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69화 (69/106)

〈 69화 〉 대협곡

* * *

[미국의 영웅 잭 에반스가 샌디에이고 탈환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현재…]

[팀 그레이트 원은 공식적으로 해체를 인정하였으며…]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우진아 이번에는 저기로 가보자!]

[오빠! 오늘은 엄마가 돈까스 튀겨준다고…]

[이 몸은 모든 요괴들의 왕, 네놈은 날 이길 수 없다]

온갖 만물의 삼라만상이 화안금정을 통해서 비추어진다.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

쏟아지는 정보의 물결은 시간의 흐름을 무시한 채 흘러 들어온다.

“그만!”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니 걷히는 잔상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내 몸은 땀범벅이 되어서 상의를 벗어 던졌다.

한계를 초과하는 정보를 받아내느라 눈 쪽에선 작열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크으, 분신 숫자도 주의해야겠어. 밑도 끝도 없이 늘리니깐 감당할 수가 없네.”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내 몸은 현재 그랜드 캐니언에 있다.

분신들은 나를 대신해서 미국 각지에 퍼져서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그들이 보내오는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서부에 파견 중인 녀석들.

함께 온 일행들과 여행을 즐기는 녀석.

미국 각지에 퍼져서 정보를 수집 중인 녀석들.

분신 놈들이 보내오는 정보를 잠시 차단했다.

나보다 도술에 능통한 스승이 괜히 분신에게 뛰어난 자의식을 불어넣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자의식이 우수할수록 그들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산 횟수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엔 본체에게 가는 부담이 심해진다.

그러면 결국 분신의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으니 스승은 양을 늘리고 질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곳의 자연지기는 엄청나네. 하여튼 이 나라는 죄다 큰 것밖에 없다니깐.”

수백만 년 전 신생대 시대에 생겨난 대협곡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의 기운은 엄청나다.

솔직히 이곳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알아서 기운이 쌓일 정도니 말이다.

입국할 때 벌인 깽판의 대가로 얻어낸 그랜드 캐니언의 입장권.

과거 관광지로 유명했던 이 협곡은 현재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다.

크립티드 등장 이전에도 척박한 환경 덕에 매년 몇백 명의 실종자와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협곡이 보유하고 있는 맛있는 자연지기의 냄새를 맡고선 몰려든 크립티드.

몰려든 놈들을 노리는 포식자.

이 거대한 협곡 안은 고독??을 만드는 항아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크립티드 놈들 사이에서도 강한 놈만이 살아남는 죽음의 항아리.

그곳에서 나는 오행팔괘장에 도움이 될 법한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 온 상황.

신성과 성좌에 대한 고찰 기록도 모두 남겼겠다 이제는 북미 대륙의 자연지기를 맘껏 즐기는 중이다.

“호위는 잘 섰냐?”

홀로 이곳에 왔지만 말동무가 되어 줄 친구 정도는 챙겨왔다.

우웅­

허공에 떠올라 있는 여의가 대답한다.

그 뒤로는 수많은 크립티드 놈들이 혀를 내민 채 죽어있는 광경이 보인다.

내가 분신들을 통제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내 호위를 섰던 여의가 패 죽인 놈들인가 보다.

“뭐 이리 많이 몰려왔대, 수고했어 여의.”

우웅!

대답을 마친 녀석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인 내 등 뒤로 매달린다.

크립티드 놈들의 사체는 두고 가기만 해 봤자 다른 놈들이 꼬일 테니 처리는 하고 가야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

“어디서든 호리병.”

은각에게 빌려온 붉은색 호리병 자금홍호로.

미국 투어에 신이 난 은각이 선뜻 빌려주었다.

호리병의 뚜껑을 연 뒤 주둥이의 입구를 사체에 갖다 대니 쏙 빨려 들어간다.

은각의 말로는 자신의 이름에 호명하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죽은 놈들이 대답할 리가 만무하니 이렇게라도 써야지, 아 원래 크립티드라 대답할 수가 없나.

어떻게 보면 이렇게 쓰는 것이 더 위협적인 것 같기도 하고.

슈욱!

마지막 한 놈까지 빨아들인 뒤 괜히 한 번 호리병을 섞어본다.

찰랑찰랑.

“성능 확실한데. 역시 어르신의 보패야.”

들려오는 소리로 봐선 빨려 들어간 크립티드 놈들 전부 녹아서 액체로 변했나 보다.

쪼르륵 따라내자 맑은 물 같은 것이 흘러나온다.

언제봐도 무시무시한 보패다.

“그럼 슬슬 다른 곳으로 가 볼까.”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수 시간 동안 있었더니 불의 기운과 대지의 기운은 충분히 모은 것 같다.

대협곡 속에서 걸음 닿는 대로 움직여보자.

. . . . .

“서부 각 지역에서 미스터 손이 출몰한다는 정보가 있는데 교수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그것 역시 그의 능력일 겁니다. 히어로의 능력을 알기 위해선 그들의 성좌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죠.”

두 남성이 카메라를 앞에 두고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 북미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인 손우진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중인 그들.

미국 유명 뉴스쇼의 주인장 뉴스 앵커 마크 제런이 오늘의 초빙 손님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다.

“몽키 킹Monkey King 말씀이신가요?”

