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100화 (100/256)

제100화

나이트 오디세이를 두고 설강전자와 싸우는 건 힘들어도, 새로운 게임 개발을 돕는 건 어렵지 않다.

그건 돈만 투자해도 되는 일이다. 새로운 게임 개발까지 설강전자가 막을 순 없다.

“최 대표님이요?”

“솔직히 저도 설강전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건 아직 어렵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신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용의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주신 성과를 보면 다음에도 성공하실 것은 믿음이 생기네요.”

미래를 알고 있는 건우에게 문진수의 재기는 믿음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그…그렇지만.”

“지금 문 사장님을 보고 다들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떠오르는 혜성에서 추락하는 샛별이 되었다고 합니다.”

“휴우…. 그렇군요. 아주 틀린 말도 아니죠. 제가 세상을 너무 쉽게 봤거든요.”

“새벽별 그리니까 샛별을 라틴어로 하면 루시엘입니다. 루시엘이 타락해서 루시퍼가 되었죠. 게임을 개발하시는 분이니 그 정도는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루시퍼가 누굽니까? 사탄의 우두머리 아닙니까? 추락하는 샛별과 루시퍼. 어떻게 보면 참 잘 어울리죠. 문 사장님.”

“네.”

“혹시 루시퍼가 되어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네?”

“설강그룹이나 설강전자. 정말 생각만 해도 화가 나지 않습니까? 문 사장님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당연히 화가 납니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습니다.”

문진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루시퍼가 되라는 건 설강그룹이나 설강전자에 한해서입니다. 그들은 사장님에게 사기를 쳤습니다. 복수해야죠. 나이트 오디세이가 아까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복수를 위해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복수심이든 뭐든 혼신의 힘을 다해 위대한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설강전자가 만든 게임을 더는 아무도 하지 않도록 말이죠.”

“그게 될까요?”

“그럼요. 됩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선 레브 소프트를 적당한 가격에 팔아야죠. 설강전자에게 제시하면 옳다구나 하고 나설 겁니다.”

“가격을 후려치지 않을까요? 직원들 월급도 밀렸는데.”

“여차하면 다른 대기업이나 외국 게임 회사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면, 설강전자도 가격을 아주 후려치지는 못할 겁니다. 자세한 건 우리 법률팀과 논의하면 됩니다.”

“그 다음에는요?”

“저와 손을 잡고 새로운 게임 회사를 세우는 겁니다. 마음에 드는 직원은 데려오셔도 됩니다. 비용은 제가 전부 투자하겠습니다. 마음만 먹으시면 됩니다.”

“까짓것! 그래요. 합시다.”

건우와 이야기를 나눈 지 30분도 안 돼 내린 결정이다. 성급한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건우는 왠지 믿음이 갔다.

수익의 30% 이상은 항상 남을 돕는 데 쓰는 사람이 갑자기 무일푼 직전의 자신을 찾아와 해코지할 이유는 없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산 회사 이름은 제가 짓고 싶습니다.”

“좋은 이름이 있습니까?”

“루시엘 소프트. 루시엘의 원래 뜻이 ‘빛을 가져오는 자’입니다. 의미도 있고, 좋은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오! 루시엘이요? 그거 괜찮은데요.”

건우는 문진수의 말에 속으로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그의 회사 이름도 루시엘이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했다.

그때의 문진수도 어쩌면 복수를 꿈꾸며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루시엘’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어쩌면 그가 20여 년 후에나 거뒀을 성공을 훨씬 앞당겨져 이룰지도 모른다는 묘한 예감이 들었다.

***

“어떻게 됐어요?”

멀리서 건우와 문진수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손다정. 그녀는 건우가 돌아오자마자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뭐가요?”

건우는 무슨 말인지 모른 척 웃었다.

“몰라서 물어요? 문 사장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은 거잖아요.”

“아! 그거요? 그냥 조언 몇 가지 해드렸어요.”

“조언이요? 어떤 조언을요?”

“어허. 이럴 때 보면 꼭 바가지 긁는 마누라 같다니까요.”

“뭐예요? 언제는 주인의식을 가지라면서요.”

“하하하. 제가 그랬나요? 음. 알아보니까 문 사장님과 설강전자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더라고요.”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길 해드리려고 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문 사장님에게로 가셨잖아요.”

“그랬구나. 문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결론적으로는 설강전자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건데, 재판을 너무 질질 끌고 있어요. 말을 들어보니 법원이 은근히 설강전자 편을 드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당연하죠. 설강그룹은 우리나라 재계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라고요. 그런 정도면 법원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해도 재판 지연 압력 정도는 쉽게 넣을 수 있어요.”

