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도망쳐 도달한 곳에 낙원은 없다(2)
자그마한 키와 짧은 팔 다리.
우악스럽게 생긴 얼굴.
키에에에에엑!!
시안의 눈앞에서 괴성을 터트리는 몬스터는 다름 아닌 고블린이었다.
하급 중에서도 최하급에 속하는 몬스터, 고블린.
아무리 시안이 재능이 없다고는 하나,
고블린을 처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블린은 막말로 건장한 성인 남성이 적절한 무기만 갖추어진다면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허약했으니까.
몬스터라 불릴 수 있는 수준의 마지노선.
그것이 바로 고블린이었다.
그렇기에 그렇게까지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깜짝 놀란 정도로 치부한다 한들 큰 문제가 없었다.
정확히는 일반적인 경우였더라면.
조금 더 정확히는 이곳이 평범한 장소였더라면 말이다.
시안이 지금 있는 이곳은 다름 아닌 어둠의 숲.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몬스터는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격 자체를 달리했다.
광폭화(OverDrive).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몬스터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더욱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어둠의 숲의 고블린 무리들이 오우거를 사냥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늙고 병든, 수명이 거의 다한 오우거였지만 그래도 오우거는 오우거.
고블린 따위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이처럼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결을 달리했다.
이에 평범한 몬스터들과 구분하기 위하여 어둠의 숲에 있는 몬스터들을 마수(魔獸)라 칭한다.
광폭화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제국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마법사들이 끊임없는 연구를 진행되어왔지만, 그 어느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저 어둠의 숲에 드리운 마기(魔氣)가 원인이다. 정도만 밝혀냈을 뿐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방금 전보다 한층 짙어진 광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새까만 증오가 기지개를 피듯, 시안을 잠식해온다.
의식이 저만치 날아갈 것만 같은 싸늘한 오한.
대체 왜 영지에 고블린이···?
“도련님!!”
그 순간 천둥처럼 한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시안은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키엑!!
키에에에에엑!!
마치 수 천의 악귀 영혼을 끌어모아 긁는 듯한 비명이 고막을 거세게 울려왔다.
다시금 정신이 멍해지며 온 사방으로 놈들의 짐승같은 괴성이 울려퍼져왔다.
이윽고 부서진 잔해들 틈에서 붉은 광채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안을 발견한 놈들은 멈춰서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달빛마저 가려진 칠흑의 밤.
어둠에 빨간 물감을 덧칠하듯. 새빨간 광채로 뒤덮여간다.
“어서 도망치십시오!!”
한스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고개를 부서져라 돌려 바라본 그곳엔 한스가 검을 움켜쥔 채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스는 상당히 실력 있는 용병이었다.
그것도 오러를 다루는 용병.
지금이야 시안의 시종 노릇을 자처하고 있었지만,
젊었을 적에는 엘란두르의 웬만한 기사들과도 견줄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다.
아무리 광폭화된 고블린이라지만 한스라면 충분히 대적할 수 있으리라.
엘란두르의 기사들과 견줄 정도의 용병.
그건 아무나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도망치십시오!!”
지금의 한스는 너무 늙었다.
엘란두르의 기사와 필적하는 용병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블린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어림잡아 보는 것만 대략 수 십.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도련님!!!”
키에에에에에엑!!
한스의 외침과 동시에 소름끼치는 괴성이 터져나왔다.
황급히 돌아본 시야로 시안을 처음 발견했던 고블린이 시안을 덮쳐왔다.
시안은 황급히 몸을 내던졌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스쳐지나가는 고블린의 일격.
한스의 경고가 없었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상황이었다.
시안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맞서 싸워야할까.
아니. 할 수 없다.
시안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검술 명가의 엘란두르.
시안은 그 피를 이어받았으나 재능이라고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도망쳐야한다.
시안은 곧장 등을 돌렸다.
하지만 우뚝.
몸이 굳어버렸다.
“어서 도망치십시오!”
그런 시안의 모습에 한스가 소리쳤다.
하지만 시안은 차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이대로 도망치면 시안은 살 수 있을 터였다.
한스가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가능했으니까.
한스를 미끼로 도망치면 시안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가십시오!”
한스는 죽는다.
그래도 혹시 한스라면···?
아니.
그런 희망은 사치다.
한스는 반드시 죽는다.
이게···.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시안은 차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도망만 쳐오던 삶이었다.
눈치만 보고, 부조리를 당해도.
꾹, 눌러 참기만 해오던 삶이었다.
엿같은 현실이었지만 악착같이 버티고 또 버텼다.
그렇게 참고 참다보면.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다보면.
가만히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거라 믿었으니까.
그러나.
그딴 건 존재하지 않았다.
좋은 날?
참고 버틴 삶의 결과가 지금의 지랄 맞아버린 상황이다.
눈치만 보던.
눌러 참기만 하던.
그저 기다리기만 하던 삶의 종착점은.
'시안, 너는 내일 부로 루벤 영지로 가거라.'
낙원이 아닌 또 다른 지옥의 입구였다.
도망쳐 도달한 곳에.
낙원 따위는 없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꽈악!
시안은 주먹을 거칠게 말아쥐었다.
어떤 망설임이 시안을 붙잡고 늘어진다.
하지만 더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비록 너무 늦어버렸을지라도, 이제는 나의 뜻으로 맞서고 싶었다.
그것이 설령.
“야이 고블린 새끼들아!!”
죽음으로 향하는 길일지라도.
케륵?!
케르륵?
