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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151화 (151/190)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51화

콰앙, 쾅!

쉴 틈도 없이 서로의 마력이 충돌하고 부딪쳤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들을 막아 내면서도 벤야민은 클로드를 향하는 공격까지 쳐 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벤야민은 욕지거리를 삼키며 쉴 새 없이 수식을 외웠다.

잠깐이라도 방심했다간 그 틈으로 살기 어린 공격이 파고들 것이다.

“왜 엄살이야?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너 이리 안 나와?!”

“싫어, 괜히 나섰다가 너한테 처맞으면 어떡해.”

“개새끼.”

“그건 너고, 이 똥개 새끼야.”

벤야민은 이를 갈며 틈틈이 올리븐이 날려 보내는 불덩이들을 얼음 창으로 쳐 냈다.

“이야, 아주 잘하네!”

짝짝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올리븐의 면상에 마력 창을 박아 넣고야 말리라.

벤야민은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금 마력을 재정비했다.

‘……정작 치명적인 마법은 사용하지 않고 있어. 무슨 꿍꿍이지?’

날아드는 마법을 신경질적으로 쳐 내면서도 벤야민은 마음을 냉정하게 가라앉히고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올리븐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쓸데없는 신경전이나 하자고 여기까지 쳐들어올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노리는 것은 확실한데, 벤야민의 신경을 건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처럼 굴었다.

그것이 더욱 수상하였다.

“머리 굴릴 틈이 있나 보네?”

눈치 빠른 올리븐이 이번엔 더욱 강력한 마력을 담아 클로드에게 쏘아 보냈다.

“……!”

잠시 벤야민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 틈을 타 다른 흑마법사들이 벤야민에게 포박 마법을 발동시켰다.

“큭!”

벤야민의 양 팔목과 발목에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쇠사슬이 촤라락 하고 감겼다.

서둘러 사지에 마력을 둘러 쇠사슬을 부수려고 했지만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마법은 일반 마법과는 달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올리븐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쨍그랑!

“……암브로시아 공자!”

클로드의 침대 주변을 감싸고 있던 벤야민의 방어 마법이 깨졌다.

깨진 방어 마법이 마치 유리 조각처럼 흩날렸다.

머리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마력 조각들이 상황에 맞지 않게 예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클로드의 머리 위로 올리븐의 스산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죽으렴, 꼬맹아.”

올리븐의 마력 창이 정확하게 클로드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클로드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릿속으로 처음으로 아버지가 자신을 다정하게 끌어안아 줬던 날과,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주던 사라의 미소가 떠올랐다.

‘벤야민을 조금 더 믿어 보세요, 클로드 님. 그 아이는 클로드 님을 정말 좋아하니까, 최선을 다할 거예요.’

다정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하던 사라의 목소리를 떠올릴 때쯤.

클로드는 한참이 지나도 자신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의아한 얼굴로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의 앞을 지키고 있는 넓고 단단한 등이었다.

“아, 아저씨…….”

클로드의 앞을 막아선 것은 벤야민이었다.

올리븐의 마력 창에 옆구리를 내어 준 채로 말이다.

“……하.”

벤야민은 울컥울컥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올리븐을 노려보았다.

올리븐은 제 몸을 방패 삼아 클로드의 앞을 막아선 벤야민을 보며 충격으로 굳어 버렸다.

새하얗게 질린 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

“저게 뭔데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올리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려 오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떨림이었다.

벤야민은 입 안에 차오르는 핏물을 뱉어 내며 빈정거렸다.

“네게 이해받을 필요는 없지.”

올리븐의 마력이 상처를 타고 흐르며 내부를 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순간 흐릿해지는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려 눈을 깜빡이며 벤야민은 클로드를 좀 더 자신의 등 뒤로 감추었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

그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피를 보며 클로드가 울먹였다.

벤야민은 그런 클로드의 머리를 다른 손으로 꾹 누르며 말했다.

“방금 내가 네 목숨 구해 준 것 같은데……, 아직도 난 아저씨냐? 망할 꼬맹이.”

“지금 농담할 때야!”

클로드는 와락 성질을 내면서도 제 머리를 쓰다듬는 벤야민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더듬더듬 벤야민의 손을 마주 잡는 클로드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오고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올리븐은 어쩐지 헛구역질을 할 것만 같아 이를 악물었다.