“뻔한 수법이네요. 재판을 질질 끌면서 카드회사에 가처분신청 판결문을 보내 레브 소프트에 지급해야 할 자금을 동결해버린다. 유료 회원 중에 계좌이체보다 카드 결제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이었겠죠.”

이런 비슷한 방법으로 대기업에 회사를 빼앗긴 중소기업이 많았다.

“뻔하지만 마땅한 타개책이 없는 게 문제죠.”

“그렇죠? 그래서 제가 그랬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러니 그냥 과감하게 포기해버려라. 지금은 싸워봤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훗날을 기약하자.”

“괜찮은 생각이네요. 문진수 사장님이야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 충분히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말이 좀 미묘하네요. 훗날을 ‘기약해라’가 아니라 기약하자? 왜 거기서 ‘기약하자’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하하하. 손 팀장님은 가끔 쓸데없이 예리할 때가 있다니까요. 여자가 그러면 매력 없어요.”

“됐거든요. 제가 왜 대표님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죠? 그러니 말 돌리지 말고 기약하자고 말한 이유나 알려주시죠.”

“그러니까. 하하. 사실 제가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살짝 머뭇거리던 건우는 손다정의 날카로운 눈빛에 바로 이실직고했다.

“세상에!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정말 못 살아. 가끔 보면 대표님은 제 말을 똥으로 알 때가 있다니까요.”

“뭐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똥이라니요.”

“그럼 아니라고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분명히 참으라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못 들은 척하더니 결국에는 사고를 친 거잖아요. 제 말이 틀려요?”

“하하하. 이럴 때 보면 정말 시어머니 같다니까. 오해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손 팀장님 말씀을 무시하겠습니까. 함께 일하기로 한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저도 손 팀장님 의견을 나름대로 존중한 거라고요.”

“말장난을 듣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잔소리가 아니라 지금 손다정은 심각했다. 가뜩이나 많은 적에 힘든 적을 추가하는 것도 싫고, 교육과 상극인 게임에 손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당장 설강전자와 싸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이야기한 건 아니잖아요. 한 발 뒤로 물러서자. 그리고 후일을 기약하자. 그랬다니까요. 그러니 제가 절대 무시한 건 아니죠. 그렇지 않아요?”

손다정이야 건우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그녀를 이해시키기 위해, ‘사실 나 20년 후 미래를 살다 왔어요. 문진수 사장님. 세계적인 게임회사 사장이 됩니다. 투자만 해두면 대박이라니까요. 그러니 저를 믿으세요’라고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살살 달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건우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를 무시할 순 없으니.

“어휴. 그래요. 그렇다고 치자고요. 어쨌든, 우리 학원 넘버원은 대표님 아니겠어요. 전 대표님이 결정하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하는 입장이고요. 그런데 학원 경영자가 게임 사업에 손을 뻗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을 것 없다는 건 알고 있겠죠? 자칫 지금까지의 쌓아온 좋은 이미지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요. 게임은 잘 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업종이지만, 우리같이 교육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자칫 독이 될 수 있어요.”

“스토리를 만들어야죠. 대기업의 횡포에 좌절하던 기업을 도왔다는 식으로요. 그리고 예를 들어 청소년 셧다운제도 같은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거죠. 그냥 참여하는 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셧다운을 더욱 타이트하게 이용하는 겁니다. 제가 알기로 현행법은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심야 시간대 그러니까 밤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럼 우리는 연령을 높여 만 18세 미만, 그리고 밤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강화하는 거죠.”

“그럼 사용자들의 반발이 심할 수도 있잖아요.”

“꼬우면 나이 먹고 하라고 해요. 그 정도만 해도 정부나 학부모협회에서는 우리를 매우 긍정적으로 볼 겁니다. 그리고 이건 급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임 개발하고 서비스하려면 최소 1~2년은 기다려야 한다고요. 그러니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름도 ‘초이스’가 아니라 ‘루시엘 소프트’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게임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제가 연관 되었는지 모를걸요? 왜요? 왜 그렇게 봐요?”

건우가 신이 나서 열심히 설명하는데, 손다정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건우를 빤히 바라봤다.

“신기해서 그래요. 원래 그렇게 아이디어가 샘솟으세요? 잘은 모르겠지만, 방금 말한 방법을 이용하면 수익은 줄어들진 몰라도 이미지는 좋아질 수 있겠네요. 건전한 게임 문화를 장착하려고 노력하는 초이스 에듀의 최건우 대표. 이러면서 말이죠.”

“전에도 이야기했잖아요. 마동수 이사의 ‘꼼수 마케팅’을 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요. 그 양반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러질 것을 알면서도 미련하게 버티는 것도 안 좋다는 건 깨달았죠.”

“어휴. 마동수 이사에게 감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네요. 순수했던 우리 대표님은 어디 가고 점점 더 사악해져 가는 것 같아요.”

