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장: 운명 마왕 五
지금 지구는 마지막 숨만 고르는 상태였다.
운명 마왕이 수많은 촉수가 지구의 목을 틀어쥐고 미친 듯이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정토 여황, 운명 마왕, 너희에게 최후의 순간이 왔다!”
두변은 속으로 그렇게 말한 뒤, 정토 세계로 날아갔다.
두변은 연옥탑에서 10년 가까이 머물렀다. 하지만 외부 세계에서는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설령 1년의 시간이 지났더라도 더할 나위 없이 길게 느껴졌으며, 모든 인류에게 가장 버티기 어려운 1년이었다.
우선 살아남은 인류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운명 마왕의 수많은 촉수가 지구를 꽉 틀어쥐고 있었다.
태강 제국의 도성은 운명 마왕의 촉수 두 개 사이에 있어서 매일 점심 때에만 살짝 햇빛을 볼 수 있고, 나머지 절대다수의 시간은 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밀폐된 느낌을 견디지 못해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전력을 다해 수만 미터 높이의 촉수 산맥을 등반하러 갔다. 그들은 무공이 몹시 높아서 수만 미터의 고공에서도 얼어죽지 않을뿐더러, 산소 결핍으로 죽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꼭대기에 오른 그들은 완전히 절망했다. 왜냐하면 가장 높은 곳에서 그들은 육안이 닿는 곳마다 사방이 다 그런 촉수 산맥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태강 제국의 도성으로 돌아간 그들은, 그날 밤 자결했다.
태강 제국의 도성에는 식량이 끊기는 위기는 없었다. 운명 마왕의 촉수가 지구를 쥔 다음에 변이 과실은 생산량이 감소되지 않고 도리어 더 높아졌다.
하지만 절망적인 정서는 하루하루 더 짙어져만 갔다.
매일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미소녀 반효는 매일 몹시 바쁘게 지냈다. 또 수만 명의 술사들과 과학자 팀도 함께 바빠졌다.
엔진들을 개조하고, 여러 가지 에너지 진을 업그레이드 시키느라 바빴다.
그날, 그녀는 마침내 끝없이 바쁜 와중에 잠시 쉬고 있었다.
방청의가 물었다.
“반효, 너는 무엇을 하느라 바쁘지?”
반효가 답했다.
“저는 에너지 문명과 과학 문명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그럼 네가 그것들을 연구하는 목적이 뭔데?”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려고요. 만일 지구가 파멸되어도 저희가 전부 멸망하지 않게요.”
방청의는 그 말에 놀라며 말했다.
“얘! 설령 지구가 멸망해도 대녕 제국의 차원이 있고, 정토 세계도 있잖니!”
반효가 고개를 저었다.
“대녕 제국이라는 세계는 파생된 차원에 불과해요. 그건 시공 가운데 존재해요. 하지만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말하자면 그건 지구와 동일한 위치에 있어요. 파생된 차원의 지구도 지구지만 일단 이 지구가 완전히 연기로 사라지면 파생된 지구 차원인 대녕 제국도 더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방청의는 그 말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 정토 세계는?”
“정토 세계는 기생 차원에 불과해요. 표면적으로는 몹시 강해 보이지만 예전에는 용혈대륙에 기생했고, 지금은 또 지구에 기생해 있죠. 가죽이 없으면 털이 붙어 있을 곳이 없는 것처럼, 지구가 파멸되면 그곳은 붙어있을 곳이 없을 거예요.”
“그럼 너의 작은 머리로 사고한 결과, 지구는 파멸될 것 같니?”
미소녀 반효가 대답했다.
“사실 지구는 이미 파멸되는 중이에요.
지금 몇 가지 계획이 있어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나서 지구가 다 파멸된다면 반드시 거대한 비행선을 만들어서 적어도 인류 수만 명을 다른 행성으로 옮겨야 해요. 하지만 슬픈 일은 아직 제어핵융합(制御核融合)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곧이에요, 곧 완성될 거예요…….”
방청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아빠처럼 대단해서 우리가 이 재난을 피해갈 수 있으면 좋겠구나.”
“이 지구는 더럽혀지고 망가졌지만 우리의 행성이에요. 저는 다른 행성에 모험을 하러 가고 싶지만 도망치고 가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바로 그때, 하늘에 휘황찬란한 금빛 한 줄기가 갑자기 번쩍이며 지나가서, 북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반효, 저것 봐, 저것 좀 봐…….”
방청의가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하늘에 있는 그 빛은 정말 혜성처럼 보였다.
“반효, 다들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용족이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말했어.”
반효는 손에 든 모든 자료를 던져 버리더니 오랜만에 태블릿 PC를 꺼내서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방청의가 물었다.
