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하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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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와의 만남은 과거 크립티드 토벌을 나갔을 때 이루어졌다.
불법 차원 이주민 엘프들을 습격하는 이세계 크립티드 투 헤드 오우거의 머리를 여의로 납작하게 만든 뒤 물어본 바로는
마을 주민 전부가 이세계 전이에 휘말렸다고 한다.
그 뒤로는 인간들을 피해서 이곳저곳 산을 타고 이동하며 생활하다가 투 헤드 오우거를 만나게 되었고
타이밍 참 좋게 내가 구해버린 것이다.
본래 자신들의 세상에서도 엘프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인간들은 엘프들을 소유하고 싶어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집단도 있어서인간에 대한 혐오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투 헤드 오우거를 간단하게 제압한 나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미남 미녀들이 뾰족뾰족 날 선 모습으로 경계를 하는 모습이 꽤 웃겼던 거로 기억한다.
나는 마을 단위로 소환된 이 귀쟁이 종족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화과산에 거두기로 했다.
그대로 뒀다간 언젠가 빌런들에게 잡혀가 암시장에 팔릴 수도 있는 일이고, 화과산 깐프라... 이거 꽤 귀하군요.
지구의 인과율이 꼬였을 뿐인데참 여러 가지로 피해를 주는 행성이다.
화과산의 탄생 배경은 골 때린다.
기존에 있는 북악산을 우리 원숭이 신께서 성역으로 지정하여
신화 속 동승신주에 위치한 화과산으로 만드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딱히 사람들의 출입은 막지 않았다.
뭐 원래 나라의 땅을 챔피언의 성역으로 만들어 버렸고
내가 살고 있는 화과산 수렴동은 나 말곤 찾을 수 없게 만들어져 있기도 해서.
문제는 화과산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은 장난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짓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현실에 나타난 무릉도원 같은 화과산을 방문한 관광객을 놀래주거나 등산객들의 음식들을 털어먹는다.
외부 음식에 관심이 있나 싶어 따로 구매해서 원숭이들에게 먹여 봤지만
화과산 기운을 담은 과일에 입맛이 익숙해진 놈들이 기존 과일에 관심이 있을 리는 없었고
그저 달콤한 과자 몇 개만 주워 먹고 관심이 끊겼다.
그러니깐 이 녀석들은 털어먹는 것이 그저 재밌기만 한 못돼먹은 놈들이다.
화과산 최고 아웃풋 돌원숭이를 배출한 지역답게 원숭이들 또한 능력이 비범한데
자신들이 장난치는 건 괜찮지만 다른 동물들이 사람에게 접근하는 건 허용하지 않는 내로남불식 마인드로
나름 일반인들의 경호를 맡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녀석들의 행동은 거의 내버려 둔 상태이다.
이런 녀석들도 억제기가 하나 있는데
"손우진."
바로 엘프들이다.
원숭이를 품에 안고 등장하는 깐프 마을 촌장, 일레인.
"그 자식 아무것도 모르는 원숭이 아니라니깐?"
"동물을 그런 식으로 보지 말아라, 추하다 손우진."
끼익~!
잇몸을 만개하고 비웃는 녀석.
깐프들만 없었다면 두 주먹으로 생체 긴고아형을 내려줬을 거다.
하지만 이 녀석 새끼라 그런지 아직 구분을 못 하네.
"야, 너 일레인이 남자라는 건 알고 안겨 있는 거냐?"
당황한 얼굴로 일레인의 흉부 쪽을 두 손으로 두들겨 보는 잔나비 녀석.
언덕이 없다.
원숭이의 다급한 손길을 맞이하는 건 평평한 수평선 나주평야.
끼,끼익!
멍청한 놈, 그저 곱상하게 생긴 것을 보고 엘프 마망이다 싶어 안겨있던 모양이다.
도망치려고 하는 원숭이 녀석을 일레인이 놓아주지 않는다.
"크크크, 왜 안 놓아 주냐 일레인?"
"어미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내가 돌보고 있을 뿐이다."
이번 일로 녀석이 미드가 풍부한 엘프를 고르는 법을 배웠길 바란다.
"먼저 찾아온 것을 보아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있을 터, 무슨 일인가 손우진?"
"야 일레인, 혹시 님프라는 종족을 만난 적이 있냐?"
"님프? 아 지구의 요정들 말인가, 이 나라에서 유랑할 때 잠시 만난 적이 있다."
한국에 님프가 있다고? 도대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퍼져 있는 거야.
"이 나라의 산맥이 많은 지역에 도착해서 인간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을 때 만났었다."
"강원도에서 만난 건가, 님프들 첫인상은 어땠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른 차원에서 만난 종족일 텐데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종족에겐 배타적인 엘프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하예은이 말한 대로 프프 종족은 통하는 건가?
"허나 우리와는 다른 점이 있다. 님프들은 자연의 정령이 요정의 모습으로 현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엘프는 그럼 어떻게 태어났는데?"
"남녀 간 육체적 사랑을 통해 태어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푸흡
"아니 왜 이렇게 숨김없이 말해, 엘프들은 세계수의 자식들 이런 종족 아니였어?"
"어머니 세계수는 우리의 정신적 지주일 뿐 생명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 손우진 너의 기초 상식에 의문이 드는군."
