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90화
* * *
크롬벨에 기적이 내려왔다.
“대륙군이 항복하고 물러났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그들 사이에 흑마법사들이 숨어 있었다는 모양이에요. 흑마법사를 처단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제국의 명예를 땅에 처박았던 자들이 뻔뻔하게도…….”
“다행히 현명하신 3황자님께서 정신 나간 황제를 처단하고 흑마법사 카제르 드 크롬벨을 황실 계보에서 지워 버린 채 마탑에 그 시체를 넘겼다죠? 대륙 동맹은 그 명분이 사라진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엄청난 배상액을 토해 내야 될 처지가 되었군요.”
대륙군 사이에 흑마법사들이 숨어들었고, 대륙 동맹을 맺었던 각 황제와 왕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마탑에 의해 드러났다.
그들이 크롬벨 제국을 침략하며 내세운 명분이 도리어 자신들의 목을 조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대륙 동맹은 이제 꼼짝없이 크롬벨의 새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다.
“크롬벨의 명예를 새 황제 폐하께서 회복해 주셨어요. 게다가 밀런 소백작이 마탑주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국의 귀족이 마법사라니.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알톤에서 죽었다고 했는데……. 과연 암브로시아가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는군요. 사라 밀런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소리가 있어요. 마탑이 유일하게 암브로시아 공작을 통해서만 움직이는 게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
“세상에……. 그런데 왜 사라 밀런은 암브로시아 공작가에서 유모 노릇이나 하고 있었대요?”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귀족들은 크롬벨의 권력 구도에 새롭게 떠오른 사라 밀런을 주목하였다.
전쟁터에서 그녀와 마법사들이 보여 준 압도적인 힘은 아름다우면서도 파괴적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귀족들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명예를 온몸에 두르고 있는 이였다.
벌써부터 귀족들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 * *
크롬벨의 온 제국민과 귀족들이 축제 분위기에 잠겨 있을 때.
황궁은 이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암브로시아 공작, 지금 이걸 내가 다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내가 일렉사와 페넬로아의 얼굴을 본 게 언제인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크롬벨의 새로운 황제가 된 일레온 드 크롬벨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신 우는소리를 냈다.
체면도 품위도 전부 걷어 버린 그는 책상에 뺨을 대고 늘어지며 서럽게 울었다.
“아직 대륙 동맹과의 협상도 끝나지 않았고, 황위 찬탈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귀족들도 처리하지 않았는데 대관식이 무슨 말입니까.”
기세 좋게 아버지인 황제를 몰아내고 황궁을 차지한 일레온이었지만, 그조차도 결국 에단 암브로시아가 짜 놓은 판에 체스 말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레온은 이제 에단이 짜 놓은 스케줄을 기계적으로 수행하고 또 수행하다가 결국 백기를 들어 버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폐하. 제가 이것을 언제부터 준비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에단은 일레온의 투정 어린 항복 선언을 코웃음과 함께 무시했다.
그는 일레온이 뺨을 붙이고 있는 책상에 엄청난 양의 장부들을 쾅, 하고 내려놓았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드는 일레온의 눈에 서늘하게 웃는 에단의 얼굴이 한가득 담겼다.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귀족들이 비자금을 빼돌린 자금줄도, 전쟁을 이용해 제 잇속을 채우고 영지민들을 보호하지 않은 정황 증거들도 전부 다 제 수중에 있습니다.”
“이게 전부…….”
“이걸 보고도 폐하를 따르지 않을 자는 없을 겁니다.”
일레온은 조금 질린 얼굴로 에단이 내민 장부를 살펴보았다. 하나하나 공개하고 처벌하기만 해도 제국의 귀족 절반이 처형당할 수도 있는 증거들이 수두룩했다.
바야흐로 이 장부로 인해 일레온은 역사상 가장 강한 황권을 쥐고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암브로시아는 욕심이 없는 겁니까? 이 정도면 황위를 그대가 차지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겁니다.”
“별소리를 다 하십니다, 폐하.”
에단은 정말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처럼 미간을 좁히곤 말을 이었다.
“그 귀찮은 걸 왜 합니까. 저 바쁩니다.”
“…….”
일레온은 정말, 진정으로 크롬벨 제국의 황제라는 자리를 귀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에단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폐하께서는 그러니 서둘러 제국을 온전히 장악하셔서 제게 휴가나 주십시오.”
“……약속하겠습니다, 공작.”
에단의 입가에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보며 설마 하던 일레온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지금 휴가 가고 싶다고 내 대관식을 서두르는 겁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비슷합니다.”
에단이 말꼬리를 늘이며 대답했다. 그걸 알아챈 일레온은 그의 기분이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슷한 건 또 뭡니까? 내 대관식을 꼭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저 결혼해야 합니다.”
“결, 혼……?”
“예. 폐하의 대관식이 끝나야 식을 올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에단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맺혔다. 그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에 일레온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설마 밀런 소백작과?”
“맞습니다.”
“세상에.”
