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최건우 대표 단독 인터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무료 선언에 이어 내년부터 수능 특강반 폐지를 선언해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선 최건우 대표를 만났다.
-기자 :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굉장히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최건우 : 올해를 마지막으로 수능 특강반 폐지를 하겠다는 선언이 이렇게 큰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문의가 너무 많아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이번 인터뷰로 그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 : 질문하기 조심스럽지만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최건우 : 조심스러워 하는 걸 보니 무슨 질문인지 알겠다. 교육부로부터 압력이 들어왔느냐는 질문인 것 같은데 맞는가?
-기자 : 그렇다. 대답해줄 수 있나?
-최건우 : 절대 사실이 아니다. 특강반 폐지와 관련해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 그건 순수한 내 결정이다. 만약 특강반 폐지 압력이 있었고 내가 그걸 받아들였다면, 수능 문제 출제를 위해 교육부가 그렇게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결정에 교육부도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자 : 대체 왜 특강반을 폐지하는 건가? 지난 2년간 최 대표는 특강반을 통해 놀라운 수능 적중률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명성을 기반으로 지금의 초이스 에듀를 만들었다. 초이스 에듀에 등록한 학생 중 많은 수는 처음부터 특강반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특강반에 들기 위해 강남에서 마포로 이사한 학생도 있을 정도다.
-최건우 : 예전에도 한번 밝혔지만 수능 특강반은 내 명성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이었다.
-기자 : 이제 유명해졌으니까 특강반은 필요 없다는 건가?
-최건우 : 그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유명세를 타고 싶은 꼼수가 있었던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유명해졌다고 특강반을 폐지하는 건 아니다. 훌륭한 강사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특강반 없이도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자 : 초이스 에듀 수업만 열심히 들으면 수능 시험을 잘 볼 것이기 때문에 따로 특강반이 필요 없다는 건가?
-최건우 : 그렇다. 그리고 특강반은 소수의 학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다. 똑같이 노력했는데 특강반 수업을 들은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받는 건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나도 그 의견에 100% 공감한다.
-기자 : 하지만 최 대표가 그렇게 만든 거 아닌가?
-최건우 : 맞다. 그래서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으려고 한다.
-기자 :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무료 선언에 이어 수능 특강반을 포기했다. 둘 다 초이스 에듀의 대표적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 자신 있는 건가? 학원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최건우 :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가난해도 공부만큼은 마음껏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 결정 모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수능 특강반이 없어도 초이스 에듀 수업만 성실히 들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걸 곧 보여드릴 생각이다.
-기자 : 곧? 그게 무슨 말인가?
-최건우 : 올해 초이스 에듀 근로장학생들은 수능 특강반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자 : 근로장학생이면 작년 유일 수능 만점자 강경준 군이 받았다는 그 장학제도 말하는 건가?
-최건우 : 그렇다.
-기자 : 당시 강경준 군이 인터뷰에서 수능 특강반 수업 덕분에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수능 특강반 수업을 듣지 않는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 왜 그런 결정을 한 건가?
-최건우 : 방금 말한 것처럼 수능 특강반 수업을 듣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기자 : 최 대표 동생도 올해 고3이고 근로장학생으로 일한다고 알고 있다. 동생도 수능 특강반 수업을 듣지 않는 건가?
-최건우 : 물론이다. 내 동생도 예외는 없다.
-기자 : 유치한 질문인 줄 아는데 그래놓고 몰래 개인교습을 하거나 그러려는 건…?
-최건우 : 절대 그런 일은 없다. 남은 2주 동안 그 학생들은 어떤 개별 교습도 받지 않는다. 퓨처 앱으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자율학습만 한다.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여동생만 데리고 수능이 끝날 때까지 별도의 숙소에서 따로 지낼 예정이다.
-기자 : 동생 밥은 어떡하고? 그래도 고3인데 뒷바라지 같은 건 없나? 최 대표가 집안 가장 아닌가?
-최건우 : 원래 우리 집은 밥을 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 밥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밥을 한다. 빨래는 세탁기에 돌리면 금방이다. 둘째는 욕심이 많은 녀석이다. 수능을 잘 보고 싶으면 알아서 잘 준비할 거라고 믿는다.
-기자 : 농담을 반 섞자면 비정한 형처럼 느껴진다. 동생이 서운해하지 않는가?
-최건우 : 소설가를 꿈꾸는 녀석인데 내 덕분에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기자 : 하하하. 그 형에 그 동생인 것 같다.
…중략…
-기자 : 바쁜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아무쪼록 최 대표의 이번 시도가 꼭 성공하길 기원한다.
- 역시 갓건우!!!
- ㅋㅋㅋㅋㅋㅋㅋㅋ 교육부 어리둥절잼.
