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수능 문제 오류 논란과 수능 적중률 70%의 비밀]
2017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났다.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만큼, 난이도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고 적당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유는 바로 초이스 에듀의 말도 안 되는 수능시험 적중률 때문이다.
초이스 에듀는 이번 수능시험에서 평균 70%라는 엄청난 적중률을 보였다. 70%면 10문제 중 7문제를 예측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평소에 공부를 안 하고 놀다가 수능 특강반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100점 만점에 70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특강반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2~5등급 사이의 수능 컷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다른 과목보다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은 2등급까지도 받을 수 있는 성적이다.(가채점 결과를 기반으로 한 예측 등급임을 유의하기 바람)
이 정도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만약 최건우 대표가 올해를 끝으로 특강반 폐지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특강반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큰 힘을 얻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문제 유출을 의심하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각은 거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치른 수능 시험 중 올해에 가장 많은 보안 요원을 투입했고, 교육부가 최건우 대표를 극도로 경계하는 상황에서 수능 시험 유출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최건우 대표와 수능 애널리스트라고도 불리는 팀 앨버트로스 팀원들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라는 게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미 팀 앨버트로스 팀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많은 다른 학원 관계자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묘한 소문이 돌고 있다.
‘최건우 대표가 교육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내용으로, 해당 소문에 의하면 교육부는 초이스 에듀의 폭발적인 성장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꽤 그럴싸한 내용임은 분명하다. 교육부와 초이스 에듀가 사이가 좋지 않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시작은 재작년 최건우 대표가 수능 특강반을 운영하며 만든 예상 문제집이 50%의 적중률을 보이면서부터였다.
수능 특강반 때문에 사교육 열풍이 또다시 불어닥칠 조짐이 보이는 게 교육부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그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방법이 나빴다.
교육부는 초이스 에듀를 견제하려다가 사상 최악 난이도의 수능 문제를 만들어 많은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퓨처 앱에 밀려 EBS 위상이 흔들리자 특허권 침해가 명백한 와룡그룹의 크리에이터를 공식 교육 앱으로 지정하는 우(愚)를 범했다.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하는 정부가 사교육의 정점에 있는 초이스 에듀를 견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견제에 불법적인 일이 동원하는 건 곤란하다.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수단이 불법인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결과 또한 불법인 것을.
교육부가 할 일은 정확하게 말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초이스 에듀를 견제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공교육이 어떻게 되던 내버려둔 채 초이스 에듀 견제에만 집착하는 건 주객전도나 다를 바 없다.
소문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틀 전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올해 수능 출제위원들은 다른 해와 달리 최종 수능 시험 문제를 세 종류나 미리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초이스 에듀의 수능 예상 문제집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후, 그것과 가장 일치하지 않는 유형을 골라 최종 수능 문제로 선택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나마 일치하는 문항도 곧바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대체하도록 함으로써 완전히 초이스 에듀 죽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교육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격했는데, 초이스 에듀는 어떻게 70%가 넘는 수능 적중률을 보였을까?
소문은 이런 의문점도 설명하고 있다.
올해 초이스 에듀 특강반은 예년과 다르게 두 번의 수능 예상 문제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면 어떨까?
교육부의 노골적인 움직임을 눈치챈 최건우 대표가 떡밥으로 가짜 수능 예상 문제집을 먼저 던졌고, 수능 시험 문제가 인쇄에 들어가 더는 수정이 불가능할 때 진짜 예상 문제집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쉽게 믿기 힘든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근거 없는 뜬소문은 아니다. 사상 초유의 무더기 수능 문제 오류가 바로 그 근거다.
수능 시험 문제를 만들기 전 교육부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규모를 400명에서 600명으로 200명 늘렸다고 언론에 자랑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능 문제 오류가 예년보다 훨씬 늘어난 이유가 뭘까?
작년 보다 10일 늘어난 출제·검토 기간, 작년보다 200여 명 늘어난 출제·검토 인원. 시간과 인원이 충분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는 건,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테면, 초이스 에듀를 저격하려고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급하게 수능 문제를 바꿨다든지 하는 그런 이유.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교육부가 초이스 에듀와 최건우 대표를 너무 과도하게 신경 쓴 나머지 공교육 정상화라는 본연의 임무를 놓쳤다는 사실이다.