“뭐라고요? 하하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상장 수여식이 시작되었다.

시종일관 우울한 표정이었던 문진수도 밝은 얼굴로 바뀌었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게임부문 상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수여식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는 건우의 차례가 왔다.

“2015 창업 경영인 대상. 초이스 에듀의 최건우 대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건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단상으로 향했다.

“상장. 대상. 초이스 에듀 대표이사 최건우. 귀하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인 기업경영으로 IT산업 발전과 국민경제에 이바지하였기에 2015 경영인의 밤 행사를 맞이하여 이에 상장을 수여함. 2015년 12월 XX 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XX 대독.”

학원 대표이사가 IT산업 발전으로 상장을 받는 것이 건우는 넌센스처럼 느껴졌다.

건우가 한국에서 유명세를 떨칠 것은 학원 강사로서지, 고작 서비스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퓨처’라는 앱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교육산업이 아니라 IT산업 발전을 수상 이유로 댔다.

건우가 아무리 이름을 날리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정부의 관료들 입장에서는 사설 학원 강사가 꺼림칙했을 것이다.

학원 강사에 대한 차별은 예전 삶에서도 많이 겪었다. 특히 두 남동생 처가에서 받았던 모멸감은 아직도 생생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는 학원 선생인데 왜 IT경영자로 포장하느냐’며 따지며 깽판이라도 놓고 싶었으나, 함께 참석한 손다정을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조금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상장을 받은 건우는, 당장에라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손다정의 손에 이끌려 연회에 참석했다.

손다정이 이곳에 참석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건우를 연회에 참석시켜 정·재계 인사들과 안면을 트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안 그래도 사고를 쳤는데 여기서 더 사고를 칠 수는 없었다. 얌전히 손다정의 뒤를 따르는 게 현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경영인의 밤에 참석한 많은 경영인과 정치가들은 건우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일하랴 동생들 돌보랴 힘들지 않나? 최 대표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동생들에게는 여자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라네. 자네 나이가 아직 어린 것은 사실이지만, 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어서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나?

‘내 여식이 이번에 졸업반이라네. 어떤가 한 번 만나보는 건?’

‘조금 전 저 양반이 무슨 이야기를 하던가? 음. 안 들어봐도 뻔하지. 또 자기 딸을 최 대표에게 들이밀었겠지. 조금만 괜찮다 싶으면 무조건 들이미는 성격부터 고쳐야 하는데 말이지. 나이라도 비슷하면 모를까. 대학 졸업반이라고 하지 않나? 그럼 최 대표보다 2살 많은데 웬만하면 거절하게. 자고로 여자는 어려야 하는 법이지.’

‘이보게. 내게 이번에 대학 입학한 파릇파릇한 20살짜리 질녀가 하나 있네. 내 조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얼굴도 아주 예쁘지. 엄하게 자라서 남자라고는 자기 아버지밖에 모르는 녀석이네.’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역시 건우의 결혼 문제였다.

건우는 이미 어엿한 사업가였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그를 사위로 두고 싶은 사람은 넘쳐났다. 강남의 유명한 마담뚜들은 건우가 요지부동이자 그의 동생들에게 접근할 정도였다.

심지어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 자신의 손녀를 들이미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해도 건우와 8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괜찮지 않겠느냐는 게 상대의 주장이었다.

결혼이 급하면 미리 약혼식을 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결혼해도 된다는 말까지 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 모두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보게 최 대표. 혹시 정치에는 관심이 없나? 최 대표가 아직 어려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수는 없지만, 몇 년 배운다는 생각으로 우리 당에 입당한다면 내가 꼭 공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그럼 자네라면 마흔이 넘었을 때 대한민국의 가장 젊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네. 생각해보게. 다른 자리도 아니고 대통령이라네. 남자라면 그런 꿈 정도는 꿔야 한다고 보네. 어떤가. 나와 같이 꿈을 꿔보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정치 입문을 노골적으로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밖에도 같이 사업하자거나 자신의 기업에 투자를 권유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모두가 건우의 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휴. 차라리 학생들 수천 명에게 둘러싸이는 게 낫지, 연세 지긋한 분들이랑 같이 있는 건 정말 못할 짓이네.”

건우는 화장실을 핑계로 연회에서 잠시 빠져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개최하는 경영인의 밤에는 예순 살이 넘는 사람이 어릴 정도로 연령층이 높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어린 건우가 손자처럼 귀엽고 기특해 보였으리라.

귀여운 아기를 보면 깨물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듯 그들도 건우에게 자꾸 짓궂게 굴어 난처하게 만들었다.

손다정 때문에 도망갈 수도 없고, 건우는 오늘 밤이 매우 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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