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43화 (643/648)

643장: 신의 유희

두변이 일어선 뒤, 손가락으로 가볍게 원을 그렸다.

허공에 한순간 지구로 통하는 차원의 문이 하나 나타났다.

두변은 모든 용족과 악마의 힘을 얻어서 이미 신의 경지에 가까워졌다. 때문에, 차원의 문을 곧바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제 차원의 문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곧바로 행성을 개조할 수 있었다. 어쩌면 수백 년이나, 그보다 더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는 끝내 지구의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구야, 내가 왔다!”

두변이 차원의 문으로 진입했다.

슉.

시공을 초월하며 두변은 지구로 돌아가서 태평양 상공에 나타났다.

반신(半神) 두변이 지구로 돌아온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늘이 완전 푸른색인 데다, 태양도 화사하게 햇살을 지구에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도 더없이 맑았다.

두변이 서쪽으로 날아서 어떤 섬을 지났다.

그는 놀랍게도 섬에 푸른 나무와 갖가지 꽃들이 울창하게 자라있는 걸 발견했다.

두변은 계속해서 서쪽으로 날아갔다.

가는 길에 지나친 섬마다 생기가 넘쳐흘렀다.

두변은 비행 속도를 올리자 순식간에 육지에 도착했다.

본래 도시가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무성한 수풀로 변했다. 빌딩이나 인간이 존재하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다 원시적인 삼림뿐이었다.

게다가 식물을 제외하면 생명체가 없었다. 날짐승이나 길짐승, 심지어 벌레도 없었다.

두변은 더 빨리 날아서 곧 태강 제국의 도성에 도착했다.

그 도시는 아직 존재했다.

하지만 안에는 한 사람도 없이 비어 있었다.

딸 두효도, 반효도, 임야소가 보이지 않았고, 예상, 방청의, 기음음, 계표표, 이도진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이가 다 사라졌다.

두변은 태강 제국 도성의 구석구석을 다 찾았다.

모든 생명이 다 사라졌다.

하지만 도시 안에 있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모두 무탈했다.

식탁 위에 있는 스테이크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컵에 담긴 음료 안의 얼음도 아직 녹지 않았다.

그 말은 태강 제국의 도성 안에 있는 모든 이가 십여 분 전에 사라졌다는 뜻이다.

두변은 머리가 쭈뼛 섰다.

그는 힘차게 속도를 올리며 비행해서 순식간에 정토 세계에 도착했다.

마찬가지로 이곳도 안에 산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용예족이 다 사라졌다.

두변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변은 공중에 원을 하나 그려서 대녕 제국 차원으로 진입했다.

그때 대녕 제국에도 햇살이 화사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순간이동해서 곧바로 대녕 제국의 경성, 황궁 안에 도착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었다.

황궁 안의 모든 인류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제국 전체, 파생된 지구 차원에 있는 인류가 전부 사라졌다.

종말의 종소리는 모든 악마와 용족을 사라지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모든 차원에 있는 인류, 날짐승과 길짐승 등의 모든 생명까지 전부 사라지게 만들었다.

신의 유희가 끝났다.

설마 인류와 수많은 생명까지 신의 유희에 속한단 말인가?

“아아악!”

두변이 놀라운 비명을 질렀다.

그는 한 번도 이토록 분노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 본 적이 없었다.

이 세상 안에서 알고 있는 모든 차원의 생명들이 다 종결되고, 유독 그 혼자서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막한은?

막한은 아직 살아있을까?!

만약 모든 이와 모든 가족이 다 사라지면 두변만 살아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가 아무리 강해도, 그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뛰어넘었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설마 이게 바로 최후의 결말일까?!

모든 생명을 희생해야만 한 사람을 신격화할 수 있을까?

아니, 신의 유희다.

신의 조롱이다.

그렇다면 신은 어디에 있을까?

두변은 복수를 해야 했다. 이미 연기로 사라져버린 아내와 자식들을 되찾아와야 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까?

신의 세계는 어디에 있을까?

두변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또 공중에 차원의 문을 그려서 현대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 연옥탑에 들어간 그는, 한 층씩 위로 올라갔다.

예전에 누군가가 연옥탑은 5층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두변은 그 이상을 발견했다. 제6층은 지구의 파생된 차원으로 통하는 4차원 공간에 가까웠다.

제7층은 용옥(龍獄)이었다.

제8층은 용족의 하늘이 있었다. 그 안에 용족의 왕관, 용의 지팡이, 또 용족의 작은 태양이 있었다.

그렇다면 제9층은?

제9층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곳은 분명히 용족의 하늘보다 더 높은 차원일 것이다.

두변은 연옥탑의 제8층에 도착했다.

계단이 없어서 제9층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두변은 공기를 밟고서 한 계단씩 위로 올라갔다.

