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41화 (641/648)

641장: 운명 마왕 八

탕!

이대로가 반효의 뒤통수를 조준하고 총을 쏘았다.

그런데 반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총알이 그녀의 귀여운 머리에 명중되기도 전에 이미 연기로 사라졌다.

반효는 무공이 몹시 평범한 반면, 대단히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정신력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강해지면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녀를 공격하는 무기를 모두 잿더미가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게 바로 정신 공명술이다.

그때 지구의 중심 깊숙한 곳에서 두변은 운명 마왕의 목을 베었다.

이대로는 몸을 갑자기 실룩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에 든 총을 한 번 보고 또 반효를 한번 보았다.

콰당.

임야소, 예상, 방청의 등이 총소리에 놀라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반효는 계속 게임을 하며 심지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이대로는 계속 손에 쥔 총을 뚫어지게 바라본 뒤, 또 반효를 보고, 다시 예상, 임야소 등을 보았다.

그는 총구를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자살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총알이 이대로의 관자놀이에 막 닿자마자 곧바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것도 반효가 나서서 이대로를 구해준 것이었다.

반효가 컴퓨터 게임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전에 그 사람이 네가 아니란 걸 알아. 나 여기서 막혔어. 이 강은 어떻게 건너야 하는 거야?”

이대로가 놀라며 말했다.

“위에 밸브가 있어.”

“이 위야?”

“맞아.”

반효가 말했다.

“오늘부터 넌 자유야. 내 아버지가 네 아버지에게 너를 보살펴주고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분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셔.”

지구가 포위되었다.

어떤 방향으로 봐도 하늘은 완전히 어두웠다.

마왕 열한 명의 얼굴이 360도로 지구의 온 하늘을 뒤덮었다.

햇빛이 더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서 지구는 기나긴 밤에 돌입했다.

지구 표면의 온도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저온에서라면 어떤 인류도 생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태강 제국의 도성에는 에너지 보호막이 있어서 보호막 안의 온도를 0도 정도로 유지시킬 수 있었다.

태강 제국의 황궁 안.

미소녀 반효가 말했다.

“에너지 보호막은 대략 3개월 더 지속될 수 있어요. 3개월 뒤에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될 거예요. 게다가 더 나쁜 소식은 태양이 없으니, 변이 과실이 다 죽어서 더는 자라지 못하는 거예요. 인류 수십만 명은 곧 식량이 끊어질 거예요.

물론 더 최악의 소식이 있어요! 지구와 태양이 완전히 차단된 탓에 모든 공기층이 다 눈으로 응고해서 바닥에 떨어지고 있어요. 지구는 곧 모든 대기층을 잃을 거예요. 게다가 태양 에너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지구의 중심에 있는 철과 니켈이 응고해서 지구의 중심은 철저히 운행을 중단하며 지구가 죽어버릴 거예요.

제 계산에 따르면 지구가 죽기까지 아직 아흐레가 남아 있어요.

아흐레 만에 제어핵융합 장치를 완성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일단 지구가 죽어버리면 인류도 파멸될 거예요.”

지구의 운명을 구하고 싶다면?

매우 간단하다. 태양과 지구의 에너지 연결 관계를 회복하면 된다.

지구 상공을 막고 있는 마왕 열한 명을 없애버리면 된다.

반효가 말했다.

“저는 아빠가 반드시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번에 그분이 상대해야 할 건 마왕 열한 명이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나는 반드시 이 점을 밝혀야겠어요. 아빠는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어요. 만약 그분이 지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해도 모두 함께 얼어붙으면 그만이에요.”

죽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건 지구뿐 아니라 정토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용혈대륙이 파멸된 뒤에 정토 세계는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용족 에너지 진 덕분이었다.

두변의 어머니인 동방 거룡의 시체가 바로 핵심 에너지였다.

물론 동방 거룡 한 마리의 에너지만으로 용예 천만 명이 천 년이나 살도록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에너지 진은 주로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일을 맡았다. 그런 뒤 다시 태양의 에너지를 점차 정토 세계에서 필요한 모든 걸로 전환시켰다.

이제 태양이 차단되었으니 정토 세계의 에너지 진은 오직 동방 거룡에게서만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거룡 한 마리의 힘으로는 정토 세계를 대략 몇 달 정도만 지탱할 수 있을 뿐이다.

하물며 그 거룡의 힘은 이미 많이 소진되었다.

