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22화 (22/256)

제22화

며칠 후 윤수는 하버드 의대 출신의 강사가 수업한다는 한강 에듀케이션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자신만 모르고 있었지, 지금 강남 학원가에서는 엄청나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 편으로는 미심쩍기도 했다. 생각 없이 수강증을 받았는데, 뒤늦게 그 강사가 네 과목 모두를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신이 수강하는 네 과목뿐만 아니라, 화학과 생물도 가르친다고 한다.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그건 좀 불가능해 보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한몫 단단히 잡을 생각으로 사기를 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학원을 빼먹을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그러나 금방 포기했다. 한강 에듀케이션의 학생관리가 웬만한 학교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말에, 엄마의 엄청난 등짝 스매시를 떠올리며 억지로 학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모두 반갑다. 나는 오늘부터 여러분의 수학 수업을 담당하게 될 최건우라고 한다.”

학원에 도착하자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윤수가 수업을 들어야 할 강의실은 7층인데, 알고 보니 무려 400명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시설은 좋아 큰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400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몰려 도저히 탈 상황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짜증을 가득 담은 채 계단으로 7층까지 올라갔다.

헉헉거리는 숨을 겨우 진정시키고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윤수가 본 강의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야말로 끔찍했다.

400여 명의 학생이 엄청나게 큰 대형 강의실에 우르르 앉아 있는 모습. 그들이 내뿜는 엄청난 열기에 몸이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공간을 넓게 배치했고, 책상과 의자도 좋은 것을 사용했는지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강의실 중간중간에는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서 멀리 앉은 사람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했다.

시설이 괜찮아서 겨우 참고 수업을 듣기로 했다.

그런데 강사가 들어와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고민이 생겼다.

너무 어렸다. 나름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클래식한 양복에 뿔테안경까지 꼈지만, 앳된 얼굴을 완전히 감추기는 어려웠다.

저런 어린 남자가 강남 학원가를 강타한 소문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7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온 학생들, 정말 수고 많았다. 웬만하면 앞으로도 쭉 그렇게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부터 수능 시험까지 11개월은, 달리기로 치면 마라톤과 비슷하다. 체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 평소에 운동할 수 없는 너희에게 1층부터 7층까지 총 133계단은 좋은 운동 기회가 될 것이다.”

‘아! 짜증 나. 나이도 몇 살 차이 안 나는 놈이 저딴 소리나 하고 앉았고. 너도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해봐라. 학원 수업하러 왔는데, 수업도 듣기 전에 7층까지 오르면 지쳐서 수업도 제대로 못 듣는다. 인간아!’

윤수는 속으로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건우를 삐딱하게 쳐다봤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여러분은 왜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은 흔히들 이야기한다. 수학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사칙연산만 잘하면 된다고. 정말 그럴까? 정말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까?”

“얼마 전에 TV에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하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비만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위험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비만인 사람과 마른 사람이 동시에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 들어왔는데, 비만이었던 사람만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이 이야기를 TV나 뉴스로 본 사람 손 한 번 들어봐.”

아이들은 손을 들어보라는 건우의 말에 강의실의 1/3 정도가 손을 들었다.

윤수는 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봤네. 그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열심히 살을 뺄 필요가 없다는 생각? 이제는 밤에도 마음 놓고 음식을 먹자는 생각? 수학을, 통계를 모르는 사람은 기사를 보고 그런 오류에 빠지기 쉽다. 왜? 그 실험에 숨어있는 어처구니없는 숫자 장난을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수치화해보겠다. 비만인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심장마비 시 깨어날 확률이 두 배나 높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마른 사람이 비만인 사람보다 심장마비로 쓰러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최소 1/100이다. 비만인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심장마비로 쓰러질 확률이 100배쯤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너희는 심장마비에 걸렸을 때 살아날 확률이 높다는 그 작은 이유 하나로 비만을 선택하겠어?”

어느새 학생들은 건우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물음에 일제히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집단 최면에 걸린 듯 400여 명의 학생이 동시에 고개를 흔드는 올림픽의 카드섹션처럼 질서정연했다.

그 400여 명의 학생 속에는 윤수도 끼어 있었다.

“그래 아무도 없네. 수학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여러분이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면 정말 무수히 많은 숫자의 장난 앞에 놓이게 된다.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겠지. 그럴 때 사칙연산만 하면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았던 수학이, 여러분에게 밝은 등대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러분의 등대가 세찬 비바람과 폭풍이 쏟아져도 흔들림 없이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이 자리에 섰다.”

건우는 이미 좌중을 압도했다. 아이들의 눈은 정말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고야 말겠어’라고 말하는 듯 활활 타올랐다.

