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54화 (54/256)

제54화

띠리링. 띠리리링.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잠시 후 근로 장학생인 경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을 지우고, 책걸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몇몇 학생들이 그런 경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이 거기.”

그중 한 명이 경준을 불렀다. 그러나 경준은 자신을 부른다고 생각을 못 했는지 열심히 책걸상 치우는 일에 열중했다.

“야, 거기 너.”

“나?”

강의실을 울릴 듯 큰 목소리로 다시 부르자, 그제야 경준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봤다.

“그래 너. 매점 가서 빵 좀 사올래?”

경준이 다가오자 그를 불렀던 학생은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심부름을 시키려고 했다.

“뭐?”

“귓구멍이 막혔나? 이거 받고 매점 가서 빵 좀 사오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새끼가 정말 돌았나. 야, 이 거지새끼야. 이 돈으로 빵 좀 사오라고. 우리 말 못 알아듣는 거 아니지? 언더스탠드?”

심부름을 시키던 학생은 상당히 비열한 미소를 지었고, 주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키득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빵은 네가 직접 매점 가서 사 먹어. 난 여기 정리하느라 바빠. 그러니 괜한 시비 걸지 말고.”

쾅!

경준이 무시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문제의 학생은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발로 차며 학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쳤다.

“아! 정말 이 거지새끼가 눈에 보이는 게 없나. 이거 안 보여? 오만 원이야, 오만 원. 빵이랑 음료수 사고 남는 돈은 너 하라고 주는 거야. 고맙지 않아? 이런 기회를 주면 ‘고맙습니다’하고 냉큼 돈을 받았어야지, 이게 무슨 되지도 않은 튕김 질이야? 거지새끼면 거지새끼답게 행동해.”

“나도 분명히 이야기했어. 괜한 시비 걸지 말고, 직접 가라고. 난 보시다시피 여길 정리해야 해서 바빠.”

“하! 이 거지새끼가 끝까지 튕기네. 야! 이 새끼야. 너 정말 여기서 개망신 한번 당해보고 싶어? 존나게 두들겨 패줄까?”

시비를 걸던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건들거리는 자세로 경준에게 다가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준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소년가장이 된 이후 그 어떤 일도 그를 주눅이 들게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너희들 뭐하는 거야? 남자 새끼들이 쪽팔리게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로.”

분필지우개를 털고 담당 강의실로 돌아가려던 동우가 마침 그 모습을 봤다. 같이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며 친해진 경준에 곤란한 일을 겪는 것을 보자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욱하는 성격답게 앞뒤 가리지 않고 재빨리 나섰다.

“넌 또 뭐야? 아! 그 최건우라는 강사 동생? 형이 돈은 좀 버는 것 같으니 거지새끼는 아니고, 그럼 넌 고아 새끼네? 크크크.”

“크크크크크.”

좋게 말로 하려고 했는데 고아라고 이죽거리는 바람에 말리려던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이 개새끼들이 정말 말 다했어?”

“다했다. 이 고아 새끼야. 어쩔 건데. 병신아.”

“씨발! 그래 오늘 한 번 너 죽고, 나 죽어보자. 으아악!”

고아라는 말을 한 번 더 듣자, 동우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형이 일하는 학원이라는 것도 잊고 앞뒤 잴 것도 없이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경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쨌든, 자신이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며 끼어들었다.

게다가 자기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다. 형이 되어서 동우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섯 명과 두 명이 싸운 싸움의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하듯 정해져 있었다.

기세 좋게 한 대 때릴 수는 있었지만, 그다음부터는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동우와 경준은 다섯 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그 일방적인 구타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강사와 직원들이 제지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수업을 끝내고 내려오던 건우도 뒤늦게 알게 된 싸움 소식에 놀라 강의실로 달려갔다. 분이 가시지 않은 듯 씩씩거리는 동우의 몰골이 가관이었다.

옷은 여기저기가 뜯어져 완전히 누더기 신세였고, 얼굴은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조금 전에 맞아서 이 정도였지, 시간이 지나면 누군지 얼굴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부을 것이 분명했다.

처참한 동생의 모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동생을 그렇게 만든 놈들부터 요절을 내고 싶었지만, 강사라는 신분이 그의 분노를 겨우 식혔다. 화는 났지만, 상황파악이 우선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아프게 쥐고 억지로 분노를 가라앉힌 건우의 눈이 시리도록 차갑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

한강 에듀케이션은 강의실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싸움이 났던 강의실은 실시간 강의를 위한 방송 시설도 갖춰져 있다.

모든 게 녹화, 녹음됐다. 굳이 학생들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들으며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없었다.

이곳은 학교가 아니라서 싸움을 이유로 학생에게 훈계 같은 행위는 할 수 없다. 당연히 어느 빈 강의실에 격리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학부형들에게 연락을 취한 후 싸움 당사자들은 일단 귀가 조처했다.

