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형이 가라사대-202화 (202/256)

제202화

[논설 : 최건우 대표의 20조 원 투자 선언을 지켜보며 오지랖 넓은 프로불편러에게 고합니다.]

초이스 에듀 최건우 대표가 여주시의 남한강 주변에 총 20조 원을 투입해 교육 타운을 조성한다고 해서 화제다.

가장 큰 이슈는 과연 최건우 대표가 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조성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발표가 있고 얼마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5조 원 투자와 5조 원의 지급보증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었지만, 남은 10조 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덕분에 10조 원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남은 10조 원 역시 천문학적인 금액임은 변함없다. 대기업도 아니고 고작(?) 대입 전문 학원을 운영하는 최건우 대표가 아무런 도움도 없이 과연 10조 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

10년 분할이라고 해도 1년에 1조 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불가능하다.’, ‘저런 식으로 하다가 돈이 부족해서 사업이 엎어질 것이다.’, ‘그 돈으로 기부나 더 해라.’, ‘잘 나가봐야 학원 강사인데 주제를 모른다.’, ‘저러다 나중에 감성팔이 하면서 투자받을 가능성 100%’, ‘딱 봐도 사기다. 최건우 대표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다.’, ‘10조 원이라니 너무하네요. 위화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투자 소식 관련 댓글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참 많고, 오지랖 넓은 사람도 굉장히 많다는 걸 깨달았다.

첫째.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충분한 부지를 구해놨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으며 안정적인 자금원도 확보했다. 남은 돈이 무려 10조 원이지만 이미 확보한 돈도 무려 10조 원이다. 땅도 있고 천문학적인 돈도 있는데 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둘째. 이것도 기부다. 최건우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약 30%를 꾸준히 기부해왔다. 소아암에 걸린 수백 명의 환자들이 최 대표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었고, 경찰·군인·소방관 유가족들도 최 대표 덕분에 웃음과 희망을 되찾았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데 이번에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무료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교육 타운을 조성한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교육 타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기부가 아니면 대체 뭐가 기부란 말인가?

셋째. 어떻게 이게 사기가 될 수 있나? 남의 돈을 자기 마음대로 써버려야 사기라고 할 수 있는데, 최 대표는 다른 투자는 안 받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언젠가는 받을지 모른다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설레발을 치며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넷째 위화감이 느껴져서 불편하다는 사람들은 그냥 앞으로도 쭈욱 불편하게 살길 바란다. 그런 사람에게 뭐라고 하는 건 시간 낭비, 잉크 낭비, 종이 낭비일 뿐이다.

나는 궁예가 아니다. 그래서 관심법 따위는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최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교육 타운을 만드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팩트다.

이건 최건우 대표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언제가 교육 타운을 미끼로 땡전 한 푼이라도 모금한다면 그때 까도 늦지 않다는, 아주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고로 나는 프로불편러에게 고한다!

궁예도 아니면서 무식한 안목으로 미래를 함부로 판단하는 일은 제발 하지 말자. 정말 부탁이다. 최 대표가 당신들의 억지에 질려 한국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제발 상식적인 선은 지켜 주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니 교육 타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가 강대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그 알량한 입 좀 다물어 줬으면 좋겠다.

→ 답답해서 내가 뉴스를 만들었다. 인터넷 신문 DIY 논설위원 윤대인.

- ㅋㅋㅋㅋㅋㅋ 살다 살다 이런 논설은 처음 들어본다. 이거 실화임?

└ 인터넷 신문 논설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긴 한데 이렇게 지 꼴리는 대로 쓰는 건 처음 봄. ㅋㅋ

└ 진심 약 빨고 쓴 듯.

└ 솔직히 속 시원함. 팩폭 오짐.

- DIY 신문은 대체 뭐냐? 다이? 발음이 이상하다. 설마 노린 건가?

└ 여긴 논설위원뿐만 아니라 신문사 직원 전원이 약빤 듯. ㅋㅋㅋ

└ 노노노. DIY 신문은 논설위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곳일 수도 있음.

└ 하긴. 윤대인 같은 인간이 여러 명 있기가 쉽지 않을 듯.

- 근데 최건우 정말 사기 치려는 거 아님? 내 아는 사람이 100% 사기라고 하던데.

└ 난독증 있어요? 위 기사만 읽었어도 이런 댓글은 안 쓸 텐데. 글이 좀 두서없고 난잡해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좀 읽고 댓글 다세요.

└ 너 아는 사람이 100% 구라쟁이임. 솔직히 자기 돈으로 교육 타운을 만들겠다는데 그게 어떻게 사기가 되냐? 생각 좀 하고 댓글을 달아라.

[장문오 여주시장, 민국당 복당 선언! 차기 대권 노린 출사표일까?]

민국당에서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지내던 장문오 여주시장이 친정인 민국당에 재입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의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장 시장은 고(故) 류명훈 전 대통령의 친우이자 정치적 동지였으며, 그의 정치 철학을 가장 잘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로 알려졌었다.

