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125화 (125/256)

제125화

사실상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하도훈은, 원래라면 정확한 사실관계는 상관없이 여론 재판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과거의 건우처럼 엄청난 시련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건우의 개입은 그런 사건 양상을 180도로 바꾸어 버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이 봐. 양 과장. 최건우 대표 기자회견 이야기가 대체 무슨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 대표야. 우리 경찰이 엄청나게 신세 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우리 수사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했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 상황이 아주 개떡 같다는 이야기야. 그러니 내가 알아듣게 설명해봐.”

“그게…. 우선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이냐면. 피해자인 정지영양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임신한 남자가 누군지 추궁했다고 합니다. 정양은 어머니의 추궁에 지금 다니고 있는 기가 싱크빅의 하도훈 선생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정양의 어머니가 곧바로 우리 강남 경찰서에 신고한 것이고요.”

“그래서 신고만으로 하도훈 선생을 체포했다 이 말이야?”

“아닙니다. 저희도 간단한 사실관계는 조사했습니다. 통화 내역을 보면 두 사람은 매우 빈번하게 전화를 했고, 바나나톡 메시지도 굉장히 자주 주고받았습니다. 여고생이 임신했고 평소 많은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라서 일말의 의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임신 5개월이라며. 그건 모르고 있었어? 신문을 보니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최근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게 말입니다. 서장님.”

“야 이 새끼야! 똑바로 이야기 안 해? 내가 그 소식을 우리 경찰서가 아니라 신문을 통해 접해야겠어? 양 과장. 너 이 자식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이딴 짓을 벌인 거지?”

서장은 지금 굉장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양 과장이 기자들을 불러놓고 수사 경과 발표를 할 때만 해도 어지간히 튀기 좋아하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뒤탈 걱정은 안 했다. 욕심 많은 양 과장은 절대 문제 생길 짓을 안 한다.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혔다. 문제는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며 경고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사건이 너무 커졌다. 고작 학원 강사 하나 건드린 건데 강남경찰서뿐만 아니라 서울지청과 경찰청까지 떠들썩해졌다.

“아닙니다. 서장님. 제가 어떻게 이런 일을 일부러 벌이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오해이십니다.”

“웃기지 마. 내가 고작 3년 선배인데 나는 벌써 서장, 너는 이제 겨우 수사과장 신세라서 아니꼬운 거였겠지. 안 그래?”

“절대 아닙니다. 선배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선배님이 서장 되셨을 때 제가 얼마나 진심으로 축하인사를 드렸는지요.”

“서장님이라고 불러 이 새끼야. 건방진 새끼. 너 같은 후배 둔 적 없어. 진심으로 나를 승진을 축하해줬다는 놈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데. 그래 백번 양보해서, 성폭행 사건이니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치자. 그런데 왜 언론에 이 소식을 흘려 상황 수습을 어렵게 만들었느냐고. 대체 왜? 그것 때문에 최건우 대표까지 나선 거 아니야!”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도훈 그 친구를 참고인 조사한다고 데려왔는데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 조서도 꾸미기 전에 찾아왔더라고요.”

“기자들이?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이야기해준 거야?”

“자꾸 물어보는데 어떡합니까? 이야기 안 해주면 추측기사 낸다고 반 협박까지 하는데….”

“지랄한다. 지랄해. 짬밥이 얼만데 기자들한테 휘둘려. 관심 받으니까 좋다고 떠벌린 거겠지.”

서장 생각에 양 과장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서운합니다. 서장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

“닥쳐 이 새끼야. 네가 하는 일이 뻔하지.”

“아닙니다. 제가 좀 오버하긴 했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가 이상한데?”

“하도훈을 데려오자마자 기자들이 찾아온 것도 좀 이상하고. 그것보다 더 이상한 건 기사가 너무 빨리 나갔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기자들하고 사건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형사 한 놈이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넷에 벌써 기사가 떴다고요.”

“그게 뭐 대수라고. 요즘 세상이 어떤지 몰라?”

서장이 생각할 땐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다. 스마트폰으로 곧바로 기사를 올릴 수 있는 세상이다.

“그거야 저도 잘 알죠. 그런데 그런 기사는 내용이 부실하지 않습니까?”

“속보니까 그렇지. 그게 아니야?”

“굉장히 상세한 기사였습니다. 제가 그것까지 이야기했나 싶을 정도로요. 미리 써두지 않으면 그렇게 짧은 시간에 쓰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뭐? 그럼 뭐야? 누군가는 이미 하도훈 선생이 체포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야?”

“그땐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굉장히 이상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이상한지 양 과장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치겠네. 그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다른 사람의 장단에 우리 강남경찰서가 놀아났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솔직히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솔직히 검찰이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너무 시원하게 발부해줘서 좀 놀랐거든요.”

“빌어먹을. 나도 모르는 윗선에서 움직였다는 거네. 야! 양 과장아. 우리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네?”

“고래 등 싸움에 끼인 새우 신세라고, 이 새끼야! 이거 어쩌면 좋냐?”

“저기. 그냥 밀어 붙여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비밀 이야기를 하듯 나직이 속삭였다.