"시끄러워! 아무튼, 님프하고 대화는 해 봤어?"
"그렇다. 우리와 느낀 점은 같았는지 자연의 냄새가 난다며 좋아하더군.
그들이 돌보는 짐승들의 젖과 과일을 대접받았다."
흠
흐음
흐으으으음
일이 아주 순조롭게 풀릴 것 같은데?
"역시 깐프들을 거두는 선택은 틀리지 않았나."
"도대체 그 깐프라는 표현은 뭘 뜻하는 건가? 멸칭이라 생각된다만."
"깐프가 깐프지 뭐긴 뭐야, 너희는 영원한 깐프야."
나는 일레인에게 하예은이 수행하고 있는 12과업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황금사과를 평화적으로 구하기 위해선 님프와 만난 적이 있는 엘프가 필요한 상황
초상위 크립티드 라돈과는 대화로 해결하고 싶다.
"흐음..., 좋다."
"오오, 제엔장 믿고 있었다고 깐프!"
"엘레나를 데려가 주었으면 한다."
"일레인 네가 가면 안 될까?"
"나는 산과 마을을 지켜야 한다."
"그건 내 분신이나 원숭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안 된다. 이곳에 어머니 세계수의 묘목이 자리 잡은 이상 세계수가 다 자라기 전까지는 엘프 전사장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
화과산 깐프 마을에 자리 잡은 지구의 첫번째 세계수는
산의 정기를 쭉쭉 빨아먹으면서 성장 중이다.
아직 묘목 수준의 응애 세계수라 대장 깐프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건가.
"호기심이 많은 아이다. 그대가 데려가 준다면 그 아이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엘레나를 잘 부탁한다 손우진."
깐프 자식 당당하게 버스를 태워 달라고 요구하네.
어쩔 수 있나 아쉬운 쪽이 굽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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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날 토요일
저 멀리서 헬리콥터 크기의 거대한 독수리가 섬광을 뿌리며 날아오기 시작한다.
퓌요오오오오오오!
그 위에 타고 있는 건 하예은이다.
"좋은 거 타고 다닌다?"
"제우스님의 전령 아퀼라에요. 이번 과업의 성공을 위해 보내주셨어요."
"참나, 대기업이 좋네! 나는 머리 터지게 도술 익혀서 구름이나 타고 다니는데."
한국 지부 챔피언을 위해서 저 멀리 그리스에서 슈퍼카는 아니더라도 슈퍼새는 보내줄 수 있는 대기업 올림포스.
솔직히 부럽다.
"아저씨, 엘프 분들은 어떻게 됐어요?"
"우리 산에 사는 엘프들은 님프를 만난 적이 있더라.
요정족 끼리 통하는 게 있는 거 같던데 족장의 여동생이 도움을 주기로 했어."
"그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저기 있네."
제우스의 전령을 무례하게 쓰다듬고 있는 깐프.
누구 전령 아니랄까 봐 미인이 만지는 손길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는 독수리.
겉모습은 훌륭하지만 서로의 속내는 음흉하다.
"엘레나, 그 독수리는 그냥 야생 독수리가 아니야."
"깃털이 번쩍번쩍 빛나는데요? 지구의 모든 독수리가 이런가요?"
"아니야, 천둥과 번개의 신 전령이라서 그런거야."
벌써 어질어질 하다.
"이 쪽은 하예은, 나와 마찬가지로 성좌의 챔피언이야.이 쪽은 화과산 출신"
"흠!"
"깐프 엘레나야."
"우진님! 그 깐프라는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정겹게 부르는 거야, 마을에 있는 강아지 이름도 깐돌이로 지었잖아."
"엘프를 강아지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투덜투덜 거리는 깐프를 향해 하예은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엘레나 님. 힘과 영웅의 신 헤라클레스님의 챔피언 하예은이에요."
"반가워요. 어머니 세계수의 딸 엘레나에요."
"종족은 깐프지."
엘레나와 한참을 투닥거린 뒤 황금 사과를 어떻게 딸 것인지 논의해 보기로 했다.
"제가 부탁한다 해도 님프 분들이 황금 사과를 순순히 줄지 의문이에요."
"시작도 전에 왜 이렇게 자신 없는 말을 해. "
"하지만 황금 사과라는 게 신화 속 주신 부부의 결혼 선물이라면서요? 그 귀한 걸 그냥 내어 줄까요?"
"흐음..."
확실히 프프 종족의 유사성만 믿고 황금 사과에 대한 가치를 너무 간과하긴 했다.
갑자기 개입하는 천상의 목소리, 헤라클레스다.
"오 영웅신 양반, 챔피언의 과업에 끼어들어도 되는 거야?"
하예은의 어깨가 들썩 거리는 게 보인다.
킹 받네. 역시 회사도 성좌도 대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었나.
"라돈과 싸우기보다는 그래도 님프들의 부탁을 들어주는게 낫겠지?"
"네 아무래도 그게 좋겠죠. 엘레나 님은 저와 함께 아퀼라를 타고 갈래요?"
"와! 이 번쩍새를 태워 주시는 건가요?"
퓌요오오오오오오!
괜히 한 번 멋진 울음소리로 어필하는 독수리 녀석.
속 보인다 자식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설 썬더버드를 생각하며 아퀼라를 써보았습니다.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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