“벤야민……, 너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나도 스승님 같아졌나 보지.”

“뭐?”

“원래 뛰어난 제자는 스승을 따라가는 법이니까.”

벤야민은 그의 스승인 사라가 왜 클로드를 애지중지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저 눈물 고인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말이다.

물론 스승과 벨루나처럼 호들갑을 떨 생각은 없지만.

그는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스승을 따라가는 잘난 제자.”

“…….”

벤야민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천천히 올리븐에게 향했다.

“넌 그걸 못 따라가는 못난 제자.”

“벤야민!”

분노한 올리븐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벤야민은 클로드를 뒤로 물리며 다시 한번 손에 마력을 일으켰다.

“흑마법사 새끼가 어딜 감히 내 이름을 함부로 불러.”

콰아아아아앙!

두 사람이 서로 충돌하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동이 일어났다.

“악!”

클로드가 힘없이 뒤로 넘어지려 하자 페넬로아가 달려가 품으로 받아 냈다.

“암브로시아 공자, 괜찮아요?”

“……아, 아저씨가……, 벤야민 아저씨가.”

“괜찮아요, 아직 괜찮아.”

페넬로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클로드를 보듬어 안으며 긴장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흑마법사들은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올리븐과 벤야민의 싸움을 보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흥미로운 것에 사로잡히면 다른 것은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사라가 말한 적이 있었다.

흑마법과 백마법의 싸움이라 그들의 흥미를 잡아끈 모양이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해.’

페넬로아는 빠르게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다가 이내 침대 위에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메이를 바라보았다.

그 옆에선 론다와 베론도 눈을 뜬 채 조용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으으, 이게 무슨.”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하는 메이에게 페넬로아는 빠르게 다가갔다.

“쉿.”

“페넬로아 님?”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요? 지금 당장 암브로시아 공자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

빠르게 속삭이는 페넬로아의 말에 메이는 입을 꾹 다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곤 경악으로 굳어진 얼굴을 한 채 론다와 베론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기절해 있다가 난장판이 된 상황을 목격한 터라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했다.

그때 메이가 서둘러 품속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사라 님이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남기신 게 있어요.”

“뭐죠?”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 위험할 것 같을 때 쓰라고…….”

메이가 내민 것은 동그랗고 아주 작은 거울이었다.

이걸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라는 걸까.

다들 곤란한 얼굴로 멍하니 거울을 바라볼 때였다.

클로드가 비장한 얼굴로 메이의 손에서 거울을 잡아챘다.

“……유모는 모르는 게 있으면 일단 부딪쳐 보라고 했어.”

“네?”

“이거 던져 봐도 될까?”

“어디로요?”

메이의 물음에 클로드는 말없이 번쩍번쩍한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싸우고 있는 벤야민을 바라보았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벤야민이었다.

클로드를 감싸다가 큰 상처를 입은 벤야민의 얼굴은 창백히 질려 있었다.

“……사라 님의 의중은 클로드 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시겠지요.”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클로드는 동의를 구하듯 베론과 론다도 바라보았다.

“뜻대로 하십시오.”

“원하는 대로 해 보세요.”

그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잘게 떨리고 있는 클로드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

클로드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울을 꽉 쥐었다.

거울은 작은 클로드의 손에 알맞게 꽉 찼다.

그립감이 아주 좋은 것이 마치 던지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럼 던진다!”

클로드는 있는 힘껏 벤야민과 올리븐이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거울을 던졌다.

그걸 가장 먼저 목격한 것은 한창 싸움 구경을 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이었다.

“……저게 뭐야?”

“거울?”

그들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거울을 멍하니 바라볼 때였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가던 거울이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달빛을 받는 순간, 찬란한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

“……!”

그것은 한창 서로를 향해 살기 어린 공격을 퍼붓던 벤야민과 올리븐의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할 정도의 빛이었다.

“저게 무슨…….”

올리븐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리는데, 그 순간 이곳에서 들려선 안 될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못 본 사이에 더욱 못나졌구나, 올리븐.]

곱고 부드러우며 다정한 여유가 흐르는 목소리.

클로드를 포함한 모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하게 바뀌었다.

사라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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