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무제-648화 (완결) (648/648)

648장: 시간의 초침

그와 동시에, 반신족 수만 명이 등불에 날아드는 나방처럼 두변에게 달려갔다. 물론 반신족이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신의 실험체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사용해서 두변을 구하려고 했다.

휙, 휙, 휙, 휙, 휙.

이 이 실험체 수만 명은 각자의 모든 믿음과 희망을 두변에게 기탁했다.

그들의 생명과 혼백이 끊임없이 두변의 체내로 주입되었다.

신왕이 담담하게 웃었다.

“수많은 차원의 신앙을 사용해서 새로운 신을 만들겠다고? 이미 늦었다!”

반신족(실험체) 수만 명, 수만 개 차원과 세계를 대표하는 실험체들이 전부 두변을 위해 희생했다.

신왕은 손을 두변의 정수리에 놓고 가볍게 두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두변은 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자결을 선택했다.

펑!

순식간에 그와 막한 두 사람의 몸이 연기로 사라졌다.

이번에 그는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었다.

신왕은 눈을 감고 그 기분을 누렸다.

이게 바로 강자가 된 재미였다.

“두변, 아느냐? 방금 전 그 한순간에 너는 수많은 차원의 생명체에게 희망을 기탁받았을 뿐 아니라, 수많은 생령에게 믿음을 얻어서 아주 조금의 차이로 진정한 신이 될 뻔했구나!”

잠시 후.

신왕이 변신해서 다시 그 3천 킬로미터 크기의 피라미드로 변했다.

피라미드 안의 고등 지능 수백만 개는 여전히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그들의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피아가 방 안에 나타나서 한숨을 쉬었다.

“신족은 무적이라서 너무 쓸쓸하고, 너무 지루하군!”

이윽고 그녀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그녀의 방 안이 바다로 변했다. 그녀가 입은 옷이 흔적 없이 사라진 뒤,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서 헤엄쳤다.

두변에 관한 모든 것, 피라미드에 관한 모든 기억은 그녀의 머릿속에 찢겨져 나가 전부 존재하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고등 지능 수백만 개는 계속 자신들이 신족이자, 최강의 문명 생명이라고 여기며, 일사불란하게 계속 수많은 차원을 조종하며 파멸의 유희를 진행할 것이다.

두변이 또다시 눈을 떴다.

그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눈앞의 장면이 가져다준 시각적 충격은 모든 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또 그가 연옥탑 제9층을 나가며 처음으로 신 등급의 피라미드의 풍경을 봤을 때를 뛰어넘었다.

이곳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항성계의 지옥? 우주의 명계?

수많은 죽어버린 혼백이 더할 나위 없이 기나긴 은하를 만들어서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수억, 수십 억, 수백억도 아니라 훨씬 더 많았다.

이곳에는 인류, 용족, 악마, 정신 생명체, 에너지 생명체 등이 있었다.

어쨌든 수천수만 가지의 생명체의 형태가 다 있었다.

어쨌든 죽어버린 수많은 혼백이 대단히 기나긴 은하를 형성해서 끊임없이 흘렀다.

이곳에서 죽어버린 모든 혼백은 수많은 물분자처럼 규칙에 따라 끊임없이 흐르기만 했다. 눈을 뜰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두변뿐이었다.

두변은 이 영원한 죽음의 망령 은하에서 끊임없이 비행하며, 헤엄쳤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찾으려고 했다.

곧 그는 그들을 찾았다.

임야소의 혼백, 두효의 혼백, 반효의 혼백을 찾았다.

전부 찾아냈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을 전부 찾았다.

하지만 두변만 그들을 볼 수 있었다. 부활시킬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눈뜨게 할 수도, 심지어 만질 수도 없었다.

그들은 수많은 죽어버린 혼백과 함께 은하를 만들며 끊임없이 흘렀다.

“저들을 부활시켜야 해. 모든 걸 역전시켜서 모두를 구해야 해!”

어떤 신은 수많은 생명을 살육해서 강해지는 반면, 어떤 신은 수많은 생명의 믿음을 얻어서 강해진다고 했다.

두변이 가장 먼 곳까지 날아갔을 때, 어떤 항성계 같은 존재를 보게 되었다. 그건 은하계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조금 유사했다.

은하계는 수많은 항성이 은하계의 중심을 둘러싸고 회전한다.

그런데 두변이 눈앞에서 본 모든 것은 수많은 혼백이 중심을 둘러싸고 빙빙 돌고 있었다.

