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75화 (75/256)

제75화

[구글 글라스용 생방송 앱 런칭. 외설물, 사생활 침해 논란은?]

구글 글라스용 생방송 앱이 ‘마이 글라스 스토어’에 공식 런칭됐다. ‘마이 글라스 스토어’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처럼 구글 글라스용 앱을 업로드 및 다운로드할 수 있는 구글 글라스 전용 마켓플레이스다.

구글 글라스용 생방송 앱이 공식 출시됨에 따라 사생활 침해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그동안 소개됐던 구글 글라스용 동영상 촬영 앱은 구글 글라스 사용자 간에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생방송 앱은 구글 글라스 촬영 영상을 실시간 방송으로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전송할 수 있다.

……중략……

구글은 17일 구글 I/O컨퍼런스에서 새로운 구글 글라스 규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구글은 이미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의 런칭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한 달 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구글 글라스를 공식 런칭한다고 밝혔다.

- 얼리어답터를 위한 전문 뉴스 Your Media 김XX 기자

“흥미로운 기사네요. 구글 글라스를 실시간 인터넷 강의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약간 다릅니다. 인터넷 강의야 구글 글라스의 도움 없이도 가능합니다. 저는 제 강의에 구글 글라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만 잘 짜내면 활용 가능성은 무한할 것 같거든요.”

자전거나 등산 같은 아웃도어 활동 장면을 찍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서서 강의하는 걸 찍는데 구글 글라스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건우는 구글 글라스를 강의에 도움을 주는 교보재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럼 제게 원하시는 건 뭐죠?”

“저는 실시간 인터넷 강의를 PC와 스마트폰에 굉장히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안정성이 제일 중요합니다. 라이브는 강의는 화면이 끊겼다고 그 부분부터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홍 사장님을 찾아온 겁니다. 그 부분에서는 최고의 엔지니어이시니까요.”

“거기에 물론 구글 글라스도 활용할 수 있어야겠죠?”

“그렇습니다. 저는 구글 글라스로 과학 이론들을 입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입니다. 가상의 공을 높이 던져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설명하고, 세포 분열이나 열에너지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런 것들요.”

“그럼 특수효과 기능이 필요할 텐데요.”

“할리우드 영화처럼 정교하고 거창한 CG 효과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단순하고 명료한 애니메이션 효과면 충분합니다.”

“그것참 어려운 요구네요.”

홍민수가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어려울까요?”

“생각을 좀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성 인식 기능까진 어떻게 해볼 수 있는데 거기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가미된 구글 글라스 연동이라…. 결국 안정성과 신기술을 둘 다 잡아야 한다는 건데. 우리끼리는 이런 걸 딜레마라고 합니다. 안정성을 잡으려면 신기술을 포기해야 하고, 신기술을 잡으려면 안정성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어느 하나도 쉽지 않은 일인데 건우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구글 글라스 연동은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우선은 안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성 인식 기능만 추가해주시면 됩니다.”

“힘들어도 되게 해야죠. 연구비까지 충분히 지원해주신다는데.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구글 글라스와 음성 인식을 접목한 라이브 인터넷 강의라. 인터넷 라이브 강의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그런 식의 확장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교육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저절로 생각난 겁니다.”

따지고 보면 건우의 순수한 아이디도 아니다. 20년 후의 미래는 그런 최첨단 강의가 너무나도 보편화 된 세상이었다.

건우는 어떻게 하면 지금 기술로 미래와 비슷한 느낌의 강의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우연히 뉴스에서 보게 된 구글 글라스 관련 소식을 들으며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뿐이다.

“이래서 현장이 중요한가 봅니다. 막연하게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겠다는 생각만 했지, 현장에 대해 공부할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인터넷 강의 수강 인원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십니까? 기술이 아무리 안정성이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베이스는 서버의 확보입니다. 그러니 적정한 인원 예측은 매우 중요합니다.”

“글쎄요. 거기까지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학원에서 모니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과목당 한 번에 듣는 인원이 한강 에듀케이션이 오프라인까지 합쳐서 1,000명, 그리고 다른 분점 6곳이 300명씩이니까 1,800명. 그럼 모두 합쳐 2,800여 명쯤 되겠군요.”

“강의 한 번에 2,800명이라니. 엄청나군요.”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강의는 모니터 강의와 달리 장소 제약이 없습니다. 그러니… 20배 정도로 잡으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대략 6만 명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6만 명이요?”

