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형이?”
“응. 설마 내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
“아니. 그건 아니지만.”
건우의 비범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동우였다. 그런 건우가 도와준다면 과하면 과했지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부재중일 때를 생각해야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몰라도 며칠씩 출장을 갈 수도 있어. 그러면 네가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우왕좌왕하고 싶어?”
“아니야. 해. 할 수 있어. 가르쳐주기만 해. 열심히 배울 게.”
잠시 망설이던 동우. 그러나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더는 고민하지 않고 가사분담을 받아들였다.
욕심이 많은 만큼 책임감도 강한 아이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방금 내가 말한 가사분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 당연히 없… 응? 은우야. 왜 네가 손을 들어?”
“야, 꼬맹이! 넌 밥 할 일도 없는데, 왜 반대를 해?”
서로 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더는 불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은우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작은오빠. 자꾸 꼬맹이라고 부르면, 나도 그럼 오빠를 최초딩이라고 부를 거야.”
“아니, 저 꼬맹이가.”
“아니, 저 최초딩이.”
“어휴. 저걸 그냥.”
“어휴. 저걸 그냥.”
“최동우. 그만하지. 은우 이야기해봐. 가사분담에 대해 왜 반대하는 거야?”
“나는 왜 빼? 나도 가족인데. 어린애 아니야.”
은우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몇 살은 더 어려진 듯 어리광이 늘어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건우와 가족들의 보살핌 덕분인지 많이 나아졌다. 덕분에 원래 별명이었던 ‘둘째 킬러’ 모습도 거의 회복했다.
문제는 과유불급이다. 어리광이 줄어든 대신 건우의 눈치를 볼 때가 있고, 가족들에게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려고 행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우는 그 문제로 조유미와 상담을 했었다. 조유미는 은우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부모님을 잃은 충격을 아직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다.
무의식중에 자신은 부모님께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또다시 오빠들에게도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설명에 건우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너무 어리광을 피우다가 다시 너무 어른스럽게 변해서 당황하긴 했어도 그런 사연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냥 맛있는 걸 먹이고 좋은 걸 입히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그런 마음조차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과거의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사랑으로 돌보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우린 널 정말로 사랑한다. 우린 가족이다. 가족은 서로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 믿음을 계속 줘야 한단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시키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부모님은 멀리 떠난 게 아니라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한다고 해서 그게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건 아니에요. 자꾸 어른들 관점에서 아이들을 바라봐서 문제가 생겨요. 아이니까, 어리니까 그런 핑계로 자꾸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면 그게 다 아이에게 상처가 돼요.’
조유미의 설명은 그랬다.
“은우야.”
“응. 큰오빠.”
건우를 바라보는 은우의 눈은 말똥말똥 기대에 차 있었다.
저런 기대를 차마 저버릴 수는 없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 사정을 내색할 순 없었다. 담담하게 눈을 바라봤다. 순진한 눈망울을 보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데 주먹을 꾹 쥐고 참았다.
그런 행동이 은우의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기에.
“조금 전에 동우와 정우에게 각각 다른 일을 줬어. 오빠가 왜 그랬을까?”
“음. 작은오빠가 막내오빠보다 힘이 세서?”
“그렇지. 동우가 정우보다 힘이 세니까 좀 더 힘든 일을 하는 거야. 여기서 우리 은우가 힘이 제일 약하지.”
“응. 그치만 나도 할 수 있는 걸. 나도 힘세.”
“그래. 알아. 그래도 우리 은우는 오빠들보다 제일 힘이 약하니까, 오빠가 은우가 할 수 있는 임무를 줄게.”
“그게 뭔데?”
“음. 오빠가 식사 준비를 하는 날. 은우가 오빠를 돕는 거야. 쌀을 씻는 건 은우가 할 일. 취사버튼을 누르는 것도 은우가 할 일. 그리고 밥상을 차릴 때 상에 수저 놓는 것도 은우가 할 일. 은우 어때? 잘할 수 있겠어?”
“응! 잘할 수 있어. 내가 쌀은 정말 뽀도독뽀도독 소리가 날 정도로 깨끗하게 씻을게. 나만 믿어 오빠. 히히히.”
건우는 겨우 7살 먹은 막내가 자기도 집안일을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대견하게 생각해야 할지 안쓰러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자. 그럼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어. 이번엔 빨래야. 빨래는 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까 내가 할 거야. 대신 빨랫감을 빨래 바구니에 내놓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동우, 정우.”
“응, 형.”
“앞으로 한 번만 더 빨랫감을 뒤집어 내놓으면 발각 즉시 일주일 동안 화장실 청소 전담이야. 알아들었어?”
“알았어.”
“우리 막내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오빠가 되어서 말이야. 우리 은우는 어쩜 그렇게 빨래도 예쁘게 벗어놔?”
