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3화
[초이스 에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놀라운 수능 적중률과 무료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교육 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초이스 에듀가 때아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XX시에 있는 ‘보습학원연맹’이라는 단체가 XX시청을 기습 방문해 초이스 에듀가 준비 중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시청이 불허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XX시 ‘학부모 모임’에서는 ‘보습학원연맹’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학부모 모임’에 따르면 XX시는 지방에 있는 소규모 도시라서 대도시와 비교해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문제점을 초이스 에듀의 라이브 스트리밍 교습소로 보완할 기회인데 ‘보습학원연맹’으로 인해 그럴 기회를 박탈당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보습학원연맹’은 이 주장에 대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보습학원연맹 회장은, ‘우리 XX시에 초이스 에듀 분점이 들어온다면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양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습소는 아니다. 교습소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장난에 지니지 않는다. 초이스 에듀 분점을 내 달라는 지역 교육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으니 대충 작은 교습소 하나를 지어서 눈가림하려는 것이다.
물론 작은 교습소 하나가 영향을 줘봐야 얼마나 주겠나? 우린 단순히 교습소 하나 때문에 항의하는 것이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초이스 에듀의 강사 인증제도다.
대체 누가 감히 그들에게 강사를 인증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인가?
교사 자격증은 국가에서 준다. 그리고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용시험을 시행해 국·공립학교 교사를 선발하는 것도 역시 국가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학원 강사는 다르다. 교육청에 학원 강사 등록을 하려면 최소 2년제 대학 학위가 필요하다. 그것만 있으면 된다. 더 이상의 자격은 필요치 않다.
2년제 대학 학위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학원강사가 될 수 있다는 걸 국가가 인정한 셈인데, 초이스 에듀가 무슨 자격으로 강사를 인증한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초이스 에듀는 사교육 시장의 절대적 강자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초이스 에듀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무조건 신뢰하고 본다.
그런데 그들이 자신들의 신뢰를 무기로 강사 인증을 시도한다면 그건 국가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단순히 우리의 생존권 때문에 투쟁에 나선 것이 아니다. 초이스 에듀의 독선적인 행태에 반기를 들고 교육을 볼모로 국가 권위에 도전하는 오만함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중략)
- 한정일보 김영태 기자
[초이스 에듀,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초이스 에듀는 사교육 시장에서 유일한 매머드로 군림하고 있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런 초이스 에듀가 교습소 사업을 시작해 자신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보습 학원의 생존권을 위협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큰 규모의 학원 중에서도 초이스 에듀와 경쟁에서 밀려 파산한 곳이 여럿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에서 그러한 경쟁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호랑이와 사자의 경쟁에서 사자가 밀려났다고 해서 호랑이를 손가락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먹이를 잔뜩 먹어 배부른 호랑이가 재미 삼아 토끼를 잡아 죽인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물론 진짜 정글 속이라면 그것 또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고 치부하겠지만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지성이 있는 인간이다.
짐승이 아니고 인간이라면 다른 사람은 굶어 죽든 말든 혼자만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초이스 에듀의 교습소 사업 진출은 굉장히 비상식적이다.
그동안 초이스 에듀가 보여준 행보가 탐욕스러웠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을 텐데, 앞장서서 사회적 약자를 도와왔던 곳이라 최건우 대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단순히 실수였을까? 아니면 그동안 숨겨왔던 탐욕스러운 모습을 이제야 제대로 드러내는 것일까?
둘 중 무엇이 되었던 자신보다 약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략)
- 주간 위클리 편집부
***
“대표님. 신문 기사 보셨습니까?”
차지훈이 황당한 얼굴로 건우를 찾았다.
“어떤 신문사 기사를 말씀하시는 거죠?”
“한정일보 기사 말입니다. 인증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기사였는데 혹시 보셨죠?”
“네, 저도 봤습니다. 골목상권 자체에만 집중할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대로 한 방 먹었네요.”
교습소 운영은 포기하고 교육을 통한 강사 인증 방식만 유지하려고 했는데 한 신문사가 그 문제까지 걸고넘어지자 두 사람은 약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이라면 한정일보만 그 문제를 다뤘지 다른 신문사는 골목상권 침해에만 집중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니었으면 꽤 골치 아팠을 텐데요.”
“그러게요. 저도 처음엔 정부에서 그렇게 지침을 내린 건가 싶었는데 다른 신문사 기사를 보고 안도를 했습니다. 김영태 기자라는 사람이 다른 기자들보다 통찰력이 있었던 거겠죠?”
“똑똑한 기자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아쉽네요. 마음 같아서는 우리 쪽으로 데려오고 싶은데 하필 한정일보라서.”
“한정일보면 조순희 친정인가요?”
한정일보는 한국 3대 언론사 중 하나이며 용선재의 아내인 조순희 오빠가 사주로 있는 곳이다.
“네. 맞습니다. 김영태 기자라는 친구가 똑똑한 건 맞는 것 같은데, 한정일보에 대한 충성심이 꽤 있어 보입니다.”
건우와 차지훈이 계획한 일을 꿰뚫어 봤다는 건, 꽤 놀라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게 보이세요?”
“정부가 원하는 기사를 쓸 때는 위에서 가이드라인 같은 방침이 내려옵니다. 기자들은 거기에 맞춰 일제히 기사를 쓰죠.”
“그런데요?”
