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수십억 대 수익을 올리는 학원 강사, 생계곤란을 이유로 병역 면제]
한번 강의할 때마다 수백 명이 몰리고, 지금까지 팔려나간 인터넷 강의와 참고서 이북이 수백만 건은 되는 사설 학원의 한 인기강사가 알고 보니 생계 곤란을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실이 본지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본지가 대략적으로 정산해본 결과 그동안 그 강사가 벌어들인 돈이 5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생계곤란을 사유로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해당 강사는 세계적 명문대학인 하버드대 의대를 다니던 도중 학교를 그만두고 대치동에 있는 한 사설 학원의 강사로 변신했다.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생소하면서도 대단한 이력은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아냈고, 덕분에 실력검증 과정도 없이 쉬이 수강생들을 모을 수 있었다.
게다가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교과서 이북에 약간의 변형만 준 다음 ‘참고서 이북’이라는 이름으로 출시, 마치 대단한 혁신을 이룬 양 과대광고를 한 정황까지 발견했다. 해당 강사는 이런 허위 광고로 엄청난 양의 인터넷 강의 동영상과 참고서를 판매함으로써 부당이익을 챙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해서 학생들의 생활을 가볍게 만들어준, 아이들의 은인이라는 과분한 칭찬까지 받았다. 심지어 어떤 신문사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신의 천재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식어로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략……
얼마 전 본 기자는 수능 적중률 과대광고로 부당수익을 올린 학원 강사에 대해 고발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당수익을 올린 파렴치한 강사와 병역기피를 한 강사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과대광고로 부당수익을 올리고 그런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재산을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 곤란을 사유로 병역 기피를 했다는 것은 해당 강사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점을 가졌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그의 능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는 꼼수를 부려 군대에 가지 않았고, 거짓 선전으로 부당 수익을 챙겼다.
그의 능력이 진짜라고 해도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녀를 그가 있는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학부모가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의의 심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내일보 / 변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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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총 31346개.
- 괜찮아요. 우리나라 정치인들 봐. 군대 안 가고도 남의 귀한 자식들에게 목숨 걸고 충성을 다해라!! 라고 명령을 내리는 이상한 나라잖아. 그저 쥐새끼처럼 사는 게 최고야~~~! ; saijfo****
- 남들보다 긴 의무경찰근무 지원한 자는 바보인가. 군대 가는 것이 그렇게나 두려운가. 그럼 해외로 이민 가시오. ; akdfi****
- 에라이! 개나 소나 면제니까 이젠 꼼수를 쓰든 안 쓰든 유명인이 안 간 건 그냥 안 좋게 보이는 것 같아. 난 이제 신경 안 쓰련다. 전역도 했고 ; auhufi****
- 염병. 장난치나. 나 21살에 조선소에서 월 150도 안 되는 월급에 어머니는 지체장애에 울 아버지 보증 잘못 서서 빚까지 있는데 현역 제대했다!! 돈 없어서 대학진학 꿈도 못 꾸고 입대했다!! 헬조선 만세! ; asidf****
- 내가 아는 동생도 부모님 이혼하고 엄마랑 여동생 둘이 사는데 아빠는 실종상태고 엄마랑 애랑 둘이 벌다 다치셔서 병원 갔더니 다친 건 둘째 치고 암이란다. 씨발. 그 독한 놈이 힘들다고 내가 사준 삼겹살 먹다 동생들 생각난다고 몇 점 못 먹고 고개 박고 울던 거 생각하니 욕만 나온다.
