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101화 (101/256)

제101화

골치 아픈 자리에 있자니 머리가 아팠다.

다른 건 몰라도 끈덕지게 달라붙는 정치인들은 정말 처치 곤란이었다.

대놓고 사양할 수도 없어 억지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피하기도 한두 번이다.

결국, 완전히 지쳐버린 건우는 화장실을 핑계로 연회장을 빠져나와 호텔 뒤편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정원에는 사람이 없었다.

조용히 머리나 식히려고 벤치에 앉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건우를 덮쳤다.

아니, 덮쳤다기보다는 안았다고 해야 하나?

“어. 어.”

너무 놀란 건우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금세 마음을 진정시켰다.

악의를 가진 몸놀림이 아니었다. 코끝에서 달달한 향기가 전해졌고, 무엇보다 등으로 전해지는 뭉클거림으로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향기가 점점 진해지더니 건우의 왼쪽 입술에 촉촉한 뭔가가 닿았다.

건우는 깜짝 놀라 목을 감싸고 있는 손을 풀고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했다. 다행히(?) 남자는 아니었다.

벤치 뒤에는 아주 아름답고 섹시한 여인이 빙긋 웃으며 서 있었다.

“이거 너무 위험한 장난인데요, 스칼라 씨.”

갑자기 나타나 뒤에서 건우를 덮친 아름답고 섹시한 여인은 바로 옐로우 레이디의 리더인 스칼라였다.

그녀는 지난번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공익광고 촬영 때 처음 본 건우에게 노골적으로 호감을 보이더니 오늘도 역시 엉뚱한 짓을 벌였다.

“장난이라? 자기도 즐겨놓고.”

“제가 즈…즐기긴 뭘 즐겼다고 그래요?”

“안 그랬으면 바로 내 손을 안 풀고 한참이나 앉아있었어?”

“한참이라니요? 놀라서 그런 거지, 한참이나 앉아 있었던 건 아닙니다.”

“내가 속으로 세 봤는데, 뭘. 대략 10초? 그 정도면 즐긴 것 아닌가?”

“이봐요. 스칼라 씨!”

“왜, 최건우.”

“최건우? 말이 좀 짧습니다?”

“우리 동갑이잖아. 떫어? 떫으면 너도 말까.”

“지난번에도 그렇고 항상 그렇게 제멋대로입니까? 어휴. 말을 말아야지.”

“어머!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네. 영광으로 아세요, 최건우 대.표.님. 저와 포옹하고 안달이 난 남자들이 대한민국에만 수만 명은 될 거라고요. 그러니 일주일 동안 샤워 금지. 오케이?”

지금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여자 아이돌 그룹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옐로우 레이디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요염한 얼굴과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콜라병 몸매의 소유자로 남성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 스칼라였다.

어쩌면 수만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일지도 모른다.

“미쳤습니까? 바디클렌저로 10분간 박박 문지르며 하도록 하죠.”

“에이. 거짓말쟁이. 아까는 좋아해 놓고.”

“내가 언제 조, 좋아했단 말입니까?”

“호호호. 말 더듬는 거 보니 양심은 있나 보네. 솔직히 좋았잖아. 그러니까 숨이 거칠어졌었지. 내 귀가 다 듣고 있었어, 심장 뛰는 박동 소리까지.”

”그냥 놀라서 그런 겁니다, 놀라서. 갑자기 뒤에서 덮치는데 누가 안 놀라겠습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말고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짓을 한 건지 그거나 제대로 설명해보시죠. 여자가 겁도 없이.”

“헐! 대박. 여자가 못하는 소리가 없다니. 너, 나랑 동갑 맞아? 겨우 스물한 살짜리가 어떻게 그런 고리타분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요즘 세상에 여자, 남자 그런 게 어디 있어? 완전 영감 같아. 으엑.”

스칼라의 날카로운 지적에 건우는 속으로 뜨끔했다.

“고리타분? 스칼라 씨가 보기에 제가 그렇게 고리타분해요?”

