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과산 스트리머-88화 (88/106)

〈 88화 〉 우리 소통해요

* * *

“와아. 여기서 방송하는 거야? 그리고 정말로 이게 전부 다 오빠 거?”

“그래. 괜히 막 건드리고 그러지는 말고.”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근데 왜 똑같은 화면이 3개나 있는 거야? 컴퓨터는 또 왜 여러 개고?”

“각자 용도가 다 달라서 그래. 하나는 방송을 송출하는 용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사용하는 거야.”

“흐응, 생각과는 달리 나름 전문적이네.”

방송 부스로 들어온 소정이가 이것 저것 질문을 건넨다.

유일교 성직자의 눈으로 본 내 방송 부스가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사실 혹여나 불경한 것들이라며 방송 장비를 깨부술까 봐 걱정을 좀 했지만.

내가 소정이에게 선입견이 조금 있었나 보다.

그나저나 세속과 거리가 먼 이단 심문관이 무슨 생각으로 방송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내 방송이 파급력이 좋은 건 알겠지만 초보가 다수의 시청자들을 상대로 유연하게 대응할지도 의문이고.

“그래서 소정이 네 계획이 뭔데? 무작정 방송한다고 한 것은 아닐 거 아냐.”

“오빠가 복귀하고 나서 때려잡은 이단놈들이 수백 명인 건 알고 있지?”

“그건 딱히 세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네.”

“그렇게 많은 놈들을 잡아들였는데 이를 안 갈고 있겠어? 오빠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려고 안달이 나 있을 거 아니야.”

“그래서?”

“방송에서 오빠가 나를 동생이라고 직접 소개하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애초에 너 이단 심문관으로 소문나 있지 않아?”

“아닌데?”

얘가 무슨 소리래.

전투 망치로 이단의 골이나 부수고 다니는 애가 소문이 안 날 수가 있나.

“뭔 소리야, 너 그거 땜에 김승연한테 납치당한 전적도 있잖아.”

“그건 그 배교자 녀석이 내부자여서 당했던 거고, 우리 이단 심문관들은 공식적인 징벌에 나갈 땐 검은 가면을 써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거든.”

생각해보니 협회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그냥 성직자와 다름없는 복장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 옷 속에 철저하게 숨긴 전투 망치가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만약 떨거지 놈들이 안소정을 평범한 수녀라 생각하고 접근했다간 골이 깨지는 거 아니야?

그러면 얼굴을 본 놈도 지상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엔 이단 심문관으로서의 신분도 노출되지 않는 거고.

괜히 이단 심문관들이 평범한 척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니었구나.

“그러냐. 그것참 철저하시구만.”

“어때? 좋은 생각 같지?”

“그런데 내 동생이라고 소개한다고 해서 손을 댈 미친놈들이 아직 남아있을까.”

“오빠는 아직도 그 쓰레기들에 대해서 너무 몰라.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야.”

하긴 내가 교마왕과 싸우는 영상이 나돈 뒤에도 겁 없이 덤벼드는 녀석들이 존재했는데 챔피언의 동생이 무슨 소용일까.

“그래. 소정이 네가 내기에서 이겼으니깐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어디 마음껏 해 봐.”

“알겠어.”

.

.

.

[손우진 개같이 부활 ㅋㅋㅋㅋ]

[드가자~]

[이제 숨 쉬어도 되냐?]

[방송인 손우진... 그립습니다]

[또 자기 할 말만 하고 방송 끈다에 손목 검]

[할당량은 채우고 가라 쫌!]

[인원 차는 속도 봐라 ㅋㅋ 방장폼 아직 안 죽었다 이거야]

“여기 보이지?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려면 이쪽 모니터를 봐야 해.”

“오빠 그런데 이분들은 평일 점심시간인데 어떻게 들어온 거야?”

“잠깐만.”

소정이가 방송인이라면 가장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린다.

동생의 거침없는 생각과 입을 생각지 못했다.

[지금 누구임?]

[와 방금 누군데 들어오자마자 개쌔게 때리냐?]

[엄마 미안해]

[숨이 안 쉬어져]

[아무튼 직장에서 보는 중이라고 ㅋㅋㅋ]

[개백수새끼들 다 들켰죠?]

[ㅋㅋㅋㅋㅋ 오자마자 처맞네]

[어우 ㅆㅂ 안 본 사이에 이 방 스코빌 왤케 높아졌냐?]