일레온은 그제야 사라와 에단의 사이가 수상하다고 했던 페넬로아의 말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에단의 짝으로 사라만 한 레이디가 또 없기도 했지만, 일레온도 결국은 황제였다.
마탑의 주인인 사라와 암브로시아의 결합이 크롬벨에 가져다줄 막대한 이익들이 일레온의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자연스레 그의 입가에도 에단과 같이 기분 좋은 미소가 맺혔다.
“대체 언제 밀런 소백작에게 청혼한 겁니까, 공작?”
설렘 가득한 일레온의 물음에 에단의 입꼬리가 다시 슬쩍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이던 일레온이 설마 하며 물었다.
“설마 아직 청혼 전입니까?”
“…….”
에단은 또 대답하지 않았다. 일레온은 그것이 긍정의 뜻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 웃으며 말했다.
“청혼도 안 해 놓고 결혼부터 생각하다니. 정말 애가 닳았군요, 공작.”
“조용히 하십시오, 폐하.”
제국의 황제가 된 일레온에게 감히 입 다물라고 할 수 있는 남자가 청혼 하나 못했다니.
일레온은 페넬로아가 사라와 에단의 이야기를 하며 설레 하던 그 기분을 그대로 느끼며 말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공작? 내가 또 프러포즈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합니다. 페넬로아가 정식으로 내 반려가 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날 받아 준 게 뭐 때문이겠습니까?”
일레온의 말에 에단의 눈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차면서도 에단의 상체가 조금은 일레온 쪽으로 기울었다.
* * *
“공작님이 오셨다고?”
“네, 사라 님. 그것도 엄청 큰 꽃다발을 사 오셨대요. 그렇다는 건…….”
“오늘인가!”
사라는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두 손을 모으곤 소리 없이 환호했다.
“클로드 님의 말이 맞았어. 역시 공작님이 내게 청혼하려나 봐!”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에단이 그녀에게 청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었다.
귀족들은 에단이 온 제국의 뛰어난 세공사들을 전부 불러 반지를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 그 주인이 누구인지 토론하기 바빴다.
보석상들은 다이아몬드가 들어오는 족족 암브로시아에서 최고가로 매입하고 있다며 행복한 비명을 내질렀다.
벨루나는 에단의 독촉에 꽃을 더 탐스럽고 싱그럽게 피워 내는 마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연신 사라에게 은근히 힌트를 주었다.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사라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방 안을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채 손까지 바들바들 떠는 사라를 보며 메이와 론다는 미소를 삼켰다.
그때 똑똑, 하고 베론이 사라의 방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말했다.
“밀런 소백작님, 주군께서 잠시 대화를 청하십니다.”
“헉, 그래요? 지금이요?”
“예, 온실에서 보자고 하십니다.”
사라는 고개만 겨우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보는 베론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가득하였다.
암브로시아의 온 식구가 전부 다 알았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거란 걸 말이다.
“사라 님, 절대 아는 척하시면 안 돼요! 모른 척하시고 예상 못 한 척하세요!”
메이와 론다는 사라보다도 더 들뜬 목소리로 방방 뛰었다.
하지만 머릿속이 금세 새하얗게 된 사라에게는 그들의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에단 암브로시아가 자신에게 청혼한다. 에단 암브로시아가 남편이 된다. 에단 암브로시아가 이제 내 남자다, 내 거다, 라고 공식적으로 말해도 된다!
그동안 에단에게 헛수작을 부리는 영애들을 보면서 얼마나 열이 받았던가.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끝!
“가죠.”
사라는 비장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온실로 향하는 걸음걸음마다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눈빛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야말로 암브로시아의 모두가 응원하는 청혼이었다.
“……휴.”
그렇게 사라는 긴장감에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온실 앞에 섰다.
“저희의 마님이 되어서 돌아와 주세요.”
메이는 웃는 얼굴로 사라를 배웅했다. 사라는 화르륵 타오를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
온실의 문을 열자 기존의 온실에서 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꽃향기가 확 밀려들었다.
푸르른 녹음을 담은 청아하고도 달콤한 향기였다. 그 향에 사라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온실은 온통 사라가 좋아하는 꽃들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
“와…….”
화려하면서도 단아했고, 군데군데 예쁜 빛을 뿌리는 것은 마법석을 박아 넣은 마력 등이었다.
천장에서는 화려한 빛이 마치 눈송이처럼 사르르 내리고 있었고, 사라의 어깨에 닿자 톡 하고 터지며 부드러운 향기를 퍼트렸다.
척 보아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고도 남는 마법진을 온실 전체에 깔아 둔 것이다.
저것들을 누가 다 연구하고 제작했을지 훤히 보였다. 에단 암브로시아는 이제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제 손아귀에서 굴려 대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러니 반할 수밖에 없잖아.”
멍하니 중얼거리는 사라의 목소리에는 차오르는 벅참이 묻어 나왔다.
현재 이 제국에서 가장 바쁠 남자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너무나 눈에 잘 보였다.
