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장: 496899호
풍덩.
에너지 로봇 두 개가 두변의 시체를 던졌다.
두변의 시체는 끊임없이 추락해서 장장 몇만 미터나 떨어졌다.
풀썩!
시체가 부드러운 물건들 더미 위로 떨어졌다.
높은 곳에서 그곳을 내려다보면 그곳은 시체들의 망망대해와 같았다.
여러 가지 시체가 다 있었다.
인간 외형도 있었고, 문어 외형, 초록 피부를 가진 거북이 인간 같은 외형도 있었고, 심지어 검은 그림자 한 덩어리의 외형도 있었다.
어쨌든 각양각색의 시체들이 다 있었다.
하지만 예외 없이 그것들은 전부 신족 실험에서 만들어진 예상 밖의 생물이었다.
그들은 매번 실험에서 억만 명 중에 하나 있을까 한 정도로 드물게 탄생한 생명의 기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존재들이 전부 쓰레기로 전락해서 산더미처럼 쌓여서 분해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서 보름, 한 달, 석 달,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그 반년 안에 이 심연에는 또 연달아 시체 수십 구가 던져졌다. 평균 며칠에 한 구씩 던져졌다.
두변은 이미 완전히 묻혀 버렸다.
마침내 시체 3만 구가 가득 모여서 쓰레기를 분해하고 회수하는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초록 피부의 신족 과학자가 말했다.
“쓰레기 심연이 가득 찼으니 분해와 회수를 진행해라!”
“예!”
신족 피라미드 에너지 회수 센터가 가동되었다.
솨아!
한순간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빛이 힘차게 쏘아져서 쓰레기 심연 안에 있는 시체 몇만 구가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두변이 눈을 확 떠버렸다.
신족의 에너지 법칙에 따르면 두변의 혼백이 사형 주사를 맞은 뒤엔 반드시 죽은 목숨이었다.
어떤 용족의 힘이나 악마의 힘으로도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는 죽지 않고 눈을 떴다.
설마 신족 중에 누군가 사정을 봐줘서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그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솨아!
두변은 눈을 뜨자마자, 완전히 연기로 사라져버렸다.
이 시체 수만 구에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에너지가 함유되어 있었고, 에너지 회수가 끝나면 아주 작은 에너지 정체만 남게 된다.
에너지 회수가 끝이 났다.
작디작은 에너지 정체가 다시 신족의 실험실 안으로 돌아갔다.
“전하, 이건 시체 3만 구를 응축시킨 에너지 정체입니다.”
금색 가면의 신족 여자가 손짓을 하자, 에너지 로봇이 물러났다.
순식간에 방문이 닫히고, 그 거대한 공간 안에 금색 가면을 쓴 신족 여자만 남았다.
금색 가면을 쓴 신족 여자가 손을 휘두르자, 주변이 해변 모래사장으로 변했다.
그 신족 여자는 입은 옷을 살짝 떼어내고 얼굴에 쓴 가면을 벗었다.
적어도 겉보기에 그녀는 완전히 인간의 모습이었다.
설마 신족은 인간과 똑같이 생겼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신족은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으니, 그녀가 이런 모습으로 변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인간의 외형이 보기 좋다고 생각하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인어처럼 바닷물에서 헤엄쳤다.
대략 한 시간 정도 헤엄친 다음 그녀는 바닷물에서 나와 모래사장으로 돌아왔다.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공중에는 부드러운 구름이 하나 생겨서 그녀는 편안하게 그 위에 누웠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모래사장, 푸른 바다.
그들은 신족이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쉽게 모든 걸 누릴 수 있었다.
손으로 가볍게 소환하자, 그 작디작은 에너지 정체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그녀는 태양에 대고 이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에너지 정체를 비추어봤다.
가볍게 한숨을 후하고 불자, 반지 하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이 에너지 정체를 반지에 끼운 뒤, 그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웠다.
에너지 정체가 너무 커서 반지가 보기 좋지는 않았다.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반지가 사라지고, 이번에는 작은 왕관이 나타났다. 그녀는 에너지 정체를 그 왕관에 끼웠다.
그런 뒤 왕관을 머리에 썼다.
여전히 왕관도 보기 좋지 않았다.
이 에너지 정체는 왕관에 박아놓기 적합한 크기였지만 삼각형이었기 때문에 매우 이상해 보였다.
“하아…….”
신족 여자는 아무렇게나 그 에너지 정체를 모래사장에 던져놓았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라고는 없는 삶이었다.