두변은 이곳에 막 도착했을 때, 이곳이 항성계의 명계이자, 우주에 있는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 관점을 바꿔야 할 듯했다.

두변은 계속 바깥으로 날아갔다. 수면에 비친 태양계와 삼중성(세 개의 태양)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삼중성을 향해 날아갔다.

이 세계 안에서 모든 혼백은 하나의 광양자(光量子)와 같았고, 은하계에 있는 항성과 같았다. 다들 자유롭지 못하고, 은하의 중심을 둘러싸고 빙빙 돌았다.

유독 두변의 혼백만 자유롭게 마음대로 비행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세계를 떠나서 삼중성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비행하고, 비행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여전히 이 세계를 떠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괴상한 건 삼중성의 세 개의 태양이 그의 시야에서 크기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치대로라면 두변이 세 개의 태양을 향해 끊임없이 비행하고 있으니, 세 개의 태양은 빛이 점점 더 커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고, 크기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윽고 두변은 마침내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이 공간은 독립적인 우주 공간이라서 바깥의 우주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날아봤자 거리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이 안의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바깥과 다르다.

다음으로 이 독립된 우주 공간은 사실 신왕의 영역이다.

두변은 신왕의 뇌 영역 안에 있는 것이다.

모든 차원의 생명은 살해되고 나서, 죽어버린 모든 혼백은 다 신왕의 뇌 영역에 도착해서 신왕의 정신력의 기초입자로 변했다.

죽어버린 모든 혼백은 전부 신왕 뇌 영역의 광양자나 입자에 불과했다.

사실은 매우 단순했다.

신왕은 끊임없이 생명을 길러낸 다음에, 생명을 도살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뇌 영역에 입자를 보충했고, 자신의 정신력을 보충했다.

이 신왕은 천문학적인 생명을 도살해서 모든 생명을 자신의 정신 입자로 만들었다. 그는 수만억 이상의 생명을 집어삼켰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강해졌다.

그가 끊임없이 생명을 도살하는 건 재미있어서가 아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였다.

이 공간이 사실 신왕의 뇌 영역 안이라는 걸 확실히 안 뒤에, 두변은 이전의 모든 고정 관념을 버려야 했다.

우선 크고 작음, 그 개념은 의미가 없어졌다.

두변이 있는 신왕의 영역은 독립적인 공간 세계였다. 그래서 이곳의 크기는 바깥에 있는 우주 공간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이건 또 다른 미시세계에 해당했다.

그 외에 버려야 할 개념은 시간의 길고 짧음이었다.

신왕의 뇌 영역 안이라는 독립적인 공간 안에서 시간의 길고 짧음은 바깥과 그다지 큰 관계가 없었다.

이런 원리를 분명히 알게 된 뒤, 두변은 한 가지 사실을 확정지었다. 우선 그는 절대로 이 세계 안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부활시키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 세계 안에서 아내와 자식들의 혼백은 다 하나의 입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왕의 그 말이 맞았다. 아내와 자식들을 부활시킬 유일한 방법은 신왕을 죽이는 것이다.

신왕을 죽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인과를 전복해버리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인과를 뒤집어야만 죽음을 만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왕을 죽일 수 있을까?

지금 두변의 혼백은 여전히 신왕의 뇌 영역 속에 갇혀 있었다. 양쪽의 실력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했다.

신왕의 뇌 영역을 은하계로 설명한다면 두변은 항성 하나였다.

신왕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두변은 그의 체내에 있는 세포 하나일 것이다.

일개 세포가 사람 하나를 이긴다는 게 가능할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했다. 암세포가 바로 무한히 분열하며 집어삼킨 끝에, 최후에는 생명 전체를 집어삼켜 버린다.

게다가 두변은 그런 에너지를 가진 것 같았다.

그가 죽기 직전에 반신족 수만 명은 모든 희망과 믿음을 그에게 기탁했다.

반신족 실험체 수만 명이 죽기 전에 두변에게 자신의 믿음을 내보낸 건 일종의 일방적인 정신 얽힘이었다.

그건 두변이 일방적으로 그들의 모든 힘을 누릴 수 있고, 그들의 의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아무런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두변이 생각을 움직였다.

그 순간 수많은 혼백이 빙빙 도는 걸 멈췄다.

이 수만 개의 혼백이 바로 일전에 두변을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반신족 실험체 수만 개였다.

두변은 반신족 수만 개의 믿음을 얻었고, 그 반신족 수만 개는 수천수억 개의 생명으로부터 믿음을 얻었다.

