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46화 (46/256)

제46화

강남의 한 고급 술집 별실. 건우와 손다정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그런데 대표님 요즘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일이 많아서 그래요?”

“아니요. 일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그럼 얼굴이 왜 그러세요?”

“우리 둘째 때문에요.”

“동우 학생이요? 동우 학생이 왜요? 전에 보니까 과묵하고 점잖아서 듬직할 것 같던데요.”

“네? 과묵? 점잔? 누가요? 우리 동우가요? 아님 정우가요?”

손다정의 말에 건우는 황당하다는 듯 정색했다.

예전의 동우라면 모를까 지금의 동우와는 가장 거리가 먼 단어다.

“당연히 동우 학생이죠. 정우 학생은 그냥 수줍음이 많은 것 같던데.”

“헐. 녀석. 생각보다 더 음흉하네. 손 팀장님까지 깜빡 속이고.”

“아니에요?”

“그럼요. 얼마나 개구진데요. 완전히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에요. 좋게 말하면 그렇고, 혹시 비글 아세요?”

“3대 악마견요?”

“네. 동우를 보면 가끔 비글이 생각나요.”

“네? 헉! 정말 그래요? 세상에. 학원에서 일할 때 보면 조용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하던데. 절대 까불지도 않아요. 다른 강사 선생님들도 되게 좋게 보세요. 예의 바르고, 성실하다고.”

“그래요? 그건… 같이 일하는 학생들이 동우보다 한 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내년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죠.”

“호호호. 아무튼, 의외네요. 그런데 동우 학생이랑 대표님 얼굴 상한 게 무슨 상관이에요?”

“제가 얼마 전에 정우한테 공짜로 태블릿 한 대 사주기로 했거든요. 왜, 일전에 중학생용 인터넷 강의 만들자고 했죠?”

“그랬죠. 정우 학생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그렇지 않아도 중학생용 인터넷 강의 건으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에요.”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았는데, 건우가 몇 가지 일을 더 추가하는 바람에 더욱 힘들어진 손다정이었다.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가면 씻기도 귀찮을 정도로 지친 상태가 된다.

물론 건우는 손다정이 힘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역시 손 팀장님은 일을 잘해요. 정말 스카우트하길 잘했어요’라며 흐뭇한 미소만 지을 뿐이지만.

“정우가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되었으니,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으로 태블릿을 하나 사주기로 했거든요. 그랬더니 동우 녀석이 난리에요.”

“왜요? 자기도 태블릿 사달라고요?”

그렇게 단순했으면 건우가 이렇게 골머리를 썩일 리가 없다.

“아뇨. 차라리 그렇게 떼를 쓰면 혼이라도 내죠. 그런데 별 시답지도 않은 기획서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는 자기 아이디어를 채택해달라고 조르잖아요. 처음 몇 번은 진지하게 읽어주고 반응해줬더니, 이젠 밤낮으로 찾아와서 사람을 괴롭혀요. 어휴. 완전 진상이 따로 없어요. 진짜 인간 비글을 보는 것 같다니까요.”

“호호호. 왜요. 너무너무 귀여운걸요.”

“아이고 손 팀장님 귀여운 것도 정도 것입니다. ‘형 대박 아이템이야’, ‘이건 정말 대박이야’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이제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아요. 없던 변비가 생길 지경이라니까요.”

“그럼 한 대 사주지 그래요. 솔직히 대표님 이제 돈도 잘 벌잖아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돈 귀한 줄 몰라요. 원하는 거 하나하나 다 사주면 버릇만 나빠질 겁니다. 절대 그렇게 못 키워요.”

“아…. 그래요?”

손다정은 그렇게 말하면서 참 묘한 눈으로 건우를 바라봤다.

“아니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네? 제 눈이 어때서요?”

“뭔가 게슴츠레해서 이상해요. 마치 시비 걸기 직전이라고나 할까? 동생한테 태블릿 하나 안 사주는 게 이상해요?”

“아뇨. 그건 안 이상하죠. ‘요즘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참 이상해서요. 그래도 명색이 제가 모시는 대표님에게 이런 말 하긴 참 민망하지만, 솔직히 대표님도 ‘요즘 아이들’에 속하잖아요. 안 그래요?”

“아! 그건 그러네요. 하하하.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동생인데, 그냥 한없이 어리게만 느껴져요. 희한하죠? 왜 이집트 피라미드 안에서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고대 문자가 발견됐다고 하잖아요. 만고불변의 진리죠.”

사실 예전 삶에서 건우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기 시작하면서 ‘요즘 아이들’, ‘요새는 말이야’ 이런 표현을 많이 쓰게 되었는데, 그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고치고 싶어도 몸에 익은 듯 버릇이 된 말이라서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요. 그렇다고 쳐요.”

