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장: 운명 마왕 七
지구의 중심이 운행을 정지하면 무슨 결말을 맞을까?
지구의 자기장이 사라진다.
지구가 자기장의 보호를 잃어버리면 태양 폭풍과 태양의 방사능이 미친 듯이 지구를 괴롭히게 된다.
지구 표면에 있는 생명체들의 대도살이 시작된다.
수많은 인류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뒤에 온몸이 힘차게 터져버리며 죽는다.
수많은 금속에서 전광이 두려울 정도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박.
지구 표면에 놀라운 번개들이 터져 나왔다.
수만, 수십만, 백만에 달하는 인류가 죽어버렸다.
태강 제국의 도성은 그나마 나왔다. 에너지 보호막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토록 무시무시한 에너지 폭풍우 속에서는 설령 보호막이 있더라도 오래 버티기가 어려웠다.
태강 제국의 도성에 있는 인간들의 목숨이 카운트다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운명 마왕이 담담하게 웃었다.
“네가 태강 제국의 도성에 준비한 에너지 보호막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태강 제국 도성의 에너지 보호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너지 보호막이 완전히 파괴되면 두변의 가족을 포함해서 이 도시 안에 남은 수십만 명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깨끗이 죽어버릴 것이다.
운명 마왕의 카운트다운이 끝나려고 했을 때, 두변이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용은 자폭하라!”
그가 용의 지팡이를 높이 들어 올리자, 순식간에 만 마리에 가까운 용족들이 거울 속에서 나와서 운명 마왕에게 날아갔다.
쾅, 쾅, 쾅, 쾅, 쾅, 쾅.
한순간 수많은 용족의 빛이 운명 마왕의 체내에서 또다시 모여서 작은 태양으로 변했다.
운명 마왕의 추하고도 거대한 몸이 점점 더 빛나며 팽창했다.
콰과광.
그 작은 태양에서 놀라운 에너지가 터져 나오며 운명 마왕의 체내에서 잔인한 폭격을 가했다.
“아아악!”
그것의 추하고도 거대한 몸이 한계치까지 빛이 나며 팽창했다.
펑!
이윽고 힘차게 터져버렸다.
하지만 더욱더 무시무시한 건 운명 마왕의 몸이 터지긴 했지만 산산조각 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탄성이 대단한 풍선처럼 엄청나게 팽창하더니 다시 수축되어서 본래 모양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수많은 용족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태양은 여전히 운명 마왕의 체내에서 무시무시한 빛과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운명 마왕이 큰소리로 웃었다.
“나는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켜서 마제 폐하를 부활시킬 것이다. 지금 네가 용족 만 마리의 힘을 내 배 속에 넣어줬으니, 너의 어리석음에 고마워해야겠구나.”
이윽고 꿈속 마왕은 배 속에 있는 그 작은 태양을 미친 듯이 집어삼키며, 한도 끝도 없는 그 힘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두변이 물었다.
“그럼 너는 어째서 날 죽이지 않는 거지?”
“내가 어째서 널 죽여야 하지? 네가 눈을 빤히 뜨고 지구가 파멸당하는 걸 지켜보게 해야지. 적을 죽이는 건 몹시 저급한 방법이라고.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게 가장 수준 높은 방법이라고.”
“너는 날 죽이지 않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날 죽이지 못해.”
두변의 말에 운명 마왕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널 죽이지 못해. 하지만 모든 인류를 죽일 수 있지!”
이어서 그가 다시 지구의 중심의 운행을 멈추고, 태강 제국의 에너지 보호막을 완전히 부순 다음에, 태양풍과 방사능으로 모든 인류를 죽이려고 했다.
두변이 말했다.
“이 세계의 에너지는 등급이 나뉘어 있어. 수많은 용족이 모여서 만든 작은 태양은 널 폭파시켜서 죽일 수 없고, 네 몸을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 수 없는 건 한 가지 일을 증명하지. 네 신체의 에너지 등급이 용족을 넘어선다는 것이지.”
운명 마왕이 침묵했다.
두변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는 고작 악마 친왕에 불과하잖아. 네 에너지 등급은 절대로 용족을 넘어설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만룡의 왕이 되었어. 어째서일까? 내가 용을 부릴 수 있는 왕관을 썼을뿐더러, 용의 지팡이를 쥐어서 만룡이 나에게 충성을 바치기 때문이지. 지구 중심의 압도가 400만 대기압에 도달하는데 나는 어째서 무탈할 수 있을까? 너는 자신의 몸을 버리고, 암흑 왕관을 네 그 거대하고 못생긴 몸으로 변하게 만들었어. 왜냐하면 그것의 에너지 등급이 더 높아서 용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야.”
운명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흥미롭군, 흥미로워. 매우 흥미로운 이론이야.”
