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2화 (2/106)

〈 2화 〉 화과산 무틀딱

* * *

고아단이 질알해서 오랜만에 히어로 활동 좀 하나 싶더니

어림도 없지 바로 미튜브 틀고 히어로 평가회 시작함

상위 히어로가 말하는 거라 틀린 말은 없는데

원숭이 새끼 무투파라서 기승전무투로 끝난다

그리고 무틀딱답게 강림파 존나 싫어함 ㅋㅋㅋ

망치망치: 그 새끼 히어로 활동 할 때도 그랬음. 강림쪽이랑은 말도 안 섞는다는 소리도 있다.

하테: 크립티드를 쇠 봉 들고 뚜드려 패니깐 아무도 반박 못하는거지

ㅇㅇ:포스필드도 힘으로 찢어 발기는 원숭이한테 누가 깝치냐고 ㅋㅋㅋ

ㄴㅁㄴㅇ: 상위 티어 히어로 일수록 무투랑 강림이랑 별 차이 없는 거 같긴 해

ㄴ미치캉: 규격외 무투 히어로들 보면 그 말 안나온다 인간의 범주가 아님 인종부터 다른 거 같아

ㅇㅇ:우리는 손형의 긴고아야 손형은 우리가 지켜줘야 해

ㄴㅁㅁ: 고아단은 살아있다!

ㄴㅇㅇ: 고아단은 살아있다!

ㄴㄴㄴ: 고아단은 살아있다!

ㄴC급 히망생: 아 미친고아단 쳐내 여기까지 와서도 이 지랄들이네

전장에서 물러난 상위 히어로가 평가하는 현직 히어로들

레이드 포지션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홀로 크립티드를 사냥하고 다녔던 화과산 주인의 평가는 다소 천박하지만

적나라한 평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입소문 때문인지 히어로들 사이에선 자신이 언제 평가의 대상이 될지

알게 모르게 기대하고 있는 히어로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

“오늘은 레이드 볼 건데 상관없지?”

[니가 언제 우리 의견 들었냐? 빨리 리뷰나 해]

[ㄹㅇㅋㅋ 소통하는 척 눈물겹다]

[오늘 어디 레이드 볼 거냐?]

[최근에 진행한 히드라 레이드 보자]

“히드라? 어느 길드가 잡았는데?”

[올림포스]

[포스포스]

[우스우스]

[팀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클레스 올림포스 정예 풀투입됨]

올림포스 12신을 중심으로 세워진 올림포스 길드.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신들이 모여서 만든 길드답게

주신과 영웅들 심지어 지성이 있는 인외 종족들도 성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선 수상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서 올림포스 소속 히어로도 많은데

그 이유도 참 웃긴 게 밀레니엄 쇼크 이전 출간된 어린이 만화책 덕분이라고 한다.

“즈그들 신화라고 뒤처리하러 간 거네, 근데 한 명 빼고는 죄다 강림파잖아.”

[­무­]

[­무­]

[무투파 대장 심기 불편해지셨네 ㅋㅋㅋㅋ]

[세상 사람들이 다 너같이 몸으로 때우는 줄 아냐?]

[이런 건 히어로가 아니야!]

오늘도 시작된 무투에 대한 혐오

무투에 대한 혐오는 참을 수 있어도 나에 대한 혐오는 참을 수 없다.

히어로에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신이 걸어간 길을 답습해서 그 강함을 좇는 무투파.

신에게 받은 신성을 몸에 담아 신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강림파.

당장은 신성을 직접 받은 강림쪽이 더 우세하지만

신과 같은 길을 걸었던 무투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대기만성형이다.

“아니 진짜 나중을 위해선 무투가 맞다니깐? 나도 우리 원숭이 신한테

물려받은 건 금색 눈이랑 도술 몇 개 말고는 없어.”

[?]

[그게 십사기잖아]

[손에 꼽는 S티어 기술 받아놓고 기만질 오지네]

[???: 이거 좋은 스킬인가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ㅎ]

[더 악질인 건 저런 능력으로 이제 활동도 안함 ㅋㅋㅋ]

“거 도술도 진짜 필요할 때 말곤 쓰지도 않는데 되게 뭐라 그러네!”