“똑같이 가이드라인이 내려왔을 텐데 다른 기자들과 기사 내용이 다르지 않습니까? 다른 기자들은 골목상권 침해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김영태 기자는 강사 인증 제도까지 관심을 보였습니다. 단지 똑똑해서요? 아닙니다. 김영태 기자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과잉충성을 한 겁니다.”
“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아쉽다는 겁니다. 똑똑해도 한정일보에 충성하는 사람을 데려올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다른 기자들이 김영태 기자의 기사에 동조를 안 해서 말입니다. 다른 신문사까지 관심을 가졌다면 제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려졌을 텐데 말입니다.”
“똑똑해서 견제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잘난 놈이 혼자 관심을 받고 싶어 튀는 행동을 했으니 평범한 놈들 눈에는 눈꼴이 시렸겠죠. 그래서 그럴듯해 보여도 무시했을 겁니다. 네가 뭔데 가이드라인을 제멋대로 바꾸느냐고 속으로 욕이나 안 했으면 다행일 겁니다. 그게 대표님 말씀처럼 우리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요.”
“그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겠죠?”
“네, 준비는 이미 완료하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반박기사 올릴까요?”
“그렇게 해주세요. 이런 문제는 동조하는 사람이 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진압하는 게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
[웬 난데없는 골목상권 침해?]
최근 들어 초이스 에듀를 비난하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 실상을 보면 정말 순수하게 골목상권을 걱정해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사실 골목상권 침해라는 표현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 골목상권 침해를 규제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유통산업’은 농산물·임산물·축산물·수산물(가공물 및 조리물을 포함한다) 및 공산품의 도매·소매 및 이를 경영하기 위한 보관·배송·포장과 이와 관련된 정보·용역의 제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을 말한다.
따라서 학원사업의 경우는 애초에 골목상권 침해 규정에 들어가지 않는다. 설사 유통산업 카테고리에 학원사업이 들어간다고 가정해도 소규모의 교습소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대규모 점포' 기준(연면적 3천㎡ 이상)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라이브 스트리밍 교습소 사업을 골목상권 침해라고 정의내리고 비난하는 건 명백한 초이스 에듀 죽이기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다. 최건우 대표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영달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돈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를 탐욕에 눈이 어두워 상도의도 무시하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중략)
- 페이버 뉴스 장윤정 기자
[초이스 에듀, 우리는 교습소 운영에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라이브 스트리밍 교습소가 골목상권 침해인지 아닌지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초이스 에듀가 그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대승적 결정을 내려 화제다.
초이스 에듀 손다정 실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굉장히 유감을 표시했다. 처음부터 규모가 작은 보습 학원의 생계를 위협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서로 공생할 수 있는 롤모델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 뜻이 잘못 이해가 된 것 같다며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아래는 그녀가 말했던 전문이다.
‘지방의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전국에 있는 각 중소 도시에도 초이스 에듀 분점을 내주길 원하셨습니다. 우리는 고민을 했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라이브 스트리밍 교습소의 시작입니다.
사실 라이브 스트리밍 교습소라는 초이스 에듀 분점과 비교하면 체계가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강사 교육입니다.
지금 현재 최건우 대표님이 만든 커리큘럼이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정식 교과서에 그 내용을 수록하기 시작했고 유럽과 호주도 빠르면 이번 하반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 안에 일명 ‘초이 커리큘럼’을 수록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커리큘럼이지만 그 내용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요?
그건 초이 커리큘럼을 만든 최건우 대표님입니다.
교습소 강사 인증제라는 것은 바로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그 노하우를 의욕 있는 다른 강사분들에게도 전달하여 중소 도시 학생들도 본점 학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하고자 하는 게 그 목표입니다.
자격증 장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 달여 교육 기간의 숙식비가 초이스 에듀가 받는 돈의 전부이며, 출퇴근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는 단 한 푼의 금전적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초이스 에듀 소속 강사님들은 매우 바쁘신 분들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그 어떤 금전적 혜택 없이 당신들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 과정에 불성실하게 임하여 교습소 강사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분을 탈락시키고 있을 뿐 인증을 받기 위해 임용 시험과 같은 별도의 거창한 선발과정도 없습니다.
다시 성실하게 교육에 임한다면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인증입니다. 따라서 이 제도로 전체 강사님들의 자격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마지막으로 항간에 떠도는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교습소 운영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며 교습소 운영에 따른 그 어떤 이권도 취득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이는 지방에 계신 강사님들이 보다 안정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지방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번 인증 과정을 통과한 강사님들을 대상으로 교습소 개소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이자로 빌려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놨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 초이스 에듀는 교습소를 통해 어떤 금전적 이득을 않을 것이며, 만에 하나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유언비어를 퍼트를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우리 초이스 에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나일보 김두희 기자
- 와. 최건우 대표 정말 화났나 보다. 허긴, 수십조 원을 교육 타운에 때려 넣는 사람이 교습소로 푼돈이나 탐낸다는 게 말이나 됨?
- 이번에도 교육부의 짓일까요? 거긴 예전부터 최건우 대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잖아요.
└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요? 최 대표 잡아먹으려다가 장관 목이 두 명이나 날아갔는데….
- 골목상권 침해니 어쩌니 하는 기사가 처음부터 이상했음. 학원은 유통업체가 아닌데 무슨 골목상권 침해.
└ 기자가 무식해서 그런 겁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기레기 기레기 하는가 봅니다.
이렇듯 교피아, 정부, 여당 연합 세력이 준비했던 전초전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전초전에 불과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