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10화 (10/256)

제10화

“입시전문학원이라는 것도 결국 보습학원이죠. 보습이라는 말은 보충학습의 줄임말로 일정한 학과 과정을 마치고 학습이 부족한 교과를 다시 보충하여 익힌다는 뜻이거든요.”

“네? 아… 그렇긴 하죠.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말씀을 드린 겁니다. 지방의 전문대학교나 미국의 하버드대학교나 결국 대학은 대학이죠. 그러나 두 대학을 ‘대학교’라는 이름의 카테고리에 같이 묶어버리기에는 서로간의 간극이 너무 크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의미로 차별성을 둔 겁니다”

장난삼아 까칠하게 한번 흔들어봤다.

잠깐 당황은 했어도 금방 회복하고, 대화 상대자의 출신 대학까지 고려해 적절하게 설명하는 모습에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능력 있는 여자였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렇다고 해도 제가 입시전문 학원 관계자와 미팅을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직장을 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 제 전화번호도 알고 있고 말씀하는 모양을 보니 저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을 끝내신 것 같군요. 그런데 어쩌죠. 전 한 번도 학원 쪽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요.”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우의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한국에 머물기 시작한 지 이제 고작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런 상황에서 건우에 대해 파악하고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는 건 보통 정보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시겠죠. 물론 최건우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누구도 쉽게 이룰 수 없는 그런 이력을 가지고 계세요. 취직 자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걸 알면서 왜 전화를 하신 거죠?”

“하지만 거기까지가 아닐까요? 세계 최고 대학 의대를 휴학 중이라고 해도 그게 연봉을 많이 주는 바로미터가 되지는 못해요. 근무시간도 그래요.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성공하려면 새벽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해야 해요. 그런 직장은 곤란하지 않으신가요?”

손다정은 건우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저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니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게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최건우 선생님은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요. 전화로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드릴 수 있어요. 짧은 근무 시간과 많은 연봉. 관심이 생기지 않으세요? 시간을 많이 빼앗지 않겠습니다.”

예전의 건우는 저 말에 홀라당 넘어갔는데 지금 보니 영락없이 약 파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어느 정도 애는 태웠으니 목적은 대충 달성한 셈이다.

건우는 못 알아듣는 척 말 돌리는 행동을 그만두고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

- 밥에서 향기가 나

과거로 돌아온 후, 건우네 집 어느 아침.

한 번도 해보지 않는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었다. 함께 모여 빨래를 개면서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었고, 맛없는 반찬을 타박하면서도 꾸역꾸역 먹어주는 모습에 서로의 관계는 갈수록 돈독해져 갔다.

“오! 오늘따라 유난히 밥에서 윤기가 좌르르 흐르네. 맛있겠다. 흐흐. 킁킁. 어라. 그런데 이게 무슨 향기지?”

유난히 식탐이 많은 정우가 맛깔스러운 밥을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밥에서 나는 알 수 없는 향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응, 밥에서 향기가 난다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음… 뭐지 이게. 형! 건우 형! 밥이 이상해.”

정우의 반응에 동우도 밥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에 건우를 불렀다.

“뭐? 밥이 이상하다고? 왜 무슨 일인데?”

상에 수저를 놓고 있던 건우가 동생들의 부름에 황급히 부엌으로 향했다.

“어라. 진짜 향기가 나네. 왜 이러지. 쌀이 안 좋은 건가? 아닌데. 할머니께서 진짜 좋은 햅쌀이라고 가져다주신 건데.”

“오늘 밥 형이 했어?”

“아니, 오늘부터 밥은 은우가 하기로 했는데. 은우야. 혹시 쌀 씻을 때 이런 향기가 났었어?”

“아니. 안 났어.”

“야! 최은우. 쌀을 제대로 씻은 건 맞아?”

“그럼. 당연하지 작은 오빠. 뽀도독뽀도독 얼마나 깨끗하게 씻었는데.”

“뽀도독뽀도독? 표현이 좀 거시기하다? 쌀을 어떻게 씻으면 뽀도독뽀도독 소리가 나지?”

“작은오빠는 그것도 몰라? 쌀뜨물 세제로 씻으면 그렇게 돼.”

“뭐? 쌀뜨물 세제로 쌀을 씻어?”

“응! 쌀 씻을 때 쓰는 게 쌀뜨물 세제 아니었어?”

“야! 최은우!”

***

“안녕하세요. 최건우 선생님이시죠? 전화로 인사드린 손다정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네. 최건우입니다. 아직 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닌데, 그 선생님 소리 좀 빼면 안 될까요?”

스타일리쉬한 쇼트커트에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면서도 노출은 거의 없는 깔끔한 치마 정장을 입고 나타난 다정의 모습은 도저히 서른세 살로 보이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스무 살의 건우에겐 어떨지 몰라도 마흔 살의 건우는 혹할 정도로….

“제 이야기가 끝나면 OK 하실 겁니다. 그러니 선생님이라는 단어에도 익숙해지셔야죠.”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그만큼 확신하신다고 하니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고 싶군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최건우 선생님은 학원 강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글쎄요. 임용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일? 실력만 인정받으면 수입 자체는 상당히 괜찮다는 정도요?”