[맵다 매워]

“미안합니다, 갑작스럽게 초대한 게스트 분이라서 방송을 잘 몰라서 그래. 잠시만 기다려.”

급하게 마이크를 음소거 한 뒤에 소정이에게 당부의 말을 건넨다.

“굳이 다른 사람들 이목까진 끌 필요는 없어.”

“방금 한 말 중에서 문제 될 것이 있어?”

“그냥… 그냥 그런 건 암묵적으로 넘어가 주는 법이야. 쟤네가 있어야 방송을 진행할 수 있잖아.”

“뭐 이리 재는 게 많아! 아무튼 알겠어.”

만약 안소정이 방송을 업으로 삼았다면 시청자와 꽤 싸웠을 듯싶다.

가끔은 숨겨야 할 불편한 진실도 있는 법인데 소정이는 거리낌 없이 말해버릴 테니깐.

나는 음소거 상태를 해제한 후 자연스럽게 다시 진행한다.

“오랜만입니다. 월간 손우진입니다.”

[월?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지?]

[죽어]

[성실하게 안 하냐?]

[성실 방송 웨안지켜]

[그것이 손우진이니깐]

[성실과 개우진은 공존할 수 없는 단어야]

“그러면 연간 손우진으로 만날래?”

[아뇨 ㅎㅎ]

[^^7]

[^^7]

[언년이야!]

[절대 갑 ON]

[바로 제압당하는 거 보소 ㅋㅋㅋ]

[꼬우면 니가 뛰어라를 어떻게 반박해]

한마디 협박에 바로 꼬리를 내리는 녀석들.

분신의 방송도 보는 녀석들이 많을 테지만 분신보다 더 자극적인 내 방송을 선호하는 시청자도 있다 보니 성화투성이다.

아무리 내 분신이라 해도 자율적인 인격을 부여한 시점에서

본체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차이가 나지.

그렇지만 칠대성 건도 있고 더군다나 지금은 지옥 세력까지 연루되어있는 마당에 예전처럼 방송을 업으로 삼고 그럴 순 없다.

“오늘은 다름이 아니고 내 여동생이 방송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보여서 직접 보여주려고 틀었지.”

[형님]

[우리 처남 다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사유면 뭐... ㅎㅎ]

[아까 전에 ㅈㄴ 쌔게 때리신 분이 여동생?]

[핏줄 어디 안 간다]

[남매가 쌍으로 기가 드세네요]

“다들 지랄 멈추시고, 그리고 친동생은 아니고 같은 보육원 출신 동생이거든.”

옆을 보니 소정이가 요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왜?”

“아니 좀 이상해서. 내가 없으면 이 방에서 혼자 떠들고 혼자 욕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야 넌 진짜…”

[오빠도 가차 없죠?ㅋㅋㅋ]

[우리만 맞을 수 없다 ㅋㅋㅋㅋ]

[입벌려 동생 폭격기 팩트 폭격 들어간다]

[왜 괴롭혀]

[표정 ㅋㅋㅋㅋ]

[방심하고 있다가 한 대 씨게 맞았네 ㅋㅋㅋ]

“그런 걸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니깐?”

“왜?”

“왜긴 왜야, 서로 불편해지는 얘기를 해서 어쩌게.”

“아니 뭐, 내 소감은 그렇다는 거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안소정의 훅 들이 너무도 아프다.

왜 그런 것이 있지 않나? 의식하면 불편해지는 것들

그런 것을 상기시켜 주니깐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소개합니다. 제 동생 안소정입니다.”

그제야 동생을 캠이 비추는 화면 안으로 들여보낸다.

얼굴이 방송에 나가면 팩트 폭격도 멈출지도 모르지.

[흐으응 누나 더 해줘]

[나 죽어]

[ ㅜㅑ]

[저 얼굴로 매도하면? 오히려 좋아]

[우리의 패배를 인정합니다 우리의 패배를 …]

[아무튼 우리 잘못임 ㅋㅋ]

[저 새끼 주변엔 왜 저런 사람들밖에 없냐 씨발 인생 존나 불공평하네]

[고아 게이야...]

“이 사람들은 갑자기 또 왜 이러는 거야?”

“네가 마음에 들었나 봐.”

정확히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일 테지만.