모든 게 무미건조했다.
신족의 생활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마음이 가는 대로 모든 걸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아름다운 경치나 맛있는 음식, 어떠한 욕망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걸 얻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공허하게 변했다.
하지만 신족은 또 탐욕스러웠다.
그들은 어떤 것도 잃으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신족들의 유일한 적은 바로 시간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영생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영원한 목표는 바로 우주 법칙을 이기는 것이었다.
신족은 무적일까?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들에게는 적수가 없었다.
“너무 지루해!”
신족 여자가 탄식했다.
갑자기 그녀가 눈을 떴다.
모래사장에 한 명이 늘어나 있었다.
바로 496899호 실험의 예외 생명체였다.
그가 어째서 살아날 수 있지?
살아났을 뿐 아니라, 훨씬 강해졌잖아?
하지만 1초 뒤, 두변은 고정되어 버렸다.
신족 여자 소피아가 손을 휘두르자, 모래사장과 해변이 모두 사라지고 실험실로 돌아갔다.
“고급 에너지 살상진!”
신족 여자 소피아가 명령을 내리자, 두변 주변에 거대한 에너지 진이 나타났다.
“496899호를 철저히 폭격해서 연기로 사라지게 만들어라. 어떤 에너지도 보존하거나 회수할 필요 없다!”
순식간에 두변의 몸이 또다시 연기로 사라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수많은 에너지 입자가 완전히 흩어지며 사라졌다.
두변을 폭격해서 죽여버린 뒤, 신족 여자 소피아는 또다시 주변을 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주위의 에너지 입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먼저 빛 형태의 그림자로 모였다가 이내 실체가 되었다.
496899호 실험체가 다시 부활했다.
이번에는 신족 여자 소피아도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
신족 여자 소피아가 말했다.
“전하들께서는 실험실로 와주십시오. 우리에게 이변이 나타났습니다. 제496899호 실험체가 어떻게 해도 죽지 않습니다.”
신족 과학자 수십 명이 두변을 둘러싸고 관찰했다.
그들은 이미 두변을 백 번 이상 죽였다. 하지만 매번 두변은 죽지 않는 데다가, 심지어 얼굴에 기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갑자기 어떤 에너지 로봇이 말했다.
“원인을 찾았습니다! 두변 실험체가 죽지 않은 이유는 그가 정신 얽힘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떤 용족 암컷과 정신 얽힘, 에너지 얽힘을 진행해서 생명과 의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두변 실험체는 저희의 목줄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뜻밖에 고의로 관련된 데이터를 지워버렸지만 우리는 이미 그 데이터들을 복구했습니다. 그 용족 암컷은 사전에 지구의 파생된 차원을 떠나서 삼중성 구역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때 왜소한 초록 피부의 신족이 말했다.
“소피아, 너의 분신은 그 용족 암컷을 쫓아서 죽이거라. 그런 뒤 동시에 두변 실험체와 막한 실험체를 죽여버려라!”
신족 여자 소피아가 대답했다.
“예!”
막한은 이미 7백억 킬로미터 이상이나 날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태양계의 인력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목적지인 삼중성까지는 아직도 매우 요원한 거리가 남아서 장장 4년 여의 시간을 더 날아가야 했다.
하지만 갑자기 어떤 거울 같은 것에 부딪혀서 바로 멈춰버렸다.
막한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성을 내며 질책했다.
“왜 내 길을 막고 그래? 좋은 개는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막지 않는다고.”
신족 여자 소피아가 막한의 목을 움켜쥐고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막한이 턱을 치켜들고 무시하듯 눈앞의 신족 여자 소피아를 쳐다보았다.
신족 여자 소피아가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모를 줄 아나? 너는 삼중성에 가려고 하겠지. 너희 같은 저등한 종족은 우리 앞에서 아무런 비밀도 없다. 너희의 뇌 영역은 다 투명해.”
“알긴 개뿔.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은 애초에 삼중성이 아니야.”
막한이 속으로 생각했다.
‘두변은 내게 세 개의 태양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했다고. 무슨 삼중성이라고 하다니, 가소롭기도 하지.’
신족 여자 소파아는 당황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종족이 어떻게 이 지경으로 멍청할까?
두변은 확실히 막한에게 삼중성이라고 말했지만 막한은 그런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생전 기억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생스럽게 비행할 필요가 없다. 내가 널 데리고 가서 또 다른 비천한 수컷 가축과 만나게 해주지.”