무더기 수능 문제 오류는 난이도 조절 실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중략…
“팀장님. 이대로 기사를 올릴까요?”
윤종수가 차지훈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제 여기서 전송 버튼만 누르면 교육부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사가 각종 포털 사이트를 점령하게 된다.
“이 기사를 보면 교육부 장관이랑 주인석 원장 둘 다 뒤집어지겠지?”
“뒤집어지다 뿐이겠습니까? 수능 문제 오류 사태가 너무 커져서 단순히 사표 내는 걸로 안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쯧쯧. 불쌍한 인간들이네. 그러게, 가만히 있는 우리 대표님에게 왜 시비를 걸어서는….”
“우리 대표님에게 시비를 걸다가 교육부 장관이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년 연속 잘리게 되는 건데, 이 정도면 정부도 반성하겠죠?”
“글쎄다. 그러면 다행인데 반성은커녕 더 강하게 나올지도 몰라. 이번 정부가 유난히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든.”
“와, 그놈들은 질리지도 않나?”
“그러니까 이번에 확실하게 질리도록 해줘야지. 검찰 조사 받을 각오 아니면 초이스 에듀에 시비 걸 생각을 못 하도록. 검토 끝났으면 기사 전송해.”
“옙! 알겠습니다, 팀장님.”
***
“오 선생, 여기야!”
오수남이 카페에 들어서자 창가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 원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이게 얼마 만이지? 거의 1년 만인가?”
“제가 초이스 에듀로 옮기고 못 뵀으니까 1년 정도 됐네요.”
“그동안 신수가 훤해졌네. 바쁜데 불러낸 건 아니지?”
“아닙니다. 수능 끝나고 조금은 한가해졌습니다.”
오수남은 초이스 에듀 팀 앨버트로스 팀원이자 수능 애널리스트이다. 김 원장은 오수남이 학원 강사였을 때 일했던 학원 원장이었다.
인기 강사는 아니었다. 아는 건 많은데 그걸 강의로 풀어놓는 실력이 부족했다. 말을 더듬는 버릇이 문제였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강사나 학생들에게 꽤 놀림을 받았었다.
김 원장이 오수남을 놀린 건 아니지만 학원 원장이면서도 다른 강사의 그런 행동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방관했다.
그때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오수남으로서는 김 원장의 방문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하하하.”
‘뭐가 다행인 거죠?’ 웃고 있는 김 원장을 보며 오수남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걸 말로 옮기진 않았다.
“그래도 오래 시간을 비워둘 순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수능 문제 분석만이 아니라서요. 지금부터는 각 대학 논술 분석도 해야 하고 입시 전형 분석도 해야 합니다.”
“알지, 오 선생 바쁜 거. 수능 애널리스트, 오 선생처럼 머리 좋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잖아. 분석하고 예측하고. 이번에 특강반 적중률이 70%를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지 뭐야. 사실 나는 예전부터 오 선생 재능이 항상 아까웠어. 그래도 똑똑하니까 언젠가 큰일을 할 줄 알았어.”
“제가 한 게 아니라 최 대표님과 우리 팀이 함께한 겁니다.”
강의 능력은 부족하지만 수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팀 앨버트로스다. 오수남도 그곳에서는 그저 평범한 팀원일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김 원장의 과도한 칭찬이 불편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오 선생도 거기에 일조한 게 사실이잖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이었어, 오 선생은. 아는 건 누구보다 많은 데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강사로서 좋은 평가를 못 받았잖아. 참 아쉬웠지.”
“이젠 말을 더듬지 않습니다.”
“응?”
“최건우 대표님 소개로 교정을 받아서 이제 말을 더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정말이네! 오 선생과 대화가 뭔가 낯설길래 오랜만에 봐서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난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말 더듬는 버릇을 고쳤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축하해. 그럼 이제 다시 강의를 하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아니 왜? 말만 안 더듬으면 다시 강의해도 되잖아. 혹시 초이스 에듀에 강사 자리가 없어서 그래? 그런 거면 내가 알아봐 줄 수 있는데. 낯선 게 싫으면 우리 학원으로 와도 되고.”