잘 안다. 아주 잘 안다. 20년을 학원 강사로 살았는데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제 겨우 20살 먹은 남자가 ‘나 20년 학원 강사 해봤거든. 그러니 손다정 당신보다 훨씬 잘 알 거야’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상당히 괜찮은 수입? 최건우 선생님이 생각하실 때 인기 강사가 되면 수입은 어느 정도나 될 것 같나요?”

“인기 강사라… 아마 많이 받겠죠. 못해도 연봉 1억은 되지 않을까요? 아니다. 2억! 2억은 될 것 같아요.”

건우의 어리숙한 대답에 순간 다정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치 ‘이 녀석은 내 먹잇감이야.’라고 주장하듯 살짝 입맛을 다시고, 테이블 위로 상체를 바짝 붙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호호. 최건우 선생님. 사교육 받아본 적 없으시죠?”

“네. 없어요. 다행히 공부에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소박한 연봉을 상상하셨군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미국의 유명 의대를 졸업하고 소위 잘나가는 의사가 되면, 연봉이 100만 불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맞나요?”

“글쎄요. 정확히는 몰라도 그 정도 수입이 되려면 그냥 잘나가는 것도 아니고 꽤 잘나가야겠죠.”

“그렇군요. 100만 불을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그냥 간단하게 10억이라고 할게요. 1년에 10억이면 엄청나게 큰돈이죠?”

“당연하죠.”

“그런데 스타강사가 되면 10억 이상을 벌 수 있어요!”

“네? 어…얼마요? 10억이요? 농담 아니시죠?”

건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에요. 법적인 문제 때문에, 스타강사라고 해도 고액의 학원비를 받을 순 없어요. 대신 한 번에 많은 학생을 받을 순 있죠. 학원비를 10만 원이라고 가정해볼까요? 케바케이긴 하지만 일단 학원과 강사가 5:5로 나눈다고 가정할게요. 한번 강의할 때 10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월수금 3번, 화목토 3번 이렇게만 강의를 해도 한 달이면….”

“3천만 원이네요.”

“역시! 맞아요. 3천만 원!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아이들이 어떻게 수업을 듣는지, 인가 강사의 강의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시죠?”

“네. 학원은 지나가면서 간판만 본 게 전부니까요.”

“인기 강사가 단과반을 개설하면 정말 콩나물시루가 연상될 만큼 강의실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모여들어요. 수강생이 200명이 넘는 경우가 흔해요.”

“한 번에 200명이요? 그럼 수입이 두 배로 늘겠네요.”

건우의 대답에 다정은 생긋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건우의 입장에서는 신기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빨려 들어갈 듯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손다정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직시하고 있는 건우의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며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아날로그적 수입이에요. 지금은 2014년. 디지털이 엄청나게 발달한 시대예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죠. 덕분에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거기에 강의 교재를 자신이 만든 교재로 사용한다면 저작권 수입도 엄청나죠.”

“그게 사실이라면 연봉 10억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군요.”

“그렇죠?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지금은 학원도 기업화되고 있어요. 그래서 유명 강사 중에는 100억대가 넘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사람들도 있어요.”

“100억 원이라…. 꿈같은 이야기네요.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지죠. 하지만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다정 씨 지금의 모습은 꼭 사기꾼을 보는 것 같아요.”

건우의 직설적인 말에도 다정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욱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그런 성공담을 나열한 이유가 바로 최건우 선생님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 없는 자질을 갖추고 있거든요.”

“무슨 근거로요?”

“학벌이 깡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원가에서 통용되는 말이에요. 좋은 학벌이 좋은 강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강의를 등록할 때 강사의 학력은 매우 중요한 선택사항이죠. 속된 말로 반쯤 먹고 들어간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의 학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어요. 대적불가라고 할 수 있죠. 호호호”

“제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가 그것 하나인가요?”

“그리고 학원 강사를 하기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계세요.”

“네? 제가요? 제가 딱히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사실 사진으로 통해서만 봐서 확신이 서질 않았는데, 만나서 보니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선생님은 무조건 통해요.”

손다정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박이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직접 만나보니 ‘초’대박의 향기가 느껴졌다.

“놀리시는 거 아니죠?”

“잘 생긴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신뢰감과 호감을 주는 외모를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요?”

“선생님처럼 높은 콧대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고, 숯검정같이 짙은 눈썹은 상대에게 신뢰감을 얻어요. 거기에 전체적으로 수수한 외모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죠. 한마디로 퍼펙트해요.”

“이런. 제 얼굴이 학원 강사로 최적화된 외모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하하하. 그런데 다른 근거도 있나요?”

칭찬은 다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물론이에요. 이것도 지금 만나서 확인한 건데, 바로 목소리예요. 차분하니 정말 듣기 좋네요. 신은 베컴에게 완벽한 외모를 주셨지만, 목소리는 주지 않으셨다고 하죠. 그런데 선생님은 강사를 하기에 완벽한 외모에 목소리까지 나무랄 데가 없어요.”