홍민수의 놀란 토끼 눈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네. 이상하십니까?”

“누적이 아니라 한 번 강의에 6만 명은 너무 과한 게 아닐까요.”

“그런가요? 그럼 그냥 여유롭게 준비한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어차피 앱이 완성되면 라이브가 아닌 그냥 인터넷 강의도 함께 서비스할 계획이니, 10만 명이 몰려도 괜찮게끔 서버 준비도 해주시고요.”

대한민국 학생 수가 학년별로 약 60만 명. 그중 6만 명이 듣는다는 건 열 명 중 한 명은 건우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는 의미다.

아직 건우의 파급력을 잘 모르는 홍민수로서는 약간 허언증이 아닐까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사실 이 정도도 최소로 잡은 수치다.

라이브 인터넷 강의료를 5만 원으로 잡고 수강생 수가 6만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총 3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건우의 경우 6과목을 가르치니 한 달 매출은 180억 원. 1년이면 매출만 2,100억 원이다.

홍민수가 애플리케이션만 제대로 개발해낸다면, 포털 바나나에게 더는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2,100억 원이 고스란히 매출이 된다면 기가 싱크빅을 따라잡고 업계 1위가 되는 것도 절대 꿈이 아니게 된다.

“알겠습니다. 현장이야 최 대표님이 가장 잘 아시겠죠. 우리는 앞으로 연구에만 매진하겠습니다.”

“네. 같이 힘을 합쳐 대기업의 콧대를 꺾었으면 좋겠습니다. 홍 사장님도 대기업의 횡포를 겪어보셨죠?”

“물론입니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기억입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 기사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가 한동안 심각한 루머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대기업이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어디까지나 심증이고 정황입니다. 그렇지만 저를 음해하려는 세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죠.”

“정말 대기업이라는 곳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함께 잘 살 방법도 얼마든지 많은데, 왜 힘없는 중소기업들을 억누르지 못해서 안달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욕심 때문이겠죠.”

“그놈의 욕심. 최 대표님까지 저와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하니, 이제 대기업이라고 하면 치가 떨릴 것 같습니다.”

건우의 사정까지 알게 된 홍민수는 동병상련을 느끼면서도,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손까지 부들부들 떨었다.

“홍 사장님. 진정하세요.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됩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우리만 조심한다면 함부로 어쩌지는 못합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차분하게 준비해서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저에게 이런 대접을 한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예전의 홍민수는 절망감 때문에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지금의 그는 복수심 때문에 삶에 대한 욕구가 넘치기 시작했다.

***

차지훈은 낡아빠진 하얀색 봉고 안에서 헤드폰을 머리에 끼고 작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왼손에는 평소와 같이 뻥튀기 봉지가 들려있고, 오른손은 뻥튀기를 입으로 나르느라 정신이 바빴다.

현필수를 감시 중이었다. 그는 얼마 전 납치 및 고문(?)을 했던 김용철이 형님이라고 부르던 놈이다.

차지훈이 알아본 결과 현필수 또한 거물은 아니었다. 그냥 조그마한 양아치 집단의 중간 보스급.

이번에도 피라미라며 투덜거리긴 했어도 그에 대한 감시 임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 Rrrr

- 네. 형님. 저 필수입니다. 용철이요? 그렇지 않아도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미친놈이 대체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도 없이 잠수를 타는 바람에 저도 참 난감합니다. 네? 아닙니다. 당연히 제 잘못입니다. 제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죄송합니다.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송구스럽고 면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현필수가 굉장히 공손하게 변했다. 이거다 싶은 느낌을 받은 차지훈은 왼손에 있는 뻥튀기 봉지를 내려놓고 통화에 집중했다.

- 지금이요? 아닙니다. 전혀 바쁘지 않습니다. 형님이 부르시는데, 거기가 남극이라도 당연히 찾아가야지요. 하하하.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형님.

고작 전화 통화일 뿐인데도 눈앞에서 사람을 대하듯 90도로 인사를 하고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통화를 끝낸 현필수의 표정이 심각했다. 쉬운 일이라고 시켰는데 김용철이 잠적하면서 굉장히 곤란해졌다.

마땅히 변명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오늘 약속을 펑크내면 이 바닥에서 영원히 매장당할지도 모른다.

논현동을 빠져나간 자동차는 강남대로를 지나 언주로를 타고 성수대교를 건넜다.