걔도 군대 갔다. 군대 가기 전 돈 벌어야 한다고 미친 듯이 잠도 못 자고 일하다 죽을 뻔하고 방 한 칸짜리 반지하 월세 산다. 초딩, 중딩 여동생 둘에 거동 못 하시고 암투병 중인 엄마 두고 군대 갔다. 까나리를 입에 붓고 공구리를 쳐버려야 그 입으로 헛소리 안 하지? 빌어먹을! ; aiiwoal****
└ 헐. 그건 좀…. 그럼 면제 아닌가요? ; aidif****
└ 아버지가 실종상태라서 면제 사유가 안 된다고 하네요. ; aiiwoal****
- 내 왠만해선 악플 안 달지만. 에이 비열하고 치사한 녀석. 넌 대한민국 남자일 권리가 없다. 이 자식아. ; qpaidj****
└ 왠만해선(X), 웬만해선(O) 남을 비판하려면 맞춤법부터 제대로 배우고 오세요. ; rhdtl****
└ 여기 공시생 한 마리 등장. 좀 틀리면 어때? 뜻만 통하면 되는 거지. ; rwlia****
└ 한 마리(X), 한 명(O) 사람일 때는 마리가 아니라 명입니다. ; rhdtl****
- 내 친구는 청각장애인 동생이랑 당뇨병 앓는 어머니와 같이 산다. 얘는 편부모 가정인데 그 아픈 여자들 두고 지금 군대에 있다. 울분이 터지네. 이런 내 친구가 면제를 받아야지. 이놈이 버는 거 120만 원도 안 됐다. 수술비 사랑의 달팽이에서 지원해줬지만, 반지하에서 어머니랑 동생 모시고 산다. 내가 가끔 가서 밥해드리고 친구 동생 초등학교 데리러가고 그러는데. 이런 기사를 보니… 정말… ; zoaodjg****
- 이 새끼랑은 상관없는데. 생계유지가 정말 곤란한 사람이 병역 면죄를 받았는데 그 사람이 얼마 안 있다 로또나 사업이나 성공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됐어. 군대 가야 해? 진짜 궁금하네. - dhqor****
└ 면죄는 뭐냐? ㅋㅋㅋ 면제다. ; rhdtl****
- ㅋㅋㅋㅋㅋㅋㅋ그냥 웃음만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 사스가 헬조선이다. ; 45afq****
- 이런 놈들 보면 내가 한 2년 군 생활은 미친 짓이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 slaia****
- 하바드대는 개뿔. ; adfao****
└ 하바드가 아니라 하버드입니다. ; rhdtl****
- 이걸로 인해 영원히 생계가 곤란해질 듯? ㅋㅋㅋ ; lkjoi****
└ 벌어둔 돈이 수십억 원이라잖아. 생계가 곤란해지겠냐? 생각 좀 하고 댓글 달아라. ; ioiaq****
- ㅋㅋ이거 뭐 졸라 어이없어 봐줄 수가 없구나. 생계가 곤란해서 면제? 이런 지나가던 개가 형님 하고 절하는 소리 하고 있구나. 시발 근데 공무원 시발 놈들은 그냥 생계 곤란 하다고 하면 다 군대 빼주는 거야? 아니면 똥구멍으로 돈 받아 처먹고 눈감아주는 거야? 암튼 대한민국 좆도 시발이야 퉤....퉤 ; mnooo****
- 나보다 키크고 잘생기고 돈! 많은 놈들이 왜 다 면제일까. 난 1급 받고 다녀왔는데--ㅋ 저런 놈들이 나중에 탈세도 함. 대한민국 4대 의무에서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두 가지는 돈 있는 놈들한테는 무의미한 듯. 스리슬쩍 다 피해 가는데 의무는 개뿔. 우리 같은 서민만 지키는 의무지 ; bmafioi****
- 아예 추방을 해버리자. ; ppaiq****
- 이분도 문제지만 일 처리하신 분들 정말 할 말이 없네요. 병역문제 터지면 당사자들도 합당한 벌을 받아야겠지만, 일 처리 하신 분들도 정신 차리게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 ; kkhaq****
- 어쩐지 좀 재수 없게 생겼더라니까. ; hyqiia****
- 난 집안의 장남이다. 어머니는 소아마비 2급 간질이셨고 아버님은 심장이 안 좋아 폐지 수거 하신다. 이런 상황에도 현역입대 중사 전역했다. 당최 무엇이! 정말 역겹구나… ; jjafiqo****
***
이카루스의 날개는 욕심 많은 인간의 추락을 상징한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지금의 건우처럼.
최근 들려온 여러 가지 희소식 덕분에 기세등등하기만 했던 초이스 에듀 사무실의 분위기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경직되었다.
대표실 안에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항상 차분하게 행동하던 건우가 폭발하는 모습에 놀라 그저 숨죽인 채 조용히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와! 기사를 어떻게 이따위로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병역비리를 했다고 말할 수 있죠? 신문이 이런 식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해도 되는 겁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대표님. 냉정해지셔야 해요. 이미 화살은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어요. 이 신문 기사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부터는 차분하게 대책 마련을 해야 합니다.”
“차분하나 마나. 우리나라 언론은 항상 이런 식입니다. 조금 인기가 있다 싶으면 온갖 낯 뜨거운 찬사를 다하다가도,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물어뜯지 못해서 안달이거든요. 망할 자식들. 암 덩어리 새끼들. 빌어먹을 놈들.”
냉정함을 잃고 화를 내는 건우의 모습이 직원들이나 손다정의 입장에서는 낯설겠지만, 만약 그의 진정한 비밀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과거 건우가 처참한 말로를 걷게 되었던 가장 큰 원인을 생각해보면 된다.
