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실장이라는 남자가 모는 검은색 자동차는 강남으로 넘어간 다음 대치동의 기가 싱크빅 앞 주차장에서 멈췄다.
180cm의 키에 시원한 마스크의 남자가 핏이 강조된 세련된 정장을 입고 차에서 내렸다.
푸근한 웃음을 짓는 얼굴에서는, 차 안에서 현필수를 윽박지르던 표독스러운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완벽한 변신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이 많은지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를 보며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실장이라는 남자 또한 친절하게 웃으며 일일이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기가 싱크빅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저기요. 방금 인사 나눈 저 남자 분 누구십니까?”
“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미행에 성공한 차지훈은, 남자와 인사를 나누던 여자 한 명을 골라 대놓고 물어봤다.
뜬금없는 질문에 상대방은 경계심을 가졌지만, 그의 선한 눈매에 금방 경계를 풀었다.
잘생기긴 않아도 편안한 얼굴 덕분이다. 15년의 스파이 생활 동안 마지막 임무를 제외한다면 한 번도 정체가 발각되지 않은 차지훈의 장기가 발휘된 것이다.
“아! 제가 너무 뜬금없었죠? 죄송해요. 아무래도 고향 친구 같아서요. 제법 큰 학원에서 실장인가 뭔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긴가민가해서요.”
“오대영 실장님 말씀하시는 건가 보네요. 아까 그분 실장님 맞아요. 보안팀 실장님이죠. 그냥 제법 큰 학원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학원이에요. 점잖고 매너 있으셔서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으시죠. 호호호.”
“맞아요. 오대영. 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학원의 실장님이라니 녀석 참 엄청나게 성공했네요. 저랑 같이 시골에서 개구리 잡으러 돌아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차지훈의 순박한 웃음에 넘어간 여자는 물어보지 않은 정보까지 털어놓으며 오대영이라는 남자를 칭찬하기 바빴다.
“현필수를 쥐잡듯이 잡던 놈이 오대영 실장이라……. 하는 짓은 완전 깡패 새끼인데, 신분을 세탁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학원에서 근무한다 이거지? 완전 코미디가 따로 없네.”
“그나저나 의외야. 저 깡패 새끼가 기가 싱크빅에서 일한단 말이지. 그럼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건가? 하는 짓이 굉장히 조직적이길래 대기업과 연관이 있는 크레이듀나 세계교육 짓인 줄 알았더니만, 여기서 갑자기 기가 싱크빅이 튀어나올 줄이야.”
“아냐. 아니지. 속단하면 안 돼. 크레이듀나 세계교육이 기가 싱크빅을 잡아먹으려고 오대영 같은 놈을 심어놨을 수도 있잖아. 아직은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어. 재밌어. 심심할까 봐 걱정했는데 일이 슬슬 재미있어져 가고 있네. 흐흐흐.”
***
강남의 도곡로와 선릉로가 만나는 한티역 사거리 바로 옆에는 대치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가 있다.
2007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고, 최대 25층에 11개동, 총 768세대를 보유하고 있다. 24평형에서부터 55평형까지 다양한 넓이의 아파트가 있는 중소규모의 단지였다.
매매가는 최하 7억 6천만 원에서 18억 원, 전세가는 5억 8천만 원에서 13억 원이라는 상당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위치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물론, 가까운 거리에 한티역과 도곡역이 있고, 1km만 걸어가면 양재천이 자리 잡았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종합병원인 강남 세브란스 병원이 있는 것도 장점이긴 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 단지의 최대 장점은 그런 편의시설들이 아니다.
바로 최적화된 교육환경.
걸어서 10분 거리에 중앙사대 부속 고등학교, 단국사대 부속 고등학교, 숙명여자고등학교, 진선여자고등학교, 도곡중학교, 역삼중학교, 대청중학교, 대치초등학교, 대도초등학교, 도성초등학교, 도곡초등학교와 같은 학교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사교육 일번지인 대치동 학원가 또한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아이들의 교육만 생각한다면 이곳만큼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대치 아이파크 단지 주변에 이상한 소문이 하나 돌고 있었다. 흉흉하고 기분 나쁜 그런 소문이 아니라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훈훈한(?) 소문이었다.
최근 대치 아이파크로 이사 온 묘령의 여인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다.
- 어마어마한 미녀다.
-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서 미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아? 선글라스를 꼈다고 해도 그 누나의 아름다움은 절대로 감출 수는 없다.
- 나 밤에 선글라스 안 꼈을 때 봤거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숨이 멈춰버리는 줄 알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지. 그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맨 나의 이상형이었어.
- 미친. 어디 가져올 게 없어서 쌍팔년도 노래를 가져와! 아재스럽게.
- 혹시 연예인 아닐까? 그래서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게 아닐까?
- 에이. 그건 아닐 거다. 난 아직 그런 체형을 가진 여자를 TV에서 본 적이 없다.
- 지상파는 몰라도 케이블에서는 그 비슷한 체형을 본 것 같기도 하다.
- 거기도 D컵이 한계야. 근데 그 누나는 E컵이 확실해.