“엎드려 절받기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나저나 오늘 만날 분들은 마음이 좀 급하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참고서가 나왔을 때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는데, 제가 일부러 인터넷 강의 서비스 시작 후로 미뤘거든요. 몸이 완전히 달아올랐을 거예요.”

“뜸 제대로 들이셨네요. 뜸을 들이다 못해 시커멓게 탔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아쉬울 게 없으니까요. 수능 적중률 대박, 참고서 대박, 인터넷 강의 대박. 완전히 대박 3종 세트잖아요. 몸값이 올랐으니 요구 조건도 달라지는 건 당연한 거고요. 혹시 마음이 불편하고 그런 건 없죠?”

“그럼요. 땅 파서 장사 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죠. 어디 가서 호구 취급받으며 살 생각은 없으니, 손 팀장님이 잘 서포트해주세요.”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때마침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응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쿠. 먼저 와 계셨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손 팀장님. 미안합니다, 최 선생님.”

“아니에요. 차가 막히지 않아 저희가 일찍 왔습니다. 아직 약속시각이 되려면 15분이나 남았으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하하. 그래도 저희가 초대를 했는데….”

문이 열리자 정장을 입은 다섯 명의 남자가 차례로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대표로 인사를 했는데, 그 모습이 정중하다 못해 조금은 비굴해 보일 정도로 저자세였다.

손다정도 딱히 그 모습을 제지하지 않았다. 원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별말씀을요.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일곱 명의 사람이 자리에 앉고 나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처음 들어와 건우와 손다정에게 사과를 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손 팀장님과 달리 최 선생님은 저희와 초면이니 우선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제 옆에는 잠실 윤 원장님, 그 옆에는 목동 이 원장님, 그 옆에는 일산 팽 원장님, 제일 끝에는 분당 강 원장님 그리고 저는 서초의 방 원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최 선생님.”

“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건우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자 여섯 명의 남자가 가볍게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최 선생님! 최 선생님은 정말 하늘에서 내린 천재 같습니다.”

“네?”

이제 겨우 자기소개가 끝났는데.

타이밍이 참 뜬금없이 빠르다.

“이번에 올라온 인터넷 강의. 부끄럽지만, 저도 결제해서 봤습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더군요. 놀라운 수능 적중률로 대박을 치더니, 엄청난 수강 신청 인원으로 전국 뉴스도 타고. 한 과목도 아니고 여섯 과목의 참고서 모두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더니, 인터넷 강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정말 하늘이 내린 천재 아닙니까. 하하하.”

40살이 조금 넘은 서초의 방 원장은 어떻게든 건우의 환심을 사보려고 무조건 칭찬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우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21살 애송이가 아니다. 20살부터 학원 강사를 시작했으니, 연륜으로만 따지면 그와 마주앉아 있는 방 원장보다도 많다.

그건 곧 방 원장의 사탕발림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가지지 않을 만큼 노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건우의 나이만 보고 애송이 취급을 한다면 큰 낭패를 볼지도 모를 일이다.

“별말씀을요.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그런데 방 원장님. 죄송하지만, 제가 그런 칭찬을 들으려고 여기 온 것은 아닙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어떨까요?”

건우는 어떻게 보면 싸가지 없다고 느낄 만큼 단호하게 말을 받았다.

여섯 사람 모두 건우보다 나이가 꽤 많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손다정과 미리 약속을 해뒀기 때문에 조금 오버하면서 이야기한 감도 있었다.

두 사람의 의도는 제대로 통했다. 건우의 버릇없고 냉랭한 어투에 별실 안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허허 참. 젊은 사람이 유명세 좀 탔다고 너무 건방지구먼.”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일산의 팽 원장이 건우의 행동에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건방지다고 했네. 아무리 그래도 자네보다 두 배는 많이 산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그런 망발을 할 수 있나?”

“어허. 이봐. 팽 원장.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는 뭐가 갑자기예요. 저 인간 하는 소리 못 들었어요? 칭찬이나 들으려고 여기 온 게 아니랍니다. 어이가 없어서, 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저런 건방진 사람과 뭘 믿고 같이 일합니까? 예의조차 모르는 인간하고 같이 일하면 손해만 볼 게 분명해요. 시간 낭비 하지 말고 그만 가시죠.”

“진정해. 이 사람아.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시간 낭비 없이 용건만 이야기하자는 건데 그렇게 화를 낼 일인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자네 말처럼 우리가 두 배는 더 산 사람인데,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못 합니다. 내가 학원이 망하는 한이 있어도, 저런 건방진 인간하고는 같이 일 못 합니다.”