“종이 달라서 인간인 나는 분신술 같은 건 머리카락 써야 한다니깐?"

”너희들 같으면 싸울 때 마다 머리털 뽑으면서 도술 쓰고 괴수 잡고 싶냐?

그냥 후드려 패는 게 더 빠르지.”

[앗... 아아아..]

[그런 줄도 모르고 ㅠㅠ]

[탈모 되면서 신성 능력 쓰기 VS 고생하고 무투파]

“아무튼, 오늘은 히드라 레이드나 리뷰 할 거야.”

“어디 가서 이런 방송 못 보니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주워 담아라.”

[애는 20대 후반인 놈이 왜이렇게 틀딱 같냐?ㅋㅋㅋㅋ]

[요즘 동년배들,,전부 화과산TV,,구독,,좋아요 누른다...//]

화면 속에선 거대한 파충류아홉 머리의 뱀 한 마리가 날뛰고 있다.

아홉 개의 머리히드라

이름에 걸맞게 각각의 머리는 독을 내뿜고 패악질을 부리고 있다.

크립티드는 이세계 괴수뿐만 아니라

지구의 신화 속 괴물들이 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인류의 수호자인 신들이 인간의 믿음으로 영향력이 더 강해지듯

지구 출신 괴수들도 그 악명과 위엄이 높을수록 현실의 힘 또한 더 강해진다.

­팀 제우스! 포스필드 해제까지 얼마나 남았나!

­아직 80 퍼센트 진행 중!

­좀 더 서둘#$%#%#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 때문에 음성이 끊긴다.

크립티드 사냥팀은 포스필드를 해제하는 디크립터, 디크립터를 괴수로부터 지키는 가드,

포스필드 해제 후 본격적으로 딜을 넣는 데미지 딜러 세 역할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같은 1세대 히어로 출신들이야 인력도 부족하고

신들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는 시기라서 히어로 한명 한명이 일당백으로

포스 필드도 해제하고 딜도 넣는 올포지션으로 활동했지

히어로라는 직업이 정립된 이후로는 개화한 능력에 따라 역할군을 나누어서 크립티드 레이드를 진행한다.

선택과 집중, 모든 포지션들이 각자의 역할을 똑바로 수행해야 사냥을 마칠 수 있다.

올림포스 길드의 레이드를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너희는 히드라 잡는 법 알고 있냐?”

[머리 자르고 불 지르면 그만 아님?]

[원래 신화 따라가는 게 가장 안전하지 않아요?]

[역장 해제하면 모가지 딸 준비 해야지]

“아아, 알겠다. 너희들의 수준. 이 되다 만 것들이여.”

이 녀석들, 히어로가 신화 전집 보고 괴수들을 잡는 줄 아나.

괴수들이 그렇게 당해줬으면

사냥은 어린이 전래동화나 판타지 책 하나로 끝낼 수 있었겠지.

신화(??, myth)

사람들이 허구나 상상으로 취급할 만큼 기묘한 이야기다.

등급이 높은 크립티들일수록 좀 더 교활해지고 자신의 약점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들의 힘을 빌려서 싸우는 히어로가 신들의 방법으로 싸운다 해도 성공할 수 있을까?

머리카락 몇 개를 뽑아서 책상 위에 미니 히드라와 히어로 군단을 소환했다.

“봐, 기존의 신화와는 다르게 12인으로 히드라를 잡는 중이야.”

[이게...도술?]

[강림술은 무적이고 원숭이는 신이다 강림술은 무적이고...]

[와 시청각 자료 훌륭합니다 선생님]

전격을 내뿜으면서 포스 필드를 해제하는 팀 제우스와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물려받은 초인 군단 팀 헤라클레스는 포스 필드를 꿰뚫는 화살로 집요하게 히드라의 눈을 공격한다.