“꿈속 마왕은 이른바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 자신과 암흑 왕관을 완전히 분리했는데 너는 그를 비꼬았지. 그 당시 나는 동방 거룡의 에너지를 얻었는데도 꿈속 마왕을 죽이지 못했어. 하지만 암흑 왕관을 사용하니 그를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지. 그걸 보아도 이 암흑 왕관의 에너지 등급은 매우 높은 걸 알 수 있지.
그래서 네 그 문어 모습은 사실 네 본체가 아니라, 암흑 왕관의 화신으로 만든 것이지.”
짝, 짝, 짝, 짝.
운명 마왕이 두변의 말에 박수를 쳤다.
“이 암흑 왕관은 극도로 강하지만 또 너희의 자유를 가둬버려서 너희를 에너지의 노예로 만들어버리지. 꿈속 마왕은 분리를 택했지만 너는 도리어 협력을 택했지.”
운명 마왕이 말했다.
“말은 잘하지만 네 말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너에게 한마디만 묻겠다. 너는 날 죽일 수 있나?”
“에너지 등급이 매우 높은 물건을 망가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에너지 등급이 더 높은 물건을 사용해야 하지. 예를 들면 강철로 깨뜨릴 수 없는 유리라면 다이아몬드를 쓰면 깨뜨릴 수 있어.”
“몹시 완벽한 이론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어도 유한한 여러 차원 안에서는 암흑 왕관의 에너지 등급이 가장 높다. 네 왕관도 기껏해야 이것과 같은 등급에 불과하다고!”
“그래. 내 용족 왕관은 암흑 왕관과 같은 에너지 등급에 불과해. 하지만 잊지 마. 나는 지금 이 왕관 외에도 또 암흑 왕관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야. 너희 악마족은 암흑 왕관을 착용하면 다신 벗을 수 없다고 말했지. 표면적으로는 그게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그건 영원히 내 혼백의 흔적 안에 있다고 말이야. 왜냐하면 그것은 실체가 아니라 일종의 에너지 방식이기 때문이지.”
말을 하는 사이에 두변의 몸이 사라졌다.
우선 그의 몸이 모여서 금빛 용족 왕관으로 변한 다음에, 다시 모여서 암흑 왕관 하나를 만들었다. 본래 꿈속 마왕에게 속했던 그 암흑 왕관 말이다.
두 왕관이 하나로 합해지자, 순식간에 꿈속 마왕은 안색이 급변했다.
두변의 암흑 왕관과 용족 왕관이 합체된 뒤에 순식간에 더 높은 에너지 등급을 가진 물체로 변했다.
이어서 두 왕관의 결합체가 점점 변형되더니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어두운 금색의 검은 이 세계의 최고 에너지 등급을 내포하고 있었다.
운명 마왕이 몸을 떨기 시작하며 쉰 소리로 말했다.
“멈춰, 멈추라고.
두변, 너는 네 딸의 목숨은 필요 없는 거냐?”
운명 마왕이 냉랭하게 그 말을 하자, 어두운 금색 보검이 멈칫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말했듯이 난 이렇게 못생긴 거대 문어의 모습으로 변해서 필사적으로 지구의 에너지를 집어삼켰어. 그런 나날이 이어지니 얼마나 재미없고 무미건조하겠어. 그래서 내 혼백은 다른 재미를 찾아야 했지. 내가 항상 이 거대 문어 속에 있을 수 없잖아. 조언평의 얘기를 들었겠지?
내 혼백을 어떤 부랑자 몸에 숨겨두고 조언평이 완전히 실성하고 타락하게 인도했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 뒤로 내가 혼백을 어디에 숨겨두었다고 생각하지?
내가 운명 마왕이라고 불리게 된 건 누군가의 운명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지.”
이윽고 운명 마왕이 촉수를 가볍게 휘두르자, 두변의 눈앞에 그의 딸 반효가 나타났다.
“네 딸은 여전히 네 딸 그대로야. 나는 그녀 몸을 통제하지 않고, 그녀의 혼백과 의지도 통제하지 않았어. 다만 내 혼백을 그녀의 뇌 영역 안에 숨겨놓았을 뿐이야. 그러니 네가 날 죽이는 건 자기 친딸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 최고 에너지 등급을 가진 어두운 금색 보검이 완전히 멈췄다.
“하하, 두변, 이 세계는 몹시 고통스럽지. 네 정신력이 충분히 강해지고, 네가 충분히 똑똑해질 때, 어렴풋이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지. 그런데 내가 본 미래는 바로 너와 나의 최후의 결전일 거야. 그래서 나는 몇 년이나 앞당겨서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지. 물론 나는 네가 어느 날 날 죽일 수 있다는 걸 못 믿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날이 진짜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나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했어. 네가 날 영원히 죽이지 못하도록.”