건우의 건방진 말투에 팽 원장은 길길이 날뛰었고, 오늘 모임의 대표를 맡은 방 원장은 협상이 파토나지 않도록 그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건방지다고 하셨습니까? 같이 일하실 거 아니면 그만 돌아가시죠. 저도 예의 없는 분과는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건우는 더욱 화를 돋웠다.

강하게 나가면 숙이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건우의 행동은 팽 원장의 예상과 완전히 어긋났다.

“뭐? 뭐라고 이 자식아! 진짜 이 어린놈의 새끼가. 진짜. 에잇. 더러워서 진짜 못 해먹겠네. 방 원장님. 안 가실 겁니까? 다른 분들은요? 아무도 안 가겠다? 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젊은 놈 밑이나 닦으면서 잘 살아보시라고요. 에잇, 빌어먹을.”

팽 원장은 분통이 터져 도저히 더 머물 수가 없었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 실력이 좀 있다고 사람을 무시하는 건우가 죽도록 싫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나갈 것을 종용했지만, 모두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당연히 같이 편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배신감을 느꼈지만 억지로 끌고 나갈 순 없는 노릇, 혼자 씩씩거리며 별실을 빠져나갔다.

팽 원장이 별실을 나가자 손다정이 조용히 일어서서 문을 닫고 자리로 돌아왔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또 한 번 죄송합니다.”

손다정이 문을 닫고 자리에 앉자 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과를 했다.

별실에 남아있던 네 명의 원장들은 이 상황이 도대체 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반복적으로 두 눈을 껌벅이며 건우를 바라봤다.

“기분 나쁘셨을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옥석 가리기라고 생각해주세요.”

“옥석 가리기? 아니, 손 팀장님. 그럼 우릴 대상으로 테스트라도 했단 말입니까?”

건우의 사과가 끝나자 그때부터는 다시 손다정이 이야기를 받았다. 그녀가 나서자 조금은 편해진 원장들이 질문을 시작했다.

나이는 건우가 훨씬 어린데 편하긴 손다정이 훨씬 편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흠.”

“아시겠지만, 우리 최건우 선생님은 여기 계신 원장 선생님들과 비교하면 나이가 많이 어립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나이를 매우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죠. 나이가 어리면 실력이 어떻든 무시하고 보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중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최 선생님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골라내려고 했다?”

“네. 여기 계신 원장님들은 솔직히 아쉬워서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뒷간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처럼, 계약 후에 나이 어리다는 이유로 분란을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싶었습니다.”

“그렇군요. 좀 과하긴 했어도,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조금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건우와의 제휴가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화가 나도 앞뒤 가리지 않고 화를 내지 않고 일단 참을 줄 아는 사람. 건우와 손다정이 바라는 첫 번째 자격 조건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이번에 계약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지속적인 제휴관계를 유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그런데 팽 원장님처럼 조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생긴다고 욕설을 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시는 사람이 있으면, 그 관계는 신뢰가 깨져 오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방금 했던 깜짝쇼로 사람의 모든 성향을 파악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만.”

“그 말씀도 맞습니다. 모든 걸 파악하긴 힘들죠. 하지만 나이를 내세우며 항상 권위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골라낼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말을 잘 듣는 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합니다.”

화를 내고 이 자리를 뜨지 않은 것만 해도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그걸로 충분한 겁니까? 그럼 우리가 신뢰를 깨뜨리지 못하게 할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만큼 실력에는 자신이 있으니까요. 한 번은 운이고, 두 번은 실력이고, 세 번이면 필연입니다. 수능 적중, 참고서 제작, 인터넷 강의. 이미 여러분에게 최 선생님의 실력을 모두 보여 드린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린 처음보다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급한 마음에 우리를 이용만 해먹고 계약을 해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뒷공작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계약을 해지하면, 우리와 계약을 원하는 다른 학원과 제휴를 맺으면 됩니다.”

정말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무서운 방법이기도 하다.

제휴를 통해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한 후 완전한 독립을 하려는데, 건우가 근처 다른 학원을 지원해 줘버리면 독립은 말 그대로 꿈으로 끝나버린다.

물론 건우의 실력이 여전하다는 전제하에.

“우리가 계약해지를 하면 곧바로 예전과 같은 어려움에 빠지겠군요. 최 선생님 실력이 변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럴 자신도 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종속될 수도 있겠군요.”

“종속이라는 말보다는 파트너십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종속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면 됩니다.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말을 끝낸 손다정이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이곳에 앉아있는 네 명의 원장은 누구도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데 함부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네 사람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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