“어라. 이 녀석 어디로 가는 거지. 여긴 불곰파 사무실과 완전히 반대 길인데. 역시 뭔가 있어. 전화 속 형님이라는 놈은 조직과 상관없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긴데. 그런데 이 자식들은 아무나 형님이야. 용철이 자식도 필수보고 형님이라고 하더니. 하여간 개족보 새끼들. 쯧쯧쯧.”

성수대교를 건넌 자동차는 가람길을 따라 장안교를 건넌 다음 바로 옆 샛길로 내려갔다. 현필수가 향한 곳은 중랑천 고수부지였다.

검은색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차에서 내린 현필수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다음 자동차에 올라탔다.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다. 차지훈도 여기서 더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진짜 어이가 없네. 고작 학원 사업 관련한 일인데 뭐가 이렇게 은밀해. 하여간 영화가 사람들을 망친다니까. 양아치 새끼들 주제에 하나같이 첩보영화를 찍어요. 그래 봤자 어차피 부처님 손바닥 위일 뿐이지만. 요건 몰랐을 거다 이놈들아. 후후후.”

회심의 미소를 지은 차지훈은 봉고 뒤에 실린 우산 모양의 위성 수신기처럼 생긴 기계장치를 꺼냈다. 그리고 그 장치의 꼭지 부분을 현필수가 탄 검은색 자동차에 향하도록 한 다음, 헤드폰을 머리에 꼈다.

- 지지직. 지지직. 용… 녀석…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처음에는 약간 지지직거렸지만, 기계장치 옆에 달린 버튼을 몇 번 돌리자 음질 상태가 좋아졌다.

- 죄송합니다. 형님. 갑자기 연락이 안 돼서 저도 찾아보고 있습니다.

- 형님 소리 그만 좀 할 수 없어? 남들이 들으면 오해해. 그냥 실장님이라고 불러.

- 죄송합니다. 실장님. 용철이 녀석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설마 그쪽에서 눈치챈 건 아니겠지?

- 그럴 리가 없습니다. 사라지기 전날도 분명히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 이상 없다고요. 그쪽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겁니다. 어디 괜찮은 계집애라도 하나 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 자식이 한 번 여자에게 빠지면 며칠씩 잠수타고 그랬거든요.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 그러게 넌 왜 하필 그렇게 믿을 수도 없는 놈에게 일을 맡겨?

- 죄송합니다. 겨우 학원 선생 감시하는 일이라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 이 새끼가 정말.

짝!

형님이라는 남자가 현필수의 뺨을 때렸는지 ‘짝’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 으윽. 혀…형님.

- 형님이 아니고 실장님. 실장님이라고 이 새끼야. 네가 정말 쳐 돌았나 보다. 내가 학원하고 일한다고 만만하게 보이나 보지?

“오호. 빙고! 학원에서 일한단 말이지.”

차지훈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것 아닙니다.

- 아니라고? 정말 아니야? 그럼 네가 뭔데 감히 내가 한 지시의 중요한 여부를 판단해. 내가 네게 이번일 사소한 거니 가볍게 생각하라고 했어?

- 그…그런 적 없으십니다. 실장님. 그냥 가…감시하라고만 하셨습니다.”

- 그런데 감히 네놈이 혼자 사소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제대로 믿지도 못할 놈에게 일을 시켰다 이 말이지? 미쳤구나.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수가 없지. 아니면 내가 졸라게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한 건가? 우리 오랜만에 푸닥거리 한 번 할까. 이 똥물에 튀겨먹을 새끼야.

- 어이쿠.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고정하십시오. 아직 9월이라 날씨도 더운데 실장님 열 내시면 멋지게 차려입은 양복이 다 젖습니다. 제발 고정하십시오.

- 니미. 필수야. 이런 일도 제대로 못 해내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믿고 계속 일을 할 수 있겠냐?

-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부터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용철이 녀석도 빠른 시간 안에 잡아와서 물고를 내겠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실장님.

- 그래? 알았어. 그럼 한 번만 더 믿어보지. 마지막 기회니까 알아서 잘하도록 해라. 난 이제 돌아가야 하니까, 너도 그만 네 차로 건너가.

- 알겠습니다. 실장님. 그럼 살펴가십시오. 조만간 좋은 소식 가지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현필수가 내리자 실장이라는 남자가 탄 자동차가 유유히 고수부지를 떠났다. 현필수는 자동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장비를 재빨리 챙긴 차지훈은 현필수는 내버려두고 검은색 자동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