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191화 (191/256)

제191화

[속보 : 초이스 에듀, 2017학년도 수능 시험 국어 과목 적중률 70% 넘어. 사상 초유의 기록

본지 수능특별팀이 방금 끝난 국어 시험지를 긴급 입수 분석 결과, 초이스 에듀 예상 문제집과 70%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1보)

뉴스팀 [email protected]

- 헐. 70%? 이거 레알임?

└ 팩트만 올려서 팩신뉴스인데 사실이겠죠.

- 뭐야, 70%? 이번에는 교육부가 진짜 칼을 갈아서 아무리 최건우라고 힘들 거라고 하던 전문가들 다 어디 갔어?

└ ㅋㅋㅋㅋㅋ 힘들 거라더니 재작년 적중률 50%를 가볍게 돌파.

└ 원래 첫 끗발이 개 끗발임. 나머지 과목 폭망 예상.

└ ㅋㅋㅋㅋㅋㅋㅋㅋ 개 끗발? 진짜 개소리 한다. 일명 최건우 과목이 아닌 국어에서 70% 넘었다. 역사 과목은 모르겠고 영어는 좀 애매하긴 한데, 최건우 주특기인 수학이나 과학 과목은 무조건 70% 이상이라고 장담한다.

└ 70%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이 나온다고? 완전 개소리라고 하고 싶은데 왠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듦.

└ 왠지 그럴 것 같은 게 아니라 무조건 70%는 넘습니다. 일단 최건우가 있고 올해는 하도훈까지 가세했습니다. 거기에 팀 앨버트로스 팀장이 안우현임. 세 사람이 있는 한 수학, 과학에서 초이스 에듀를 능가할 학원은 우리나라에 없음. 한국 최강, 아니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거짓말 아님.

└ 최건우, 이승훈, 윤은영이 초이스 에듀 간판 트로이카라면 최건우, 하도훈, 안우현은 세계 최강 이과 트리오라고 보면 됨.

└ ㅋㅋㅋㅋㅋ 아무리 최건우 빠돌이라도 정도껏 해라. 세계 최강은 너무한 것 아님?

└ 너야말로, 아무리 최건우 까돌이라고 해도 헛소리는 제발 정도껏 해라. 최건우가 만든 수학, 과학 교과서가 미국에서 정식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세계 최강이 아니라고? 넌 모르겠지만 지금 미국에서 최건우 교과서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거든. 최건우 혼자서도 이미 세계 최강임.

- 아, ㅆㅂ. 이게 뭐라고 뉴스 속보를 긴장하면서 계속 클릭하게 됨. 박찬호 이후에 뉴스 보면서 이렇게 심장 쫄깃해지는 건 처음.

└ ㅇㅇ. 괜히 긴장해서 다음 뉴스 기다림. 벌써 수학은 몇 %나 적중했을지 궁금해 미치겠음.

└ 2222222222

[속보 : 초이스 에듀, 2017학년도 수능 시험 수학 과목 적중률 73% 기록. 국어의 70% 기록 넘어.

본지 수능특별팀이 방금 끝난 수학 시험지를 긴급 입수 분석 결과, 초이스 에듀 예상 문제집과 73%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2보)

뉴스팀 [email protected]

-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73%는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

- 대박!!! 전에 수능 출제위원장인가 뭔가 하는 양반이 나와서 EBS 연계율을 80%까지 올리겠다고 했는데 초이스 에듀는 수능 적중을 그것과 비슷하게 함.

└ EBS는 80%고 초이스 에듀는 73%면 EBS가 더 좋은 것 아닌가요?

└ 이 새끼는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면 관종인 거야?

└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데 이 새끼 저 새끼 하니까 기분 나쁘네요.

└ 아무래도 관종 같은데, 그래도 속는 셈 치고 설명 들어간다. 수능 시험에 출제될 문제 중 80%를 EBS 교재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만든다는 게 ‘연계율 80%’야. 80%라고 했지만 실제로 문제가 뭐가 나올지는 아무도 몰라. 솔직히 교과서만 열심히 보면 수능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말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 망할, 왜 글자 제한이 있는 거야! 이어서 계속하면 ‘적중률’은 연계율과 달리 수능 시험에 뭐가 나올지 직접 맞추는 거야. 넌 이것도 어렵지? 좀 더 쉽게 설명해줄게. 연계율이 교과서 1~100페이지 사이에서 시험 문제가 나온다고 알려주는 거라면, 적중률은 교과서 17페이지 13번째 줄에서 나온다고 콕 찍어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뭐가 더 좋겠어?