- 교육부 : 최건우는 나쁜 놈이다. 빼애애애애애액!! 최건우 : 그래? 그럼 수능 특강반 안 하지, 뭐. ㅋㅋㅋㅋㅋ. 완전 역관광 아님?
- 그런데 최건우 동생은 무슨 죄임? ㅋㅋㅋㅋㅋ
- 그래도 동생인데. 이래 놓고 몰래 개인 과외하고 그러는 거 아님?
└ 님 같은 사람 때문에 아예 숙소를 옮긴다고 하잖아요. 좀 믿으세요.
- 헐, 대박! 돈을 그렇게 잘 버는데, 그런데도 형제들끼리 돌아가면서 밥을 하는 거야? 나는 그냥 평범한 집 자식인데도 아직 밥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진다.
└ 222222222222222222
└ 33333333333
- 최건우 참 어렵게 산다. 굳이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 모르는 소리 한다. 교육부가 초이스 에듀 뒤통수치고 싶어서 안달 난 거 모르냐? 저렇게 안 하면 금방 잡아먹힐걸?
└ 인정. 최건우가 퓨처 앱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왜 팔았겠어? 가지고 있어도 지킬 힘이 없어서 그런 거야.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이번처럼 크리에이터가 특허권을 침해해도 암말 못했을 테니까.
└ 사스가, 헬조선인가.
└ 사스가 극혐!!!
- 근데 초이스 에듀 근로장학생이면 공부 되게 잘하는 애들만 모아둔 곳 아님?
└ 예체능 분야 장학생을 제외하면 전부 한 공부하는 애들이라고 보면 됨. 전교 1, 2등 정도는 기본으로 한다고 들었음.
- 설마 걔들 전부 수능 만점 받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최건우가 저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걸 보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 미친. 수능 만점이 애들 이름인 줄 아나?
└ 노노노. 작년보다 훨씬 쉽게 나온다고 했으니까 절대 불가능한 이야긴 아님.
└ 전국순위로 노는 애들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 2주 후 이 글은 성지가 됩니다.
***
“헐! 벌써 가는 거야?”
건우와 은우가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현관 앞에 서자 동우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당연하지. 그럼 농담인 줄 알았어?”
“그건 아닌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지?”
“에이. 작은형도 참. 큰형 인터뷰까지 나간 마당에 더 늑장 부려봐야 좋을 게 뭐 있겠어? 괜히 의심병 걸린 악플러들에게 이상한 소리만 듣지. 그러니까 그냥 쿨하게 보내.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
옆에 있던 정우가 위로인지 약을 올리는 건지 헷갈리는 말을 건넸다.
“그래 작은오빠. 서운하다고 초딩처럼 울면 안 돼?”
“뭐? 내가 너야, 이런 일로 울게? 너야말로 보름이나 다른 데서 지낸다고 무서워서 우는 거 아니야?”
“뭐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큰오빠랑 같이 가는 건데. 히히히.”
은우는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밝게 웃었다.
“그래, 그래. 너는 그저 형만 있으면 좋지? 나중에 형 바빠서 심심하다고 징징거려도 놀아주나 봐라. 절대 안 놀아준다.”
“괜찮아. 학원에서 소희 언니랑 놀면 돼.”
“배신자 같으니. 장소희 그 계집애 때문에 이제 나는 보이지도 않는구나. 이 원수는 반드시 수능 끝나고 갚을게.”
서운하다는 듯 말은 하지만 동우의 얼굴에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고3이 됐어도 밥 당번 빨래 당번을 계속 했기 때문에 건우가 없다고 생활 패턴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서운한 건 아니지?”
“에이. 형도 참, 내가 무슨 은우 같은 어린앤가. 걱정하지 말고 은우하고나 잘 놀아줘. 바빠서 놀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우 너는 정말 같이 안 가도 괜찮겠어?”
동우가 자신감을 보이자 건우의 시선이 정우 쪽으로 옮겨갔다.
“괜찮아. 그리고 나까지 가면 작은 형 정말 울지도 모르잖아.”
“뭐? 야, 최정우. 내가 울긴 왜 울어. 너도 가고 싶으면 가라, 안 말린다.”
“에이, 그럴 수는 없지. 우리가 협정 맺은 것도 있고, 나도 미래를 생각해야지.”
“협정? 미래? 갑자기 그건 무슨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정우의 말에 건우가 물었다.
“큰형 인터뷰 보고 나랑 작은형이랑 협정을 맺었거든.”
“그러니까 그 협정이라는 게 뭔데?”
“별거 아니야. 수능까지 2주 남았잖아? 그동안은 내가 작은형 대신 밥이랑 빨래를 담당하기로 했어.”
“뭐? 동우가 협박이라도 했어?”