“그럼 완전 고리타분하지. 어디 청학동에라도 살다 왔어? 공자왈 맹자왈 하고 싶은 거야? 미안하지만 나이에 너무 안 어울려.”

“그쪽이 너무 발랑 까진 건 아니고요?”

“그런가? 그건 아니지. 난 발랑 까진 게 아니라 솔직한 거야. 하지만 넌 고리타분한 게 맞아.”

“됐습니다. 이야기해봐야 서로 계속 평행선만 그을 것 같군요. 그러니 쓸데없는 논쟁은 그만하도록 하죠.”

늑대를 피하려도 호랑이를 만난 격이랄까? 스칼라를 만나고 두통이 더 심해졌다. 여기서 논쟁을 하느니 연회장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 그러자고.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볼게.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돼? 설마 나 피하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그쪽 연락을 왜 받습니까? 첫 만남부터 너무 노골적인 이상한 여자와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도 보세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이게 정상적인 행동입니까? 그리고 여긴 어쩐 일입니까? 설마 저 때문에 일부러 온 건 아니죠?”

함께 광고를 찍은 이후 종종 스칼라에게 연락이 왔지만 모두 무시했다.

정신 연령이 40대인 건우에게 스칼라는 너무나도 까져(?) 보여서 거부감이 생겼다.

“어머! 이젠 과대망상도 있네. 여기 호텔에 경영인의 밤 행사만 있는 건 아니잖아?”

“아하. 다른 일로 오셨는데, 하필 경영인의 밤 행사가 열리는 홀과 연결된 정원에 계신 거군요. 또 하필 정말 우연히 벤치에 앉아있는 저를 발견한 것이고요? 너무 과하게 우연 남발 아닙니까?”

“헤헤. 그건 그러네. 건우 너야 나한테 전혀 관심이 없어서 몰랐겠지만, 사실 우리 옐로우 레이디가 산업통상자원부 홍보대사거든. 그래서 왔어. 다른 멤버들이랑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있었는데, 눈에 안 들어왔나 봐?”

계속 반말을 하던 스칼라는 이젠 친구처럼 건우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건우는 이렇게 막무가내인 여자가 슬슬 짜증이 났다.

“미안합니다. 제가 오늘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 그쪽이 여기 참석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굳이 아는 척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있지. 왜 없어? 같이 광고도 찍었잖아.”

“그게 뭐가 대수라고 이러십니까? 스칼라 씨는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모두 연락합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지금 일, 매우 불쾌합니다. 앞으론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건우는 그렇게 냉기가 풀풀 풍기는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스칼라의 말에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야! 최건우. 진짜 자존심 상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진짜 나 몰라?”

“스칼라 씨가 스칼라 씨지 누구긴 누굽니까?”

“우와. 정말 못 알아보는구나. 머리 좋다더니 다 뻥이었네. 쳇.”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정말 나 누군지 몰라?”

“누군데요?”

“은평구 서오릉에 있는 남부 초등학교 안 나왔어?”

“나왔죠.”

“나도 거기 나왔는데.”

“그래서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다?”

“말하자면?”

“거짓말하지 마시죠. 스칼라 씨 저랑 동갑 아닙니까?”

“그렇지.”

“저는 남들보다 2년 일찍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동창이려면 저보다 두 살 많으셔야죠.”

“그래서 말하자면 그렇다고 했잖아. 학년은 달라도 동갑에 같은 학교인데 선배 대접받으려고? 게다가 우린 동네 친구였다고.”

“2년 후배? 미안하지만 난 그쪽 모르거든요. 그러니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 하지 마시죠. 동네친구요? 장난합니까? 자기 멋대로 행동하다 못해 이제 거짓말까지 하는 겁니까?”

아무리 마흔까지 살다가 다시 스무 살로 돌아왔다고 해도 어릴 적 동네 친구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네가 남부 초등학교 2년 후배까지 다 알아?”

“당연히 압니다. 남부 초등학교는 서울 변두리 학교라서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거든요. 한 학년이 6학급. 학년 당 200명. 전교생을 전부 합쳐야 1,200명을 겨우 넘는데 그걸 모를까요? 저학년은 몰라도 고학년은 이름, 얼굴, 반, 번호 모두 기억합니다.”

