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31화 (31/106)

〈 31화 〉 그런 사람 아닙니다

* * *

「이번에 새로 채용된 아일랜드 히어로라는데 차세대 예절주입기 같다

쿠 훌린의 챔피언이라고 하는데 변신하는 능력이 있나 봄

위 짤에 붉은색 장발 모습이 예절주입기 모드인데

이 상태로 만난 빌런 새끼들 죄다 안면 박살남 ㅋㅋㅋㅋ

더 웃긴 건 뭔지 암?

얘 가르친 사람이 손가놈이더라 ㅋㅋㅋㅋㅋㅋㅋ

씨발 외국인한테 뭘 가르친거임?

언제부터 히어로의 소양에 성형수술이 포함된 거냐?」

ㅇㅇ: 우리가 미안합니다 우리가 미안합니다 우리가 미안합니다

ㅇㅇ: 평상시에는 존나 잘생겼는데 변신 뭐임?ㅋㅋ

ㄴ히알못: 성좌랑 관련된 능력같음 쿠 훌린님도 이중인격이라 했었나 그럼

ㄴㅇㅇ: 갭차이 뭐냐고 시발 ㅋㅋㅋ

ㄴㅁㄴㅇ: ㄹㅇ 검은 머리일때는 걍 모델 같은데 빌런 때려잡을땐 ㅋㅋㅋ

고아교주: 이 새끼 방송 안 하고 뭐 하나 했더니 웬 성형외과 의사 하나 만들고 옴?

ㄴㅇㅇ: 고아단 호감고닉 교주님 여기서 뭐 하세요?

ㄴ고아교주: 언제까지 따라다니냐 이 새끼는

1234: 손가놈 만나기 전까지는 만년 낙제생이었다 함

ㄴㅇㅇ: 그러면 손우진이 가르쳐서 합격시킨 거임?

ㄴ1234: ㅇㅇ 그런가 봄 이새끼 뭐하고 있나 했더니 과외 뛰러 간거임

ㄴㅁㄴㅇ: 손가놈 사교육 시장 안 뛰어든다 해놓고 왜 말 바꿈?

손우진의 과외를 받은 루카스의 소식이 국내에도 알려지자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국내 히어로가 굳이 외국의 히어로 지망생을 가르쳤어야 했는가?

그것도 대외적인 히어로 활동을 중단한 챔피언이 말이다.

이상한 곳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여론을 조장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손우진의 개인 방송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 . . . .

“뭐요.”

[절대 해명해]

[해 명 해]

[해]

[명]

[해]

[명]

간만에 집에 와서 쉬려고 했더니 하예은이 인터넷에서 내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해주길래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방송을 켰더니 이 지랄들이다.

“뭘 해명을 하라는 거야.”

[불법 과외 해명해]

[외국인은 가르치고 우리나라 히어로 지망생은 무시함?]

[교육 쪽 안한다 그래놓고 왜 말 바꿈?]

[별걸로 다 트집 잡네 유입 새끼들 ㅋㅋ]

[ㄹㅇㅋㅋ]

[죄다 몰려와서 지랄났네 ㅋㅋㅋ]

정말 할 일들도 없다.

채팅창의 여론은 반반씩 나뉜 듯하다.

요점은 그거잖아, 왜 남의 나라까지 가서 과외를 했냐?

“웃기는 새끼들이네. 왜 자기들이 더 난리야?”

나는 성좌와 정당한 거래를 했을 뿐이다.

내게 가르침을 받고 싶으면 자기들도 합당한 대가를 준비하면 될 것 아닌가.

내가 한 마디씩 반응해줄 때마다 채팅의 파도가 휘몰아친다.

“내게 배우고 싶은 사람은 구미가 당기는 걸 준비하세요.”

그리고 루카스는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고 심리적인 문제만 있었을 뿐.

내가 한 일이라고는 기술의 갈무리와 심리 문제를 해결한 것뿐이다.

“꼬우면 화과산 앞에서 농성 시위하던가.”

[이게 손우진이지 ㅋㅋㅋ]

[혐성으로 으딜 이겨먹으려고 ㅋㅋ]

[ㅋㅋㅋㅋㅋ 버러지 커트!]

[맞는 말이긴 해 ㅋㅋ 손우진이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내 방송에 와서 지랄을 펼치던 놈들을 가볍게 진압한 뒤 바로 방송을 껐다.

하지만 이놈들은 여기서 그만두지 못하고 더 패악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일을 크게 벌이고 있다.

안력을 높여 밖을 바라보니 화과산 앞까지 진을 치고 나를 기다리는 기자 새끼들이 보인다.

“별 지랄들을 다 하네.”

인터넷 상에서 난리치는 거야 그렇다 쳐도

내 보금자리까지 와서 진상짓을 하면 다른 문제지.

아이의 앞이라도 고운 말이 나올 수가 없다.

“괜찮으시겠어요?”

“내가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니고 뭐.”

하예은의 걱정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안심시킨다.

대중들의 사랑만 받아온 하예은이야 이런 상황은 익숙하지 않겠지.

하지만 온갖 트러블을 이끌고 다녔던 나라면 다르다.

언론이야 원래부터 내게 호의적이지도 않았고 말이다.

“다녀올게.”

“저도 같이 갈게요.”

“아서라. 괜히 싸잡혀서 비난당할라.”