억울한 누명을 씌었던 임신한 여학생, 그를 진짜 성폭행범이라고 믿고 염산 테러를 한 그녀의 아버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체포한 경, 검찰.
이들 모두가 건우를 불행하게 만들었지만, 이들 누구도 건우를 불행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될 수 없었다.
언론만 조용히 있었다면. 언론만 미친 듯이 떠들지 않았다면.
우여곡절은 겪었어도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판을 받고 판결도 나오기 전에 언론은 이미 건우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진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어떻게든 자극적인 기사를 써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저널리즘 따위는 개나 줘버린 인간들이었다. 그런 최소한의 기자 자격도 없는 인간들 때문에 건우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져 버렸다.
그런데 또다시 그때의 악몽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 미성년자 성폭행만큼의 반인륜적인 행위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 중 하나인 병역문제였기 때문에 여론은 순식간에 악화되었다.
순식간에 예전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그 시절 그 불행했던 삶.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도 언론은 여전히 건우를 괴롭히려고만 들었다.
“그래요. 그렇게 시원하게 욕해버리고 울화를 풀어요. 그리고 다시 차분하게 대책 마련을 해요.”
“역시 문창국 그 비열한 자식이 무슨 짓을 저지르든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 자식 어머니가 찾아와 협박했을 때라도 무릎 꿇고 빌어야 했을까요? 한국은 원래 이런 곳이었잖아요. 진실이나 정의는 상관하지 않고, 권력 있는 놈들이 짱을 먹는 그런 개 같은 곳이잖아요. 그냥 닥치고 조용히 살며, 불의를 봐도 못 본 척 그렇게 열심히 돈이나 벌면서 살았어야 했어.”
짜악!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가 대표실 전체에 울렸다. 보다 못한 손다정이 건우의 뺨을 올려다 부친 것이다.
정신과 상담까지 받으며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해가고 있는 건우였지만, 완전한 치료는 쉽지 않았다. 고독사로 죽어갈 만큼 정신이 황폐해졌던 덕분이다.
언론의 말도 안 되는 보도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여론은 다시금 그때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 그래서인지 건우는 갑자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항상 당당해서 고고하게 보이기까지 했던 건우의 의외에 모습에 손다정은 많이 놀랐다.
그가 왜 그러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20살의 어린 나이에 큰 사고까지 당했던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
사실 지금껏 건우의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의젓했을 뿐, 어쩌면 지금처럼 무너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었다.
손다정은 일단 건우를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놀란 건우가 멍하니 손다정을 바라봤다. 손다정은 아직도 흐릿한 눈빛을 한 건우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아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대표님도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학원 강사는 실력만 있다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리고 대표님의 병역 면제는 정당했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세 명의 동생은 모두 미성년자였어요. 사기를 당해 당장에라도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었죠.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면제였어요. 그러니 금방 괜찮아질 거예요.”
“정말… 괜찮아… 질까요?”
그제야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우가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물론이죠. 대표님이 누군데요. 이 사람이 인간인지 외계인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천재 사내라고요. 그러니 자신을 믿으세요. 그리고 저도 믿으세요. 제가 죽을힘을 다해 도울게요. 어떻게든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내 봐요.”
병역문제가 아무리 예민한 이슈라고 해도, 미성년자 성폭행처럼 반인륜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리고 그의 병역면제 과정은 전혀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심사의 결과로 이뤄진 합법적인 판정이었다.
아무리 언론에서 욕을 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마음만 단단히 먹고 버틴다면 결국은 사그라질 문제였다.
반면 건우의 실력은 진짜다. 그의 수업을 듣고, 그가 하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도 분명 건우를 속으로 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실력은 실력이다. 속으로 욕한다고 해도 자신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는 강의를 포기할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게 분명했다.
손다정의 극약 처방과 이어지는 따뜻한 포옹으로 흔들리던 건우의 마음을 확실히 다잡아줬다.
“그래요. 그렇죠. 손 팀장님의 말씀이 옳아요. 제가 잠시 못난 모습을 보였어요. 고마워요. 손 팀장님.”
“호호호. 별말씀을요. 전 언제나 대표님을 믿고 있어요.”
언제나 믿고 있다는 그 말이 얼마나 건우에게 힘이 되는지, 얼마나 건우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지 그녀는 미처 모를 것이다.
손다정의 말 덕분에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한 건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힘껏 껴안았다.
남녀 간의 애정 표현이 아니라 고마움을 담은 우정의 표현이었다. 어쩌면 누나처럼 의지하는 마음이었을지도.
잠시 후 두 사람은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의논을 나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