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47화 (647/648)

647장: 신왕

“안 돼, 안 돼…….”

초록 피부의 신족과 소피아, 또 다른 신족 의회의 고위층은 피라미드에 생긴 그 균열을 보자, 최후의 날이 강림한 걸 본 것처럼 충격에 빠져버렸다.

세 개의 태양은 계속 혼란스럽게 운행하면서 마찬가지고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인력을 방출했다.

신족 피라미드의 균열은 점점 더 커졌다.

“넌 미쳤어, 미쳤다고…….”

초록 피부의 신족이 두변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

“미쳤나? 너는 피라미드를 망가뜨리고, 신족 수백만 명을 죽여버릴 거라고. 너는 신족 문명을 멸절시켜 버릴 거야.”

콰과과광.

온 세계가 다 떨리고 있었다.

신족에게 종말이 강림했다.

세 개의 태양은 혼란스러우면서도 크나큰 인력이 미친 듯이 신족 피라미드를 찢어놓았다.

두변이 목청이 터질 듯이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 모든 용족, 모든 마족, 나는 너희를 위해 복수하겠다. 나는 모든 신족을 죽여버리겠어!”

큰소리가 울려 퍼지고, 신족 피라미드는 세 개의 태양의 인력으로 인해 무참히 두 개로 찢어졌다.

안에 있는 모든 실험실, 에너지 진, 공간이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신족 피라미드가 계속 찢어지고 있었다.

두 조각으로 찢어진 게, 4조각, 8조각, 16조각으로 찢어졌다.

“두변 만세, 만세, 만만세!”

신족 피라미드가 붕괴된 뒤에 반신(半神) 죄수 수만 명이 자유를 되찾았다.

그들도 두변처럼 다 신족 실험의 희생양이었다.

지금 두변이 신족 피라미드를 부순 건 그들의 복수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들이 어떻게 미친 듯이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나.

신족 의회의 의장인 왜소한 초록 피부의 신족은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가 두변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네가 우리 문명을 망가뜨렸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대가를 들였는데? 그런데 네가 그걸 부숴버리다니!”

두변이 그 초록 피부의 신족을 보며 말했다.

“그럼 당신들의 유희와 실험이 또 얼마나 많은 문명을 망가뜨렸지?”

초록 피부의 신족이 말했다.

“그것들은 실험적인 문명이었다. 우리가 창조해냈지. 기왕 우리가 그들을 창조했으니 그들을 파멸시킬 자격도 있다고.”

두변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른바 용족을 당신들이 만들었고, 악마도 당신들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럼 지구의 인간은? 그것도 당신들이 만들었나? 아니지. 그들은 우주에서 자연히 탄생한 생명 문명이야. 한데 그들도 당신들의 실험으로 사라졌어.”

“약육강식이다. 하등한 문명이 약소하다는 건 원죄를 지닌 거야. 파멸당하는 것도 몹시 정상적인 일이지.”

두변이 말했다.

“그럼 내가 지금 그 말을 당신에게 그대로 돌려주지!”

초록 피부의 신족이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두변, 너는 우리 고향을 망가뜨렸고, 우리 피라미드를 부숴버렸다. 하지만 너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나?”

신족 의장인 왜소한 초록 피부를 가진 자가 요란하게 웃었다.

순식간에 그가 허공에서 무릎 꿇었고, 신족 수백만 명도 전부 무릎 꿇었다.

초록 피부의 신족 의장이 허공에 대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위대하신 신왕(神王)이시여, 백만 년 전에 우리 종족이 치명적인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당신께서 저희에게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당신께서 저희를 다시 살아나게 하고 광명을 주셨습니다. 지금 당신의 백성들이 또다시 파멸당할 위기를 맞았습니다. 청컨대 모습을 드러내시어, 당신의 어리석은 어린양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신족 수백만이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헌제를 시작하라!”

이윽고 충격적인 장면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신족이 일제히 자폭해버렸다.

신족들이 한 명씩 연달아 연기로 사라졌다.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수만 명, 수십만 명, 백만 명…….

자폭한 그들의 에너지는 응축하고 응축해서 하나의 형체로 모였다.

이게 바로 신왕일까?

그 형체는 인류의 머리, 사지와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이나 이목구비가 없었다.

그의 손에는 손가락이 없었고, 발에는 발가락이 없었다.

그의 형체는 한없이 커졌다.

그 형체는 눈이 없었지만 고개를 숙여서 피라미드의 수많은 파편을 보았다.

그때, 모든 피라미드 파편은 질량이 일정 등급까지 작아져서 더 이상 부서지지 않았다.