- 진짜냐? 확인해본다? 확인해보고 B컵이나 C컵밖에 안 되면 죽는다!
- ㅂㅅ. 어떻게 확인해볼 건데?
- 모두 닥쳐! 어디 감히 아이파크 여신님을 비교 질이야.
- 여신 인정. 켈리 브룩이 한국인으로 환생한 것 같아.
- 명칭은 제대로 해야지 아이파크 E컵 여신님이라고.’
- 그것보다는 아이파크 폭유 여신님이 더 낫다.
- 그럼 아폭녀?
- 아폭녀는 어감이 별로잖아. 아폭여신님이라고 하자.
- 아폭여신님은 진리야.
***
‘펜슬 스커트’란 슬림스커트의 일종으로 연필처럼 매우 홀쭉한 실루엣과 무릎 정도까지 오는 타이트한 일자형 스커트를 말한다.
특유의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오피스룩으로 대표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가죽, 체크, 레이스, 화사한 또는 러블리한 패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이 등장해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펜슬스커트.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미니스커트와 대조적이지만, 타이트한 재질로 잘록한 허리부터 엉덩이선까지 살려주기 때문에 은근한 섹시함을 강조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검은색 계통의 펜슬스커트와 연한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
10cm 정도의 브라운 톤의 하이힐과 블라우스로도 감춰지지 않는 풍만한 가슴이 평범할 수도 있는 그녀의 패션을 더욱 섹시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거기에 군살 없는 완벽한 몸매는 그녀의 섹시함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바로 그녀였다.
아폭여신!!!
대치동의 아이파크 주변 중고등학생들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었던, 그녀가 등장했다.
저녁 시간. 남학생들은 학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슬그머니 그녀를 쫓았다.
“야! 오늘은 미니스커트 아닌데?”
“그러게 속옷이 보일락 말락 하는 미니스커트는 어디 간 거야? 설마 아폭여신님이 아닌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닐 수 없어. 저 여성분이 아폭여신이라는데, 나의 손모가지와 거시기를 걸 수 있어. 딱 봐도 빛이 나잖아. 천박하게 훌렁훌렁 벗는다고 섹시가 아니야. 두 눈이 달려 있다면 부릅뜨고 잘 봐라. 기품 있어 보이지 않아? 그러면서도 은근히 섹시하지? 저게 바로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이라고.”
아이들 사이에서 나름 성숙한 척하기를 좋아하는 광수라는 학생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남학생들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학생들이 힐끔거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웬 고등학생 하나가 커다란 상자 하나를 들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몰래 지켜보기만 하는 게 전부였던 아이들은, 용감한 그의 모습을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저기 누… 누나.”
“누나? 혹시 나를 부른 거니?”
“네. 여기 누나 말고 또 누가 있다고요.”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거는 남학생의 모습에 여자는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의 말처럼 주변은 그녀 말고 아무도 없었다.
“호호호. 누나라니. 듣기 좋네. 누나라는 말. 그런데 난 왜 불렀어?”
“저기… 이거 선물이에요.”
“뭐 선물? 왜 그걸 내게?”
“제가 누나에게 반했거든요.”
“뭐? 누구에게 반해? 나한테?”
“그럼요. 누나가 얼마나 매력적이신데요. 정말 한눈에 반했어요. 사랑해요. 누나.”
“저…저기.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선물은 너무 부담스러운데.”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비싼 선물 그런 게 아니라, 제 마음이 담긴 선물이에요. 가끔씩 본 누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거든요.”
“어머! 그림? 내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다고?”
“그러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고 집에 가서 뜯어보세요. 그럼 전 가볼게요.”
“얘. 얘! 그냥 가면 어떡하니?”
남학생은 그녀가 자신이 건네는 선물상자를 받자 얼굴이 홍시처럼 빨갛게 변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사라졌다.
‘누나라니. 세상에! 지금 나보고 누나라고 한 거지? 20대부터 아줌마라는 소리만 들었는데, 서른세 살인 지금 와서 누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이야. 아! 정말 교정하고 살 빼길 잘한 것 같아. 승훈 씨에게 이야기하면 뭐라고 할까? 고등학생을 상대로 잔뜩 질투하려나? 호호호.’
아폭여신의 정체는 앞으로 초이스 에듀의 역사과목을 담당하게 될 윤은영이었다.
괴상한 회장과 패션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었던 그녀가 몇 달 사이 여신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미녀로 탈바꿈했다.
큰 변화를 준 건 아니었다. 그저 치아를 교정하고 살을 조금 뺐을 뿐이다. 거기에 안경 대신 렌즈를 끼고 피부 관리를 받은 정도.
오히려 큰 변화는 화장법과 코디였다. 변장에 가까운 근본 없는 화장법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색조합의 임부복 패션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피부가 빛나는 투명 메이크업과 상전벽해 수준의 세련된 옷차림.
손다정이 가장 신경을 썼던 뷰티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된 것이다.
그 변화가 남학생들의 시선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지금의 아름다운 윤은영을 만들었다.