두변은 최대로 생각을 움직여서 자신을 믿는 모든 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부 멈추고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했다.

한순간 수억 개가 넘는 죽어버린 혼백들이 멈추고 움직이지 않았다.

두변의 아내와 자식들, 또 그의 부모님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두변은 신왕의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어떤 신은 생명을 도살하고 집어삼키며 강해지지만, 또 어떤 신은 믿음에 의해 강해진다고 말이다.

두변은 직접적, 또 간접적으로 수많은 생명으로부터 절대적인 믿음을 획득해서 이미 신에 몹시 가까워졌다.

하지만 수억 개의 혼백은 움직이는 걸 잠시 멈췄을 뿐, 곧 움직임을 회복했다.

그들이 두변을 믿는다고 해도, 신왕의 이 뇌 영역 우주 안에서 만유인력이 너무 커서 저항할 수 없었다.

두변이 진정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건 반신족의 혼백 수만 개뿐이었다.

신왕을 죽이려면 그의 뇌 영역 우주를 없애버려야 하고, 그러려면 뇌 영역 우주의 중심으로 가야 했다.

그의 뇌 영역은 항성계처럼 수많은 혼백이 중심을 둘러싸고 빙빙 돌았다. 수많은 항성이 은하계의 중앙을 둘러싸고 회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은하계의 중앙에는 블랙홀이 있다. 그렇다면 신왕의 뇌 영역 우주의 중심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신왕의 뇌 영역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수많은 혼백이 도는 속도가 더 빨라진 걸 발견했다.

중심 위치에 도착하자, 수많은 혼백이 도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두변은 드디어 신왕 뇌 영역의 중심을 목격했다.

역시나 블랙홀 하나가 있었다. 그 블랙홀이 바로 신왕의 뇌 영역의 핵심적인 정신이자 핵심 생명이었다.

평범한 항성계와 똑같았다.

그렇다면 신왕을 죽이는 일은 간단하면서도 극도로 험난하게 변했다.

간단하다는 말은 곧바로 이 블랙홀을 없애버리면 신왕은 완전히 붕괴하고 파멸해서 영원히 죽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블랙홀을 없애버려야 할까?

블랙홀은 빛을 포함해서 모든 에너지와 물질을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공격 방식이 블랙홀에게 효과가 없게 된다.

갑자기 두변의 머릿속에서 극도로 무시무시한 방법이 떠올랐다.

블랙홀을 사용해서 블랙홀에 맞서는 것이다.

그건 나머지 반신족의 혼백 수만 개를 압축하고 붕괴해서 블랙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가 신왕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 반신족들은 그를 믿었기 때문에 죽기 전에 모든 의지, 에너지, 물질을 두변에게 넘겨줬다.

두변이 그들의 혼백 물질을 붕괴시켜서 블랙홀로 만든다는 건 영원히 그들을 죽여서 그들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작 잠시 후, 두변은 결정을 내렸다.

신왕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라면 그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고, 무슨 대가든지 지불할 수 있었다.

“모두, 미안하다!”

두변이 묵념하며 말했다.

그런 뒤 그는 나머지 반신족의 혼백 1만여 개를 통제하고, 그들의 모든 의지, 힘, 물질을 통제한 뒤 그것들을 붕괴시켰다.

만 개의 혼백이 응축되기 시작해서 한계치까지 응축되었다.

최후에 그것들은 블랙홀로 변했다. 극도로 작지만 또 극도로 강한 블랙홀이었다.

작은 블랙홀을 통제해서 신왕 뇌 영역 중심에 있는 큰 블랙홀에 충돌하려던 두변은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두 블랙홀의 충돌은 기본적으로 단 한 가지 결과를 맞는다. 바로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규모가 같은 두 블랙홀이 서로 부딪치면 먼저 끊임없이 에너지를 방출한 뒤 서로 인력이 발생하고, 최후에는 한데 융합해 버린다.

크고 작은 두 블랙홀이 충돌하면 작은 블랙홀은 큰 블랙홀에 집어삼키고 융합된다.

그러니 두변이 떠올린 블랙홀 충돌 전술은 몹시 멋있긴 하지만 반드시 실패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블랙홀을 상대할 때 아무런 방법도 없단 말인가?

이 신왕이 무적이 되도록 예정되어 있나?

시간이 없었다.

이 공간 안에서 시간이 다르게 흐르지만 두변이 통제하는 이 작은 블랙홀의 생명도 고작 한순간이었다.

