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외국 명문대 출신 학원 강사, 성폭행에 임신까지]
외국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A씨가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학원생을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X일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인 여학생을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겠다며 유혹해 성폭행한 혐의(미성년자 강간 등)로 A씨를 붙잡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겨울부터 알고 지낸 B양을 공부를 가르쳐주겠다며 밖으로 불러내 처음 성폭행을 했으며, 이후 이러한 몹쓸 짓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임신까지 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금 현재 범행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B양의 진술을 근거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A씨가 학원 강사로 일했던 기X 싱크빅을 중심으로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손 안에서 보는 세계, 모바일 XX 일보 XXX 기자.
갑작스러운 기사 하나로 세상이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정확한 설명 없이 외국 명문대 출신의 학원 강사라고만 나와 있어, A씨를 건우로 오해한 사람이 많았다.
사소한 오해가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그럴 리 없다. 최건우 대표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럴 줄 알았다. 어쩐지 웃는 게 가식적으로 느껴지더라니.’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진짜 개자식이네. 어떻게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냐?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자기 동생 같다고 했으면서. 짐승이네. 더럽다.’
‘아직 최건우 대표라고 확정된 말이 없습니다. 성급하게 결론짓지 말고 기다려보시죠.’
‘나도 최건우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닌데, 범인은 아닌 것 같다. 그 사람 짓이면 이렇게 쉽게 들통 날 것 같지가 않거든. 머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이렇게 허접하게 잡혀.’
인터넷은 온통 추측성 댓글이 난무했다. 대부분은 건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기X 싱크빅이라고 소속이 나와 있는데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오직 ‘건우’와 ‘성폭행’ 이 두 단어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물론 논란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용의자로 잡힌 하도훈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금방 수그러졌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의 관심은 집중됐고, 건우에게 향하던 비난은 모두 하도훈에게 쏟아졌다.
***
“야!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솔직하게 이야기 안 해? 이미 여자애가 전부 말했다니까. 증거가 없다면 모를까 임신까지 시켰다며? 넌 이제 빼도 박도 못해. 그러니까 괜히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불어.”
“쓰레기라니. 말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전 지금도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제가 누굴 임신시켰다고요?”
도훈은 지금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학원 강사 일에 전념하느라 여자를 만날 시간도 없었는데 누군가를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하게 만들다니?
대체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 새끼가 끝까지 오리발이네. 정.지.영. 몰라? 정지영? 네가 그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하게 만들었잖아.”
“허! 정지영이요? 우리 학원에 다니는 그 정지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그 아이를 성폭행했다고요?”
“그래 이 자식아. 넌 대체 몇 명이나 건드리고 다녔길래 성폭행에 임신까지 했다는데도 누군지 감을 못 잡아? 이 새끼 이거 진짜 쓰레기네.”
“진짜. 경찰이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해도 됩니까? 그리고 몇 명이나 건드리고 다녀서 감을 못 잡는 게 아니라,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감을 못 잡는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오호라.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감을 못 잡는다? 어허. 이 새끼. 외국물 먹고 들어온 놈이라 그런지 말은 잘하네. 그런데 이 새끼야. 그럼 임신까지 했다는 정지영이라는 학생은 성모 마리아야? 그냥 막 저절로 임신하고 그런 거야? 씨발. 요즘 정자는 공기 중에도 막 헤엄치고 그러나 봐?”
“말장난하지 마시죠. 만약 진짜 임신을 했다면, 제가 아니니 다른 남자의 아이겠죠.”