놀라운 변화인 건 분명한데 그렇다고 해도 ‘여신’ 등극은 정말 뜻밖이었다.
커다란 안경과 두꺼운 화장 속에 숨어 있었던 예쁜 외모도 예상 밖이었지만, 가장 놀라운 건 그녀의 출중한 몸매였다.
임부복 같은 헐렁한 옷 속에 반전 몸매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끝까지 자신의 패션을 고집하던 윤은영을 겨우 설득해서 넝마 같은 임부복을 벗기는 순간, 손다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윤은영은 대체 왜 크고 아름다운 가슴을 꽁꽁 감추려고만 했을까?
손다정의 윤은영의 숨겨진 몸매를 보고 처음 드는 의문이었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발육이 남다른 바람에 남자들로부터 온갖 성희롱을 당해야 했다는 설명을 듣고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에게는 섹시한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가슴이 윤은영에게는 그저 거추장스럽기만 한 콤플렉스였다.
그 사정을 들은 건우는 윤은영을 자신의 정신과 상담의인 조유미에게 소개해줬다.
조유미는 건우에게만 조금 괴팍하게 굴뿐 정말 실력 있는 좋은 의사였다. 처음엔 정신과 상담을 내켜하지 않던 윤은영도 조유미의 정성 어린 상담에 마음을 열었고, 그렇게 천천히 마음속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윤은영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오크돼지’에서 ‘아폭여신’으로의 격상은 상처가 치료되는 과정에서 생긴 당연한 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남학생들의 과도한 관심은 윤은영을 주눅 들게 만들었지만 지금의 폭발적인 관심은 그녀에게 더욱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외모가 전부처럼 생각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그녀는 자신의 변화에 매우 만족했다.
추녀라고 놀림 받던 자신이었다. 아름답고 싶은 여자였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치아교정으로 부정교합이 제자리를 찾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몸매까지 완벽하게 가꾼 후 처음으로 강남대로로 나선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주변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껴질 때의 그 짜릿함. 같은 여자마저도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느껴지는 뿌듯함.
그녀는 자신이 정말 다시 태어났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그냥 사람이었다면, 이제야 여자로 태어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짜릿하고 뿌듯한 감정보다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만든 것은 바로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서글서글하면서도 멋지고 잘생긴 남자였다. 게다가 그 남자는 그녀가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던 바보 같은 모습까지도 아껴주는 멋진 남자였다.
한 손에 남학생이 전해준 그림을 든 윤은영은 빠른 걸음으로 그녀가 지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에 내린 그녀는 능숙하게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위이잉.
현관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가 들렸다.
키 큰 남자가 거실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트레이닝 바지에 상의는 아무것도 없이 오직 앞치마만 두르고 있는 남자.
청소기를 밀 때마다 드러나는 팔뚝과 등의 잔근육들이 윤은영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아! 이 남자는 어떻게 청소하는 모습까지 멋질까?’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섰다.
“승훈 씨. 저 왔어요.”
“어라. 일찍 왔네요. 오늘은 어땠어요?”
그를 부르는 소리에 남자는 청소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털 한 올 없는 반짝이는 머리와 잘 정돈된 턱수염 그리고 동그란 안경을 낀 남자의 모습은 스티브 잡스가 연상될 만큼 냉철하고 이지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발견하며 빙그레 웃는 순간 이지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편안한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남자의 정체는 초이스 에듀의 국어 과목을 담담하게 될 이승훈이었다.
과거의 볼품없는 대머리에 뚱뚱한 체구는 완전히 사라졌다. 여자의 허리보다 두꺼웠던 팔뚝은 잔근육으로 가득한 건강한 모습으로 변했고, 남산만 하던 배는 어디로 사라지고 강렬하고 뚜렷한 왕(王)자만 짙게 새겨져 있었다.
“오늘도 좋았어요. 이게 다 승훈 씨 덕분이에요.”
“그게 어떻게 제 덕분이에요? 다 은영 씨가 아름다워서 그렇죠. 그러니 이제 자신감을 가지세요. 지금의 은영 씨는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아가씨입니다.”
“그래요. 믿을게요. 참! 저, 오늘은 선물도 받았어요. 웬 고등학생 아이가 제 모습을 그렸다면서 그림을 선물로 주더라고요. 호호호.”
“와. 거봐요. 은영 씨는 이제 고등학생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외모라니까요.”
“그러게요. 그런데 질투 안 해요?”
“질투요? 고등학생을 상대로? 에이. 전 이미 은영, 씨 마음을 다 아는걸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은영 씨를 믿으니까 혹시 질투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헤헤. 하나도 안 서운해요. 나 있죠. 잠깐 나왔는데, 승훈 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윤은영은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팔을 벌려 이승훈에게 다가갔다.
“안 돼요. 청소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단 말이에요.”
“에이. 뭐 어때요? 승훈 씨의 땀 냄새는 제게는 향기와 같아요. 이리 와요. 음…! 좋다. 역시 승훈 씨 품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윤은영은 배시시 웃으며 이승훈의 품에 푹 안겼다. 행복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