“뭘 그냥 밀어붙여?”

“최건우 대표가 지랄하든 말든 유죄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네 말은 결국 하도훈이 무죄라는 말이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12월에 귀국한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임신 5개월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서….”

“넌 이 새끼야! 정말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애 낳으면 어차피 하도훈이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텐데, 밀어붙여서 어쩌자고?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 네가 그러니까 아직 수사과장에 머물러 있는 거야. 어휴. 이 답답아.”

“그럼 어떡합니까? 서장님도 방금 말씀하셨잖습니까. 우리 둘 다 완전히 좆됐다고.”

“씨발.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너 당장 이번 수사에서 손 떼.”

“네? 아니 서장님!”

“지랄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니지. 너뿐만 아니라 너희 과 애들 전부 수사에서 손 떼.”

“그렇게는 못합니다. 아무리 서장님이라도 이럴 수 없습니다.”

이러다가 혼자 뒤집어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양 과장도 조금 막 나기가 시작했다.

“못해? 못한다고? 내가 하는지 못하는지 두고 볼래? 네가 본청에 친한 인간들 몇 명 있다고 그거 가지고 설치나 본데, 조금 전에 청장님에게 직접 전화가 왔거든.”

“헉! 처…청장님이요?”

“그래! 수사 상황 직접 보고하라신다. 그러니까. 둘 중 하나만 정해. 수사에 손을 떼든지 아니면 청장님에게 바로 보고해서 대기발령 되든지.”

***

“네. 여보세요.”

“이사님. 저 지영이에요.”

“뭐? 지영이? 내가 이 번호로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해요. 이사님. 하지만 다른 번호는 도저히 연락이 안 되어서요.”

“전화를 안 받으면 바쁜가 보다 생각하면 될 일 아니야.”

“저도 그러실 것 같았는데, 지금 집 앞에 기자들이 찾아오고 난리라서요. 어떡하죠?”

“뭐? 기자들이 벌써?”

“네. 자꾸 간단하게 인터뷰 좀 하자고 초인종까지 누르고…. 이제 어떡하면 되죠?”

지영이 전화해서 이렇게 다그치지 않아도 지금 박유하의 머릿속은 충분히 복잡했다.

솔직히 이번 공작은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대중들은 사건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자극적인 기사에만 매달린다.

그런 우매한 대중들을 이용해 하도훈을 매장시키고 기가 싱크빅을 흔들리게 만든 다음, 세계교육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었다.

상황은 생각대로 잘 진행되었는데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건우의 기자회견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이다. 아무리 건우라도 함부로 끼어들기 힘들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건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하도훈의 무죄를 주장했다.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서 여론의 완전히 건우 편으로 돌아선 건 아니지만 하도훈에 대한 비난 여론은 모두 멈췄다.

진실은 곧 밝혀진다. 하도훈을 몰락시키는 작전은 실패다.

“지영아. 침착하고 잘 들어.”

“네. 이사님.”

“지금부터 너와 나는 완전히 모르는 사이야. 만약 너를 임신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너랑 나랑 둘 다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아무리 박유하에게 맹목적으로 빠진 지영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지는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넌 그냥 모른다고 시치미 떼. 그래도 자꾸 추궁하면 집에 가는 길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거야. 어머니가 갑자기 추궁하니까 평소 다정하게 대해주던 하도훈 선생이 생각나서 그렇게 둘러댄 거라고. 죄송하다고. 절대 내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돼. 정말 내 말 이해한 거 맞지?”

“네. 이사님.”

“그래. 지영아. 이건 우리 둘을 위해서만이 아니야. 네 배 속의 아기까지 우리 셋을 위한 일이야. 그러니까 네가 조금 힘들더라도 참아 줘.”

“당연해요. 이사님. 저는 이사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

“지영 학생.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성폭행한 사람이 정말 하도훈 씨가 맞아요?”

건우의 개입은 검찰과 경찰을 매우 난감하게 만들었다.

이미 구속까지 한 마당. 원래의 그들이었다면 증거가 있든 말든 무조건 재판까지 밀어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이 온통 이 사건에 몰려 있다. 괜한 자존심으로 사건을 억지로 진행했다가 일이 잘못되면 그땐 정말 수습불가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건을 바로 잡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검찰총장은 제대로 사건을 검토하지도 않고 영장을 발부한 담당 검사를 호되게 야단쳤고, 당장 전면 재수사를 지시했다.

그 시작이 지영과의 재면담이었다.

“네. 맞아요.”

“휴우. 그렇군요. 그런데 지영 학생. 지영 학생도 알겠지만 지금 사건이 너무 커져버렸어요. 위에서는 당장 전면 재조사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우리도 정확하게 조사를 해야 하니까 까다롭게 질문을 해도 이해해주세요. 우선 하도훈 씨에게 처음 성폭행당한 날짜가 대충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네? 글쎄요.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아니. 그렇게 대략적인 대답 말고요. 아무리 충격이 컸다고 해도 몇 월에 그런 일을 당했는지는 기억할 수 있잖아요. 안 그래요?”