└ 연계율 80%

└ ㅆㅂ. 역시 관종이었어. ㅠㅜㅠㅜㅠㅜㅜㅜ

[속보 : 초이스 에듀, 2017학년도 수능 시험 영어 과목에서 69% 적중. 국어, 수학 포함 평균 70% 유지.]

본지 수능특별팀이 방금 끝난 영어 시험지를 긴급 입수 분석 결과, 초이스 에듀 예상 문제집과 69%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3보)

뉴스팀 [email protected]

- 미친. 영어도 69%야? 이 정도면 거의 무당이네.

- 대단하긴 한데 뭔가 불공평한 것 같다. 이러면 초이스 에듀 특강반 애들만 대박 나는 거잖아. 똑같이 노력했는데 특강반에 들었다는 이유로 시험 더 잘 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 똑같이 노력을 해? 특강반 들어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구나. 집에 돈이 많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0% 출석해야 하고 수업 중에 딴짓하다가 학원 강사에게 걸려 경고라도 받으면 절대 못 들어감. 특강반 들어간 애들 진짜 독한 애들임.

└ 별로 설득력 없는 논리임. 특강반에 들고 싶어도 지리적 문제로 못 들어가는 사람도 있음. 그리고 학원비 낼 형편이 안 되는 애들도 있고. 솔까 불공평한 건 사실임.

└ 그건 최건우도 인정했음. 그래서 내년부터 특강반 없앤다는 거잖아. 이대로 특강반 유지하면 내년엔 더 대박일 텐데 그걸 포기하다니, 최건우 진짜 대단하다.

└ 후회할 걸 애초에 왜 했음? 특강반 때문에 등수 밀려 대학 못 가고 피눈물 흘리는 애들을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이런 걸 만들면 안 됐음.

└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제대로 씹선비충. 야, 특강반 만들 때 최건우 나이가 고작 스무 살이다. 너흰 그 나이 때 뭐 했어? 실수 없이 모든 게 완전무결했냐? 지금 나이에 자기 실수 인정하고 엄청난 돈이 걸린 특강반을 포기하는 최건우가 진짜 대단한 거다. 모르면 아닥 좀 부탁.

└ 어! 그러고 보니 최건우 나이가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네. 헐. 하는 행동들이 너무 성숙해서 마흔은 훨씬 넘었다고 착각했는데. ㅠㅜㅠ

└ 그건 너무 오바다. 생긴 것만 봐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무슨!

[속보 : 초이스 에듀, 2017학년도 수능 시험 과학 8과목 (물리1·2, 화학1·2, 생명과학1·2, 지구과학1·2) 평균 75% 적중. 수학의 73% 적중률 넘어서. 그밖에 한국사 70%, 동아시아사 60%, 세계사 60% 적중.

본지 수능특별팀이 방금 끝난 4교시 한국사/사탐/과탐/직탐 시험지를 긴급 입수 분석 결과, 초이스 에듀 예상 문제집과 전체 평균 7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최종속보)

뉴스팀 [email protected]

- 7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문제 유출 수준인데?

└ 200명이 교대로 지키고 있었는데 문제 유출을 어떻게 함?

└ 그냥 말이 그렇다고.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지 진짜 문제를 유출했다는 말이 아니잖아.

└ 개그를 다큐로 받지 좀 마!!

- 솔직히 이 정도면 출제 위원들 문제 있는 거 아님?

└ 직무유기로 봐야 함.

└ 돌대가리로 봐야 함.

└ 뇌없음으로 봐야 함.

└ 속빈머리로 봐야 함.

└ ㅋㅋ 라임 찰지네.

- 자칭 전문가들아, 교육부가 최건우한테 선전포고했다며?

└ 문제를 퍼주겠다고 선전포고. ㅋㅋㅋ

- 이 정도 적중률이면 특강반 폐지가 맞는 선택인 듯. 최건우가 용단을 내렸네. 만약 특강반 폐지 선언 안 했으면 논란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동아시아사랑 세계사는 60%밖에 안 되네. 좀 실망임.

└ 이건 또 무슨 멍멍이 소리야. 동아시아사랑 세계사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고 그딴 소리를 하는 거지? 구석기부터 현대사까지 전부 들어가는데 솔직히 60%라도 맞춘 게 신기하다.

- 내년에도 특강반 만들었으면 좋겠다. 짱나게 왜 올해까지만 하는 거야. 내년에도 만들어줘!!

***

수능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수능 시험 채점에 박차를 가하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소란이 일었다.

“원장님. 큰일 났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여러 가지 산하 조직이 있고 대학수학 능력시험 본부 또한 그중 하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능기획 분석실, 수능출제 연구실, 수능운영부, 수능출제 관리부가 있는데, 방금 주인석 원장을 황급히 찾아온 사람은 수능기획 분석실장이었다.

