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86화 (86/256)

제86화

“원주율은 어디까지 외우고 계십니까?”

건우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안우현은 다짜고짜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황당하긴 했어도 손다정의 말을 곱씹으며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기로 마음먹었다.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419716939937510582097494459230781640628620899862803482534211706798214808651328230664709384460955058223172535940812848111745028410270193852110555964462·····78608578438382796797668145410095388378636095068006422512520511739298489608412848862694560424196528502221066118630674427862203919494504712371378696095636437191728….”

“그만하면 됐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최 대표님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외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주율 외우는 건 한때 건우의 취미 중 하나였다. 그래서 별로 어렵지 않게 자신이 외우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들을 읊어나갔다.

적당히 읊으면 그만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안우현은 그냥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한 시간이 지나 소수점 1만 자리를 넘어서자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건우를 제지했다.

세계기록인 8만 3,431자리보다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1만 자리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안우현은 그 밖에도 몇 가지 특이한 질문을 던졌고 그때마다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심지어 이상한 표지의 판타지 소설을 건네며 외워보라고 해서 분량의 1/3 가까이 달달 외워야 했다.

건우는 안우현이 참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순수한 그의 눈빛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젠 여기 오신 용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겠습니까?”

질문도 정도껏이다. 안우현의 질문이 끝도 없이 계속되자 건우가 참지 못하고 용건을 물었다.

“아차! 그렇군요. 제가 여기 온 이유에 대해서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대표님에게 워낙 궁금한 게 많아서. 하하하.”

건우와 안우현이 만난 지 세 시간. 두 사람은 이제야 겨우 본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야기에 앞서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최 대표님이 저에게요? 영광입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영광이라고 말하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안우현을 보며, 건우는 왜 이 남자가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은 분명 순수하고 착하며,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타인과 대화하는 방법이 서툴러 상대로 하여금 ‘이 사람이 지금 나를 놀리나?’ 싶은 오해가 생기게 했다.

그렇지만 건우에게 안우현의 이런 독특한 모습은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예전에 하버드를 다닐 당시 룸메이트였던 마이클은 독특하다 못해 괴팍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다.

별다른 선입견 없이 그냥 남들 대하듯 대했는데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것처럼 달라붙는 마이클의 모습이 건우도 처음엔 낯설었다.

가끔은 그 독특함 때문에 조금 귀찮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 나눔에 서투를 뿐,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순수한 면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는 완전히 마음을 열었었다.

굳이 마이클이 아니라도 하버드에는 똑똑하지만 특이한(독특하거나 괴팍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기이한) 종류의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아온 건우였기 때문에 안우현이라고 해서 특별히 색안경을 끼고 삐딱하게 볼 이유는 없었다.

“왜 외워보라며 책을 건네고, 별 의미도 없는 원주율을 읊어보라고 한 겁니까?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입니다. 제 암기능력이 안우현 선생님에게 중요한 문제였습니까?”

“아닌데요.”

“그럼 왜?”

“일단 남자라면 최소 원주율 소수점 5천 자리까지는 외워야죠.”

“남자라면요? 그럼 여자는요?”

“여자는 남자 갈비뼈를 빼앗아 갔기 때문에 소수점 4,999자리까지만 외우면 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며 넘어갔다.

갈비뼈 이야기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군요. 그럼 책을 왜 외우라고 하신 건요?”

“외우는 것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냥 선입견이 있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선입견을 말씀하시는 건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정말 수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판타지나 무협 소설에 대한 편견이 심합니다. 매우 고상해야 하며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야 책이라는 편견. 그런 책 외에는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웃긴 건 그러면서도 교훈도 뭐도 없는 대중음악은 흥얼거리고 다닌다는 겁니다. 더 웃긴 건 해리포터나 트와일라잇 같은 소설에는 희한하게 열광을 해요. 물을 건너왔을 뿐, 그것도 판타지 소설인데 말이죠. 그런 게 문화사대주의겠죠. 제가 좀 확대해석한 면이 있지만 어쨌거나 선입견이 있는 사람은 싫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뭔가 나사가 빠진 듯 멍해 보였던 안우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사람 관계가 어설퍼서 어수룩해 보였을 뿐 명석함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건우는 그런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저는 그 테스트에 통과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책을 읽으시는 동안 저는 최 대표님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확실히 판타지 소설은 익숙하지 않은 듯 가끔은 인상도 찌푸리시더군요. 하지만 대표님의 찌푸림은 불쾌함의 찌푸림이 아니라 낯섦의 찌푸림이라 보기 좋았습니다. 역시 원주율 소수점 5천 자리 이상을 외우는 사람다웠습니다. 하하하.”

