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42화.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을 나누는 게 가능한 신혼.”
“그건 나도 아는데…….”
“알아?”
고개를 끄덕인다. 억울하다는 표정을 하고.
“아저씨가 저를 너무 애 취급하는 거예요. 술 좋아하지 않잖아요.”
정우가 무현은 주량은 되는데 술을 마시면 힘들어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는 향기였다. 무현은 그대로 향기의 입술을 갈랐다. 뜨거운 숨을 들이마시고 그녀의 혀를 빨았다. 동그래졌던 눈이 동의하듯 사륵 감긴다. 후각이 잘못된 건지 향기에게 매번 상큼한 향이 난다. 새콤달콤한 캔디를 입에 물고 사는 여자처럼.
넘치는 입술을 갈취하듯 삼켰다. 신혼의 침실이 그들의 열기로 금방 후끈해진다.
향기의 어머님에 대해 알게 돼 마음이 무거웠다. 그의 가족이 부러웠다던 향기의 진심이 느껴져 화가 났다. 그럴수록 더욱 안아 주고 싶었다. 빈곳을 채워 주고 싶었다.
무현은 숨 가빠 하면서도 한껏 달아오르는 향기를 보며 길게 입술을 늘였다. 그의 흔적이 촘촘히 남겨진 맨살을 쓸고 거칠어지려는 자신을 달래며 촉촉, 소리를 남기며 입술을 떼 냈다.
“하아, 하. 너무해요.”
쑥스러운지 몸을 움츠리는 향기를 그의 손이 막았다.
“안다며. 그리고 가리지 마. 예쁘니까.”
향기는 예뻤다. 어떤 관능미가 넘치는 여자들보다도 더. 무현은 그녀의 여린 살갗을 입에 담아 부드럽게 빨았다.
“읏, 섹시하지 않잖아요.”
“누가 그래?”
입을 삐죽이는 향기를 보고 무현은 속으로 아, 깨달음의 신음을 했다. 그동안 왜 본 척도 안 했느냐고 묻던 향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분명 서운한 목소리였다. 여자로서의 매력을 들먹이며.
그녀가 부부로 지내겠다고 공표하고도 꽤 오래 키스도 하지 않았던 게 신경 쓰였던 것 같았다. 어제는 그런 것에 대답해 줄 경황이 없었다. 참느라 죽을 뻔한 사람의 사정을 알려 주면 어떤 얼굴을 하려나.
무현은 제 품에 쏙 들어오는 향기를 힘줘 끌어안고 부드러운 살을 쓸어 내렸다.
“내 취향은 향기 너야. 자각이 늦었을 뿐이지.”
이렇게 막 입으로 고백하는 쉬운 남자였나? 자신의 변화가 무현은 놀라울 뿐이다. 앙증맞은 입술 뒤로 점점 내려오며 입에 담아 빨았다. 단지 빠는 행위에 흥분이 정수리까지 차오른다.
향기는 아릿한 통증에 미간을 좁히고 낮게 신음했다. 몸이 저절로 비틀렸다.
무현은 시트를 꼭 움켜쥐는 향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온몸을 다 핥아 주고 깨물고 맛봤다. 처음보다 더 처음 같은 밤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천천히 할게. 잘 따라와.”
향기는 무현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확실하게 남자로 인식되는 밤. 설렘보다는 두렵고 무서움이 컸던 첫 경험과 달리 무현의 손길이 기다려진다.
투명한 피부에 그가 남긴 흔적이 가득했다. 무현은 입술을 내려 지난밤의 흔적 위에 진하게 색을 덧입히며 점점 손을 내려 향기의 몸을 어루만졌다.
“하읏……! 그, 그만.”
향기는 쾌감을 참아 내려 이를 악물었다.
“네가 보내는 신호야. 내가 좋다는.”
이런 행위가 하루 만에 익숙해질 리 없겠지. 그래도 어제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향기가 예뻤다.
작은 몸, 어느 한 곳도 빠트리지 않고 어루만지고 뜨겁게 데우느라 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흐흣, 읏!”
향기의 오르가슴을 확인한 무현은 저만 남기고 만질 수 있는 곳에 키스 마크를 남기고 손을 멈췄다.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지친 모습의 향기가 사랑스럽기만 했다.
“나 흣, 정말 나빠요…….”
“정말 나빠? 보기 싫을 정도로 밉고?”
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입안으로 숨기고 향기가 고개를 젓는다.
“미치겠다, 정말.”
“왜……?”
“더 미워할 텐데. 너무 예뻐서 못되게 굴 거거든.”
그의 말이 이해 안 되는지 커다란 눈동자가 구른다. 무현은 이 밤이 얼마나 질펀해질는지 걱정이 앞선다.
“천천히 갈게.”
천천히는 무슨! 무현은 말을 맺기 무섭게 허리를 낮춰 향기를 안았다.
“읏!”
“하아, 괜찮아?”
신음을 참지 못하는 향기를 끌어안았다.