운명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은 몹시 간단해. 네가 날 죽이면 네 딸도 죽어. 운명이 나와 그녀의 생명과 혼백을 하나로 연결해버렸지. 가라, 두변! 네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인간 수만 명을 데리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라. 지구의 파멸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두변은 잠시 침묵한 뒤, 어두운 금색 보검을 들고 계속 운명 마왕을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운명 마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두변, 그럴 용기가 있나? 그럴 수 있어? 네가 나를 죽이면 네 딸도 죽을 것이다. 나와 그녀의 운명은 하나로 묶여 있다고.”
두변이 말했다.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네가 내 딸과 하나로 묶인 운명이라고? 다 가짜야. 왜냐면 반효는 내 딸이라서 그 아이의 체내에는 용족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지. 너는 악마의 혼백인데 어떻게 그 애의 체내에 숨을 수 있지? 네 혼백은 확실히 다른 곳에 숨어 있지만 내 딸 몸은 아니야. 그보다 조언평 아들인 이대로 몸에 숨어 있겠지? 나는 줄곧 궁금했지. 예전에 두 살도 안 된 그 애가 총알을 네 발이나 맞고도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가 이제야 밝혀졌어.
또 한 가지, 지구의 중심에 있는 너의 이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강해. 하지만 네 혼백이 또다른 몸에 숨어 있다는 건 너의 약점이 될 텐데 네가 나에게 알려줄 리가 있겠어?”
운명 마왕은 두변의 말에 놀란 뒤, 하하, 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좋아. 설령 네 말이 맞아도 치자. 내 혼백이 이대로의 체내에 숨어있으면 또 어떻게 할 거야? 그애는 늘 네 딸 미소녀 반효와 함께 있는 걸 알아야지. 네가 나를 죽이면 네 둘째 딸도 죽어!”
운명 마왕이 큰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또다른 화면이 두변 앞에 나타났다.
미소녀 반효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총을 들어서 미소녀 반효의 뒤통수를 조준했다.
운명 마왕이 말했다.
“두변, 보았나? 네가 날 죽이면 네 딸도 죽을 거야.
그러니 너는 날 죽일 수 없어. 네가 둘째 딸의 목숨을 버리지 않는 이상.”
두변은 또 멈칫했다.
하지만 1초 뒤, 최고 에너지 법칙을 가진 어두운 금색 보검이 운명 마왕의 거대하고도 못생긴 몸으로 힘차게 찔러 들어갔다.
푹.
운명 마왕의 거대하고도 못생긴 문어의 몸에서 바람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운명 마왕의 생명이 쏜살같이 흩어지고 있었다.
거대하고도 못생긴 문어의 몸이 끊임없이 축소되어 최후에 운명 마왕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평범한 얼굴의 악마 친왕이 암흑 왕관을 쓰고 있었다. 그자는 가슴에 구멍 하나가 뚫려서 끊임없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운명 마왕이 끊임없이 피를 토하며 흉악하게 웃었다.
“두변, 너는 참으로 모질구나. 날 죽이기 위해서 딸의 목숨도 저버릴 수 있다니. 그런데 너도 알고 있겠지? 넌 이미 늦었다, 너는 이미 늦었어!
수많은 용족이 모여서 만든 작은 태양은 이미 사라졌어. 최근 몇 년간 나는 끊임없이 지구의 에너지를 집어삼켜서 마제 폐하께 보내 드렸다. 본래 아직도 많은 에너지를 보내야 했지만 방금 전에 네가 나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용족의 에너지를 모아 작은 태양으로 만들어서 나에게 줬지. 지금 나는 이 작은 태양을 내 주인께 보낼 것이다.”
콰과과광.
그와 동시에 지구의 중심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공간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이세계 차원으로 통하는 공간 소용돌이였다.
쿠구궁.
수많은 용족이 응축된 작은 태양이 그 공간 소용돌이에 완전히 집어삼켜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작은 태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간 소용돌이도 흩어져버렸다.
운명 마왕이 웃으며 말했다.
“두변, 너는 여전히 늦었다. 내 주인께선 부활하실 것이다. 그분이 차원의 지존이 되실 것이다.
두변, 세상을 구한다는 너의 꿈은 영원히 네 손에 닿을 수 없다. 하하하!”
두변은 어두은 금빛 검을 휘둘러서 힘차게 운명 마왕의 목을 베었다.
운명 마왕은 머리와 목이 분리되면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태강 제국의 도성 안에서 이대로가 미소녀 반효의 뒤통수를 겨누고 총을 쏘았다.
탕!
두변이 사람 모양으로 변해서 운명 마왕에게 속한 암흑 왕관을 주워서 머리에 착용했다.
펑.
순식간에 두변의 몸이 연기로 변해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같은 시각.
지구의 하늘에 더할 나위 없이 방대한 그림자가 지구의 하늘을 완전히 뒤덮었다.
태양마저 그 무시무시한 암흑 그림자에 완전히 뒤덮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