곧 블랙홀이 죽으며 폭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두변에게는 이 블랙홀을 유지할 충분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두변은 미친 듯이 머리를 움직였다.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다!

그렇다!

두변은 곧 방법을 떠올렸다.

블랙홀도 하여금 끊임없이 에너지를 잃게 만들면, 그것은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하며, 미친 듯이 방사능을 뿜다가 최후에는 폭발해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블랙홀에 에너지를 잃게 만들까?

그건 바로 마이너스 에너지였다.

마이너스 에너지가 블랙홀에 집어삼켜지면 블랙홀에 있는 총 에너지가 증가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감소한다.

우주의 어떤 물질이든 다 에너지가 있다. 우리가 발견한 모든 물질도 다 에너지가 있는데 반물질에도 에너지가 있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감소하지도 않는다. 그게 바로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그런데 이 우주에는 전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한 가지 에너지가 있었다.

그게 바로 마이너스 에너지다. 그건 플러스 에너지와 완전히 대응해서 두 가지가 결합하면 절대적인 0 에너지가 된다.

게다가 마이너스 에너지는 희귀하지 않다. 우주 안에 아주 많은 마이너스 에너지가 존재한다.

현대 지구에서 과학자 호킹 등이 블랙홀 역학의 4대 법칙을 제시했다.

물론 그 이론을 여기서 늘어놓지 않겠다.

하지만 그 이론에서 한 가지는 두변에게 몹시 중요했다. 바로 블랙홀이 형성된 주변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입자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플러스 입자는 플러스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마이너스 입자는 마이너스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건 단지 이론에 불과하고 증명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변은 그걸 시도해 보려고 했다.

이어서 두변은 몹시 잔인한 일을 하려고 했다.

그가 통제하는 작은 블랙홀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혼백 물질을 집어삼키게 만들어야 했다.

지금 두변의 행위는 신왕과 더는 차이가 없었다.

신왕은 한편으로는 집어삼키면서 한편으로는 생명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두변은 전적으로 집어삼키기만 했다.

두변은 블랙홀을 조종하면서 끊임없이 집어삼키고, 집어삼켰다.

역시 그의 블랙홀 주변에는 많은 반입자와 많은 마이너스 에너지가 나타났다.

두변은 그것들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블랙홀이 집어삼킨 건 두변을 믿는 혼백이 아니라, 낯선 혼백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혼백 물질이 만들어낸 반입자와 마이너스 에너지는 두변이 다스릴 수 없었다.

그 말은 두변의 블랙홀은 반드시 그를 믿는 사람을 집어삼켜야 했다. 직접적인 신앙을 가진 자든, 간접적인 신앙을 가진 자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게 바로 잔인한 사실이었다.

이윽고 두변의 블랙홀은 미친 듯이 그를 믿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 얼마나 비장한 일인가!

두변의 작은 블랙홀은 끊임없이 혼백을 집어삼켰다. 그것도 그를 믿는 자들의 혼백이었다.

두변의 블랙홀이 점점 커지면서 만들어내는 반입자와 마이너스 에너지가 점점 더 많아졌다.

이 마이너스 에너지들은 두변이 통제 가능했다.

수억,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 수만 억…….

셀 수 없을 만큼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두변은 그 마이너스 에너지들을 통제하며 미친 듯이 신왕 뇌 영역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로 달려들었다.

휙, 휙, 휙, 휙.

수많은 마이너스 에너지가 밀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신왕의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 에너지가 끊임없이 떨어졌다.

블랙홀이 점점 더 작아진 반면, 온도는 점점 더 높아졌고, 복사가 점점 더 많아졌다.

이건 몹시 위험한 상황이었다.

신왕 뇌 영역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에너지가 일정 등급까지 떨어지면 블랙홀 전체가 폭발할 것이다.

두변의 블랙홀은 계속해서 혼백을 집어삼켰다.

신왕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 에너지가 여전히 끊임없이 감소했다.

곧 임계치에 도달하려고 했다.

신왕은 경악했다.

지금 그는 대단히 후회했다.

두변을 죽이지 말았어야 했다. 두변을 그의 뇌 영역 우주 안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신왕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파멸의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5, 4, 3, 2, 1…….

두변은 더할 나위 없이 감격하며, 흥분했다.

성공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신왕의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 파멸되기 직전, 모든 게 중단되어 버렸다.

두변이 가진 마이너스 에너지가 더 이상 없었다.

그를 믿는 모든 혼백이 전부 집어삼켜졌다.

남은 건 그의 아내와 자식들밖에 없었다.

