 절대적인 암흑 에너지를 내뿜었다. 그건 반물질(反物質) 에너지였다.

꿈속 마왕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이게 바로 용족의 에너지 법칙이라고? 못하는 게 없잖아?’

그렇다. 두변의 에너지는 유한했다.

하지만 그의 왼손은 용족의 정(正)에너지, 오른손은 반물질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더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건 정에너지와 반물질 에너지가 충돌한 뒤, 소진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0이었다. 완전히 중화되었기 때문에 두변은 아무런 에너지 소모가 없었다.

그런데 용족의 에너지가 반물질 에너지와 충돌할 때 어떤 파괴력이 발생할까? 천지마저 파멸시킬 정도라는 말을 써도 부족할 정도였다.

두변이 웃으며 물었다.

“준비되었나?”

이윽고 그는 왼손에 있는 용족 에너지와 오른손에 있는 반물질 에너지를 힘차게 충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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