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39화.
“……그게.”
작은 얼굴이 온통 붉었다. 긴장을 풀어 주려 실없는 소릴 했건만 의외의 소득. 당황하는 향기가 귀여워 무현은 더 짓궂게 굴었다.
“만졌어?”
“아니에요! 보기만 했어요!”
아, 망했다. 향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얼핏, 정말 얼핏 봤다. 보려던 게 아니라 가위로 잘못해서 상처를 낼까 봐.
속옷만 남긴 무현은 향기를 내려다보며 몸을 겹쳤다. 등허리 밑으로 팔을 넣어 그녀를 끌어안고 솔직히 말하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러 보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다칠까 봐.”
향기의 목소리가 떨려 나온다. 무현은 가녀린 목에 입술을 묻었다. 그의 입술이 긴 목을 타고 옴폭 파인 쇄골로 움직였다.
“거짓말.”
폴폴 풍기는 달콤한 체향에 입술이 녹아 버릴 것 같았다. 목 언저리에 그의 입술이 닿자 커다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바로 이불을 덮었어, 읏.”
무현은 마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눈까풀이 어른거려 눈을 떴을 때로. 유난히 맑은 눈동자가 지금처럼 바짝 다가와 그를 긴장시켰던 때로.
상황은 달라졌지만 향기는 지금도 울기 일보 직전이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다.
“그래서 보고 놀랐어?”
“아니 그게, 흡!”
입술이 다시 맞물렸다. 향기는 눈을 감았다. 욕실 앞에서 나눴던 키스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저를 달래듯 혀끝에 그의 혀가 닿았다. 목이 타는 것처럼 아찔했다. 무현이 주는 타액이 생수처럼 달았다. 마치 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그의 것이 바짝 마른 목을 축여 준다. 단단한 무현이 꽉 안아오자 온몸이 떨려 온다.
타인의 체온이 이렇게 달게 느껴질 수 있는 걸까.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눈에 담고 무현은 향기의 베스 가운을 풀었다. 뽀얀 피부를 손으로 쓰다듬자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그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었다. 보드랍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움츠리는 향기를 아랑곳 않고 한껏 취했다. 비명 같은 신음에 비음이 섞일 때까지.
무현은 촉촉, 입을 맞추고 흘러내린 타액을 핥아 주었다.
“너무 예뻐. 어떻게 하지.”
무현의 눈빛이 낯선데 좋았다. 그의 눈동자 안에 제가 담겨 있는 게 가슴 떨렸다. 제 안에서 일어나는 생경한 반응이 당황스러운데 첨벙, 소리 나게 빠지고 싶다.
“추, 추워요.”
무현은 바르르 떠는 몸을 세게 끌어안았다. 말과 다르게 그녀의 몸은 뜨거웠다.
향기와의 관계를 수없이 상상했었다. 제 품에서 어떤 꽃으로 개화될지, 그 생각만으로도 욕정이 솟구쳐 빈번하게 욕실을 찾았다.
옷을 벗으면 놀라려나. 무현은 몸을 세워 향기의 몸 아래에 깔린 베스 가운을 치웠다. 더불어 제 것까지. 무현의 나신을 본 향기의 입은 벙긋 벌어졌다.
둘은 실오라기 하나 없는 맨몸이 되어 서로를 응시했다. 완벽한 여자의 몸이었다.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향기는 눈을 내리깔고 웅얼거렸다.
“그렇게, 보지 말아요.”
“그게 어려워. 보고 싶어서.”
잔인하긴. 싱싱한 과즙을 섞은 우유처럼 온몸이 분홍빛으로 물든 너를 두고 눈을 감으라니. 단숨에 마셔 버리고 싶었다. 무현은 가슴을 가리는 향기의 손을 떼어 내고 입을 가져갔다. 그가 뿜어낸 열기에 침실은 후끈했다.
여린 몸을 끌어안는데 힘 조절이 안 돼 말랑한 피부가 그의 손에 뭉개진다. 입술로 피부에 붉은 자국을 남기자 향기의 입에서 크게 신음이 터졌다.
“아, 아파욧.”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아픈데 이상했다. 저릿한 통증이 이는데 이상하게 간질간질했다. 무현의 살과 닿는 곳마다 델 것처럼 뜨거운데 몸이 떨린다. 무엇보다 몸에 불길이 이는 흥분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 아저씨, 그 그만.”
무현의 손바닥이 부드러운 살을 쓸고 내려가 움찔하며 오므라드는 허벅지를 벌렸다.
“읏. 아저씨. 거 거긴.”
“이렇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
잔뜩 좁혀진 미간에 입을 맞추고 입맞춤을 해 주었다.
“으으.”
