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그건 손 과장님 쪽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제가 무언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겁니까? 아니면 제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려고 하는 겁니까? 후자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결국 제 미래가치가 얼마냐?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손 과장님은 제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세요?”
건우가 손다정을 바라보며 짓궂게 물었다.
“가능성은 무한하겠죠.”
“맞습니다. 가능성만 무한이죠. 반대로 쪽박을 찰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수능 시험 문제를 한 개도 못 맞추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게 뭐죠?”
“제 실력은 진짜라는 것. 제 교습법은 수능 시험 적중률처럼 운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이제 겨우 21살이 됩니다. 앞으로도 쭉 발전할 거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
“하지만 최 선생님도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손다정도 호락호락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바로 장만복 회장님과 같은 든든한 힘을 가진 사람을 배경으로 둘 수 있다는 사실이죠. 여긴 미국이 아니에요.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혼자 힘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 성공하기 힘든 곳이 한국이에요. 이 점에 대해서는 최 선생님도 인정하셨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학원 쪽이 얼마나 암투가 심한지 아세요? 조금만 약점을 보여도 바로 물어뜯기는 곳이 바로 이곳이에요. 최 선생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혼자 힘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아요.”
건우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분명히 배경이 되어줄 사람은 필요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상 장만복 회장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가끔 불퉁거리는 성격이 문제였지만.
천문학적인 재산이 있는 장만복 회장이 굳이 학원 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한강 에듀케이션의 김 원장과 의리 때문이었다.
혼자 해내기가 쉽지 않다면, 누군가와 동업을 하든 투자를 받든 선택을 해야 한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끌어들였다가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만복 회장은 최상의 투자자인 셈이다.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건우가 지금처럼 뻣뻣하게 나가는 건 한강 에듀케이션과의 협상을 거절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일종의 쇼라고 할 수 있다.
예전 삶의 건우였다면 손다정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의 건우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그녀의 제안이 최선이 아니라는 건 이미 눈치챘다.
설사 눈치채지 못했다고 해도 상대의 제안을 한 번쯤은 거절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 장만복 회장님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른 투자자를 찾아보면 됩니다. 안 되면 공개투자를 받으면 됩니다.”
“장만복 회장님 같은 분은 쉽게 찾기 힘들어요.”
“제가 그분을 알게 된 지 겨우 한 달 조금 넘었습니다. 그분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옆에서 믿을만하다고 부추기는 경우를 보면, 꼭 사기꾼들이 많더라고요.”
“최 선생님! 설마 저와 장 회장님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쨌든 전 그분을 모릅니다. 그리고 한마디만 더 하면, 우리 부모님도 사기꾼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제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을 함부로 믿을 것 같습니까?”
“아! 미안해요. 그럼 우리와 함께할 가능성은 전혀 없나요?”
건우가 자신의 가정사 이야기를 꺼내자 잠깐 발끈했던 손다정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물었다.
“네. 지금 당장은 그렇습니다. 이 생각은 한강 에듀케이션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입장은 충분히 밝힌 것 같은데.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까요?”
어떤 미련도 보이지 않는 단호한 거절.
손다정은 그제야 며칠 전 장만복 회장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
“학원 건물을 지어주신다고요? 회장님. 너무 과한 투자 아닙니까?”
“아니야. 나도 내가 아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볼 만큼 알아봤어.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없었다면 사기꾼으로 치부해도 될 만큼 엄청난 성과를 보이고 있더군. 게다가 지금보다 미래가 더 찬란하게 빛날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려는데 그 정도 투자는 해야지. 사실 최건우 선생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정도도 부족할 수 있어.”
“아닙니다. 아무리 최건우 선생이라도 그 정도면 넘어올 겁니다. 제가 꼭 설득하겠습니다.”
손다정은 장 회장에게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장 회장은 그런 그녀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한 가지 충고를 했다.
“손 과장 능력은 믿어. 하지만 가끔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지. 내가 볼 때, 최 선생이라는 사람은 손 과장 깜냥으로는 쉽지 않아. 자네가 못났다는 게 아니라, 그 녀석이 대단하다는 의미야. 그러니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납작 엎드리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설득이 안 되면 그냥 납작 엎드리고 ‘처분만 내려주십시오’하라고.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적당한 타협안을 마련해줄 걸세.”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회장님.”
“그냥 가서 만나보게. 그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테니까.”