아이들이 귀가한 뒤 건우와 원장을 비롯한 몇몇 강사들이 모여 영상 확인을 시작했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을 확인한 사람들은 참담한 기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특히나 이곳 한강 에듀케이션의 강사들은 대부분 전직 교사였기 때문에 답답하고 심란한 마음이 더욱 컸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죠?”

“최건우 선생님. 어떻게 보면 저 정도는 약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성폭행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학생들도 많은 걸요.”

“그렇다고 해도 비열한 행동이 아닌 건 아닙니다. 어린 녀석들이 어떻게 저런 식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아까 제 동생 얼굴 보셨죠? 저는 이번 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학교 현실이 어떻든 건우가 알 바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동생이 맞았다는 사실이었다.

퉁퉁 부은 얼굴이 떠오르자 힘들게 참고 있던 분노가 또다시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인을 누가 제공했던 동우가 먼저 주먹을 휘두른 문제예요. 경준이도 동우가 맞는 모습을 보고 끼어들었잖아요. 이 상황도 냉정하게 따지면 동우가 아이들에게 먼저 주먹질을 한 게 됩니다.”

“그러니까 정말 비열한 놈들 아닙니까. 그런 상황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저런 식으로 모욕을 줬으니 말이죠. 허. 정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이런 상황 저도 겪어봐서 아는데, 법정 싸움을 해봐야 별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야비하다고는 해도 미성년자들이잖아요. 아까 그 5만 원 들고 흔들던 녀석 있죠? 그 녀석 집은 꽤 잘나가는 집안이에요.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위세 좀 부리면, 별일 아닌 것 넘어갈 겁니다.”

“그렇군요. 집안의 위세까지 계산해서 저런 짓을 했다는 거군요.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영악한 놈들 같으니.”

주변 강사들의 설명을 듣자, 건우 입장에서도 억울함을 풀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였다.

“네. 비열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죠. 저 녀석들 소문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았어요.”

“아니 그런 녀석이 학원에는 왜 다닌대요? 집에 돈도 많겠다. 과외를 받으면 됐지.”

“최 선생이 워낙 뛰어났으니 그렇죠. 그리고 저 학생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오는 건 아닐 겁니다. 부모님이 억지라도 등록시켜서 다니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럼 학원을 다니기 싫어서 일부러 저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네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아무 조치도 없이 계속 다니게 하면, 더욱 기세가 등등해져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고요.”

“음. 아무리 그래도 몇 번씩 사고야 치겠습니까?”

“그냥 소원대로 해주죠.”

“네?”

“그냥 고민하지 말고, 학원에서 내보내자고요. 같이 소란피운 아이들까지 모두요.”

건우는 지금의 억울함, 답답함을 풀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아직 아무런 힘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남들보다 돈을 조금 더 잘 벌뿐이다.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굉장히 분노했다.

20여 년의 노련함이 없었다면, 밀려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복수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나 건우는 그냥 21살의 애송이가 아니었다. 참을 때는 참을 줄 아는 인내심도 있었다. 오늘은 방법이 없어 그냥 넘어가겠지만, 최소한의 소심한 복수 정도는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학원에서 퇴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퉁퉁 부은 동생의 얼굴이 떠올라 분을 참기 힘들 것 같았다.

“네? 학원에서 내보내자고요?”

“왜요? 곤란합니까?”

“그…글쎄요. 그렇게 되면 저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아니, 그럼. 제 동생 얼굴을 묵사발로 만든 녀석의 얼굴을 매일 같이 보며 수업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저기 최 선생님. 제발 진정 좀 하세요. 그렇게 흥분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웬만하면 참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함이 있다고 해도, 그런 비열한 놈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수업할 자신은 도저히 없었다.

이대로 둔다면 건우가 이제 막 시작한 장학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계속 내버려둔다면 누가 근로 장학생이 되려 하겠는가?

“됐습니다. 제가 할 말은 다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사고 친 아이들 모두 퇴출시켜 주세요. 만약 문제가 되면 제 동생도 학원 일 그만두게 하겠습니다. 어차피 내년부터는 강북의 제 학원에서 일할 예정이니, 예정보다 몇 달 빨리 그만두게 하죠.”

건우는 그렇게 자신의 의사만 간단히 밝히고 원장과 강사들이 함께 있던 사무실에서 나왔다.

***

건우의 강짜 덕분이었는지 경준에게 시비를 걸고 폭력 사건을 일으켰던 학생들은 모두 학원에서 쫓겨났다.

혹시 몰라 동우의 진단서를 끊고 경찰에 고소를 해봤지만, 역시 권력이 있는 집안의 높은 벽만 실감하고 말았다.

순간 장만복 회장에서 도움을 청해볼까 하는 고민도 해봤다. 그러나 그건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자꾸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게 좋아 보이지도 않았고,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예상보다 훨씬 힘이 큰 집안이면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있다.