형사가 강력하게 압박했지만 하도훈은 당당했다. 잘못한 게 있어야 겁을 먹는데 그런 게 없으니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뭐? 다른 남자의 아이? 그런데 그 학생이 왜 너를 지목했을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지영이가 왜 저를 지목했는지. 저도 정말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지영이와 대질시켜주십시오.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러는 건지 저도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미친놈. 다른 사건도 아니고 강간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질심문하게 해달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대가리 굴리지 마. 직접 만나서 무슨 협박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본데 그런 일은 애초에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
하도훈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해도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는 도무지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무죄를 열심히 주장해봤자 마음속으로 이미 유죄라고 판결해버렸으니, 하도훈의 말은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저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변호사 불러주세요. 변호사가 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변호사? 그래 네가 좋아하는 변호사 불러주지. 과연 너 같은 쓰레기를 도와주려는 실력 좋은 변호사가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아? 이미 네 소식이 인터넷에 쫙 퍼졌어.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 넌 이제 국민 강간범으로 등극했어. 지나가는 똥개도 암캐는 너만 보면 무서워서 줄행랑을 치게 될걸?”
“대체 제게 왜 이러세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잖아요. 왜 이렇게 제게 악의를 가지시는 건데요?”
“악의? 악의 좋아하시네. 강간범 따위에는 악의도 아까워. 내가 너 같은 놈 하루 이틀 본 줄 알아? 멀쩡하게 생겨서 엘리트인 척 어깨에 힘주고 다니다가, 힘없는 여자들만 괴롭히는 쓰레기. 그게 바로 너거든. 지금이야 아니라고 우기겠지. 하지만 금방 자백하게 된다. 그때 가면 그러겠지. 잘못했어요. 술 먹고 저지른 실수예요. 질질 짜면서 그렇게 이야기하겠지. 두고 보라고.”
“휴. 됐습니다. 변호사 오고 제 무죄가 밝혀지면 그때 가서 사과받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의 비아냥에 하도훈은 화를 참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사과는 개뿔. 너를 변호해줄 변호사도 없다니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지? 네가 소속되어 있는 기가 싱크빅에서도 이미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건은 안타깝지만, 우리 학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사건을 확대해석하지는 말아 달라는 입장표명까지 했어.”
“네? 용선재 대표님이요? 그럴 리가요? 그분이 그럴 리 없습니다.”
용선재 대표의 인성을 믿었던 하도훈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럴 리 없긴, 개뿔. 이미 계약해지를 해서 더 이상 기가 싱크빅 소속이 아니라고 하더라. 넌 이제 완전히 끈 떨어진 신세야. 그러니까 피곤하게 이러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죄를 인정해.”
“정말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그렇게 성실하고 예쁘게 행동하던 지영이가 왜 갑자기 제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누명을 씌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곧 밝혀질 겁니다. 저도 형사님과 말싸움하기 싫으니 변호사 불러주세요.”
***
“죄송합니다. 대표님. 세계교육에서 이런 일까지 벌일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차지훈은 건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도훈 선배에겐 미안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 아닙니까.”
“그래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난리가 나지 않았을 텐데요.”
“저 때문이죠. 사람들이 용의자를 저로 오해해서, 사건이 너무 커져 버렸어요. 그런데 이게 세계교육이 벌인 일이 정말 맞겠죠? 제가 아는 도훈 선배는 절대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거든요.”
“최근 박유하 이사의 움직임이 매우 비밀스러웠습니다. 확인 결과 하도훈 선생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정지영은 불과 한 달 전에 기가 싱크빅에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됐다?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건 명백히 세계교육에서 벌인 짓입니다.”
“그렇단 말이죠. 결국, 선배를 저렇게 만든 건 제 잘못이 가장 크군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을 하고 있어놓고 그냥 손 놓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고 미리 막습니까? 대표님이 자책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기가 싱크빅에서도 마음을 돌렸다고 하니 더더욱 마음이 불편합니다. 지금 선배는 고립무원에 놓인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제가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네?”
“아닙니다. 일단은 이번 일을 수습할 방안을 찾아봐주세요. 사건이 정확하게 어떻게 벌어지게 된 건지 그것도 좀 알아봐 주시고요. 저도 저 나름대로 방법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휴우….”
차지훈이 사무실에서 나가자 건우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건우를 더욱 힘들게 했다. 게다가 피해자는 자신과 절친한 선배인 도훈이었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안 쓸 수가 없었다.
