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58화 (58/106)

〈 58화 〉 용오름

* * *

슈룩!

작살을 들고 빠르게 헤엄쳐서 오던 놈이 내 후방을 노린다.

펑!

놈의 작살과 내 여의가 부딪힐 때마다 거센 물보라가 일어난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검은 용인이 기세가 등등하여 계속해서 급습을 감행한다.

­You pussy! 언제까지 버틸 셈이지?

자신의 공격을 막고만 있자 꼴이 받았는지 도발을 감행하는 녀석.

물속이라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성급하게 굴긴.

너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것도 버틸 수 있을까!

놈은 자신의 무기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한다.

곧이어 물보라를 일으키던 놈의 손에선 거대한 회오리가 만들어진다.

꼴에 용이라고 회오리도 만들 줄도 알고 기특하네.

­용의 폭풍에 찢겨 죽어라.

용이 불러온 바닷속 폭풍은 수룡의 형체를 갖춰 내게로 달려온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보려 했던 것은 칭찬해 줄만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이빨을 들이대며 달려오던 수룡은 내 손으로 빨려들어 간다.

­What the!!

결속력??力.

용의 형태를 해봤자 결국 근본은 물일 뿐.

모든 오행의 기운은 내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

뒤늦게 눈치챈 놈이 허겁지겁 결속력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보지만

끌어당기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내 손아귀에 끌려 왔다.

­케엑!

녀석의 목을 붙들고선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자신 있어 하던 물속과는 달리 물 밖에선 한없이 힘을 못 쓰는 놈.

“너무 형편없어서 과거의 나 자신이 한심해질 정도네.”

이 정도 수준인 놈들에게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니.

약물을 쓰는 로이더 자식들이 말이야, 정정당당하게 강해져야지.

“어떤 노력도 없이 신성만 받아먹은 버러지 같은 놈들아, 너희는 성좌가 아니야.”

“크에에엑…”

우리 둘은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옆의 친구들은 또 아닌가 보다.

두 손에 번개 두 자루를 쥐고 괴생명체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안드리안.

아스트라페 말고도 케라우노스까지 불러오다니, 진심이라는 소리인데.

“안드리안, 도와줄까?”

“곧 끝나네!”

튀어나오는 촉수를 족족 번개로 태워버리는 안드리안.

마무리를 하려는 건지 아스트라페와 케라우노스를 하나로 합쳐 진정한 주피터의 번개를 소환해낸다.

저쪽도 슬슬 끝나가는 것 같은데, 우리도 끝을 봐야지.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끝을 낼까.”

“케엑… 바칩니다…”

“그래, 뭐라도 해야지. 어서 불러 봐.”

“나를 바칩니다!!! 복해대성이시여!!!”

놈의 외침에 하늘이 응답한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고 잔잔했던 바다가 요동을 친다.

시꺼먼 바닷물에선 물기둥이 솟아올라 내 손에 붙들려 있던 놈을 집어삼켜 저 깊은 심해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손우진, 기운이 심상치 않네.”

크라켄과의 싸움을 마치고 온 안드리안이 경고를 보내온다.

“문어 놈은?”

“이미 바싹하게 튀겨주고 왔다네.”

뒤를 바라보니 쥬피터의 번개에 바싹 타버린 거대한 문어가 배를 까뒤집고 수면으로 올라와 있다.

안드리안이 불의 힘을 다뤘다면

쫄깃쫄깃한 문어숙회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문어 전기구이는 좀…

“안 되겠는지 자기 빽을 부르러 갔어. 조만간 성좌가 내려올 거야.”

“그거 큰일 아닌가!”

“어차피 성좌가 지상에 현신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적어. 다시 올려보낼 때까지 열심히 싸워야지.”

“자네… 하하하! 지금 상황이 즐겁나 보군.”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웃음을 짓는데 어떻게 모르겠나.”

그래.

안드리안의 말대로 사실 나는 지금 상황이 상당히 즐겁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그를 증명한다.

화신이 자신을 제물로 삼아 복해대성을 지상으로 현신하게 만들어 준 덕분에

수하 놈들을 패는 것으론 만족할 수 없던 내 갈증을 가득 채워줄 수 있게 됐다.

모든 일의 원흉 중 한 명을 드디어 직접 만난다.

녀석들 덕분에 가슴에 바람구멍도 한 번 만들어보고, 인간의 몸으로 팔괘로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왔고.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현장으로 되돌아오게 해준 은혜를 잊지 않았다.

“용?이 내려온다.”

쿠르릉!

용은 먹구름을 부른다.

심기가 불편한 건지 검은 먹구름 속엔 천둥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환하게 빛을 내리쬐던 태양은 먹구름에 가려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요동치는 바다에선 용오름이 여러 개 솟아오르고

그중 가장 거대한 용오름에 귀한 몸의 실루엣이 보인다.

토네이도가 점점 멎어 들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이.

중장갑을 입고선 두 다리로 서 있는 용.

바다를 뒤엎는 큰 성인, 복해대성 교마왕이다.

“거 너무 요란하게 내려오시는 거 아니요?”

세로로 쭉 째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교마왕.

그 기세가 벌써 자신의 수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웅장하다.

쾅!

교마왕이 내지른 창을 여의로 맞받아친다.

마창과 여의과 맞부딪힌 영향으로 어마어마한 풍압이 주위로 뿜어져 나와

우리가 서 있는 바다가 잠시 갈라진다.

“성질도 급하긴.”

“아우의 건방진 제자가 바로 네놈이군.”

“내가 유명하긴 하나 보네, 귀하신 몸께서 다 알고 있다니.”

“본성을 잊은 아우 놈이 인간을 제자로 들였다라… 참 통탄할 노릇이야.”