이윽고 소피아는 막한의 목을 움켜쥐고 순식간에 공중에서 사라졌다.
1초 뒤.
막한은 신족 피라미드의 실험실 안에 나타났다.
그때 두변은 여전히 침대에 고정된 채, 에너지 진에 의해 철저히 속박되어 있었다.
잠시 후, 신족 수십 명이 실험실로 들어왔다.
가장 선두에 있는 건 여전히 그 왜소한 녹색 신족이었다. 그가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데려왔나?”
신족 여자 소피아가 말했다.
“예, 바로 이 암컷 가축이 두변 실험체와 정신 얽힘, 에너지 얽힘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한쪽이 죽지 않는 한, 나머지 한쪽도 영원히 죽지 않은 채, 생명과 에너지, 의지를 공유합니다. 다만 이 암컷 가축은 바보입니다.”
왜소한 초록 피부의 신족이 말했다.
“바보만이 아무런 주저 없이 정신 얽힘을 받아들일 수 있지. 100퍼센트 신뢰가 없이는 두 생물 간에 영원히 정신 얽힘을 진행할 수 없다.
되었다. 기왕 수수께끼가 풀렸으니 이 버그를 처리해라.
파멸 에너지 진을 준비해라. 똑같은 두 대를 준비해야 한다.”
명령이 떨어지자 수많은 에너지 진이 두변과 막한을 중간에 포위해버렸다.
“남편, 저들은 누구야?”
막한이 묻자, 두변이 답했다.
“병신들이지.”
“남편,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해?”
“조급해하지 마.”
두변이 욕하는데도 신족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들은 분노의 감정조차 없었다.
“준비!”
“3!”
“2!”
“1!”
“동시에 폭격해라!”
순식간에 에너지 진 두 개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두변과 막한의 육체가 순식간에 연기로 사라졌다. 수많은 에너지 입자로 변하며 완전히 흩어져서 육안으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들은 박수를 치지도 환호를 하지도 않았다. 원숭이 두 마리를 죽일 뿐인데 무슨 축하가 필요하겠나?
이건 단지 실험에서의 작은 버그를 해결하는 일에 불과했다. 이런 일은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가끔씩 발생했다.
게다가 이번에 두변 실험체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더 이상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 두변과 막한, 정신 얽힘을 진행한 암컷과 수컷 가축을 동시에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왜소한 초록 피부의 신족이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소피아도 그곳을 떠나려 했다.
그런데 실험실 입구까지 걸어갔을 때, 소피아는 조금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녀는 절로 뒤돌아서 그곳을 바라봤다.
이윽고 온몸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두변이 또다시 부활했다.
두변이 가만히 그곳에 누워있었다.
이윽고 바보 용족 막한도 마찬가지고 아무런 손상 없이 그곳에 누워있었다.
막한이 위아래로 자신을 살펴본 뒤 물었다.
“남편, 내가 어떻게 다시 살아난 거야?”
신족 여자 소피아가 말했다.
“모든 이는 다시 돌아와 주십시오. 심각한 실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우리의 암컷, 수컷 실험체가 또다시 부활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극도로 심각한 실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장장 신족 수백 명이 두변과 막한을 둘러쌌다.
물론 여전히 원숭이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모든 이가 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건은 대단히 심각했다.
물론 이 두 실험체가 어떤 해를 끼친다는 말이 아니다.
두변 실험체는 막한보다 훨씬 강하긴 하지만 그는 영원히 신족이라는 유리천장에 닿지 못할 테니, 영원히 신족에게 상해를 끼를 수 없다.
두변이 위해를 끼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죽지 않는 점이 신족의 인식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미지의 것이 가장 두려웠다.
그건 신족의 장악하는 바를 넘어선 어떤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 점은 심지어 에너지에 대한 그들의 이해가 오류가 있다는 걸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서 두변과 막한은 수없이 살해당했다.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수만 번!
모든 방식으로 다 시도해 보았다.
참살, 폭발, 레이저 발사, 냉동, 한계치의 중력을 배가하는 것 등등등. 그런데 몇 번을 시도해봐도 두변과 막한은 죽지 않고 부활했다.
장장 몇 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신족은 여전히 두변이 영원히 죽지 않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관건은 두변이 불사불멸한다는 건 신족을 초월했다는 게 아닌가? 그건 모든 신족이 꿈에서도 바라는 결과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