“반효, 너 뭐하는 거야? 15분의 휴식 시간이 이미 끝났으니 일을 해야지. 계속 제어핵융합이란 걸 공략해야 할 것 아니야?”
반효가 단숨에 신던 신발을 아주 멀리 차버렸다.
“이제 그런 건 안 해요.
인생에 제일 중요한 건 즐겁게 사는 거 아니겠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한데 그 딸인 저는 즐겁게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너 뭐라는 거야? 아빠가 돌아왔다고?”
“조금 전 이모가 본 하늘에서 본 게 아빠예요.”
지난 1년 가까이의 시간 동안 임야소는 항상 두변궁 안에서 혼자 가만히 앉아서 두변의 상을 치렀다.
선대 정토 여황이자, 현임 의장이 단정하게 임야소 앞에 앉아서 상냥하게 말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건 즐겁게 사는 거란다. 두변이 죽어서 너는 아무런 기댈 곳 없는 과부가 되었지 않으냐. 지구가 곧 멸망할 테고, 네 딸도 곧 죽을 것이다. 기왕에 네가 즐겁게 살 수 없다면 차라리 이대로 죽는 게 어떠니?”
그때 궁전 안의 한 공간에 틈이 벌어지더니, 두변이 천천히 그 틈에서 걸어나왔다.
두변은 선대 정토 여황을 보고 손바닥을 가슴에 놓으며 살짝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여황 폐하, 오랜만입니다.”
선대 정토 여황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변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네, 네가 아직 죽지 않았다니!”
“그렇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독백을 조금 더 창의적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대 정토 여황이 냉랭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다.
“두변, 네가 죽지 않은 점에 나는 몹시 충격받았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냐! 너는 그 바보녀 막한이 이미 동방 거룡의 힘을 내어준 걸 알고 있느냐? 너희는 동방 거룡의 힘을 활성화시킨 뒤, 다시 그걸 온전하게 내어줬다. 그럼 너는 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느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나는 용족의 시녀이니, 용녀 막한이 동방 거룡의 에너지를 포기할 때, 나는 그 동방 거룡의 에너지에 제2 계승권을 갖는다. 그 말은 내가 동방 거룡의 힘을 얻어서 불사불멸하게 되었다는 말이지. 나는 네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네가 어떻게 죽을지는 알고 있다! 너는 나에게 살가죽이 벗겨지고 힘줄이 뽑히며, 천 번, 만 번 칼에 찔려 죽을 거다!”
두변이 웃으며 물었다.
“그래?”
이윽고 그의 형체가 번쩍하고 움직였다.
“나는 본래 너를 어떻게 상대할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네가 한 말을 듣고 널 어떻게 짓밟아야 할지 알게 되었군. 적의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도 좋지. 나는 네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아야겠구나! 너를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든 뒤, 다시 처참하게 죽여버리겠다!”
이윽고 두변은 선대 정토 여황 앞에 천천히 걸어가서 온화한 모습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은 다음에, 양쪽으로 찢어버렸다.
솨악!
가면을 찢어버리듯이 무참히 그녀의 몸뚱이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두변이 냉랭하게 말했다.
“여자, 넌 내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할 자격이 없다.”
이윽고 그녀는 정말로 정토 여황의 몸에서 찢겨진 뒤, 피가 줄줄 흐르는 육체에서 곧바로 기어나왔다.
하지만 상대방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긴커녕 도리어 날카롭게 웃었다.
그런 뒤 그녀의 전신 피부가 재빨리 자라나서 짧디짧은 시간 만에 그녀는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두변 앞에 섰다.
단지 이번에는 더 이상 두변의 어머니 모습이 아니라, 그녀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선대 정토 여황이 냉소를 했다.
“두변, 나는 불사불멸한다고 말했지. 너는 영원히 나를 죽일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수 있지!”
이윽고 그녀가 손을 펼쳐서 허공을 확 쥐자, 황금빛 에너지가 그녀의 손바닥 안에 모여서 금색 광검이 되었다.
여심의 여지 없이 이건 용족의 힘을 모아서 만든 광검이었다.
이윽고 그녀가 순식간에 두변 앞으로 달려가서 두변의 가슴을 검으로 찔러서 두변의 심장을 관통했다.
푹!
그녀가 빠른 속도로 검을 뽑은 뒤, 다시 힘껏 찔러버렸다.
“이번에 너는 완전히 죽을 수 있겠구나!”
정토 여황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변은 무탈할 뿐 아니라, 심지어 가슴에 아주 작은 상처도 없다는 걸 발견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건 용족의 에너지를 모아 만든 광검이라고. 어떤 육체도 다 벨 수 있어. 이건 최고 등급의 에너지에 가까운데.’