기승전 원주율도 아니고 잘나가나 싶더니 또다시 원주율 타령이었다.

왜 자꾸 원주율 타령을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안우현 나름대로 건우에게 농담을 던진 거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이없어할 괴상한 조크였겠지만, 이해하고 들으니 나름대로 신선하게는 들렸다.

세상에 원주율로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겠군요. 저를 찾아온 용무가 정확하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최 대표님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제 얼굴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대단하다 싶었거든요. 저도 나름 수재 소리 들으면서 공부에 관해서는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습니다. 자부심도 많았고요. 그런데 처음 최 대표님이 만드신 참고서를 보고 제가 가지고 있었던 자부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나는 천재 따위가 아니었어. 이런 사람이 진짜 천재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야 하나….”

“천재라니요. 과찬이십니다. 그냥 남들과 보는 눈이 조금 달랐을 뿐이지 아주 대단한 이론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어렵다는 겁니다. 선입견을 깨기가 무척 어렵거든요. 특히 저처럼 남들의 수많은 선입견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의 믿음이 아니었으면, 벌써 좌절했을 겁니다. 그런데 최 대표님의 참고서를 보는 순간 아차 싶더군요. 선입견을 그렇게 증오하던 저조차도 선입견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었죠. 그때부터 최 대표님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이제 만족하십니까?”

“네. 원주율만큼 만족스럽습니다.”

이제는 안우현이 하는 표현이 대강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원주율이란 원의 지름에 대한 원의 둘레의 비를 말하는데, 그 값이 딱 떨어지지 않고 무한히 계속 나열된다.

그러니 원주율만큼 만족스럽다는 것은 무한에 수렴할 만큼 만족도가 매우 크다는 의미였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다른 용건도 있으시죠?”

“물론입니다. 제가 아무리 특이한 인간이라도 정말 얼굴만 보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니면 얼굴만 보고 갔지 테스트는 안 했겠죠. 얼마 전 재수생 종합반 설명회에서 말씀하시던 모습, 인터넷을 통해 지켜봤습니다. 그런 설명회조차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시다니, 온라인 사교육의 최강자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웬만하면 겸양을 떨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 수가 없군요. 정말 신경을 많이 쓰던 부분이었거든요. 겨우 시작단계지만, 몇 달만 기다리시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획기적인 실시간 인터넷 강의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라이브 강의를 시도하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말씀인 거죠? 최 대표님이 이렇게 장담하실 정도라니, 궁금함이 원주율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살짝이라도 알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안우현은 정말로 궁금한 듯 간절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며 부탁했다. 그러나 건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그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닙니다. 우리 초이스 에듀 직원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외부인인 안우현 선생님에게 밝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은근한 낚시성 멘트.

“그럼 제가 여기 직원이 되면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

세상을 깜짝 놀랄만한 획기적인 계획이 있다고 말한 건 고의였다. 손다정의 이야기를 듣고 안우현을 스카우트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밑밥부터 깔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안우현은 밑밥을 던지자마자 생각할 것도 없이 덥석 물어버렸다. 건우는 그 모습이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최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 게다가 최 대표님은 원주율 5천 자리가 아니라 1만 자리까지 외우지 않습니까? 믿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래요? 원주율을 1만 자리까지 외우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을 저와 함께하고 싶으신 겁니까?”

어느 정도 안우현의 표현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오산이었다.

원주율 1만 자리와 믿음이 무슨 연간이 있는지 선뜻 납득가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다.

마이클을 통해 이런 일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고 피곤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팀 앨버트로스. 수능 애널리스트.”

“그 말을 듣고 저와 함께 일하고 싶으셨다?”

“네. 최 대표님은 지금 수능 전문가 집단을 만들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 2014학년도 수능시험보다 난이도 있는 문제를 많이 적중했기 때문에 효과는 컸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2015년 전체 적중률은 많이 낮아졌죠. 그게 신경 쓰여서 아예 수능시험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새로운 직종을 만드셨을 겁니다. 애널리스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시키고 말이죠.”

“맞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팀을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다면 강의 능력보다는 분석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시겠군요.”

“그것도 맞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조만간 좋은 팀원들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안우현은 자신의 방에서 노트북을 꺼낸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비밀 카페를 열어서 건우에게 보여줬다.

“이건 무슨 카페입니까?”