“잘 기억이 안 나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지영은 겁에 질린 듯 몸을 움츠렸다.

“그래도 기억해야 해요. 만약 하도훈 씨가 정말 성폭행범이라면 지영 학생의 지금 이 대답 때문에 그냥 무죄로 풀려나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힘든 기억이겠지만 대충 몇 월이었는지 그것만이라도 기억해 봐요. 정말 중요해요.”

“몰라요. 정말 모르겠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대답은 점점 더 갈팡질팡했고, 그녀를 심문하던 여 수사관의 추궁은 더욱 집요해졌다.

“모른다고 하면 끝이 아니에요. 지금 지영 씨 배 속에는 아기가 있어요. 정말 하도훈 씨가 범인이라면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될 거에요. 그러니 겁먹지 말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주세요. 혹시 남자 친구랑 관계를 가져 아이를 가졌는데, 하도훈 씨에게 전부 뒤집어씌운 건 아니죠?”

“아니에요. 정말 성폭행당한 건 맞아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정말 성폭행을 당한 건 맞다? 그 말은 지금, 하도훈 씨가 성폭행범이 아니라는 건가요?”

“흑흑.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사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당했어요. 무서워서 당시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임신한 사실을 엄마가 눈치를 채고 갑자기 추궁하셔서. 그때 생각난 사람이 도훈 선생님이었어요. 평소에 제게 너무 다정하게 잘해주셨거든요.”

지영은 오열하듯 울음을 터트렸다.

그걸 지켜보던 수사관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잘해주셨는데 왜 하도훈 씨를 성폭행범으로 지목했어요?”

“그냥 얼떨결에요. 제가 선생님을 너무너무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나는 이미 성폭행당한 더러운 몸이니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항상 생각했어요. 하도훈 선생님 같은 다정한 남자와 처음 관계를 가지는 그런 상상이요.”

“그런데요?”

“그런데 제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이 저를 성폭행한 인간이 아니라 하도훈 선생님이었어요. 아이의 아빠가 그런 짐승 같은 인간이 아니라 하도훈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하도훈 선생님에게 정말 죽을죄를 지었어요. 흑흑흑.”

애절한 울음이었다.

아무도 그녀의 울음이 거짓이라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진심 어린 눈물이었다.

***

“빌어먹을.”

모니터를 통해 지영과 여 수사관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던 부장검사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그 모습에, 그렇지 않아도 주눅이 들어 움츠리고 있던 담당 검사의 고개는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죄…죄송합니다.”

“대가리 들어. 네가 타조야? 지금 이게 대가리를 땅에 박는다고 끝날 일 같아? 응?”

“정말 죄송합니다. 부장님.”

“죄송하다면 다야? 이 일이 죄송하다고 끝날 일 같아?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어. 그런데 구속영장까지 발부해서 잡아온 사람이 범인이 아니래. 그럼 국민들은 ‘아, 그렇구나.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힌 검찰 여러분 수고하셨어요’라고 박수라도 쳐줄 것 같아?”

이건 검찰 망신이다. 그냥 망신도 아니고 대망신이다. 여고생 한 명이 검찰 전체에 빅엿을 먹여줬다.

“아닙니다.”

“최건우 그 어린놈의 새끼가 우리 일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바람에 지금 검찰이고 경찰이고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어. 너 하나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나까지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 더 엿 같은 게 뭔지 알아?”

“네?”

“정지영인가 뭔가 하는 저 미친년은 하도훈이랑 우리 검찰까지 엿 먹여놓고 어떤 처벌도 안 받을 거라는 거야. 젠장! 정말 성폭행을 당했는지 남자친구랑 자다가 임신을 했는지 알게 뭐야. 그냥 나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흑흑. 이러면 끝나는 거야. 위증했든 말든 국민들은 ‘아! 불쌍한 것’ 이러면서 용서해줄 거라고. 사건을 이렇게 만든 건 저 정신 나간 년인데 왜 우리가 똥물을 뒤집어써야 하느냐고.”

“허위진술죄로 집어넣어 버릴까요?”

“뭐? 어휴. 이 화상아. 내가 너 때문에 늙는다, 늙어. 너 지금 저 애가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했는지 남자친구랑 뻘짓을 하다가 임신했는지 증명할 수 있어?”

“아니요.”

“그럼 닥치고 그냥 옷 벗을 준비나 해. 국민들은 저 애를 성폭행당한 충격에 제대로 된 판단능력을 상실한 불쌍한 아이로 생각할 거야.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런데 나도 정말 궁금하긴 하다. 정말 불쌍한 애인지, 아니면 발랑 까진 날라리인지. 내 직감은 자꾸 후자같이 느껴진단 말이야. 빌어먹을.”

옷 벗을 준비를 하라는 말에 말단 검사는 억울했다.

증거가 부족해서 영장을 돌려보내려는 걸 억지로 도장 찍게 만든 사람이 부장검사인데 아무것도 모른 척 성질만 내고 있다.

일단은 참았다. 하지만 정말 옷을 벗게 된다면 가만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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