“전 제 목소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평범한 속에 비범함. 그게 중요해요. 하이톤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경질을 유발해요. 그리고 너무 저음은 졸려요. 울림통이 큰 목소리는 가수로는 몰라도 정확한 의미 전달이 어려워서 강의용으로는 낙제점이죠.”

“혼란스럽네요. 갑자기 나타나서 ‘너는 학원 강사로 완벽한 자질을 갖췄어. 함께 일하자’라고 말하는데, 냉큼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건우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자 손다정의 설득은 계속됐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상당시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한참을 밀고 당기던 건우는 못 이기는 척 제안을 받아들였다.

손다정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 순간, 건우의 얼굴이 장난스럽게 변했다.

“아! 손 과장님. 그런데 말이죠. 전 무슨 과목을 가르쳐야 하나요?”

“네?”

“일단 생물학 전공자이고 웬만한 박사학위 소유자보다 생물학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생물은 국영수에 비해 파급력이 약할 것 같은데. 영어는, 하버드에서 최고 논문상을 받았어요. 그 정도면 나쁘지 않지 않나요? 그리고 수학은. 음… 고등학생 때 IMO, 그러니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죠. 전 뭘 가르치면 되나요?”

“네? 저기 건우 씨. 하버드대 의대가 아니라 생물학과이셨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잘도 이야기하던 손다정의 얼굴이 처음으로 경직되었다.

그녀는 미국식 의대에 대해 무지했고, 가지고 있던 프로필에도 과학고 졸업과 하버드 의대 재학 중이라고 적혀있을 뿐이었다. 생물학과 출신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르셨어요?”

건우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과거 손다정의 그런 오해는 몇 달이나 계속됐었다.

그걸 기억한 건우가 손다정의 의표를 찔러 당황하게 만들었다.

“으… 정말이세요?”

“그럼요. 저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오신 걸로 알았는데, 실망인걸요. 혹시 제가 생물학과 출신이면 문제가 생기나요?”

“아…아뇨. 문제가 될 건 없어요. 약간 착오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건우 선생님의 스펙은 여전히 최고니까요. 호호호”

누군가를 스카우트하는 일은 단순히 ‘그래. 우리 함께 일해보자’라고 악수하며 끝나는 게 아니다.

다정의 입장에서는 건우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스카우트해야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

반대로 건우는 많이 받으면 많이 받을수록 좋다.

그래서 일부러 손다정을 흔들었다. 상대가 당황해야 계약할 때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니까.

손다정 덕분에 스타강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부러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 줄 생각은 없었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서 계약한다고 해도, 건우가 가진 잠재력이라면 절대 손해 날 계약이 아니다.

“그럼 저는 학원에서 생물을 가르치면 되나요?”

“아무래도 그래야 하겠죠? 좀 아쉽네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 경력과 하버드대 의대 출신 이력을 잘 메이킹해서 최고의 수학 강사로 등장시키려고 했는데…. 잠깐만요. 그런데 저와 전화 통화할 때는 하버드대 의대 출신이라는 말에 부정 안 하셨잖아요?”

“그렇죠. 그것도 맞으니까요.”

“네? 그…그게 무슨 말씀이죠?”

건우는 손다정이 쉽게 정신을 차리도록 두지 않았다.

“미국 의대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모양이네요. 물론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의대로 진학하는 대학도 극소수 존재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의대는 학부 4년 과정을 마치고 진학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생물학과를 졸업한 것도 맞고, 의대 휴학 중인 것도 맞아요.”

“아! 그런 거였군요. 어쩐지. 그래도 다행이네요. 계획에 차질이 생길 뻔했는데.”

“계획이라. 그러니까 손 과장님의 생각은 제가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거군요.”

오해는 풀렸지만, 대화의 주도권은 건우에게도 이미 넘어갔다.

건우는 지금의 주도권을 쉽게 놓을 생각이 없었다.

“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국영수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최 선생님의 영어 실력 또한 당연히 대단하실 거라 믿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걸 내세우긴 쉽지 않다는 거예요. 미국에 10년 이상 오래 머문 것도 아니고 영어 전공자도 아니니까요.”

“그건 아쉽군요.”

“하지만 수학은 달라요. 국제 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상 경력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파급력을 가져요. 거기에 세계 최고라 불리는 하버드 의대생이라는 이색 경력은 금상첨화죠.”

“의대와 수학은 연관이 없는데요?”

“괜찮아요. 그건 포장하기 나름이니까요. 하버드 의대 출신에 국제 올림피아드 금상 경력이면, 아무도 건우 씨의 수학 실력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라고 해도 제가 그렇게 만들어드릴게요.”

“그렇다면 의대 전공이 문제 될 것은 없겠네요. 그런데 손 과장님.”

“네, 말씀하세요.”

“저는 영어와 생물도 같이 가르치고 싶은데요. 아! 생물이 아니라 과탐 전체를 가르치고 싶어요.”

건우의 말이 치기라고 생각했을까? 손다정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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