***
납작 엎드리라는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건우에 비하면 깜냥이 부족할 거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던 손다정이었다.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의 깜냥이 얼마나 괜찮은지.
하지만 장만복 회장의 말처럼 설득에 실패했다. 건우가 가진 포부는 그녀의 잣대로 측정하기 힘들만큼 커 보였다.
포기하듯 마음을 놓았고, 그제서야 장만복 회장의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최 선생님. 다시 한 번 생각해주세요. 무슨 조건이든 받아들이겠습니다.”
“네? 무슨 조건이든지요?”
“네. 최건우 선생님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한강 에듀케이션은 무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
손다정이 바짝 엎드리자 오늘 처음으로 건우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무조건이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세요?”
“그럼요. 어차피 한강 에듀케이션은 최 선생님 아니었으면 얼마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럴 바에는 그냥 최 선생님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렇게 나오신다면야. 그런데 그만한 권한이 손 과장님에게 있나요?”
“네. 이미 장만복 회장님에게 재가를 받았습니다.”
“장만복 회장님이요? 쯧. 망할 영감 같으니. 예전에도 그러더니만 역시 능구렁이였어.”
장만복 회장 이야기가 나오자, 건우는 손다정이 갑자기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갔다.
어쨌든 장만복 회장으로서는 큰 양보를 한 셈이고 건우는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다.
“네?”
“아!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어이없는 조건을 내걸었나요? 생각할 시간을 드릴까요?”
“아닙니다. 무조건 500억 투자. 대신 제가 앞으로 운영할 학원과 출판사 그리고 교육 관련 모든 사업체에 대한 지분 30%를 드립니다. 처음 요구하신 49% 중 나머지 19%는 분명히 나중에 필요할 일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또 있으세요?”
“네. 한강 에듀케이션의 지분 10%를 제게 주십시오. 그게 한강 에듀케이션 입장에서도 좋을 겁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대외적으로도 지분 공유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이게 최 선생님이 원하시는 조건인가요?”
조금 과한 것 같긴 해도, 그렇다고 아주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건우가 적당한 타협안을 제시할 거라는 장만복 회장의 혜안은 탁월했다.
“네. 제가 방금 한 제안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전부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자세한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죠. 잘 부탁해요. 최건우 선생님.”
“이런. 너무 쉽게 받아들여서 제가 더 당황스럽네요.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구두로나마 계약을 확인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했다. 손다정은 오늘 미팅에서 처음으로 편안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쉽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정말 고심을 많이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럼 얼마 전에 제가 드렸던 제안은 거절인 건가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혹시 제가 최 선생님 편을 안 들고 장만복 회장님과 한강 에듀케이션의 입장만 대변한 것 때문에 물어보시는 건가요?”
“조금은요?”
조금은 무슨. 완전히 그렇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같이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느 정도 편의는 봐줄 만도 할 텐데, 손다정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해예요. 그리고 최 선생님. 저는 아직 SAE 컨설팅 소속이에요. 그러니 제가 속한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음… 그렇긴 하네요.”
공과 사를 분명히 하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건우는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 선생님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게 모두에게 최선이니까요.”
“그건 반가운 말씀이군요.”
“당연하죠. 제 미래의 직장을 위한 일인걸요.”
찡긋 웃으며 대답하는 손다정의 모습에 건우는 그제야 그녀가 자신과 일할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기태는 한강 에듀케이션의 강사이다. 그는 요즘 와서 인생은 참 롤러코스터 같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웃을 만하면 울고 울만 하면 웃고. 정말이지 요지경이 따로 없다.
사범대를 다녔던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그냥 남들처럼 임용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사가 되겠다는 사명감 같은 건 없었다. 성적에 맞춰 들어간 대학이고 안정권이라고 해서 지원했던 과가 하필 사범대였을 뿐이었다.
그런대로 머리는 좋았던지 어렵지 않게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운도 좋았다. 그가 시험에 합격하고 몇 년도 지니지 않아 교사에 대한 인기가 급증했다.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렸고, 3~4수를 하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교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기태에 대한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박봉의 불쌍한 교사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철밥통 교사로 변모했다. 덕분에 괜찮은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토끼 같은 아이들도 낳았다.
교사 생활은 평탄했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몰랐는데, 교사 생활을 하다 보니 남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에게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맞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준도 높아져 주변으로 점점 소문이 났고, 나중에는 교육방송 강사까지 하게 되었다.