“엄마 때문에.”
“엄마 때문에?”
“응 엄마가 빨래 갤 때 그랬어. 어이구, 동우 녀석 또 양말을 뒤집어 놨네. 어이구, 정우 녀석 바지를 한쪽만 뒤집어 놨네. 내가 정말 미쳐. 날 잡아서 이것들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놔야지 안 되겠어. 라고 했어.”
“엄마가 정말 그랬어?”
“응. 몇 번이나 그랬어.”
“몇 번씩이나? 이것들이 정말.”
“흠흠.”
건우가 인상을 구기며 동우와 정우를 노려봤다. 두 사람은 마땅히 변명이 떠오르지 않는지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만 내뱉었다.
“잘 들어. 앞으로 빨랫감 내놓을 때 주의사항이다.”
건우는 군대 교관처럼 목소리를 깔고 말을 계속했다.
“양말과 겉옷은 절대 뒤집지 않는다. 대신 팬티는 뒤집어서 내놓는다. 왜 그런지 다들 잘 알겠지? 때가 탄 부분을 밖으로 해서 빠는 거야. 그리고 남방이나 재킷의 경우 단추나 지퍼를 꼭 닫아서 내놓는다. 그래야 옷 모양이 안 망가지고 깨끗하게 빨려. 여기까지 모두 이해했지?”
“네.”
“빨래를 갤 때는 온 가족이 다 모인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난 너희 뒤치다꺼리를 할 생각은 없어. 세탁기 돌리는 거야 일의 능률성을 위해 내가 맡기로 했지만, 자기 빨래는 자기가 개는 게 원칙이다. 그리고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대청소하기로 하고, 자기 방은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다. 평소에 깨끗이 사용, 유지할 수 있도록. 이의 있는 사람?”
“없어.”
“나도 없어.”
“나도 없어. 오빠.”
“그래? 그럼 오늘 안건이었던 가사분담에 대한 논의는 이걸로 끝. 해산.”
***
“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오늘쯤 연락이 와야 하는데.”
예전 삶에서 건우가 동생들을 키워야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취직 자체를 걱정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에게는 하버드대 생물학과 졸업장이 있었다.
취직이 아무리 어려운 세상이라고 해도, 건우 정도의 스펙이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목돈이 필요한 입장이었고, 동생들도 풍족하게 키우고 싶었다. 또한, 동우, 정우, 은우가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 간 다음 출근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이 필요했다.
출근 시간이 9시라고 정해져 있어도, 한국의 특성상 7~8시에는 출근해야 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출근 시간이 보장되는 회사도 있었지만, 연봉이 너무 낮았다.
야근도 문제였다. 칼퇴근을 보장해주는 회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고 있던 건우에게 한줄기 밝은 빛처럼 다가와 구원해준 곳이 바로 ‘한강 에듀케이션’이라는 학원이었다.
한강 에듀케이션은 교육방송 출신의 교사 몇 명이 학교에 사표를 내고 의기투합해서 만든 학원이다.
교사가 받는 퇴직금에 한계가 있어, 원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재력가인 장만복 회장의 투자를 받았다.
교육방송 출신의 유명 강사들과 화려하게 꾸민 최신 학원. 모두가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사교육 1번지 또는 사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대치동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교육방송 출신이라는 유명세도, 얼마 전까지 현역 교사였다는 타이틀도 대치동 안에서는 흔한 이력 중 하나였다.
거기에 서울대는커녕 연세대나 고려대 출신 강사진 한 명 없다는 사실은 학원 홍보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어쩌면 비(非) SKY 출신 교사들이 대치동을 점령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었는지도 몰랐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간판 또한 중요한 곳. 교육방송 경력의 강사는 지나가다 발에 밟힐 만큼 흔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학원들이 밀집해있는 곳.
이곳에서 한강 에듀케이션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계속된 적자에 투자자였던 장만복 회장도 아차 싶었다.
상당히 신중한 투자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정말 뭐에 씌웠는지 깊이 따져보지도 않고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기 직전에까지 몰린 것이다.
이젠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되었다며 자책하면서도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장만복 회장의 재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 투자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문제는 무너진 그의 자존심이었다.
평소 사람 보는 눈과 투자하는 눈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이번 학원 투자는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실패했다. 어떻게든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
돈은 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명예회복은 해야 했다.
‘장만복 회장도 실패하더라’라는 말은 죽어도 듣기 싫었다.
고심 끝에 장만복 회장은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학원 전문 컨설팅회사를 찾아갔다.
Study&Education 컨설팅. 줄여서 SAE 컨설팅.
학원 전문 컨설팅 회사는 일반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와는 하는 일이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그들은 학원에 대해 좋은 입소문을 퍼트리고, 학부모나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훌륭한 강사를 추천하며, 학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스타일의 옷을 강사에게 추천하는 일을 주로 한다.