하지만 안소정이 입을 열고 유일교 찬양을 시작하는 순간 떨어져 나갈 것들이 천지다.

“어머나! 그런 거였어? 다들 정말 고마워요 호호.”

우웩.

동생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는 것은 오빠로서 차마 보기 힘들다.

채팅은 꼬리를 흔드느라 난리가 났다.

저것들은 그저 XX 염색체면 그저 좋다고 난리를 치는데 알량한 자존심마저 없나.

“야, 너희들 중에서 엘레나 방송도 보는 놈들도 있을 거 아니야. 수집해서 다 이른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ㅋㅋ]

[원래 눈앞에 있는 눈나가 중요한 법이지]

[쉿]

[엘레나 방송 안 켜서 ㄱㅊ]

[직접 고로시 멈춰]

“이 간신배 놈들이, 아무튼 시청자들한테 자기소개 좀 해 줘.”

“모두 반가워요. 저는 아버지의 이름 아래 모인 유일교의 성직자 안소정이라고 합니다.”

몇 개의 갈고리가 올라오긴 하지만 아직까진 그래도 반응이 좋다.

저 갈고리를 올린 녀석들은 유일교의 포교에 당해본 녀석들인 것 같다.

“그래요, 안소정 씨 반갑습니다.”

“후흡!”

저저저.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급하게 입을 막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제 방송을 찾아주셨나요?”

“오빠라는 인간이 빠져 살던 세상이 너무나 궁금하기도 해서 찾아왔죠.”

“야! 빠져 살기는 무슨.”

[팩트)팩트다]

[정보 하루종일 방송만 하던 놈이 손우진이다]

[심심하면 방송키던 사람이라 할 말 없지]

[잘 알고 찾아오셨네요]

[이게 얼마만의 캐미냐 ㅋㅋ]

“흠! 그래서 뭐가 궁금했는데?”

“나는 이런 분야는 문외한이니까, 어떤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몰랐어.”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는 뉘앙스네.”

“응. 이렇게 많은 사람들하고 얘기하면 심심할 틈은 없겠어.”

주변의 지인들에겐 방송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꽤 자주 있었는데

가족과 같은 인물에게 오픈하는 것은 처음인 상황.

다행히도 소정이는 방송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근데 정신없긴 하다, 오빠는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이 다 보이는 거야?”

“이것보다 빠른 것들과도 싸우는 데 이 속도는 우습지.”

“자신의 능력을 정말 좋은 곳에 사용하시네요. 우리 챔피언을 칭찬합니다.”

“안소정 동생님 칭찬 감사해요.”

[이 맛, 이 맛이다]

[이게 그리웠다고~]

[남매의 격식 높은 티키타카에 가슴이 옹졸해진다]

[ㄹㅇ 남매 수준이네 ㅋㅋㅋ]

[이 사람 재능이 보인다]

[손우진 이렇게 찰지게 패는 사람 드문데 ㅋㅋㅋ]

“오빠가 여러분들을 괴롭혀요?”

[ㅖ]

[맞는 게 일상인 샌드백이에요]

[그래도 방송 사랑하시죠?]

[매 맞는 마누라 포지션이라고 ㅋㅋ]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왜 괴롭혔데.”

“이 새끼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어.”

곡식을 털러 다니는 황충 무리마냥 내 이미지를 앞세워 온갖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주제에.

나는 이 황충 녀석들의 억제기라는 웃지 못할 소리도 듣는다.

팬덤 이름부터가 정상이 아니니 이것들도 정상이 아니지…

내가 히어로 시절 때부터 이어진 강한 스탠스로 방송을 이끌어가니 얌전히 있는 것이지

다른 방에 가면 인격이 변모할 녀석들 천지다.

“소정이 넌 오늘 좋은 것만 보고 가.”

“뭔데 그래? 내가 모르는 게 있어?”

“됐고 너희도 오늘 가면 단단히 쓰고 있어라, 선 넘는 새끼들은 내가 찾아낼 줄 알아.”

[그건 포상인데]

[1대1 미팅 교환권 ㄷㄷ]

[아 ㅋㅋㅋ]

[오늘 좀 강하게 나오시네요 ㅋㅋㅋ]

[갓끈 단디묶어~]

[좋은 것만 보여드리고 보내드리자]

[ㄹㅇㅋㅋ 알지?]

[ㄹㅇㅋㅋ 만 치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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