그 형체가 가볍게 손을 들자, 에너지 피라미드 파편이 순식간에 전부 가루가 되었다.

이윽고 그가 다시 손을 휘두르자, 모든 분말이 다 빛으로 변해서 이 신왕의 체내로 모여들었다.

그는 더 이상 허무한 빛이 아니라 육체가 생겼다.

3천 킬로미터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전부 가루가 되어서 그의 육체로 응축되었다.

이윽고 그의 몸이 끊임없이 변하더니, 최후에 한 인간의 얼굴로 변하는 걸 선택했다.

신왕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두변, 너는 너의 일족을 위해 복수하고, 수많은 악마와 용족을 위해 복수하려고 했다. 그러려면 나를 찾아와야지, 내 백성들을 찾아가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애초에 무슨 신족 같은 게 아니라, 단지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태양처럼 따스했고,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이윽고 그가 가볍게 손을 들자, 순식간에 나머지 신족 수백만 명이 제 자리에 고정되어서 미동도 하지 못했다.

신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변, 너는 복수하려면 나를 찾아와야 했다. 내 백성들은 단지 내가 만들어낸 도구에 불과해. 일개미 같기도 하고, 로봇 같기도 하지. 네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한다면 신급 인공지능에 해당하지. 단지 그들은 그 점을 전혀 모르고, 자신들을 진정한 생명체로 여겼고, 진정한 신족으로 여기더군.”

두변은 수백만 명이 고정된 걸 바라봤다. 시선도 움직일 수 없는 신족을 보니 온몸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신왕이 한숨을 쉬었다.

“네 머리로 생각해봐라. 수만 개의 차원을 조정할 수 있는 신족이 이토록 약할 리가 있겠나? 너에게 쉽게 죽임을 당할 정도로?

두변, 너는 생각이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단 말이야. 너는 언제나 신이 생명체의 외형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사실 네가 본 피라미드 그 자체가 바로 나다! 피라미드는 어째서 신일 수는 없지?”

이윽고 신왕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그의 몸이 갑자기 변해서 다시 완전무결한 피라미드로 모였다.

그가 손가락을 공중에 가볍게 떨어지자, 두변에게 살해된 수많은 신족, 방금 전에 자폭해서 사라졌던 수많은 신족이 하나씩 다시 응축되었다.

신족 백성 수백만이 전부 다시 나타나서 공중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로봇처럼 말이다.

신왕이 말했다.

“두변, 너는 많은 걸 오해하고 있구나. 너는 하나의 문명이 아주 많은 생명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신은 영원히 고독한 것이다. 적어도 나라는 신은 나 하나밖에 없지. 내가 문명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다.”

두변이 물었다.

“그럼 당신이 수많은 차원을 도살해서 수많은 문명을 멸절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죽여버린 건 어째서지?”

신왕이 답했다.

“생명을 죽이는 데 이유가 필요하나? 왜냐하면 생명이야말로 최고의 에너지기 때문이지. 어떤 신들은 수많은 생명의 신앙이 되고 경배를 받으면서 강력한 힘을 가지지. 그런데 어떤 신은 수많은 생명을 도륙하면서 강해져. 예를 들면 나처럼 말이지!

두변, 너는 대단히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이 고급 에너지 로봇이 너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심지어 네가 고급 지능 백만 개를 도살한 나머지, 내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게 했으니까.

되었다. 이제 널 죽이겠다. 너의 불사불멸의 방법은 제법 괜찮더구나. 너는 자신의 혼백을 절대적으로 정지된 공간 안에 가둬두었어. 그 공간 안에서는 시간조차 정지되었기 때문에 네 혼백은 자연히 영원히 불멸하지. 그런데 네 신체는 바깥에서 떠돌고 있어서 아무리 몇 번이나 연기로 사라져도, 아무리 블랙홀 안에 던져져도 부활할 수 있었지. 시간이 정지된 공간 안에서는 네 혼백은 영원히 불멸하니까 말이야.”

두변은 침묵했다.

신왕의 말이 맞았다.

그 신비한 장신구, 어머니가 그에게 준 장신구였다.

종말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모든 용족과 악마가 힘을 두변에게 바쳤다.

두변은 거울을 비춰본 것처럼 거울 안에 있는 건 마족 두변이었고, 거울 밖에 있는 건 용족 두변이었다.

바로 두 두변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의 혼백이 그 신비한 장신구에서 나왔다.

두변의 혼백은 그 신비한 장신구 속으로 파고들었다.

장신구의 내부 공간도 마찬가지로 두변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훨씬 넘어섰다.

이 공간 안은 모든 게 정지되어서 시간까지 정지되었다.