온전히 향기를 느끼고 싶다는 욕구.
욕심인 걸 알면서도 그로 향기를 가득 채우고 싶다. 저만 아는 순결한 밭에 흠뻑 씨를 뿌리고픈 이기적인 본능이 바짝 날을 세운다.
“흣, 좋아요.”
“뭐?”
“아저씨가 좋다고요.”
가득이나 욕심 많은 녀석에게 향기가 기름을 붓는다. 무현은 향기의 손을 끌어다 제 몸을 만지게 하고 쓸어내리게 했다.
자신을 올려보는 향기를 보는 게 흐뭇했다. 제게 이런 짐승 같은 본능이 있었던가. 누구에게도 가져 보지 못한 집착에 무현은 입꼬리를 바짝 올렸다.
“안 되겠지?”
“흣, 무슨……?”
피임을 하지 않고 싶다는 말에 놀랐는지 향기의 눈이 일순 커다래진다.
“아저씨가 원하면.”
“거절해야지. 하지 말라고.”
“사 사랑하니까…….”
순간 무현은 현기증이 났다. 이렇게 정신 못 차리게 한 방씩 날려 주니 멈출 수가 없다. 안전핀이 뽑혔다. 저를 바라보는 흥분에 젖은 향기의 눈동자에 이성이 날아갔다.
“읏, 아저씨.”
“하, 이름 불러 봐.”
“무, 무현 씨?”
부끄러운지 고개를 트는데 도르르 땀방울이 그녀의 긴 목선을 타고 흐른다. 무현은 살뜰하게 핥아 주고 붉어진 얼굴에 수없이 입을 맞췄다.
“좋아?”
“하아, 좋아요.”
“힘들다고 해야지.”
그래야 끝낸다고 하자 물기 젖은 향기의 눈이 반짝 빛난다.
“그러면, 힘들어요.”
향기의 눈에 그렁그렁 맺혔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제 기진맥진한 향기를 더는 안을 수 없어서 한 번으로 족해야 했다.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 재워 놓고 무현은 욕실에서 응급 처지를 해야 했다.
오늘은 그럴 생각이 없어, 미안해.
고삐 풀린 성욕이 그를 짐승으로 만든다. 통통 부어오른 빨간 입술을 빨고 또 빠는데 향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무현은 팔로 제 몸을 지탱하며 몸을 띄웠다.
향기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힘줄이 불거진 무현의 팔을 움켜쥐고 고개를 저었다.
“무, 무서워.”
“좋은 거야.”
무현은 이를 악물었다.
허리를 낮춰 향기를 꼭 끌어안고 본능을 온전히 묻었다.
향기가 크게 흐느끼며 그의 품에서 늘어졌다. 무현은 제가 준 쾌락을 감당 못 해 우는 향기가 예뻤다.
무현의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 *
“너, 맹랑하구나?”
향기는 제게 명함을 준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디션 보자고 해서 ‘대표님도 참석하시나요?’ 물어본 것뿐인데 왜 황당한 얼굴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SJ가 구멍가겐 줄 알아? 너 같은 애송이 오디션에 대표가 오게?”
“아, 몰랐어요.”
“그게 끝?”
아리송한 표정을 하자 남자가 “얘 물건이네.”라고 말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준 명함 있지? 그거 읽어 봐.”
“SJ엔터테인먼트 실장 이영훈이요.”
“그래, 맞아. 내 명함 받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라?”
고개를 젓는 향기를 보고 영훈은 뒷목을 잡고 싶었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고 제 손으로 길러 낸 스타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SJ의 실세. 이쪽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특히 성공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라면.
“이거 순진한 거야, 발랑 까진 거야?”
영훈은 앞에 앉은 여자를 찬찬히 훑어 내렸다. 지난주에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갔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됐다. 명함이나 뿌리고 다니던 때는 지났는데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현장 매니저 때나 하던 짓을 했던 것이다. 그때도 심드렁한 얼굴로 그의 명함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본데, 너만큼 노래하는 애들은 흔해. 그런 애들이 우리 회사 오디션 한 번 보려고 얼마나 노력들 하는지 알아?”
“…….”
“그래서, 대표 참석 안 하면 오디션 안 볼 거야?”
“그게…….”
향기가 망설일 때였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 매형 나오셨어요.”
영훈은 얼른 일어나 천승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누군데 그래?”
“신경 쓰지 마세요.”
향기는 저를 쓱 훑어 내리는 남자를 빤히 응시했다. 웃는 것도 아니고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자신의 턱을 문지르는 남자를.
“건방지네. 어른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네가 노래를 그렇게 잘해?”
“들으신 거예요? 애가 좀 맹랑해요.”
“네 목소리가 좀 커야지.”
말을 하면서도 천승언의 시선은 여자애에게 닿아 있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SJ대표님이요.”
향기는 남자의 시선이 등에 멘 기타에 닿자 케이스 줄을 꼭 잡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내가 오디션 봐 줘도 너 여기서 가수하기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