“뭐어? 웃기시네. 야, 최건! 내가 누군지도 기억 못 하면서 이름, 얼굴, 반, 번호까지 다 기억한다고? 거짓말하지 마, 이 뻥쟁아!”

흥분한 스칼라가 ‘최건’이라고 하는 순간, 건우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뻥쟁이는 무슨. 야, 너!”

“어…! 왜 갑자기 반말이야.”

“초등학교 후배라며?”

“그…그랬지. 그래도 나이는 동갑이다, 뭐.”

“너도 말 놓으라며. 4학년 1반 1번 송창훈, 2번 감은호, 3번 김준섭, 4번 양동현, 5번 이현우, 6번 김정태.”

“뭐하는 거야?”

“뭐하긴? 뻥쟁이라면서. 그래서 아니라는 거 보여주는 거지.”

“머리 좋은 거 자랑하는 거야? 그럼 뭐해? 내가 누군지 기억도 못 하면서.”

스칼라의 물음에 건우가 왼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너? 넌 4학년 5반 43번. 복.금.실.”

“으엑! 무…뭐야. 너. 너. 너! 알고 있었어? 알면서 그동안 모른 척한 거야?”

“아니, 전혀 몰랐어. 네가 아까 ‘최건’이라고 하니까 알겠더라. 얼굴은 달라져도 말투는 남아있네. 그런데 복실이. 너 왜 이렇게 예뻐졌어? 정말 못 알아봤잖아.”

스칼라의 본명은 복금실. 건우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소꿉친구였다. 건우는 복금실보다 복실이로 부르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스칼라는 머리 좋은 건우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모가 많이 변했다.

“그런가? 원래 내가 좀 예뻤는데.”

“예쁘긴 무슨. 완전 선머슴이었잖아. 넌 내 소꿉친구가 아니라 불알친구야.”

“야! 원래 예뻤다니까!”

“웃기시네. 솔직히 고백하지! 대체 어디까지 고친 거야? 원판이 없어졌는데 안 고쳤다고 우기지 마.”

“진짜 별로 안 고쳤거든. 눈 약간하고. 코 약간하고. 턱 약간 하고. 그래도 내 몸매는 자연산이거든.”

“허! 눈 약간, 코 약간, 턱 약간? 아이고, 그냥 다 뜯어고쳤다고 해라.”

“그래, 이 자식아! 다 뜯어 고쳤다. 됐냐? 됐어?”

“하하하. 그래도 성공했네. 정말 티가 안 나.”

건우는 정말 신기한 듯 금실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봤다.

“그래? 호호호. 운이 좋았지. 의사 선생님도 그러더라고. 자기가 한 수술이지만, 자기도 믿기지 않는다고. 천 명 수술하면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성공한 케이스?”

“천 명 중 한 명? 예전의 복실이를 생각하면 만 명 중 한 명이라고 해도 믿겠다.”

“야, 최건!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할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그게 할 소리야.”

“친구? 우리가 친구가 맞긴 해?”

“당연하지. 거의 7~8년을 함께 보냈는데, 당연히 친구지.”

“그런데 왜 광고 찍을 땐 아는 척 안 하고 그런 장난을 친 거야?”

“네가 날 알아볼 거라고 기대했거든. 그런데 못 알아보잖아. 난 너 만난다고 얼마나 기대했는데. 우리 옐로우 레이디 동생들에게도 완전 자랑했다고. 요즘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남자 최건우가 나의 소꿉친구다. 이렇게 떠벌렸는데, 정작 넌 날 알아보지도 못하니 얼마나 창피했겠어?”

“웬만큼 바뀌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장난? 장난 아닌데?”

순간 스칼라의 눈빛이 위험하게 반짝였다.

“뭐?”

“장난 아니라고. 예전에 나랑 약속했잖아.”

“너. 설마… 그때 우리가 결혼하자고 한 말을 아직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건 아니지?”

“왜 아니야? 당연히 믿고 있지. 남아일언중천금 몰라?”