그럴 바에는 그냥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며칠 후, 강의가 없어 한산한 한강 에듀케이션에 고급 외제 승용차가 한 대가 들어섰다.

조금 있다 온갖 비싼 명품들로 전체를 도배한 듯 보이는 한 중년 여인이 운전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

도도한 걸음걸이로 학원의 현관문을 밀고 들어온 중년 여인은 안내 데스크 앞에서 섰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창국이 엄마예요. 원장 좀 나오라고 하세요.”

“네? 원장님을요.”

“나, 문창국 학생 엄마라고요. 원장 좀 나오라고 하세요.”

차갑게 내뱉는 여인의 목소리에 주눅이 든 안내 데스크 직원이 곧바로 원장실에 연락을 넣었다. 연락을 받은 김 원장은 일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로비로 내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한강 에듀케이션의 원장인 김상문이라고 합니다.”

“이미 말씀드렸죠. 문창국 학생 엄마예요.”

“네, 그렇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머님.”

“글쎄요. 별로 안녕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좋지 않은 일로 이렇게 우리 학원까지 오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원장실로 자리를 옮기시죠.”

“그래요. 여기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별로 우아한 일은 아니니까요.”

두 사람은 원장실로 자리를 옮겼고, 중년 여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용무부터 밝혔다.

“당장 철회하세요.”

“뭘 말씀이십니까?”

건우가 경찰서에 가서 며칠 동안 고소한다 어쩐다 난리법석을 떨어도 변호사만 달랑 보내고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던 그녀가, 이렇게 몸소 학원에 나타난 것도 바로 자존심 때문이었다.

아들이 입가가 터진 채 집에 왔을 때 이미 크게 화가 나 있었다. 누가 감히 자기 아들을 때렸는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상대편 아이 두 명은 자기 아들에 의해 심하게 폭행당했다고 했다.

그건 상관없었다. 상대방 아이들이 심하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아들이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이었다.

그러나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이 상대를 폭행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찍혀, 가만두지 않으려는 자기 뜻은 접어야만 했다.

한데 뜬금없이 생각도 못 한 사설학원 따위가 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쫓아낸 것이었다.

중년 여인의 입장에서 이딴 학원 다니든 말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냥 용하다는 말에 혹시나 하고 등록했을 뿐이었다.

그것보다는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이 이따위 학원에서 퇴출당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우리 창국이 학원에서 내보낸 일 당장 철회하라고요.”

“어머님. 그건 곤란합니다. 어쨌든, 창국 학생이 이번 폭력 사건의 주범인지라.”

“어머머. 누가 주범이라는 거예요, 지금? 먼저 때린 사람이 주범이지 어떻게 우리 창국이가 주범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어머님. 일 잘하는 근로 장학생에게 시비를 건 것은 창국 학생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남들처럼 돈을 안 주고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잖아요.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려고 했어요. 심부름값까지 포함해서요. 그런데 지금 누가 누굴 보고 주범이라는 거죠?”

김 원장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교사 생활을 오래 한 노련한 그였지만,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인 학부형들은 항상 상대하기 벅찼다.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지새끼 어쩌니 하며 사람을 부르고, 고아 새끼니 어쩌니 하며 사람을 모욕한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아들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저런 학부형은 한마디로 대적불가였다.

“아! 그…그게 주범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사실 이번 폭행사건의 피해자 중에 최건우 선생님의 동생이 있어서요.”

“그래서요? 그게 어쨌다는 거죠? 겨우 학원 강사의 동생까지 제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까?”

“그 말이 아니라. 창국 학생이 최건우 선생님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서. 서로가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그러니 결국 우리 아들의 자존심보다 그 최건우라는 학원 강사가 더 중요하다는 거네요? 대체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알 수 있죠? 조내일보 사장이 제 외사촌 오빠예요. 언론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이러세요? 오빠한테 부탁해서 제대로 한번 두들겨 줄까요?”

“알지요. 어머님. 알고말고요. 그런데 지금 저희 학원에서 최건우 선생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말이죠.”

김 원장은 어떻게든 지금의 이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모든 책임을 건우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됐어요. 마지막으로 말씀드릴게요. 최건우 선생님의 직접 사과를 원해요. 그리고 이번 일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소년 가장이라고 했나? 아무튼, 그 학생을 내보세요.”

“어머님. 정말 곤란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학원 금방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알겠어요. 거절이라고 받아들이죠. 저도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우아하지 못하니까요. 한번 두고 보자고요. 전 이만 가볼게요.”

“아니. 어머님 잠시만요. 어머님. 어머님.”

김 원장은 자리를 박차고 원장실을 떠나는 여인을 애타게 불렀으나, 그녀는 고개도 돌아보지 않고 처음 왔던 것처럼 도도한 걸음걸이로 학원을 떠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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