‘데자뷔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내가 겪었던 일이 어떻게 20년이나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거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성폭행당했다고 고발한 여학생도 고발당한 당사자도 다르지만, 상황은 너무나 흡사하잖아. 그렇다는 건 이대로 내가 이 사건을 모른척하고 넘어가게 된다면 예전에 내가 겪었던 걸 선배가 그대로 겪게 된다는 이야기잖아.’
‘절대 그렇게 둘 순 없어. 이건 분명 나로 인해 생긴 일이야.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과거 내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고통을 받도록 둘 순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방법이 있는 거지?’
지금의 사안은 너무 컸다.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하도훈에게 향한 대중들의 악의를 돌리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무죄로 풀려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하도훈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건우는 뻔히 보이는 하도훈의 암울한 미래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아니야. 완전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내 모든 걸 건다면 방법은 분명히 생길 거야.’
몇 시간을 고민한 건우는 비장한 얼굴로 비서를 호출했다.
삐익.
“네. 대표님.”
“손다정 팀장님과 차지훈 팀장님. 지금 즉시 제 방으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호출한 지 10여 분이 지나 손다정과 차지훈 두 사람이 차례로 건우의 사무실로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네. 일단 차 팀장님. 정지영이라는 아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아봐 주세요. 학우 관계는 어땠는지, 세계교육과는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임신을 했으니 남자친구는 있겠죠. 남자 친구가 누군지도 알아봐 주세요. 그 밖에도 그 학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사해주세요.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내일 저녁 전까지는 모든 조사를 마쳐서 제게 보고해주세요. 뭔가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아셨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손 팀장님.”
“네. 대표님.”
“내일 저녁 기자회견 준비해주세요.”
“네. 그런데 무슨 일로 기자회견을…?”
“하도훈 선배 관련 일로 기자회견을 할 생각입니다.”
“네? 안 됩니다. 대표님. 그냥 사건도 아니고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하게 만든 사건입니다. 아무리 대표님이라도 잘못하면 역풍을 맞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그런 사건이라고요.”
“압니다.”
“알면서 기자회견이라니요. 철회해주세요.”
“못합니다. 이대로 모른척하고 선배가 언론이나 대중들에 의해 망가지는 모습 지켜볼 자신이 없습니다. 뭐라도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손 팀장님.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저를 믿고 준비해주세요. 혹시라도 망하면 미국에 같이 갑시다. 아무리 망해도 미국에서 다시 시작할 자신은 있어요. 제 동생들도 저를 이해해줄 겁니다.”
“어라! 손 팀장님이 미국 가시면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뭐라고요? 차 팀장님이 저랑 무슨 사이라고 저를 따라와요?”
“무슨 사이는 아직 아니지만, 앞으로는 무슨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사이입니다.”
“어머. 웃겨. 정말 별꼴이네요.”
갑자기 차지훈이 훅 들어갔지만 손다정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철벽을 둘렀다.
“흠흠. 죄송합니다만 두 분 사이의 이야기는 이번 사건이 끝난 다음에 해결해 주시고. 일단은 제가 부탁드린 일부터 마무리해주세요. 한시가 급합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
기자 회견은 건우의 전용 강의실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사건인데, 그 사건에 대해 건우가 기자회견까지 연다고 하자 기자들의 관심은 엄청났다.
“왜 갑자기 기자회견을 여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중구난방으로 질문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궁금증이 있으시면 손을 들어 주십시오. 그럼 제가 직접 호명해서 발언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건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참석한 기자들 대부분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었다.
“네. 첫 번째 줄 두 번째 자리에 앉아 계신 기자님. 질문하세요.”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하도훈 선배의 무죄를 믿기 때문입니다.”
웅성웅성.
건우의 첫마디에 강의실은 미친 듯이 소란스러워졌다. 대부분 기자들은 건우의 그 첫마디를 듣고 곧바로 자신의 신문사로 속보를 전송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뉴스였다.
‘최건우 대표. 미성년자 성폭행범 옹호’ 이 정도 제목이면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명약관화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