그래서 이런 상태로 나아간다면 정토 세계가 멸망할 뿐 아니라, 용예 문명도 연기로 사라질 것이다.

에너지를 잃어버리면 에너지 보호막이 사라지고, 반중력 시스템도 사라진다.

이에 정토 세계의 모든 광장, 집들이 다 지구의 북극에 추락해서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다.

정토 세계는 비록 말세 지구보다 매우 발달된 곳이지만 지구보다 더 빨리 없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줄곧 얼떨떨하게 굴었던 여황 막한이 일어섰다.

대녕 제국이든, 말세 지구든, 정토 세계에서든, 그녀는 항상 여왕 역할을 하는 유희에 빠졌다.

그녀는 여왕이 될 수만 있다면 만족했다. 그녀의 휘하가 인류든 좀비든 용예든 상관없었다.

심지어 백성이 없어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 영지가 그녀에게 속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권력을 누리기만 할 뿐, 의무를 이행하려고 하지 않았다.

막한 여황이 말했다.

“지구가 파멸하려고 하고, 정토 세계도 파멸하려고 해. 나는 황궁 안에서 두변이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그는 계속 오지 않았어. 그렇다면 내가 정토 세계를 구할 수 있는지 시도해봐야겠다. 아무래도 나는 정토 세계의 여황이니까.”

막한이 그곳에 있는 모든 용예를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 먼저 밝혀둬야겠어! 나는 멍청이라서 애초에 어떻게 세상을 구하는지 몰라. 그러니 100분의 99의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가보겠다. 다들 내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기다리도록!”

이윽고 막한은 금빛으로 변해서 정토 세계를 떠나 남쪽으로 날아갔다.

공중을 날고 있는 용녀 막한은 몹시 처량하고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도 지구는 보이는 곳마다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곳곳이 다 좀비, 이수, 악마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지구가 처량하다고 느끼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특별한 활력이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구 전체가 얼어붙어 버리면서, 곳곳이 다 얼음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더할 나위 없는 슬픔을 느꼈다.

게다가 자신이 끊임없이 허약해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동방 용족이라서 모든 힘을 태양에서 받기 때문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남으로, 남으로 날아갔다.

연옥탑까지 날아간 뒤, 그녀의 마음은 더욱더 낙심하며 슬퍼졌다.

왜냐하면 연옥탑 전체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연옥탑은 용족에게 지구 최강의 존재이자, 성지에 가깝다고 두변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연옥탑마저 얼어붙어 버리다니.

마족의 마왕 열한 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지구를 공격하지 않고, 공포스러운 말을 내뱉지도 않았다. 단지 자기 얼굴의 그림자로 지구 상공을 뒤덮었을 뿐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지구를 죽이며,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문명을 멸절시킬 수 있었다.

용녀 막한은 연옥탑에 들어가서 한 층씩 위로 올라갔다.

제6층에 도착하니 그곳에 차원의 문이 있었다.

‘어쩌면…… 두변이 이미 이곳에 왔을까?’

막한은 차원의 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휙.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차원의 문을 가로질러서 대녕 제국의 차원으로 진입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대녕 제국도 엄동설한의 온도가 되어 있었다.

이곳도 하늘에서 눈꽃이 내리고 있었다.

이 세계의 하늘도 뒤덮였다.

마왕 열한 명의 얼굴로 만들어진 음영이 파생된 지구 차원인 대녕 제국 전체를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대녕 제국의 차원에서 세상의 균열만 유일하게 얼어붙지 않았다.

용녀 막한은 세상의 균열 위에 떠있었다.

용녀 막한이 말했다.

“나 같은 바보녀에게 세상을 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지 알 리가 있나.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이윽고 그녀는 세상의 균열 속으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형체가 해수면 위에서 사라진 뒤, 세상의 균열에 있는 에너지 공간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녀는 길을 잃었다.

그녀는 세상의 균열 안에서 끊임없이 빙빙 돌았다.

“난 못 구해. 나는 최선을 다했어…….”

용녀 막한은 세상의 균열 안에 있는 한 위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위치인지는 그녀도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이제 전진하지도 못하고, 돌아갈 수도 없으니 그저 제자리에 앉아있을 수밖에.

태양과 에너지 연계를 잃어버리면 용족도 죽게 된다.

그녀는 가만히 이곳에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려고 했다.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유감스러울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변이 나타났다.