자신의 긴 수염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가는 교마왕.

이러는 동안에도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대성大?이라는 칭호는 허투루 딴 게 아닌가 보군.

“기껏 받아뒀던 화신도 소모했고, 그래…”

수염을 쓰다듬던 걸 멈추는 교마왕.

“네놈을 죽인다면 그 시절 망나니 아우가 돌아올 수도 있겠지.”

“하하하! 이 새끼들은 전부 사고 회로가 망가져도 한참을 망가졌구만.”

아까부터 나를 한참 아래로 깔고 들어가는 저 태도가 꼴이 받는다.

날 좆으로 봐도 아주 개좆으로 보는 게 분명한 것 같은데…

“용가리 새끼야, 그만 닥치고 창이나 들어. 뭐 그리 말이 많아?”

“…조금은 붙어있던 제 명줄을 끊어달라고 스스로 재촉하는구나.”

“인간에게 패배한 최초의 성좌가 될 텐데 기대해도 좋아.”

“건방진 건 아우 놈을 쏙 빼닮았구나.”

덕담을 주고받고 나서 마음이 통했나보다.

교마왕과 나는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채앵!

마창과 여의가 두 번째 인사를 나눈다,

. . . . .

싸움이 시작되고 나서손우진과 교마왕이 쉬지 않고 창과 봉을 부딪친다.

성좌의 힘을 지닌 두 존재가 대립할 때마다 대기는 요동치고 바닷물이 출렁인다.

손우진의 싸움 방식은 천계 수련을 통해 강해지고 나선 자신의 성좌와 동일하기 그지없다.

하나라도 부족했던 시절에는 팔괘장과 천 개의 여의 등 온갖 기술을 동원해 싸웠다면

지금은 여의의 단단한 강도 하나만을 믿고선 온 힘을 담아 상대방을 후려친다.

교마왕은 이 어린 인간 놈과 맞부딪힐 때마다 오싹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타는 듯한 눈에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겠다는 듯 환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이건 제천대성의 흉흉한 화안금정火???이 맞다.

그의 머릿속엔 과거 아우와 나눈 한 대화가 떠오른다.

‘이 눈은 말이오, 죽음의 상징이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내 눈을 보고 살아서 돌아간 이는 아무도 없다는 말이오.’

‘하하! 지금 네 눈을 바라보는 나도 말이냐?’

‘허어, 어찌 아우가 형님에게 손을 대겠소? 적에게 한정된 이야기지!’

적이 되어 다시 마주치게 된 아우의 눈은 한없이 흉흉함을 내뿜고 있다.

아우의 눈을 지닌 인간은 싸우는 모습마저 과거 폭군 제천대성의 모습과 흡사하다.

교마왕 자신이 홍해아에게 들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어떻게 인간 놈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지?

그전까지만 해도 홍해아의 화신에게 죽을 뻔했던 인간이 말이다!

교마왕은 고뇌에 빠져 점점 손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군, 태산압정.”

어느새 손우진에게 뒤를 잡혀버린 교마왕.

쌍둥이의 기술이 손우진의 손에서 재해석 된다.

손우진은 여의를 크게 늘린 뒤 두 손으로 들어 교마왕을 찍어 내린다.

거대한 태산의 기운으로 상대방을 무식하게 내리찍는 이 기술은

자신이 바다의 주인이라고 자칭하는 교마왕을 고향으로 보내려는 듯 무식하게 밀어붙인다.

놀란 교마왕이 급하게 포스필드를 만들어 내 방어해 보려고 하지만

교마왕의 포스필드에는 주인의 기대와 다르게 금이 가기 시작한다.

쩌저적­

콰앙!

포스필드를 박살 낸 여의금고봉이 그 속에 있던 교마왕까지 눌러 찍는다.

철썩!!!

여의금고봉으로 교마왕을 저 바닷속으로 처박아버리는 손우진.

붉게 타는 눈은 여전히 검은 심해를 바라보고 있다.

피요오오옷­!!

“무사했냐?”

“엄청나군 형제! 그 힘은 대체 뭔가!”

교마왕과 손우진이 주고받은 일 합에서 발생한 풍압에 휩쓸렸던 안드리안이

제우스의 천둥새 아퀼라를 타고선 복귀해왔다.

“너도 신의 화로에 들어갔다 나와봐. 싫어도 익히게 될 테니…”

쿠콰콰콰쾅!

­건방진 놈, 처죽여주마!!!

바다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용 한 마리.

인간에게 깔고 뭉개진 것이 꽤 화가 났는지 교마왕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저 멀찍이 떨어져 있어, 저놈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을 테니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네.”

“새삼스레, 금태양은 남자한테 사과하면 안 되거든?”

“하하하! 그럼 안 미안하다네.”

­화룡염탄火???!!!

잔뜩 숨을 들이마신 교마왕.

이내 입을 벌려 들이마신 숨을 내뱉는 듯하지만 용이 된 교마왕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한 줄기 빛이다.

아니, 그건 빛이 아니라 거대한 화염이 연달아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콰아앙!!!!!

손우진이 있던 자리에 쏟아지는 불기둥은 바다조차 증발시키고 땅을 갈라 버린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용의 숨결.

“와아 시발! 저 새끼 용 맞네!”

“지금 그럴 소리 할 때인가!”

잽싸게 아퀼라에 올라탄 손우진은 천둥새의 빠른 기동력으로 간신히 용의 숨결을 피할 수 있었다.

“결속력만 믿고 막아보려고 했다간 뼈고 못 남기고 녹았을 거야!”

“형제여!저 무시무시한 드래곤을 처리할 방법 좀 알려주게!”

“나 용 한 번 쓰러트려 본 몸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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