현직교사로서 교육방송 강사를 맡게 된 것은 참 명예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명예라고 생각했던 교육방송이 순탄했던 기태의 인생에 큰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자꾸 주변에서 바람 넣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인기가 많아 봤자, 교사 월급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교육방송 강사를 해봐야 가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현직교사라는 직업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등등.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교육비 부담은 늘어났다. 항상 순종적이던 와이프도 교육방송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기태를 보며 학원 강사로 진출해보는 건 어떠냐며 넌지시 운을 띄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같이 교육방송을 하던 동료교사들 몇 명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기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들과 종종 만나 술자리를 가지다가 결국, 마음이 맞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 학원을 하나 차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는 사람에게 빌리든 사는 집을 담보로 잡든 각자 2억이라는 거금을 출자해서 학원을 차리자는 세부적인 논의까지 마쳤었다.
그때 장만복 회장이라는 투자자를 끌고 온 사람이 지금의 한강 에듀케이션 김상문 원장이었다.
강남, 그것도 대치동에 진출하자는 김 원장의 제안은 꿈을 잃고 살아가던 40대 교사들의 웅심(?)을 일깨웠다.
자신들의 실력이라면, 자신들의 경력이라면 대치동도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그들의 심장에서부터 불타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한 번쯤 고민을 해봤어야 했다.
왜 교사들이 은퇴하고 개인사업에 도전했다가 대부분 말아먹는지를 말이다.
빚을 내서 시작한 학원이 그들이 꿈꾸던 장밋빛 미래와는 다르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현역교사 출신이고 교육방송까지 했는데, 아이들에게 그것은 학원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치동 강사 대부분은 그들 이상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은 냉정했다. 얼마 가지 못해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수강료를 낮추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과외와 다를 바 없는 소수 정예임을 내세워 겨우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수입은 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출금 이자는 갚지도 못하고, 씀씀이는 점점 줄어들어 갔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라도 빠진 듯 나날이 절망감만 깊어져 갔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건우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런 새파란 애송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혼자 6과목을 가르치겠다고 했을 때? 그땐 정말 기도 안 찼다.
수능 적중률 50%를 장담했을 때는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싶었다.
그러나 건우는 그런 모든 편견을 극복했다. 그는 진짜였다.
기태와 동료들에게는 슈퍼맨과 다를 바 없었다.
혜성처럼 등장해 엄청난 실력으로 순식간에 대치동을 평정해버린 대한민국 학원가의 기린아였다.
죽어가던 학원은 살아났다. 살아난 정도가 아니라 불과 몇 달 만에 대치동에서 손꼽는 학원으로 우뚝 서버렸다.
정말이지 롤러코스터 같은 그의 삶이었지만, 요즘 기태는 정말 즐거웠다. 맨날 눈치만 보던 힘없는 가장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아빠와 남편으로 변할 수 있었다.
반찬도 달라졌다. 자신이 잠을 자는 집이 교도소는 아니었는데, 맨날 김치와 콩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반찬이 조금씩 바뀌더니 요즘은 거의 매일 고기가 올라왔다.
심지어 마누라가 가끔 기태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했다. 주책없는 마누라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걸 거절할 기태가 아니었다.
다행히 죽은 줄 알았던 그의 분신이 요즘 와서는 고등학생 부럽지 않게 불끈거리고 있었다.
출근 때마다 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즙과 매일 올라오는 고기반찬 덕분이 분명했다.
“여보. 이제 왔어요. 호호호”
오늘도 즐겁게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와이프가 활짝 웃으며 기태를 맞았다.
“응,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웃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네. 있어요.”
“오! 그래? 무슨 일인데. 당신만 알지 말고 나도 같이 좀 알고 웃자고.”
“호호호. 그게 글쎄, 저기 혹시 당신 앞으로 선물이 몇 개 왔어요?”
“선물? 왜 갑자기 선물?”
“당신 수업 듣는 학생의 학부모가 보냈더라고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이런 선물 받아도 괜찮겠죠?”
“괜찮기야 하겠지. 난 이제 더 이상 학교 교사가 아니니까.”
예전에는 촌지다 뭐다 해서 많은 학교 선생님에게 많은 선물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촌지는커녕 조금만 고가의 선물을 받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요즘이었다.
다행히 기태는 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학원 강사가 됐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