민국당은 과거 류명훈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 일명 친(親)류 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그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없어서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장 시장의 복당이 자연스럽게 친류 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대한당은 이번 복당 소식에 대해 장 시장의 선택은 무소속으로 뽑아준 여주시민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이며, 이미 실패한 정치세력의 재결합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야기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략)

- 한강일보 유동국 기자

***

“결국, 장문오가 복당을 했군요.”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복당할 거라고 우리 모두 예상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중심부의 고층 빌딩 최고층. 3면이 유리로 된 회의실에 마호가니로 만든 원탁 테이블이 가운데 놓여 있었다.

테이블에는 점잖은 인상의 다섯 남자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의자에 앉아 장문오 시장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5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대는 다양했다.

“그렇긴 하지만 예상보다 복당이 빨랐습니다. 욱하는 면이 있어서 한동안은 복당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최소 4~5년간은 류명훈이 죽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친우니 전우니 하며 언론이 둘 사이를 포장해도 결국은 남남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이어온 그 성격이 절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가 이렇게 빨리 복당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서로 의견이 갈렸지만 회의실 분위기는 전혀 들뜬 기색 없이 차분했다.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비록 우리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의 충직함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 아닙니까? 저는 그게 마음에 걸리는군요.”

다섯 명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의견을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 차이는 꽤 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서로 예의를 차리는 분위기였다.

참석자들의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부터 시작된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만들어진 암묵적인 룰이었다.

“얼마 전에 굉장히 거슬리는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게 뭡니까?”

“최건우 그 애송이가 여주시에 20조 원을 투입해 교육 타운인지 뭔지를 만든다는 소식, 다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네. 저도 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나서서 확인해줄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고, 고작 사교육을 하는 학원 따위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번다는 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 두 이사장님이 계셔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려면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융성해야 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너무나도 원론적인 말이라, 그 이야기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사한 말씀이네요. 그런데 갑자기 최건우 이야기는 왜 꺼내신 겁니까?”

“최건우가 여주시에 20조 원을 투자…, 사실 여주시에 투자한다고 표현하긴 어렵지만요. 어쨌든 그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 그래도 높던 장 시장의 지지율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저도 그 소식 들었습니다. 지지율이 90%에 육박한다면서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이더군요. 나 원, 여주시가 북한도 아니고.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됩니까?”

“지지율이 올라간 과정이 중요합니다. 최건우가 그랬지 않습니까? 장문오가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분에 여주시에 교육 타운을 건설할 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그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최건우에게 협조하면 여주시 예산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는데, 들은 체 만 체하고 교육 타운을 허가한 게 장문오입니다.”

“2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그깟 예산 몇 백 억 줄이는 게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최건우가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줄 알았으면 더 강력한 압박 카드를 준비해야 했었습니다.”

초이스 에듀가 너무나도 승승장구하며 공교육 분야까지 위협하기 시작하자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 일명 최건우 길들이기를 준비했는데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타이밍입니다. 여주시에 교육 타운을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장문오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최건우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두 사람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약속이 있는 것 같다?”

“증거는 없지만 정황만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장문오가 민국당 정치인들에게나 인기가 있었지 대중들에게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건우의 말 한마디로 인지도가 부쩍 올라갔습니다. 그게 과연 우연일까요?”

“음…. 그것까지는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얼마 후 장문오가 민국당 복당을 발표했다는 건…,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겠군요.”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교육 타운 발표, 최건우의 장문오 공개 칭찬, 장문오의 민국당 복귀. 이 과정이 너무나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장문오를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올려놓기까지 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완벽한 복당 방법이 있을까요? 복당을 위해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놓지 않은 한 이렇게 자연스러운 과정을 밟기는 힘듭니다.”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까지 느껴지는 노골적인 행보였다.

대선은 마라톤과 비슷해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스퍼트를 하는 것보다 힘을 비축한 다음 마지막에 힘을 폭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함부로 선두로 나갔다가 모진 풍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가끔은 돌연변이 같은 실력자가 등장할 때도 있다. 처음부터 선두로 내달려 결승점까지 단숨에 통과해버리는 괴물.

밤색 슈트의 남자는 장문오가 그런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정치판에도 지금껏 깜짝 스타는 많았습니다. 잠깐 인기를 끌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참 좋겠지만 교육 타운이 망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진 않을 겁니다. 20조 원이 투입되는 대공사입니다. 기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있겠습니까? 건설 과정은 계속해서 이슈가 될 겁니다. 공사를 허가해준 것밖에 없다고 해도 그게 다 장문오의 업적입니다. 그러니 교육 타운 공사가 계속 되는 한 그 이름 석 자가 끊임없이 언론에 노출이 되겠죠.”

“어제 인터넷을 하다가 참 묘한 글을 읽었습니다. 여주시는 이제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도시가 될 것이고, 그 기반을 만든 사람이 장문오라고 주장하더군요. 그러면서 여주시에서 정치력, 행정력, 리더십을 증명한 장문오야말로 최고의 대통령감이라고 했습니다.”

“허허. 그것참. 그 정도면 거의 노골적인 행보군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요?”

백발의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깜짝 스타가 아니라 강력한 대권 후보의 등장인 건 확실합니다. 문제는 장문오가 대통령이 되는 게 우리로서는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라는 건데….”

“맞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류명훈에 대한 복수를 우리에게 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과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던 류명훈 전 대통령. 그의 이름이 나오자 회의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