일단 시간이 정지되면 두변의 혼백은 영원히 그곳에 고정되어서 자연히 영원히 죽지 않는다.

두변은 자신의 혼백을 신비한 장신구 공간 속에 숨겨둔 뒤, 자신의 육체를 바깥으로 보냈다. 또 이 신비한 장신구를 세상의 균열 속에 숨겨두었다.

그게 바로 두변이 줄곧 불사불멸할 수 있었던 비밀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두변은 막한에게 빨리 지구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녀더러 세상의 균열에 가서 이 신비한 장신구를 꺼낸 뒤에 가장 은밀한 곳에 숨겨두고 지구에서 멀리 떠나라고 했다.

신왕이 손가락을 가볍게 그어서 공중에 틈 하나를 만들었다. 그런 뒤 손을 집어넣어서 한 사람을 잡아서 꺼냈다.

막한이었다. 그녀 목에는 그 신비한 장신구가 걸려 있었다.

그녀가 당황하며 말했다.

“어? 여기는 어디지? 내가 어디로 온 거야?”

신왕의 몸이 끊임없이 작아져서 평범한 사람과 같은 크기로 변했다.

그런 뒤 그 신비한 장신구를 가볍게 가져왔다.

신왕이 물었다.

“너는 이게 무슨 물건인지 아나? 이건 신의 장신구다. 내가 지구에 놓아둔 것이지.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득한 우주는 너무 커서, 나는 부표를 하나 던져서 표시를 해야 했지. 이 위에 있는 신비한 문자가 보이나? 너희 문자로 말하면 이건 496899다!”

두변은 그가 신족 피라미드에 진입했을 때, 그가 496899호로 불렸던 일이 떠올랐다.

신왕이 웃으며 말했다.

“분명히 내가 던져놓은 표식인데 너는 이걸 네 목숨을 구해줄 지푸라기로 여기다니, 참으로 무지해서 얼마나 귀엽던지! 나는 이런 표지가 아주, 아주 많다!”

이어서 두변의 눈앞에 수많은 장신구가 나타났다.

그 위에 신비한 룬 문자가 새겨진 장신구가 수천, 수만, 수십만 개나 있었다.

신왕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장신구 내부는 독립적인 우주 같아서 시간이 정지되어 있지. 너는 나를 제외하고 누가 이토록 높은 등급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되었다. 두변, 아무리 네가 요령을 부려서 벗어나려고 해도 너에 관한 유희는 여전히 끝이 났다. 세상과 작별을 고하거라!”

신왕이 그 신비한 장신구를 가볍게 쥐어서 부수는 것만으로 두변을 완전히 죽일 수 있었다.

두변이 말했다.

“잠깐! 신왕, 두 가지만 묻겠다.”

“말해라.”

“나는 내 아내와 자식들을 부활시키고 싶어서 두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첫 번째는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속도가 광속이 넘어가면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내가 몇 년 전으로 돌아가면 내 아내와 자식들을 만날 수 있고, 세상이 파멸될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그 길은 갈 수 있나?”

신왕이 고개를 저었다.

“갈 수 없다.”

“두 번째 방법은 우주에서 웜홀 하나를 찾아서 과거로 돌아가서 세상이 파멸할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그 길은 갈 수 있나?”

“그 길도 갈 수 없다!”

“그럼 내가 너를 죽이면 내 아내와 자식들을 부활시킬 수 있고, 지구를 파멸될 운명에서 구할 수 있나?”

신왕이 미소지었다.

“물론 가능하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어떤 신은 수많은 생명의 신앙으로 힘을 얻지만, 어떤 신은 수많은 생명을 죽여서 강해진다. 나는 후자라서 끊임없이 생명을 도륙해야 하지. 심지어 태양계의 인류를 죽이는 걸로는 훨씬 부족해서 인류의 유전자를 이용해서 악마족과 용족을 만들어냈다. 그건 너희 인간이 돼지를 키워서 살찌운 뒤에 잡으면 더 많은 고개를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지.

496899호, 너와 관련된 유희는 완전히 끝났다.”

두변은 막한의 손을 잡았다. 그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신왕이 그 신비한 장신구를 가볍게 비틀자, 그 장신구는 완전히 연기가 되어버렸다.

안에 있는 공간도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고, 두변의 혼백은 안에서 둥둥 떠나왔다.

이어서 신왕은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튕기거나, 두변의 머리를 때릴 필요도 없었다. 다만 미소 지으면서 따뜻한 눈빛으로 두변을 쳐다봤다.

두변과 막한의 혼백이 연기로 사라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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