물결을 조종하며 팀에게 날아오는 히드라 맹독을 막고 있는 팀 포세이돈

"포스 필드가 해제되면 이제 딜러들이 들어가겠지."

"문제는 원래 신화처럼 히드라의 목을 자르고 그 산성 피를 피하면서 불로 절단면을 지질 수는 없어."

히드라의 목을 그냥 자를 경우 피로 산성비가 내릴 것이다.

아무리 헤라클레스 군단이 몸에 강기를 두른다고 해도 그 정도 양의 산성피는 막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목을 자르지 말고 원래 머리를 재생도 못 하게 으깨 놓으면 되는 거지."

미니 히드라의 포스 필드를 해제하자 활을 집어넣고 전신에 강기를 두르고 담금질을 시작하는 미니언 헤라클레스 군단.

푸른 파도와 빛나는 전격이 그들을 보조한다.

헤라클레스 군단은 가운데 머리를 제외하고 히드라의 머리들을 곤죽으로 만들어 놓기 시작했다.

"올림포스가 현명한 점은 히드라의 주 무기인 독을 작정하고 차단했다는 점이야."

"원거리 공격이 차단당한 이상 히드라는 근접전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어."

"신성 집약체인 가운데 머리를 죽이려면 챔피언 정도는 동반 해야 할 텐데, 올림포스 쪽 챔피언은 누가 갔냐?"

[하예은이요]

[예은이]

[예은누나 흐으응...]

[ㅋㅋㅋㅋ 히드라 전용 예절 주입기]

"하예은? 와, 히드라 어떻게 죽었냐? 얘 정도면 히드라도 목 졸라서 죽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히드라의 독을 차단한 것부터 작정하고 근접전을 선택했다는 건데 이유가 있었네."

영웅 헤라클레스의 챔피언 하예은

헤라클레스의 딸이라 불릴 정도로 신성과 빼닮은 괴력.

무투파의 차세대 유망주다.

미디어에선 몸가짐이 조신하면서 엄청난 괴력을 소유한 것을 이용해 반전매력 이미지를 쌓고 있지만

그 속엔 숨겨진 헤라클레스의 광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신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챔피언은 성향마저 자신의 신을 따라가게 되어있다.

하예은에 대해 언급하자마자 채팅창에 갈고리가 걸리기 시작한다.

[어허]

[예은이는 아가야]

[이거 분명 하예은 귀에 들어간다 ㅋㅋㅋ]

[원숭이 혐성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진정한 남녀평등 실천하는 원숭이좌 ㅋㅋㅋㅋ]

"히어로가 한가하냐? 걔네가 인방을 왜 보고 있겠냐?"

[느그도 일단 히어로이긴 하거든요?]

[히어로 활동을 안하고 방송하는 원숭이가 있다?]

[엄마 저는 커서 한량이 되고 싶지 않아요]

[방장이 히어로 설명회 하니깐 인터넷에 좀 퍼진 거 같던데]

시청자들과 투닥투닥 거리는 사이

하예은이 히드라의 가운데 머리를 몽둥이로 으깨버렸다.

"아 끝났네."

올림포스 최종병기의 신성을 담은 올리브 방망이를 정면으로 맞은 히드라는 서서히 무너졌다.

"이번 레이드 어떻게 생각하냐고? 음…"

어떻게 포장을 할지 잠시 고민한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올림포스 길드가 포세이돈 팀을 통해서 독을 완벽하게 대처한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해."

칭찬 한 마디를 더 끼얹는다.

"팀 제우스의 포스 필드 해제 과정도 신속하게 끝나서 별로 흠잡을게 없고."

마지막에 할 말은 그래도 하나밖에 없다.

"역시 마지막 큰일은 무투가 해낸다. 그렇게 평가할 수 있겠네요."

[무지성 무투 밀어주기 멈춰!!]

[원숭이 지랄 멈춰!]

[또 시작이네 ㅋㅋㅋㅋㅋㅋ]

[정상적으로 평가해준다 했다 ㅋㅋㅋㅋ 에휴]

[호감 무투파 대표에 걸맞은 발언이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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