“예. 문헌에 따르면 손오공이라는 성좌는 변신털이라는 것을 사용해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아마 미스터 손이 여러 곳에서 포착된 이유가…”

“말 그대로 성좌의 기술을 똑같이 사용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컴뱃 히어로입니다.”

초빙된 교수는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쓰고선 말을 이어나간다.

“고유 디바인 파워를 사용하는 컴뱃 히어로가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아마 미스터 손은 초월자나 그에 근접한 위치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심각한 어조로 얘기하는 교수.

교수의 말을 들은 마크 제런과 스태프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상식을 부정하는 듯한 논조 때문에 얼어붙은 세트장.

초월자, 성좌의 위치에 도달한 인간이 등장했다.

밀레니엄 쇼크 이후 전례가 없는 대사건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인간은 미국인이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모국은 그런 인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나?

“그… 초월자라뇨, 교수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니십니까?”

“비약이라뇨, 절대 비약이 아닙니다! 미스터 손이 드래곤과 싸웠던 장소에는 크레이터가 생겼다구요! 그런 크립티드를 제거한 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는 교수.

그의 말대로 손우진과 복해대성 교마왕이 싸웠던 태평양엔 새로 생긴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다.

그 크레이터는 복해대성 교마왕이 내뱉은 화염구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준다.

믿지 못했던 자들도 그것을 보고선 속으로 신음을 삼킨다.

인간의 몸으로 저런 괴물을 상대했다니, 교수의 말대로 성좌가 아닌 이상 상대가 가능했을까?

“인간의 몸으로 이룰 수 없는 업적을 쌓은 자입니다! 과연 그의 몸엔 얼마나 방대한 디바인 파워가 모여있을까요? 저는 감히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디바인 파워가 모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그가 초월자라면 미국, 아니 세계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한껏 무거워진 목소리로 질문을 건네는 마크 제런.

인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경사로운 일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크립티드 덕분에 철저한 힘의 논리로 굴러가는 세계정세.

거기다 타국 출신의 초월자는 성격 또한 괴팍하지 않은가?

“아무래도 그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겠죠… 그에게 인간성이 남아있다면 말이죠.”

암울한 교수의 목소리로 뉴스는 막을 내린다.

이 미국 유명 뉴스쇼의 여파는 세계 각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인간 출신 최초로 등장한 초월자의 존재.

이는 과연 축복일까 새로운 재앙의 탄생일까.

하루가 지나고 그다음 날에 한국에도 그 소식이 도달했다.

[일반][제런쇼 본 게이들 있냐?]

[작성자: ㅇㅇ]

[언제부터 손우진이 이 정도 월클이 돼버린 거냐? 초월자는 또 뭐고?

왜 시발 국뽕튜브 말 그대로 흘러가는데 ㅋㅋㅋㅋ

미국이 벌벌 떨고

미국 히어로 협회 회장 짤린 거 보니깐 원숭이 비위 맞추기 on 시작함]

[ㅇㅇ: 어허 성좌님께 원숭이라니 대가리 박살나고 싶냐?]

ㄴ[ㅇㅇ: 킹좌님들도 VPN 앞에선 아무고또 못하는데요?]

ㄴ[ㅇㅇ: VPN ㅇㅈㄹ ㅋㅋㅋㅋ]

[고아교주: 아 시발 닉 바꿔야 되나;;]

ㄴ[ㅇㅇ: 내가 손우진이면 이새끼 대가리부터 깼다 ㅋㅋㅋㅋ]

ㄴ[푸루: 어휴 시발 닉 봐라 씹 악질이네 ㅋㅋㅋㅋㅋ]

ㄴ[ㅇㅇ: ㅇㅈ ㅋㅋㅋㅋㅋ]

ㄴ[고아교주: 어림도 없지 ㅋㅋ 대가리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고아단은 포기 못 한다!]

[ㅁㅁ: 하긴 인간이 용을 혼자서 잡는다는 게 말도 안 되긴 했지]

[재미나이: 국뽕 월드컵 손우진 우승!]

ㄴ[ㅇㅇ: 한국 우승!]

ㄴ[재미나이: 손우진이면 내가 우승한 거지 한국이 우승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걸?]

[ㅇㅇ: 이 샊... 아니 이 초월자님 한 성격 하시는데 좆간들 감당 가능하겠냐]

ㄴ[고아교주: 한국은 조기 교육으로 문제없습니다만?]

ㄴ[커피콩빵: 아무튼 부처의 제자라고 아 ㅋㅋ]

“이건 또 뭔 지랄들이야.”

이를 가만히 보고 있던 분신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손우진이 곧 세상의 모든 국가를 거머쥘 초월자라느니, 국경을 초월한 왕의 등장이라느니.

터무니없는 추측들이 인터넷 속에 난무하기 시작한다.

화과산에 남은 분신, 손진우가 해결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본체인 손우진과의 신호는 어제 이후로 끊겨서 정보를 전달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다가 무리가 와서 끊은 것 같은데 하필 이 타이밍에 끊긴단 말인가.

“내가 글쓰기에는 또 그렇고… 아 몰라,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분신은 이번 일에 대해서 자신은 못 봤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최선의 일이다.

뒷처리는 본체 놈이 귀국한 뒤에 하겠지.

절대로 혼자 남겨둔 것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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