이윽고 두 사람은 완전히 하나로 뒤얽혔다.

한 시진 뒤.

막한이 진지하게 말했다.

“두변, 사랑해! 내가 바보로서 너에게 말해줄게. 사랑해.”

두변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한 번 맞추었다.

“나는 아기를 낳는 거야?”

“아니.”

막한은 기분이 조금 안 좋았다.

“어째서?”

“내가 중요한 임무를 너에게 맡겨야 하니까.”

막한이 펄쩍 뛰면서 놀라서 손을 휘저었다.

“안 돼, 안 돼. 절대로 안 된다고. 나는 바보야. 나는 방금 전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길을 잃었다고. 네가 나에게 어려운 임무를 주면 나는 분명히 완수하지 못할 거야.”

“우리는 세계를 구해야 해. 우리는 신을 없애고, 도살해야 해. 너는 내 유일한 조수야. 왜냐하면 네가 마지막 용족이기 때문이야. 날 믿어. 너는 반드시 해낼 수 있어.”

“그럼 가능한 간단한 임무를 줘!”

“걱정 마. 매우 간단해. 너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에 가는 거야. 대략 4.22광년인데 그곳에 항성 세 개가 있어. 각자 사수좌(射手座) a, 사수좌 ab, 사수좌 c라고 해. 그건 삼중성(三重星: 세 개의 별이 같은 방향에 있어, 눈으로 볼 때는 겹쳐서 하나로 보이는 별)이야. 너는 그곳까지 날아가야 해!”

“두변, 사랑해. 하지만 네가 하는 말을 나는 한 글자도 못 알아듣겠어. 이 일을 나에게 맡기려는 거 확실해?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찾으면 안 돼?”

두변은 막한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봤다.

그도 어떤 말,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방금 전의 말을 막한이 알아듣게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두변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곳으로 가. 계속 날아가면 돼. 걱정 마. 너와 다시 정신 얽힘을 이미 진행했어. 나는 너를 빛 한 줄기로 응축시켜서 이 우주 좌표로 날게 할 거야. 물론 중간에 내가 또다시 너와 정신 얽힘을 끊어버릴 수 있어. 하지만 너는 상관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날면 돼. 네가 세 개의 태양을 볼 때까지 날다가 멈추면 돼. 그 세 개 태양의 중간으로 가. 알겠지?”

“알았어. 그런데 두변, 너는 내가 확실히 그 일을 해낼 것 같아? 매우 어려운 일 같은데.”

“난 널 믿어.”

“좋아, 갈게!”

이윽고 그녀는 일어서서 바깥으로 나갔다.

100미터쯤 걸어갔을까, 막한이 뒤돌아서 말했다.

“남편, 어떻게 나가는 거야?”

두변은 막한을 지상으로 보내준 뒤에, 계속 세상의 균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대녕 제국의 차원과 용혈대륙의 중간 지점을 가로질렀다.

1600년 전에 지구와 용혈대륙의 차원이 합쳐지면서 이 세상의 균열이 만들어졌다.

이 균열은 대녕 제국 차원과 용혈대륙을 연결하고 있었다.

예전에 두변은 중간에 있는 차원의 문을 가로질러서 용혈대륙에 있는 절반의 세상의 균열 속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그곳은 악마에게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두변은 쉽게 중간 지점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용혈대륙 쪽의 세상의 균열에 진입한 뒤, 두변은 계속 전진했다.

이윽고 용혈대륙 세계의 균열의 출구에 도착해서 힘차게 세상의 균열 밖으로 기어나왔다.

두변이 정식으로 용혈대륙에 나타났다.

이곳은 지구보다 훨씬 강한 데다, 훨씬 거대한 행성이었다.

예전에 수많은 용예뿐 아니라, 용족까지 번성했던 곳이었다.

이곳은 악마에게 완전히 점거되어서 파멸된 지 천여 년이 지난 행성이었다.

하지만 두변은 그곳에 막 나타난 그 순간, 바로 포위되어버렸다.

마왕 열한 명에게 포위되었다.

이 열한 마왕의 얼굴 음영이 지구 전체를 가리고, 지구와 태양을 차단해버렸다.

이 마왕 열한 마리는 모두 다 수백만 미터 크기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마왕이 다 운명 마왕보다 더욱더 강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각자 하나의 행성과 차원의 에너지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제11 마왕이 말했다.

“마제 폐하께서 너를 만나려고 하신다! 우리를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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