설마 아내와 자식들의 혼백까지 전부 집어삼켜서 양입자와 반입자로 변하게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신왕의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파멸까지 아주 조금만 남겨두고 있었다. 심지어 두변이 자신의 모든 아내와 자식들을 희생할 필요 없이 그중에 한두 명만 희생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물론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두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자신을 희생할까? 아니면 아내와 자식 몇 명을 희생할까?

거의 아무런 망설임 없이 두변은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블랙홀이 자신을 집어삼키게 해서, 자신이 플러스와 마이너스 에너지 입자로 변했다.

이윽고 그는 최후의 마이너스 에너지 입자, 즉 자신을 조종해서 신왕의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로 날아갔다.

휙.

최후의 반입자, 최후의 두변 마이너스 에너지가 신왕 뇌 영역 중심에 있는 블랙홀로 파고들었다.

신왕의 뇌 영역 안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완전히 임계치를 넘어섰고, 이윽고 맹렬하게 폭발했다.

신족 피라미드가 곧바로 사라졌다.

놀라운 폭발이 삼중성 항성계 안에 있는 모든 행성과 위성을 휩쓸었다.

근 2광년 안의 모든 별이 전부 연기로 사라졌다.

세 개의 태양이 폭발했고, 삼중성 항성계 전체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신왕이 죽었다.

수많은 차원을 파멸시킨 원흉이 죽었다.

강해서 못하는 게 없다시피 한 신왕이 죽었다.

두변은 모든 용족과 마족을 위해 복수를 했다.

시간의 초침이 거꾸로 돌아, 종말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일각 전으로 돌아왔다.

모든 게 파멸되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왔다.

본래 이 순간에 지구에서는 임야소, 두효, 미소녀 반효 등 모든 이가 연기로 사라질 것이다. 대녕 제국 차원에 있는 영설과 아들, 또 생후 몇 달 된 딸 아이, 차원의 모든 이가 다 연기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인과가 다 바뀌어버렸다.

지구에 살아남은 수십만 명은 두변의 아내와 자식들을 포함해서 모두 무탈했다.

대녕 제국 차원에 있는 모든 이도, 두변의 아내와 자식들을 포함해서 모두 무사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영원히 사라졌다.

예를 들면 모든 용예족이 전부 사라졌다.

거의 모든 용족과 악마, 두변의 친부모를 포함한 모두가 사라졌다.

연옥탑도 사라지고, 지금 그곳은 무성한 산림이 되었다.

모든 이가 다 두변의 귀환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돌아오지도,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두 세계는 중첩되었다.

대녕 제국 차원의 모든 생명, 날벌레와 길짐승, 아니면 물고기, 뱀, 새 등 할 것 없이, 심지어 모든 세균과 미생물까지 전부 현대 지구로 옮겨지고, 대녕 제국 차원과 현대 지구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온 행성이 순식간에 생명력이 충만해졌다.

거의 찰나 간에 바다에 수많은 물고기가 가득 찼을 뿐 아니라, 하늘에 수많은 새가 날아다니고, 수풀 속에는 수많은 길짐승이 가득 찼다.

작열하는 태양 안에 황금빛 궁전 하나가 있었다. 두변은 가만히 그 속에 앉아 있었다.

정상적인 이론 체계에 따라서 그가 신왕을 없애버리고, 신왕 뇌 영역 우주 안에 있는 블랙홀이 폭발하는 순간, 내부에 대량의 마이너스 에너지가 존재했기 때문에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에 웜홀이 나타났다.

두변의 풍부하지 않은 과학 소양으로 알고 있는 건, 웜홀과 블랙홀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게다가 블랙홀 안의 마이너스 에너지와 관계가 더욱더 밀접했다.

이 웜홀에 근거해서 두변은 시간의 초침을 역전해서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런 복잡한 과학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신왕이 파멸할 때, 두변은 자연히 신의 자리에 올랐다.

막한은 두변과 정신 얽힘을 진행해서 생명과 의지를 공유했기 때문에, 두변이 가진 걸 그녀도 가졌다.

그녀도 신의 자리에 올랐다.

단지 그녀는 아마도 최고로 흐리멍덩한 신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웬만해서는 어떻게 신통력을 시전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하는 건 자신의 영지를 순찰하는 것이다. 매번 일정한 시간이 되면 태양에서 출발에서 해왕성까지 날아간 뒤에 다시 돌아왔다.