“뭡니까, 큰일이라는 게?”

안 그래도 뭔가 하나 터질 것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큰일 났다는 분석실장의 말을 듣자, 주인석 원장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수능 문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네? 수능 문제에 문제가 생기다니 그게 무슨 말장난 같은 소리입니까?”

“죄송합니다. 마음이 너무 급하다보니 표현이 이상했습니다. 그러니까 수능 문제에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아…! 검토 위원을 그렇게 늘렸는데 결국은 또 문제에 오류가 생긴 겁니까?”

사실, 문제에 오류가 생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최근 들어 매년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검토 위원을 대폭 늘렸는데 이번에도 결국은 오류를 막지 못했다.

달갑진 않은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큰일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한 문제가 아닙니다. 무려 여섯 문제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아니, 뭐요? 여섯 문제라고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주인석 원장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두 문제라면 모를까 여섯 문제면 정말 심각하다. 자칫 수능 시험 전체 신뢰성에 시비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네. 소식을 듣자마자 저희도 설마 하고 검토에 들어갔는데 여섯 문제 모두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젠장! 여섯 문제는 정말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검토 위원들은 대체 뭘 했길래 이런 일이 생긴 겁니까?”

“그게… 인쇄 직전에 수능 문제를 너무 급하게 수정하느라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순간 주인석 원장은 초이스 에듀 예상 문제집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 문제를 출제하라고 했던 자신의 지시가 떠올랐다. 그래도 그렇지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수능 문제를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급해도 제대로 확인은 했어야지, 사람들도 참. 김 실장, 어쨌거나 여섯 문제는 너무 많습니다. 줄일 방법이 없습니까? 오류를 전부 인정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방법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입니다.”

“이것보다 더 큰일이 있단 말입니까? 뭡니까, 그게?”

“저…, 여섯 문제가 끝이 아닙니다.”

“여섯 문제가 끝이 아니다? 그러면요? 설마, 설마 아니겠죠?”

“그러니까 그게.”

“뭘 꾸물댑니까? 어서 대답해보세요!”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인석 원장이 분석실장을 재촉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여섯 문제가 넘을지도 모릅니다. 그것 말고도 논란이 있는 문제가 몇 개 더 있어서….”

“미치겠군. 대체 몇 문제나요? 대체 몇 문제나 더 오류가 생긴다는 겁니까?”

“지금 분석실에서 분석 중입니다. 혹시 몰라서 검토위원들에게도 메일 보내놨습니다.”

“그래서 몇 문제가 분석 중이라는 겁니까? 그것부터 말해보세요.”

“최악의 경우 열 문제가 넘을지도 모릅니다.”

“맙소사! 여…열 문제가 넘을지도 모른다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주인석 원장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과목 선택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250문항을 푼다. 그중에서 10문항이면 4%이다. 시험 문제 중 4%에 오류가 있다면 누가 그 시험의 공신력을 믿어주겠는가?

수능은 그냥 사소한 자격증 시험이 아니다. 사소한 자격증 시험에도 오류가 있으면 안 되지만, 하물며 수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다.

학생들의 12년 노력이 그것 하나로 결정될 만큼.

그런 중차대한 시험에서 250문항 중 10문항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로 고발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원장님.”

이번 일을 무리하게 꾸민 교육부 장관과 주인석 원장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분석실장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됐습니다. 수능 출제와 김 실장이 무슨 상관이라고 죄송합니까? 어쨌거나 분석실에서 분석이 필요할 정도면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는 뜻이겠죠?”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우리 분석실에 수능 문제 오류를 신고한 곳을 생각하면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기가 대체 어디길래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초…이스 에듀입니다.”

“허허. 거…기서 오류 신고를 했다고요?”

“네.”

기가 막힌 주인석 원장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최건우는 생각보다 더 독했다. 가짜 수능 예상 문제집 때문에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망신을 당한 걸로는 모자라서 수능 문제 오류 신고로 확인 사살까지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와룡그룹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와룡그룹에 모든 걸 떠넘기고 책임 전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청탁 당사자인 나성천 대표는 이미 죽고 없다. 또한, 크레이듀는 특허권 분쟁으로 초이스 에듀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갔다.

원망할 사람도 원망할 곳도 없어졌다. 이제 책임을 질 사람은 교육부 장관과 주인석 원장, 그리고 박용희 출제위원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최건우를 적대했던 사람은 모두 박살이 났다.

분석실장을 내보낸 주인석 원장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서랍을 열어 봉투를 꺼낸 다음 붓 펜으로 커다랗게 세 글자를 적었다.

‘사직서(辭職書)’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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