반쯤 신이 된 그에게는 더 이상 계단이 필요하지 않았다.

두변은 끊임없이 위로 올라갔다.

앞에는 어둠의 장막이 있었다.

두변은 어둠의 장막을 가로질러서 연옥탑의 제9층에 도착했다.

역시 제9층이 있었다.

그런데 제9층은 벽이 없이 끝없는 허공만 있었고, 허공의 중앙에 무지개 문 한 줄이 있었다.

이윽고 두변은 그 무지개 문을 가로질렀다.

그 옅은 붉은색 문을 가로지르자, 그는 완전히 낯선 세계에 진입했다.

이곳은 바로 신국(神國)이었다.

이곳에는 아무런 육지와 바다도 없이 피라미드 하나만 우뚝 서 있었다. 얼핏 보면 이곳은 심지어 태양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공간 내에서 두변은 태양의 존재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피라미드 자체가 태양인 듯이 찬란한 광휘를 발산하고 있었다. 우주 안을 떠다니고 있는 거대한 다이아몬드라고나 할까.

두변은 거대한 무지개 다리를 건너 신국의 대문에 도착했다.

신국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두변이 문을 열어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여러 번이나 시도해 보았지만 신국의 문이 여전히 열리지 않자, 두변은 더 이상 문을 열어달라고 외치지 않고 바닥에 앉아서 기다렸다.

대략 몇 시간이 지난 뒤, 신국의 피라미드 문이 열리며 형체 여러 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총 다섯 개의 형체였다.

그중 하나만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옷을 입었을 뿐 아니라, 금색 에너지 가면을 착용해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신족 구성원에 속하는 걸까?

두변은 그 외에 네 명이 사람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얼굴이 없을 뿐 아니라, 성별의 특징도 없었고, 온몸이 하얀색 에너지체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아마도 에너지 로봇일 것이다.

금색 가면을 착용한 신족이 고개를 숙여 두변을 한 번 쳐다봤다. 그 눈빛은 고릴라나 원숭이를 보는 눈빛 같았다.

이윽고 그녀가 두변의 머리에 착용한 왕관을 가리키자, 에너지 로봇 네 개가 앞으로 나와서 두변의 머리를 가볍게 그어버렸다.

두변의 머리에 있는 왕관이 곧바로 변해서 목줄이 되었다.

왕관이 목줄이 되었다고?

왕관은 황제가 쓰는 것인 반면, 목줄은 노예가 끼는 것이다.

지금 왕관이 목줄로 변했다는 건 두변이 황제에서 노예로 변했다는 의미인가?

금색 가면을 착용한 자가 손을 휘두르자, 두변의 몸이 그의 통제를 받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 그를 통제하는 건 더 이상 자신의 혼백과 의지가 아니라, 목에 있는 그 목줄이었다.

꿈속 마왕은 이 암흑 왕관이 그에게 강력한 힘을 주지만 그보다 더 그의 혼백, 자유와 존엄을 가두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거의 죽다시피 하면서도 이 암흑 왕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에 비해 운명 마왕은 도리어 꿈속 마왕이 자유를 추구해서는 안 될 때 자유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운명 마왕과 달리 암흑 왕관에게 복종하는 걸 선택했다. 그런 다음에 그것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자신을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육체로 변화시켜서 지구의 중심에 진입한 뒤, 에너지를 집어삼켰다.

암흑 왕관은 손오공의 금테를 조일 때 읊는 주문과도 같은 것이다.

이른바 왕관은 본래 목줄이었다. 신이 모든 용족과 마족에게 준비해준 목줄.

다만 고등 마족과 고등 용족은 자신이 강해졌다고 생각한 나머지, 목줄을 왕관으로 개조했다.

지금 이 목줄은 꿈속 마왕의 관점을 증명해주었다. 이 몸의 최고 권한을 가진 건 너의 혼백과 의지가 아니라, 이 목줄이라고 말이다.

목줄의 통제를 받으며 신국으로 들어간 두변은 기나긴 죄수 통로를 지난 뒤, 감방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누워라!”

에너지 로봇이 지령을 내렸다.

두변의 몸은 그의 의지로 전혀 통제되지 않고 곧바로 에너지 침대에 누워버렸다.

“깊이 잠들어라!”

에너지 로봇이 지령을 내리자, 두변은 순식간에 깊이 잠들어버렸다.

그 금색 가면을 착용한 신족은 에너지 로봇 네 개를 데리고 떠났다.

실험실 감방 안은 깊이 잠든 두변만 남았다.

얼마나 오래 깊이 잠들어 있었을까?

“깨어나라!”

에너지 로봇이 지령을 내리자, 두변이 눈을 뜨고 깨어났다.