“괜찮아. 부끄러운 거 아니야.”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이 그를 외면했다. 향기의 숨이 거칠어졌다. 무현의 손가락이 그녀의 몸을 기억하며 부드럽게 움직였다. 신음을 참는 향기의 입술을 열고 혀를 얽었다. 향기의 흐느낌이 그의 욕망을 더 부추겼다.
그의 목에 매달려 흐느끼는 향기는 너무 연약했다. 감당을 할 수 있을는지. 무현은 입술을 떼고 향기의 몸을 삼키며 곳곳에 붉은 흔적을 새겼다.
“흐읏.”
“하.”
그리고 몸을 내려 향기의 은밀한 곳에 얼굴을 묻었다. 앙팡진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아, 아저씨!”
원조교제하는 것 같다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무현은 벌을 주듯 발버둥치는 날씬한 다리를 결박해 누르고 맥박이 뛰는 곳에 코를 박고 입술을 맞물렸다.
“악, 하지 마요!”
그렇게는 못 하지.
“다 작아. 너무 예쁘고.”
신기하게 그렇게 보였다. 팔딱거리는 떨림이 그의 입술에 전달된다.
“싫어, 이런 거. 헙.”
무현에 의해 듣기 민망한 소리가 질척하게 울리자 향기는 제 입을 막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손발이 곱고 몸이 달달 떨렸다. 몸 안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게 빨려 나가는 것 같은 묘한 기분. 절대 그럴 리 없는데 맛있다는 듯 삼키는 무현이 좋으면서도 원망스러웠다.
향기의 흐느낌에 무현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생전 처음 해 본 행위가 너무 자연스러워 스스로 놀라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너무 달고 그를 받아들일 향기가 걱정돼서. 한참을 공들였다.
경련하듯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며 향기가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무현은 몸을 세워 향기를 안고 속삭였다.
“사랑해. 우리 부부 1일이다, 그치?”
흠뻑 젖은 무현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몇 번이나 포개졌다.
향기는 무현을 외면했다. 무현이 무현 같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수치심에 눈물이 쏟아지는데 몸은 이상했다. 붕붕 뜨고 바들바들 떨리더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빙그르 천장이 돈다. 현기증에 눈이 떠지지 않는다.
“미워? 벌써 미워하면 안 되는데.”
무현이 몸을 세워 땀에 젖은 향기의 얼굴을 쓸어 주었다. 제 사정이 급하지 않았다면 밤을 새고 싶을 만큼 예쁘고 소중했다. 무현은 향기의 눈에 입을 맞추고 준비해 둔 콘돔을 찢었다.
“이젠 같이할 거야. 우리 둘이.”
꼭 다물린 입술이 고집스럽게 떨어지지 않자 무현은 그녀의 팔을 들어 제 목에 감게 했다.
“이제 할 거야.”
고개를 주억거리는 향기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물리고 몸을 겹쳤다.
“……!”
맞물린 입속에서 비명이 터졌다. 향기는 그의 침입을 몇 번이나 거부했다.
“하지 말까?”
“왜……?”
“너 많이 울릴 것 같아서.”
부드러운 무현의 목소리에 걱정이 담겨 있었다. 향기는 고개를 젓고 그의 목을 두른 팔에 힘을 줬다.
“사랑해요. 안아 줘요.”
“하.”
무현의 눈에 욕망이 이글거렸다. 말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제대로 부채질을 해 준다. 무현은 눈을 질끈 감고 단번에 그녀를 안았다.
향기의 고통 섞인 신음과 단발 무현의 신음이 함께 터졌다. 무현은 몸을 굳힌 향기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그를 위해 고통을 참아 낸 향기가 기특했다.
“흐윽! 아파요.”
“예뻐. 잘 참았어.”
하얗게 질린 얼굴이 안쓰러우면서도 하나가 됐다는 만족감, 향기를 여자로 만들었다는 흥분에 가슴이 벅찼다.
무현은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그녀의 이슬을 남김없이 핥아 삼켰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예쁘고 소중하다고.
잔뜩 쉬어 버린 향기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이젠 어떻게 해요?”
대답보다는 행동으로. 무현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향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소리 질러도 돼.”
향기는 신음하면서 무현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무현이 주는 고통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저를 안고 헐떡이는 그를 마주 안아 주고 싶었다.
“하아, 좋아요?”
그건 내가 물어야지. 무현은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향기의 손길이 멈추는 게 싫었다.
그의 품 안에서 드디어 수줍게 웅크린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아……! 아저씨!”
“하아, 향기야.”
격렬한 절정에 그녀의 신음이 뚝뚝 끊기고 절박하게 그의 등을 긁 내린다.
무현은 절제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채 처음인 향기가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의 밤이 새벽을 맞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