윤수는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난방이 잘 되는 교실이었고 옷도 따뜻하게 있었지만, 팔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윤수에게 수학을 가르쳐준 선생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차원이 다르다는 게 어떤 건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레벨’이 다르고, ‘급’이 다르고, ‘클래스’가 달랐다.

그런 전율은 다른 과목을 들을 때도 이어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를 부정할 순 없었다.

윤수 말고도 의구심을 가진 학생들은 많았다. 그렇지만 최건우라는 강사는 사람들의 그런 의구심을 실력으로 날려버렸다.

윤수는 수업을 마치고 재빨리 집으로 갔다.

“엄마. 엄마.”

“그래. 나 여기었어. 학원에서 바로 집으로 왔나 보네. 오늘 수업은 어땠어?”

윤수의 부름에 윤수 어머니는 부엌에서 나와 오늘 학원 수업이 어땠는지부터 물어봤다.

“대박. 정말 대박. 진짜 정말 잘 가르쳐. 엄마. 난 처음에 사기꾼이 아닌지 의심했는데, 레알 진짜 최강 짱 실력이야.”

“어머어. 정말이야? 호호호. 그 봐. 엄마가 뭐랬어? 엄마 말 듣기를 잘했지?”

“응. 그런데 왜 다른 과목은 수강신청 안 했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수능에서 과탐은 어차피 2과목만 선택하면 되잖아. 그래서 물리랑 지구과학만 신청했지.”

“에이. 그래도 다 했어야지. 엄마도 참. 내신도 중요하다고. 그것도 생각했어야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학원 강의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하던 윤수가 180도 변했다.

“그래? 네가 필요 없다고 그럴까 봐 일부러 줄였는데. 어떡하지 이번에는 운 좋게 신청했지만, 다음번에는 사람들 엄청 몰릴 텐데. 큰일이네.”

윤수 어머니는 아들의 성화에 벌써부터 다음 달 수강 신청하는 일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속으로 흐뭇했다.

***

모든 수업에 학생들이 모두 꽉 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문의가 들어왔다.

폐업 걱정을 하던 한강 에듀케이션도 어느 정도 걱정을 덜게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을 잘 넘어야 한다. 정말 어려우면서도 쉬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실력발휘이다.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단계겠지만, 실력을 갖춘 준비된 사람에게는 정말 쉬운 단계다.

다행히 건우는 두말할 것도 없고, 한강 에듀케이션의 다른 강사들도 실력으로만 따지면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학원이 대치동의 다른 학원에 밀렸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확실한 스타강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방송 강의 경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치동은 역시 대치동이었다. 자신감이 넘쳤던 한강 에듀케이션 관계자들은 그곳이 왜 대한민국 사교육의 1번지라고 불리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실력이 있으면 뭐하는가?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데.

그런 그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건우가 오고 강남 전체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몰리자, 한강 에듀케이션의 공동창업자들이자 강사인 그들은 정말 마지막 희망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자만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들어가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수업준비를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보다 20살가량 어린 건우를 찾아가 부탁도 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한강 에듀케이션에 참고서 독점권을 줄 생각이었기 때문에 건우도 그들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과목별로 미팅하고 좀 더 쉽고 이해하기 편한 교습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강사들만 따로 모여 강의를 시연(試演)하기도 했다. 그 시간만큼은 냉정한 감독관으로 돌아가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건우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보여준 강의에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서로의 강의에 대해 비판을 해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칠 점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러면서 그들은 더욱 훌륭한 강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뼈를 깎는 준비의 시간이 지났고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한강 에듀케이션 관계자들과 손다정 과장은 2주 안에 결판이 날 것으로 생각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바보가 아니다. 게다가 대치동에서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의 눈높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학원의 강의 내용이 형편없거나 기대의 미치지 못한다면, 건우의 족집게 실력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었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다고 해도, 정말 건우의 수업을 들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소문이 사실이라고 전도사처럼 전도할 리도 없었다.

좋은 건 원래 자기만 알고 싶은 법이니까.

혹시나 하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야 계속 다니겠지만, 100%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소문만 믿고 실력도 없는 강의를 계속 들을 만큼 이쪽 세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상황이 어떤 것 같아요?”

2주여의 시간이 지나자 장만복 회장과 한강 에듀케이션의 원장이 손다정을 원장실로 불러 지금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게… 휴….”

“아니, 왜 한숨을 쉬어. 상황이 별로야? 에잉. 확실하다면서 믿어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망할 한숨을 쉬어.”

손다정의 한숨에 성질 급한 장만복 회장은 대뜸 역정부터 냈다.