하예은을 수렴동에 남겨둔 뒤 화과산의 초입으로 나가 기자들을 맞이한다.

“다들 더운 날에 고생들 하십니다.”

“손우진 씨, 불법 사교육 행위에 대해 할 말은 없으신가요?”

“국력의 유출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자국민 대신 외국의 챔피언을 도와준 이유가 뭡니까?”

마중 나온 나를 향해서 하고 싶은 말만 떠들어 대는 승냥이 무리.

너희는 한결같아서 참 좋다.

천축으로 떠났을 때는 오만하고 멍청한 행위라고 떠들지를 않나.

고행을 끝마치고 다녀오니 혼자서 갈 것이지 다른 히어로를 꼬셔서 쓸데없는 행위에

동참시켰다고 비난하지를 않나.

무투의 수행을 모르는 머저리들이 떠드는 것을 그저 듣기만 했다.

왜냐, 대꾸할 가치도 못 느꼈으니깐.

고행을 기점으로 내 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그때가 되어서야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은 내 태도는 저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을 거다.

그러다 이런 좋은 건수가 생기니 다시 또 내게 이빨을 보이는 것이다.

힘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아직도 자신들의 펜대가 내가 다루는

8톤 질량 병기보다 강하다고 믿고 있는 머저리 새끼들이다.

“저는 예전부터 여러분들이 참 좋습니다.”

“말 돌리지 마세요! 이 불법 사교육에 대해 해명하세요!”

“해명할 의지는 있으신 겁니까? 어제 개인 방송에서의 태도는 어떻게 된 겁니까?”

하아.

한결같은 개새끼들.

나이가 들면서 유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지금까지 내 심기를 거스르는 놈들이 없었을 뿐이다.

“닥쳐라.”

어느 정도 신성이 담겨 있는 목소리가 일반인들의 귀청을 때린다.

포식자의 하울링이 먹잇감을 긴장시키듯 빳빳한 표정으로 몸이 굳어버린 기자들.

“이 새끼들은 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게 말하면 사람을 아주 개븅신으로 보고 있어.”

1세대 히어로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들의 입담은 아주 험악하다.

홀로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를 찾아가며 괴수들을 잡던 사람들이라

자연스럽게 입이 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 1세대 히어로 중 제일 지랄맞은 놈이 바로 나다.

“이 씨발놈들아. 내가 협회에서 징계를 받기라도 했나, 아니면 정부에서 유감의 뜻을 밝히기라도 했냐,

뭐가 그리 불만들이 많아?”

화안금정의 섬뜩한 붉은빛 눈이 대중을 압도한다.

심력이 약한 몇몇 이들은 졸도한 채 쓰러진다.

괜히 고약한 원숭이를 건드린 너희 업보야.

달게 받아라.

“앞으로 이걸로 지랄하는 놈들은 나한테 대가리가 깨져도 좋다는 걸로 간주할 거야.”

기자들을 꼬나보던 화안금정을 풀리며 검은색 눈동자가 돌아온다.

숨을 몰아쉬는 이들.

비교적 젊은 놈들로 구성된 걸로 보아 짬 좀 찬 놈들은 지레짐작하고 아예 오지 않았군.

내 성격을 진작 알았기 때문에 오지 않은 거겠지.

“꺼져. 머저리 새끼들아.”

내 퇴거 명령에 후다닥 도망가기 시작한다.

남아있는 놈들이 한 명도 없다.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협회장 아재에게도 연락 한 번 드려야겠네.

그날 저녁.

협회의 기자회견이 뉴스를 통해 나오고 있다.

“협회 소속 히어로 손우진의 교육은 확인 결과 성좌와의 거래로 판명되었으며…”

협회의 대변인이 나와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있다.

내가 직접 성좌와의 거래였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지.

왜? 꼴 받잖아.

“예예. 방송 보고 있어요.”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아재의 버럭이 들려온다.

“아이 진짜! 즈그들이 찾아와서 신경을 긁어대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럼?”

일반인에게 신성이 담긴 기술을 사용한 점이 문제가 되었나 보다.

내게 징계를 내리면 더 좋아할 것은 아재도 알고 있다.

“그냥 징계 시원하게 때리세요. 달게 받을 테니깐.”

­징계 때렸더니 히어로 활동 못 한다고 웃던 네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뭘 그런 것까지 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나를 너무 잘 아는 협회장 아재.

빽이 든든한 것도 좋지만 그만큼 통제를 잘해서 문제다.

­하여간 진정될 때까지 얌전히 지내고 있어라.

“얌전히 지낼 놈들은 기레기 자식들이죠. 아무튼 알겠어요.”

참…

별 시답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한 느낌이다.

협회장 아재가 자중하라고 했으니 합당한 이유로 휴방을 할 수 있겠다.

나 같은 소시민 히어로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높으신 분이 까라면 깔 수밖에.

고아단이 난리를 피워도 나는 회장 실드로 맞받아칠 수 있다.

합법적인 휴방 기간엔 뭘 해야 할까.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뒤적뒤적 거리며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찾아보기로 한다.

히어로 갤러리에 접속해서 비로그인 아이디로 분탕도 어느 정도 치니 재미가 없다.

그때 내 눈에 보이는 한 게시글.

“히어로 배틀 토너먼트 개최 …”

이거다.

신 서유기 팀 소집 명령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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