“제가 만들었고, 전국 각지에서 정말 알짜배기 수능 예측 전문가들만 모았습니다. ‘나는 이렇게 예상한다.’라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올라온 글들이 대부분 수능시험 직전에 작성된 것들이군요. 음…. 아니 이건?”

별생각 없이 게시물을 클릭하던 건우는, 첫 번째 글부터 깜짝 놀랐다. 분석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치밀했기 때문이다.

[국사문제 나올 확률 90%]

- 얼마 전 XX대학 XXX 교수님이 갑자기 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조금 뜬금없더군요. 순간 그분이 수능 출제 위원으로 뽑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야 뜬금없는 휴가가 설명되거든요.

문제는 이 양반이 김XX 명예교수의 애제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김XX교수는 보조국사 지눌의 뒤를 이어 수선사 제2세 사주가 되어 교세를 확장한 진각국사 혜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 다른 팩트. 지금까지 2000년 이후 국사 수능시험에서 혜심에 대한 문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어떻습니까? 슬슬 감이 오지 않습니까?

XXX교수는 김XX 명예교수의 딸랑이라고 불릴 만큼 충성심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혜심에 대한 문제를 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 오! 매우 신빙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단 2013학년도 국사 시험에서 지눌에 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지눌과 혜심이 연계된 문제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군요. 그렇다면 동국이상국집이나 동문선과 관련된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역시 카페지기님은 모르시는 게 없군요. 대단합니다. 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눌이나 혜심의 경우 선교일치를 추구했기 때문에 그와 비교되는 선종 혜초나 교종의 의천이 했던 말을 공부한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건우의 경우 이전 삶에서 얻은 지식 덕분에 별다른 추리도 없이 수능 문제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들의 분석은 그와 달리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었다.

그냥 단순히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나 교사들의 출신 학교, 지도교수, 그동안 출제되었던 문제들을 모두 종합해서 추론해낸 결론이라 더욱 신빙성이 갔다.

“어떻습니까? 최 대표님에 비한다면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습니까?”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 만약 출제위원의 명단만 제대로 알아낼 수 있다면, 수능 출제 적중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겠군요.”

“맞습니다. 저희는 정보를 분석하는 전문가일 뿐, 정보 수집 능력은 없습니다. 전국에 있는 교수와 교사들을 전부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대신 방금 보신 게시물처럼 출제위원이 누군지만 안다면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자고 찾아오신 겁니까?”

“그렇죠. 수능 애널리스트를 뽑겠다는 건 수능 출제 위원에 대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닙니까? 그런 정보를 구할 자신이 없었다면 팀 앨버트로스 같은 거창한 이름을 붙일 생각도 안 하셨겠죠.”

“흠….”

“저뿐만 아니라 우리 비밀 카페에서 실력이 가장 좋기로 소문난 세 분이 저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면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굉장히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수능 예측은 기밀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과외를 하며 정보가 빠져나간다면 그것만큼 큰 손실은 없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려면 과외는 그만두셔야 하는데. 실력만 확실하다면 연봉은 최상위급으로 챙겨드릴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과외를 하던 때와는 수입에서 차이가 날 겁니다. 평범한 과외 강사가 아니시잖아요.”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 고액 과외도 심심찮게 들어오던 안우현이다. 아무리 건우가 많이 챙겨주고 싶어도 월급쟁이인 이상 한계는 있다.

“상관없습니다. 솔직히 과외는 음지와 가깝습니다. 그 덕분에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정당한 세금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원과 손을 잡고 일 해보려고도 했는데, 제 성격 탓인지 학원 강사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비밀 카페에서 천재라며 서로 추켜세우는 일도 지쳤습니다. 이젠 다른 사람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돈보다 명예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 당장 결정하긴 어렵습니다. 함께하기로 한 세 분과 다시 미팅을 잡는 게 어떨까요? 안우현 선생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가 가기 시작했습니다만, 다른 세 분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일단 만나보고 대화를 나눈 다음에 결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 사람들도 최 대표님에 대한 호감은 가지고 있지만, 만나보고 나서 완전히 결정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원주율을 소수점 5천 자리까지 외우고 있으니까요?”

“하하하. 맞습니다. 벌써 저의 조크를 이해해주시다니, 우린 정말 앞으로 잘 지낼 것 같군요. 그럼 다른 세 사람과 협의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건우는 며칠 후 안우현을 포함한 네 명의 비밀카페 회원들과 미팅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훗날 학원가를 경악시킨 팀 앨버트로스의 원년 멤버이자 최초의 수능 애널리스트가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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