“남아일언중천금? 얼씨구. 아까는 나보고 고리타분하다 어쩐다 그러더니 갑자기 웬 남아일언?

“아 몰라! 아까 그건 나는 첫 키스였다고. 그러니까 책임져.”

“헐! 첫 키스?”

“그래 첫 키스!”

“뭐래, 얘가. 광고 찍을 때 남자를 그렇게 만지작거리던 네가?”

“그냥 남자가 아니잖아. 어차피 내 건데 내가 만진다고 큰일 나?”

스칼라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껌벅였다.

“왜 내가 네 거야? 자꾸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리 할래?”

“헤헤. 헛소리 아니라니까.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어릴 때도 멋졌는데 지금은 더 멋져진 것 같아. 너도 곧 내 매력에 빠질걸?”

“뭐래 얘가? 그게 8년 만에 만난 친구로서 할 소리야? 장난은 그만하고 우리 이제 좀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될까?”

“장난 아니라니까.”

건우는 스칼라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정체를 몰랐을 때는 뭐 이런 발랑 까진 여자가 다 있지 이러며 무시하면 됐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단지 확실한 건 둘 중 어느 쪽이라도 골치 아픈 것은 매한가지라는 사실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나간 8년 동안의 이야기나 하려는데 정원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순간 온몸에 긴장감이 돌았다.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건우, 최고의 섹시디바 스칼라. 두 사람이 어두컴컴한 호텔 정원에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그 후폭풍은 어떨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야! 사람 온다. 일단 구석 쪽으로 피하자.”

건우는 나직이 속삭이며 스칼라의 손을 이끌었고, 그녀도 상황이 급한 것을 알아차린 듯 두말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딸칵.

라이터를 켜는 소리와 함께 메케한 담배 연기 냄새가 퍼졌다. 여긴 금연 구역이지만 따질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사람들에게 들킬 위기는 넘겼지만,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문제는 스칼라의 복장이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어깨와 가슴골까지 드러난 튜브톱 드레스. 거기에 일반 드레스와는 달리 치마까지 매우 짧은 미니 드레스라 노출이 더욱 심했다.

순백의 고운 피부와 독보적인 몸매가 새하얀 드레스와 아름답게 어울렸다.

뇌쇄적인 섹시함과 어딘가 멍해 보이는 백치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스물한 살답지 않은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어두운 정원수 뒤 좁은 공간에서조차 아름답게 빛났다.

소꿉친구였고 성형미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녀의 도발적인 몸매에 눈이 갔다.

“왜 그렇게 열심히 쳐다봐?”

건우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금실이 그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글쎄.”

“솔직히 말해봐. 내가 예뻐서 쳐다보는 거지?”

“그래. 예쁘긴 하네.”

이미 들켜버린 것, 그냥 톡 틀어놓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럼 마음대로 봐. 난 우리가 소꿉장난하고 놀 때부터 네 거였다니까.”

“뭘 마음대로 봐?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관음증 환자 같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의 몸에서 쉽게 눈을 떼지는 못했다. 왜 전국의 남자들이 스칼라의 몸매에 환호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풍만한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허리 라인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그동안 또래 여자들은 어리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피해왔었다. 성폭행범으로 몰렸던 이후 생긴 하나의 강박증이었다.

그런데 스칼라는 그런 강박증으로부터 건우를 자유롭게 했다. 소꿉친구라는 사실이 오히려 그런 강박증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 줬다.

어리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친숙하고 편한 느낌이 훨씬 강했다. 친숙하고 편하면서도 도발적이고 섹시한 그녀.

예전에 조유미가 건우에게 조언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건우 씨의 나이는 스물한 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의 분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이죠.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이며, 진취적이기도 하죠. 그리고 성욕도 왕성할 시기고요. 그런데 자신을 마흔 살로 생각하고 그런 욕망들을 모두 억누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꾸 누르기만 하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펑하고 터질 수도 있어요.’

갑자기 건우도 궁금해졌다. 예전 삶에서부터 생긴 자신의 지독한 트라우마를 스칼라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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