한동안 딴청을 피우던 김 원장이 은근슬쩍 본심을 드러냈다.
“아닙니다. 이번에 알았는데 강의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 이것저것 파헤치고 분석하는 게 더 재미있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김 원장을 이렇게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초이스 에듀에서의 1년은 오수남을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시켰다. 비슷한 스타일의 팀원들을 만나 자신이 이상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컸다.
거기에 말더듬는 버릇까지 고쳤으니 건우는 오수남에게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그건 좀 아쉽네.”
달라진 오수남을 보며 김 원장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예전처럼 다그치듯 이야기하면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수남의 당당한 눈빛을 보는 순간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갈수록 대화가 불편했던 오수남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게 말이야. 내가 오 선생을 아낀 것도 있고 하니 솔직하게 털어놓을 게. 사실 스카우트 제의를 하러 왔어.”
“네? 하지만 방금도 말씀드렸을 텐데요. 강의는 저랑 적성이 안 맞는 일이라고요.”
“강의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안 해도 상관없어. 우리 학원에 와서 수능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주면 돼. 최건우 대표가 이번에 수능 특강반을 폐지한다고 선언했잖아. 그럼 오 선생이 하는 일도 줄어들 거 아니야?”
“글쎄요.”
“아, 너무 그렇게 뺄 거 없어. 최 대표도 너무하지. 토사구팽도 아니고 수능특강반으로 명성을 높여놓고 이제 와서 폐지한다고 하면 오 선생 같은 수능 애널리스트들은 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안 그래?”
“그게 아니라도 할 일은 많습니다.”
“역시 여기저기서 제의가 많이 들어오나 보지? 그쪽에서 얼마나 준다고 해?”
“저기 김 원장님.”
“기본 2억에 학생 한 명 늘 때마다 인센티브로 만 원 어때?”
제안을 받는 사람은 무표정한데 제안한 사람만 몸이 달았다.
“그게 아니라, 김 원장님.”
“어허. 정말 세게 불렀나 보네. 좋아 그럼 내가 인심 쓴다. 인센티브는 아까 조건의 두 배, 기본 연봉 3억. 이 정도면 최상급 대우야. 그러니까 우리 학원으로 옮기자, 응?”
이 정도면 거의 동문서답 수준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 해도 예전 인연에 대한 예의는 지켰다고 오수남은 생각했다.
예전처럼 끌려다닐 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정리해야 한다. 다시는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않도록.
“기본 3억이라는 게 1년에 그렇게 주신다는 거죠?”
“그…렇지? 왜? 너무 적어?”
“김 원장님. 제가 초이스 에듀에서 연봉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글쎄. 한 5천 정도 받으려나?”
“아니요.”
오수남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 세 개만 펴서 앞으로 내밀었다.
“3천? 으아, 그건 너무했다. 최 대표 너무 짜게 구는 거 아니야?”
“아니요. 3억입니다.”
“뭐? 그…렇게 많이 받아?”
생각하기에 따라 많이 보일 수도 있지만, 팀 앨버트로스가 학원에 벌어다 준 이득을 생각하면 3억도 굉장히 적은 편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그건 순수 연봉이고 이번 수능 적중률에 따른 성과급은 따로 받았습니다. 그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 글쎄, 얼말까?
“5억 원입니다.”
“뭐? 5억? 그, 그게 정말이야?”
“이미 통장에 들어왔으니 정말이죠. 저뿐만 아니라 우리 팀원 전부가 그렇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입 시험이 완전히 끝나면 한 달간 해외여행도 보내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에 5성급 호텔 숙박권 보장에 체재비도 따로 지급한다시더군요. 그렇게 주실 수 있습니까?”
오수남의 물음에 김 원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그건 힘들지 싶어.”
“그럼 원장님 제안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저는 바빠서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오수남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동안 김 원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애꿎은 냅킨만 잘게 뜯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