“어머! 장 회장님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제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한다고….”

“어허. 지금 제정신이야? 회장님까지 불러 놓고 딴 생각을 할 정신이 있어?”

“호호호. 죄송해요. 원장님. 한마디로 ‘대박’이 났습니다.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특히, 최건우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글쎄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해요. 경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나가는 아이들이 최 선생님 수업 이야기만 하면, ‘레벨’, ‘급’, ‘클래스’라는 단어를 써가며 거품 물고 칭찬만 하는 상황입니다.”

손다정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레벨? 급? 클래스?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옛날 말로 ‘따봉’, ‘대끼리’, ‘대빵’ 뭐 그런 의미인가?”

“맞습니다. 회장님.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지, 게임용어를 실생활에 많이 이용하더군요. 어쨌든, 최고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십니다.”

긴장하고 있던 원장은 손다정의 말에 여유를 되찾고,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장만복 회장에게 단어의 뜻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렇구먼. 그럼 그렇다고 바로 바로 이야기를 했어야지, 늙은이 심장 약해지게 대뜸 한숨부터 쉬나. 쯧쯧쯧.”

“죄송해요, 회장님. 생각보다 상황이 너무 잘 돌아가서 다른 고민이 생겼거든요.”

“다른 고민?”

“네. 개강하기 전까지 밀려들어 온 수강문의가 파도 급이었다면, 지금 들어오는 문의는 거의 해일 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것도 쓰나미급 해일.”

“파도에서 해일로 변했다? 파도는 몰라도 해일은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그런 의미로 한 말인겐가?”

“그렇습니다. 사실상 행정업무를 보던 사무실은 거의 마비상태입니다. 급하게 전화 문의 및 개별 상담만 전담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자네가 내게 이야기했지 않은가? 내가 지금껏 투자한 투자처 중 가장 큰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상담 인원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업무가 마비되게 만드나?”

기분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손다정의 한숨에 놀랐기 때문인지 장만복 회장은 계속 심술을 부렸다.

그래도 얼굴은 살짝 미소가 담겨있어, 원장이나 손다정도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죄송합니다. 정말 저도 이 정도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리 상담 인원을 늘렸는데도 워낙 많은 문의가 밀려들어 와서… 아무튼, 제 실책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계속 이야기해보게. 문의가 들어오는 것만으로 내 앞에서 그렇게 딴생각할 리는 없고.”

“아! 그게. 가장 큰 문제는 강의실이 부족합니다. 기존 수강생에게 강의신청 우선권을 주기로 했는데, 제 예상으로는 최소 95% 이상이 계속 수강을 할 것 같습니다. 밀려오는 요청에 비해 새로 받을 수 있는 인원이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강의실이 전혀 없나? 하나도?”

얼마 전까진 학생이 부족해서 난리였는데 지금은 교실이 부족해서 난리다. 상전벽해(桑田碧海)도 세월이라도 흘렀지, 한강 에듀케이션은 불과 몇 달 만의 변화다.

“네. 안타깝게도 모든 강의실이 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1월이나 2월이 되면 재수생들도 몰리게 됩니다. 빠져나가는 인원은 없는데 들어오려는 인원은 더 늘어나겠죠.”

“재수생은 고3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기 전까지 수업을 들으면 될 거 아닌가?”

“물론 고3들과는 달리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재수생들이기 때문에 낮에 수업을 들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원 종합반을 다니는 학생은 저녁에 단과수업을 듣기 위해 우리 학원을 찾을 게 분명합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겠죠.”

“빠져나가는 사람은 없는데,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생은 점점 늘어난다. 기분 좋은 소식이긴 한데, 그것도 너무 과하니 골치 아프군.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극성이야 내 진작 알고 있었던 일이고. 이거 그냥 손 놓고만 있다간 별의별 상황이 다 일어날 수도 있겠군.”

학교 교사를 하다가 학원으로 진출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은 원장보다는, 세상 물정에 대해 훤한 장만복 회장의 판단이 빨랐다.

손다정의 짧은 설명만 듣고 그녀의 고민이 어떤 건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평소 점잖던 사람도 일단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철면피보다 뻔뻔해지는 게 학부모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폭동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소란쯤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양반에 가깝다.

만약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의 학부모가 나름 사회에서 한가락 하는 사람이라면?

그땐 체면이고 뭐고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강의를 들으려 할 게 뻔했다.

사실 그런 압력은 이미 은근히 들오고 있었다. 아직 노골적이진 않아서 모른 척하고 있지만, 막상 수강 신청 날이 되면 어떻게 돌변할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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