물론 가장 주된 업무는 능력 있는 학원 강사를 연결해주는 일이다.
SAE 컨설팅은 장만복 회장의 요청에 고심을 거듭했다. 이미 침몰하는 배나 마찬가지인 한강 에듀케이션을 살리는 건 웬만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묘수가 필요했다. SAE 컨설팅은 고심 끝에 강사 또는 강사 후보 세 명을 추천했다.
후보 세 명 중 한 명이 건우였다.
건우에 대한 코멘트는 ‘High risk high return’.
분명 모험이지만 성공만 한다면 대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장만복 회장은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건우를 선택했다.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말도 마음에 들었지만 하버드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강사진의 낮은(?) 학벌 때문에 고생하던 한강 에듀케이션이었다.
그런데 학벌로는 대적 불가라 할 수 있는 하버드대 의대 출신(비록 하루만 등교했지만)이 얼굴마담이 된다면?
최소한 학벌 때문에 무시당할 일은 없을 거라 판단했다.
이게 바로 건우가 한강 에듀케이션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 사정이었다.
Rrrrrr
“드디어 연락이 왔네.”
시침이 2시를 가리키기 직전, 건우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그의 터치스크린 화면에 익숙한 숫자의 번호가 떴다.
그녀였다. 손다정.
이름 손다정. 나이 33살. 직급 과장. 한강 에듀케이션이 고용한 SAE 컨설팅의 직원이었다.
건우의 스카우트 건과 한강 에듀케이션 관련 실무를 담당하게 될 실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일반적으로 서울대생을 떠올린다.
하지만 공부를 잘 가르치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래도 서울대?
물론 서울대 출신이 가르치는 것도 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뜻밖에 가르치는 일에는 젬병인 경우도 꽤 있다.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공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9라는 숫자를 봤을 때, 수학에 관심 없는 학생에게는 그냥 숫자 9이고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3의 제곱이라고 생각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큰 차이다. 324는 18의 제곱이고, 1024는 2의 10제곱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그냥 ‘딱’ 보인다. 그렇지 못한 학생은 9나 324나 1024나 모두 그냥 숫자일 뿐이다.
‘아니 이걸 왜 모르지? 딱 봐도 18의 제곱이라는 게 보이잖아. 324라는 숫자를 그냥 줬겠어? 문제를 내는 사람은 의미 없는 숫자를 사용하지 않아. 문제 속에 답이 있는 거라고.’
말이 좋아 문제 속에 답이 있는 것이지, 그렇게 ‘딱’ 답이 보이면 뭐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겠는가?
‘딱’ 보이는 답을 알아듣기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강사다.
그런 의미에서 건우는 절대 좋은 강사가 아니었다. 덕분에 처음엔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너무 당연해서 설명하지 않았을 뿐인데, 강의가 너무 어렵고 성의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2차 방정식을 설명하려는데 인수분해도 모르고, 그래서 인수분해를 설명하려고 보니 괄호 속 곱하기도 모르는 학생.
건우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건만, 과학고와 하버드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건우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의 학생들이었다.
머릿속에는 엄청난 양의 지식이 들어 있으면 뭐하나? 그걸 꿰서 구슬을 만들 능력이 없는데.
그런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 건우를 스타강사로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손다정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고마운 사람이다.
역시 미래는 건우가 아는 그대로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최건우 선생님이신가요?”
이전 삶에서 서로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으니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졸린 듯 나른하면서도 착 감기는 매력적인 보이스. 반가웠다.
“선생님이요? 제가 최건우라는 사람은 맞습니다만, 선생님은 아닌데. 그런데 누구시죠?”
“아! 여기는 한강 에듀케이션이라는 학원입니다.”
“학원이요?”
“네. 쉽게 말해 고등학생들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입니다.”
“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이라고요? 거기서 왜 제게 전화를 하신 거죠?”
당연히 이유야 알고 있었지만, 건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세요?”
“글쎄요. 저와 아무 연관도 없는 보습학원 관계자를 왜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보습학원이 아니라 입시전문학원입니다. 동네마다 있는 흔하디흔한 평범한 학원을 연상하시면 곤란해요.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학원이에요.”
그녀의 열정적인 설명에 피식 웃음이 났다.
과거에도 저런 열정적인 모습에 설득당해 학원가에 투신했었다.
하지만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들어 보니, 그녀의 설명은 일종의 사기였다.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학원.’
틀린 설명은 아니었다. 설명 어디에도 대치동에서 가장 잘나가는 학원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건우는 아무 의심 없이 대치동에서 가장 잘나가는 학원 중 하나라고 믿어버렸다.
다행히 건우와 학원 모두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서로 윈윈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