“아나, 형! 대체 날 뭐로 보고. 내가 협박한다고 정우가 그 말을 들을 놈이야?”
“그건 아니지만….”
말싸움으로는 동우가 절대 정우를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는 게 정우다. 물론 건우가 시키는 일은 예외지만.
“그게 아니라 인터뷰를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3년 후에는 나도 수능 시험을 봐야 하잖아. 그때가 되면 나도 동우 형 처지가 될지도 모르잖아.”
“글쎄. 그땐 수능 특강반이 폐지된 다음이라 그럴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모를 일이지. 그리고 나도 형 동생이라고 특혜 같은 걸 받고 싶지 않아. 그래서 작은형이랑 품앗이를 하기로 했어. 이번에는 2주간 내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3년 후엔 작은형이 집안일을 도맡아 하기로.”
“와. 대단하네, 너희들.”
“그럼 누구 동생인데.”
건우의 칭찬에 정우가 배실배실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하하. 그래 나도 든든하다. 그리고 최동우.”
“어, 왜?”
“혹시 공부하다 헷갈리는 게 있으면….”
“형한테 물으라고?”
동우의 눈이 반짝였다.
“아니. 헷갈리는 부분은 무조건 동영상 강의를 봐. 그래도 모르겠으면 다시 보고, 또 모르겠으면 이해될 때까지 계속 봐.”
“뭐야? 그게 수능시험을 2주 앞둔 동생에게 할 조언이야?”
“우리 학원 동영상 강의가 굉장히 수준 높은 거 너도 알잖아. 지금은 모르는 걸 새로 알려고 하는 것보다 헷갈리는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해두는 게 좋아. 그러니까 날 믿고 해봐.”
“형이 그렇다면 뭐… 그런 거겠지.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래, 그럼 나는 간다. 은우야, 가자.”
“응. 작은오빠. 이건 선물이야. 수능 잘 봐.”
은우는 앙증맞은 리본에 묶은 젓가락 길이 정도 되는 엿을 동우에게 건넸다.
“으잉? 웬 엿?”
“엿 먹고 시험 잘 보라고. 파이팅!”
“나보고 엿 먹으라고? 어감이 참 묘하네. 설마 고의는 아니겠지?”
“뭐라는 거야?”
“아니야. 고맙게 엿 잘 먹으마.”
***
교육부 장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그리고 수능 출제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 손엔 모두 최건우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신문이 들려 있었다.
“최건우 이 낮도깨비 같은 녀석이 또 이렇게 쇼를 벌이는군요. 수능 특강반 폐지라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교육부 장관이 들고 있는 신문을 신경질적으로 구기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우리를 엿 먹이려고 작정한 놈 같습니다.”
“무슨 의도일까요?”
최건우에게 쌓인 게 많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인석 원장이 말을 거칠게 내뱉자 박용희 출제위원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철저하게 나오니까 자기도 한계에 도달한 걸 느낀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능 문제 예측은 쉽지 않아졌는데 꼴사납게 먼저 백기를 들기 싫으니, 대의를 위하는 양 쇼를 하며 특강반 폐지 선언을 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압박이 통했다는 이야기군요.”
두 사람의 긍정적인 분석에 교육부 장관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능 특강반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할 리가 없으니까요.”
수능 특강반을 폐지한 이유는? 교육부의 압박이 통해서다. 압박이 통한 증거는? 큰돈을 벌어다 주는 수능 특강반을 폐지하는 게 바로 그 증거다.
무한 루프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논리였지만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까요? 최건우가 백기를 들었으니 처음 계획은 폐기할까요?”
“아닙니다. 수능 특강반이 마지막인 만큼 우리가 복수할 기회도 마지막입니다. 이번에 반드시 개망신을 줘야 합니다. 학생들의 신뢰가 떨어져서 다시 EBS를 보도록 말입니다. 그래야 와룡그룹에도 할 말이 생깁니다. 아시겠습니까, 출제위원장님?”
“알겠습니다, 장관님. 그럼 처음 계획대로 총 세 가지 수능시험문제를 만들어놓겠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늦으면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서 곤란할 수 있으니 서둘러주셔야 합니다.”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특강반 학생 중 세 명을 포섭해놨으니 초이스 에듀에서 만든 예상문제를 입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걸 넘겨드리면 검토해서 반드시 적중률이 가장 떨어지는 걸로 최종 선택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러려고 검토위원을 대거 선발한 것 아닙니까.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박용희 출제위원장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제를 밖으로 빼낼 수는 없지만 참고를 위해 자료를 안으로 들일 수는 있다는 점에 착안에 만든 꼼수였다. 얼마 전 기사에서 뜬소문일 뿐이라고 언급했던 루머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