사라는 천천히 에단이 꾸며 놓은 온실을 감상하며 걸어갔다. 그 시선 끝에 그녀를 기다리며 서 있는 에단의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사라는 그런 에단을 보고 잠시 숨을 참아야만 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백금발을 단정하게 쓸어 올린 에단은 암브로시아의 제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던 사라와 눈이 마주치자 에단 암브로시아의 조각 같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르르 웃는 에단의 얼굴을 본 사라는 생각하던 것을 무의식중에 입 밖으로 내고야 말았다.
“진짜 결혼하고 싶다.”
그 중얼거림을 들은 걸까. 에단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건 내 쪽에서 먼저 해야 할 말이었는데요, 사라.”
“…….”
곤란한 듯 난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에단을 사라는 정말 숨조차 쉬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원래 에단 암브로시아는 인간의 것이 아닌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의 그는 정말 뭐랄까. 지구고 우주고 전부 다 그의 미모로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 남자가 내 남자가 될 수만 있다면 온 세상을 다 가져다 바쳐도 모자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난 남자가 천천히 그녀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등에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
“……아.”
에단의 입술이 닿은 손등이 불에 탄 것처럼 뜨거워졌다. 사라의 입술 사이로 떨리는 숨이 새어 나왔다.
그런 그녀를 보고 에단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사라, 감히 내가 당신을 원한다고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공작님, 저는…….”
“나는 생각보다 욕심이 많습니다. 허락을 구하면, 내가 어디까지 당신을 갈구하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에단은 그의 불안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암브로시아의 힘이 온전히 사라를 원하고 갈구하는 힘으로 변하였다.
한쪽의 영혼이 마법사의 맹약으로 인하여 소멸한 뒤 불안정함에 흔들리는 사라를 에단의 힘이 이곳에 붙들어 두고 있었다.
벤야민과 벨루나는 에단의 힘이 아니면 금방이라도 스승의 영혼이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 몰라 불안해했지만, 실은 에단은 그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사라의 영혼을 붙잡는 것이 자신의 힘이라니. 자신으로 인해 사라가 이곳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니.
이런 식으로 사라가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린 사실에 깊은 만족감을 느낀 스스로가 두려웠다.
“언제나 그게 문제였어. 당신에겐 나를 버릴 수 있는 수백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나에겐 단 하나도 없다는 게.”
“……!”
에단의 말에 사라는 심장이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에단이 불안에 떨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투둑, 하고 사라의 하얀 뺨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청하겠습니다, 사라.”
에단은 품에서 반지를 꺼내어 내밀었다. 사라의 눈동자를 닮은 푸르른 빛을 품은 다이아몬드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내가 더는 저열하게 그대를 탐하지 않을 수 있게.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
사라는 가만히 에단이 내민 반지를 바라보았다. 눈물 때문에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도 반지가 품은 빛은 선명하게 보였다.
“저열한 건 나예요, 공작님.”
“……사라?”
“공작님이 나를 갈구하는 것도, 탐하는 것도 미치게 좋아요. 더 해 주면 좋겠어.”
사라의 말에 에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그를 보며 사라는 눈물 젖은 얼굴로 웃었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에단 암브로시아라는 남자를 사랑해요. 정말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 왔어. 그걸 모르는 당신이 나빠.”
그렇게 말하며 사라는 에단이 내미는 반지를 빼앗듯이 집어 들고는 그대로 에단에게 입을 맞추었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던 에단이 이내 사르르 웃으며 사라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청혼은 무조건 불쌍하게 보이는 게 제일입니다, 공작. 아시겠습니까? 나 이렇게 불쌍하니 받아 달라고 드러누워야 한다고요.’
일레온의 충고가 퍽 쓸 만하다고 여기며 말이다.
“됐다! 됐어!”
그때 저 멀리서 숨은 채 그 둘을 지켜보던 클로드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클로드 님?”
“클로드?”
난데없이 나타난 아이 때문에 놀란 사라와 에단이 화들짝 놀라 떨어졌다.
“하…….”
클로드의 뒤로 난처하게 얼굴을 구기고 있던 벤야민이 아이를 말리려던 손을 어색하게 내리고 있었다.
“유모!”
“……네, 네!”
“내 엄마가 되어 줘!”
이번엔 클로드가 품에서 반지를 꺼내어 사라에게 내밀었다. 클로드의 눈동자처럼 녹색 빛이 아름다운 오팔이 박힌 반지였다.
“헉.”
사라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굳은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맑게 웃는 클로드를 보고는 조금 전에 눈물을 흘렸던 것과 차원이 다르게 오열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럴게요……, 그렇게 할게요, 클로드 님.”
펑펑 울며 클로드를 껴안고 감동의 파도에서 헤엄치는 사라를 보며 에단은 허탈함에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윽고 제게 손을 뻗는 사라와 클로드를 부드럽게 안아 주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사랑합니다, 사라.”
“나도 사랑해.”
두 남자의 고백을 들으며 사라는 생각했다.
이제야, 겨우 제 자리를 찾게 된 것 같다고.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본편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