시간의 초침을 종말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의 그 순간으로 놓아둔 건 두변의 선택이었지만, 또 두변의 선택이 아니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가 깨어나니 전에 그런 결과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또 그의 잠재의식이 내린 선택이었다.

시간의 초침을 종말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전으로 돌려놓지 않으려면 이세계가 지구에 침입하기 전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하면 현대 지구는 파멸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많은 이가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면 두변의 많은 아이 말이다.

게다가 대녕 제국의 에너지 문명과 현대 지구의 과학 문명도 영원히 하나로 합쳐질 수 없었다.

그 한순간에 두변은 혼백 깊숙한 곳으로부터 선택을 내렸다.

게다가 그 선택이 실제로 옳았다.

에너지 문명과 과학 문명의 결합은 인류 문명을 더 먼 길을 걷게 할 수 있었다.

물론 두변은 지구로 돌아가서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인류 문명이 자유롭게 발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가 아무런 영향을 주거나 간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아예 모든 지구인이 그가 없다고 생각하게 두어야 했다.

그는 그 위에서 묵묵히 지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인류가 또다시 치명적인 재난을 맞닥뜨리지 않도록 보호하기만 할 뿐이었다.

나머지 모든 시간 동안 그는 구경꾼 역할만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두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임야소도, 영설도 아니라 반효였다.

그녀는 어째서 용예족이 사라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엄마 몸에서 용예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져서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의 모습과 같았다.

방청의도 유명여왕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완완도 모든 매마의 특징이 전부 사라졌다.

그녀가 부활했을 때, 어떤 산림 안에 있었다.

이 세계에 인간만 남고, 나머지 모든 종족이 다 사라진 것 같았다.

반효는 아빠가 하늘에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지만 그들 곁에 돌아와서 함께 지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지구에 강림하면 지구 문명의 궤적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단념할 것이다.

하지만 반효는 기어코 단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빠와 함께 지내야 했고, 온 가족을 데리고 아빠와 함께 살러 가야 했다.

기왕에 아빠가 그들을 찾아올 수 없다면 그들이 아빠를 찾으러 가면 된다.

이윽고 그녀는 더욱더 미친 듯이 작업에 임했다.

에너지 문명과 과학 문명의 결합은 종말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이미 성과를 거뒀다.

제어핵융합만 완성한다면 우주 여행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써도 써도 다 쓰지 못하는 에너지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머릿속에 있었다. 반효의 머리뿐 아니라, 에너지 술사와 과학자들 수천 명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러니 이제 그것을 창조해낼 차례였다.

‘문명 대폭발’.

그 단어로 지구의 발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문명과 과학 문명이 결합한 뒤, 폭발하듯이 이룩한 발전은 사람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공중 비행선이 한 척씩 연달아 만들어졌다.

심지어 17년 뒤, 첫 번째 공중 건축물이 나타났다.

초전도(超傳導), 무중력에 도달한 건 과학 문명과 에너지 문명이 결합한 23년째였다.

첫 번째 제어핵융합을 사용한 우주선이 만들어졌다. 선장은 반효였다. 그녀가 대부분의 가족을 데리고, 우주선을 조종해서 지구를 떠나서 광대한 우주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처음으로 상륙하려고 선택한 지점은 바로 화성이었다.

우주선이 처량한 화성 표면에 착지했다.

선실의 문이 열리고 반효가 걸어나왔다. 그녀 눈에는 아빠 두변이 밖에 서서, 화성의 척박한 지면에 서 있는 것만 보였다.

반효가 재빨리 달려가서 코알라처럼 두변의 목에 매달렸다.

“아빠, 저는 아빠가 지구로 우리를 찾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올 수 있잖아요! 아빠는 우리의 세상이에요!”

두 번째로 걸어나온 사람은 두효였다.

그런 뒤 임야소, 영설, 이도진, 여완완, 방청의 등이 나왔다.

두변이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서 두 손을 펼치며 포옹했다.

“너희도 나의 모든 세상이란다.”

반효가 말했다.

“아빠, 앞으로 난 이 우주선을 타고 가능한 먼 곳을 탐색할래요. 난 금성에 가고, 목성의 위성2에도 가볼래요.”

반효가 주먹을 휘두르며 큰소리로 말했다.

“좋지!”

이윽고 두변은 반효의 우주선에 올라서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신비하면서도 광대한 우주를 탐색하러 갔다.

막한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우주를 탐색하는 방면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영지에만 흥미를 가졌다. 만일 그녀가 없을 때, 누군가가 자신의 영지를 빼앗아가면 큰일이니까.

<환관무제>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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