그의 앞에 신족 구성원 다섯 명이 서 있었다. 그런데 예외 없이 전부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금색 가면을 낀 신족 여자가 말했다.

“이건 제496899 실험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제496899호 실험은 거의 똑같은 DNA에서 두 가지 확연하게 상반된 종족의 발전 궤적이 어떨지, 거기에서 탄생하고 종속된 문명, 파생된 문명을 살펴보고, 어느 종족이 최후의 승리를 거둘지 검증하기 위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용족과 마족의 만 년을 시간을 가로지르는 전쟁에서 수많은 문명, 수많은 차원, 많은 행성이 파멸했는데 설마 그게 다 이른바 496899호 실험이란 말인가?

거의 똑같은 DNA를 가졌지만 확연히 상반된 두 가지 종족은 아마도 용족과 악마일 것이다.

그런데 두변이 바로 거기에서 생긴 사고였다.

금색 가면을 착용한 신족 여자가 말했다.

“우리가 실험에서 구상한 건 그중 한 종족이 승리를 거두거나 두 종족이 동귀어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두 종족은 자신의 모든 구성원을 희생시켜가면서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종말의 종소리와 유희의 종결에서 도망쳤습니다.

게다가 이 예상 밖의 신 종족은 에너지 법칙에 대해 이해하고 장악한 부분이 이미 우리 신족의 절반에 이릅니다.”

이 실험에서 생긴 예상 밖의 물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왜소한 초록 피부를 가진 신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496899호 실험에 관한 모든 흔적은 다 처리가 끝났나?”

“전부 청소했습니다. 모든 생명이 말살당했고, 눈앞의 이 예상 밖의 물체만 남았습니다.”

왜소한 초록 피부의 신족이 물었다.

“그의 체내에 몹시 특수한 정황이 드러나 있나?”

“결코 그런 정황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실험에서 예상 밖의 사고가 일어난 건 대략 3만여 건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가두어 키우며 새롭게 배양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것들이 우리 신족으로 진화할지 여부를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예외없이 전부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래도 등급이 낮은 실험체를 결합해서 만든 산물이니까요. 그래서 그 후로부터 탄생한 예외적인 실험체는 전부 말살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그래 봤자 전부 평범해서, 가둬서 키우면 우리 신족의 자원을 크게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왜소한 초록 피부의 신족이 말했다.

“그럼 말살해버려라!”

“예!”

“말살하기 전에 모든 데이터를 보존해두어야 한다. 여기에 적지 않은 자원이 들어갔으니 낭비해서는 안 되니 말이다.”

“예!”

고작 몇 초 뒤에 에너지 로봇이 말했다.

“모든 데이버를 업로드해서 백업 완료되었습니다!”

“말살해라!”

녹색 신족이 말하자, 금색 가면의 신족 여자가 답했다.

“예!”

이윽고 그녀 앞에 스크린이 나타났다.

“목줄과 실험체의 혼백 묶임을 해체하라.”

그 순간 두변의 머릿속과 혼백이 텅 비는 기분이었다.

곧이어 두변 목에 있는 목줄이 곧바로 풀렸다.

에너지 로봇 하나가 다가와서 두변의 목에 있는 목줄을 가져갔다.

신족에게는 그 목줄이 두변보다 더 진귀했다. 그건 회수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이니까.

에너지 로봇이 주사바늘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블랙홀에 가까운 에너지 한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바늘을 곧바로 두변의 머릿속에 찌른 뒤, 천천히 그걸 주사했다.

순식간에 두변의 동공이 흐트러지고, 혼백이 곧바로 소멸하려고 했다.

이게 바로 신족의 말살이었다. 겉보기에는 조금도 고상해 보이지 않았다.

일장을 내려쳐서 연기로 만드는 것도 없었고, 무시무시한 빛을 비춰서 혼비백산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에너지 로봇이 묻자, 금색 가면의 신족 여자가 말했다.

“쓰레기 회수장으로 보내서 단체로 불태워 분해시켜라. 에너지를 아주 조금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예!”

에너지 로봇 두 개가 다가와서 두변의 몸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갔다.

감방 안에 있던 신족 과학자들은 전부 각자 흩어졌다.

두변에게 그가 신국에 진입한 건 크나큰 사건이었지만, 신족 과학자들에게 두변이 그곳에 도착한 일, 두변을 말살하는 일 모두가 별거 아닌 일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미 이런 말살을 몇만 번이나 진행했다.

실험이 끝난 뒤, 사용한 흰 쥐를 귀엽다고 해서 죽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에너지 로봇 두 개가 두변의 시체를 짊어지고 특수한 통로를 따라서 피라미드의 중심 심연으로 향했다.

그곳이 바로 에너지 분해 및 회수 센터였다.

조금 더 속되게 말하면 쓰레기 분리수거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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