두변은 지금 용족의 왕관을 착용하고, 용의 지팡이를 쥔 만룡의 왕이다. 그런데 용족의 에너지가 어떻게 그를 해칠 수 있을까.
정토 여황은 이번에는 두변의 목을 마구 베어서 그의 머리를 백 번을 참수하려고 안달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여전히 무탈했다.
그녀가 손에 쥔 광검은 아무것도 없는 것마냥 두변의 몸을 쪼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토 여황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말했다.
“어째서 이렇지? 어째서 이런 거야? 내가 가진 건 분명히 용족의 힘이라서 무적이라고. 어째서 너에게는 효과가 없는 거야?”
“더 없나? 쓸 수 있는 방법이 더 있으면 마음껏 시전해봐.”
그런데 다음 순간, 정토 여황의 본체가 갑자기 임야소 뒤에 나타나서 손에 든 광검을 그녀의 목에 겨누고 냉랭하게 말했다.
“두변, 나를 떠나게 해줘라. 그렇지 않으면 네 아내를 죽여버리겠다!”
두변이 하찮다는 듯이 웃었고, 임야소도 마찬가지였다.
정토 여황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변, 나는 내뱉은 말은 지킨다. 임야소가 너에게 줄곧 깊은 정을 보여줬다. 너는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가 베어서 떨어지는 걸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즉시 나를 놔줘라.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다.”
“정토 태자는 네가 낳은 친아들이 아니냐? 아주 똑같은데?”
정토 여황이 손에 든 광검으로 임야소의 목을 힘껏 베어버렸다.
그런데 임야소의 목에 닿자마자 광검은 곧바로 연기로 사라졌고,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정토 여황은 갑자기 몸을 떨면서 이 모든 게 믿어지지 않는 듯이 바라봤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째서 그녀가 장악한 용족의 에너지가 전부 효과를 잃은 걸까?
그녀는 두변 앞에 걸어가서 냉랭하게 말했다.
“넌 참 대단하다. 내 용족의 에너지로도 너를 전혀 해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들 또 어떠랴? 너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 나는 동방 거룡의 힘을 가졌다. 즉 네 어머니의 힘을 가졌으니, 나는 불사불멸할 수 있다.”
두변이 하찮다는 듯이 웃었다.
“그럼 너는 네 지위나 명예를 잃는 건 개의치 않나 보구나?”
정토 여황은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물론이다. 너는 구원자다. 예전에 내가 너를 너무 높이 추켜세웠으니, 정토 세계의 용예 종족은 어쩌면 네 편에 서겠지. 하지만 그런들 또 어떠랴? 너는 내 연인이 운명 마왕이라는 걸 잊지 말거라. 어쩌면 너는 매우 강할지 모르겠지만 그 앞에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의 마궁으로 가면 된다. 정토 여황을 하지 못하면 악마 왕후를 하면 되니 상관없다!
운명 마왕, 내 연인이여, 내 옆으로 와주세요. 당신을 위해 이미 용족 에너지 보호막을 열어놨어요.”
이 여인은 정말이지 미쳐 날뛰고 있었다. 두변을 죽이기 위해서 다시 용족 에너지 보호막을 열어서, 정토 세계 전체를 악마의 날카로운 발톱에 드러내게 만들다니. 용족의 에너지 보호막을 잃어버린 정토 세계는 강력한 악마 앞에서 일격도 버티기 어려웠다.
정토 세계의 상공에 빛이 한바탕 뒤틀리더니, 에너지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토 여황이 말했다.
“운명 마왕, 나의 연인이여, 내 옆으로 와서 두변을 갈기갈기 찢어버려 주세요.”
그런데 지구 표면에 있는 운명 마왕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커서 황궁과 정토 세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용예족이 다 그 소리를 듣고는 놀라서 얼이 빠졌다.
그들은 선대 여황 폐하이자, 지금의 의장 대인이 운명 마왕의 연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에너지 보호막을 열어서 정토 세계를 사지에 몰아넣으려고 하다니. 더군다나 그러는 목적은 단지 두변 폐하를 죽이기 위해서라고?
그런데 두변 폐하는 이미 죽었지 않았나?
황궁으로 날아가는 용예가 점점 더 많아졌다.
정토 여황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소리높여 외쳤다.
“운명 마왕, 나의 연인이여, 내 소환을 들었나요? 저번에 우리가 두변을 죽이지 못했어요. 그가 부활해서 돌아왔어요. 당신은 즉시 내 옆으로 와주세요. 내가 이미 당신을 위해 용족 에너지 보호막을 열었어요. 어서 와서 두변을 갈기갈기 찢어버려요!”
그 말이 나오자, 모든 용예는 다 똑똑히 들어버렸다.
더할 나위 없이 분노가 치미는 충격적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