갑자스러운 시안의 외침에 고블린들이 시안을 바라봤다.
한스와 대치하던 고블린들의 대다수들도 시안을 바라봤다.
일순간 집중된 시선 속에서 시안은 바닥에 떨어진 잔해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휙, 가장 가까운 고블린을 향해 집어던졌다.
퍽.
힘차게 날아간 잔해는 고블린의 몸에 맞고 부서졌다.
당연하게도 맞은 고블린은 아무런 타격조차 입지 않았다.
키에에에에에에엑!!!
그저 화만 돋울 뿐.
그와 동시에 수 십의 고블린 무리들이 시안을 향해 괴성을 터트렸다.
“도련님!!!”
한스는 기겁을 하며 크게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안이 한 행동.
그 행동의 의도를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겉보기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돌팔매질이었다.
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로 대다수의 고블린들이 시안에게 집중되었다.
“어떻게 되먹은 게 니들은 일반 고블린보다 더 못 생겼냐!”
유인.
시안은 지금 스스로가 미끼가 되려 하고 있었다.
물론 너무 티나는 행동이었다.
멍청하지 않은 이상 당해줄 리가 없는 전략.
하지만 다행히도 고블린은 저 전략에 당해줄 정도로 충분히 멍청했다.
정확히는 상황을 판단할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광폭화가 진행된 마수들은 이성의 영역이 도려내어지니까.
포식의 집요함을 넘어선 집착.
광기에 찬 본능만이 남을 뿐이었다.
평소에는 놈들에게 있어 그것은 흉포한 무기가 되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장 취약한 약점이 되었다.
시안은 그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이었다.
케르르르륵!
키에에엑!
하지만 어디까지나 통하는 전략일 뿐이었다.
저 수 십의 고블린 무리들을 유인한다는 것.
목숨을 건 위험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스스로가 지옥의 입구로 들어가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도망치십시오! 여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습니다!”
한스는 소리쳤다.
시안은 버틸 수 없다.
가뜩이나 재능이 없는 시안이었다.
시안은 저 많은 수의 고블린을 상대하기는 커녕, 도망치는 것조차 버거울 터였다.
아니.
버거운 것이 아니라 반드시 죽는다.
그러니···!
“이것저것 따질 시간 없어!”
“안됩니다! 그럼 도련님이···!”
“그냥 내 말 들어!!!”
하지만 시안은 뜻을 꺾지 않았다.
지금도 두려움에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건만.
시안은 스스로가 미끼가 됨을 자처하고 있었다.
“······”
그렇기에 한스는 차마 다른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둘다 살아남을 방법은 이것이 유일했으니까.
시안이 고블린 무리들을 유인하고,
한스가 차례차례 쓰러뜨린다.
하지만···!
까득.
한스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시안의 말처럼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그럴 시간도 없다.
무엇보다 지금 보이는 시안의 저 눈빛.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묘한 믿음을 주는 눈빛이었다.
한스는 검을 꽈득, 움켜쥐었다.
“꼭···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
“영감보다 늦게 죽을 거니까 걱정말라고.”
시안은 고블린들을 향해 다시 소리쳤다.
“몬스터 축에도 못 끼는 이 잡몹들아! 키는 땅딸보만해서는 분명 다른 곳도 땅딸보만하겠지!”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캬흐르르르그륵!
이어진 시안의 외침에 고블린들이 발작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발광하기 시작했다.
분노로 모자라 광기에 물들어있었다.
번뜩이는 광채는 마치 ‘감히···!!!’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어···.”
방금 말이 좀 심했나?
“에라이.”
시안은 곧바로 몸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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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빠르게 바뀐다.
휙휙, 지나가는 숲의 풍경.
“허억···! 허억···!”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은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만 같았다.
육체적인 고통에 의지는 한없이 나약해져만 갔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시안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맹렬하게 쫓아오는 놈들이 보였다.
어두운 밤 속에서 야광처럼 빛나는 놈들의 새빨간 눈빛!
케흐르르륽!
캬흑!
광기에 잠식된 짐승처럼 고블린들은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젠장!!”
시안은 이를 까득, 물며 다리에 다시 힘을 주었다.
부러진 나무를 딛고.
튀어나온 돌부리를 밟으며.
시안은 계속, 계속해서 뜀박질을 이어갔다.
멈추면 안된다.
이 순간에도 놈들의 비명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시안은 뜀박질을 이어갔다.
하지만.
“하악···! 하악···!”
이것도 얼마 버티지 못함을 시안을 알 수 있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시안의 의도대로 대다수의 고블린들은 시안을 쫓아오고 있었다.
그로써 한스는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으아아아아아아아!!”
생각보다 너무도 많은 고블린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놈들은 마치 시안을 사냥하듯 천천히 옭죄어왔다.
포식의 집요함을 넘어선 집착.
그것은 이성의 영역을 도려내었으나, 그만큼 본능의 광포함을 증폭시켰다.
시안은 쫓기는 사냥감마냥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하악···! 하악···!”
시안은 달리고 또 달렸다.
아마 지금 쯤이면···.
한스가 남은 고블린들을 모두 처리하고 시안을 쫓아오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한스가 올 때까지 버티면 되었다.
그런데···.
키에에에에에에엑!!!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시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못 버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계라는 말이 끊임없이 사라지고 맴돌기를 반복했으니까.
‘이렇게 죽는건가?’
시안은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을 숨길 만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적어도 고블린들의 시선을 잠시나마 피할 은신처라도 있었다면···.
하지만 어둠의 숲에 그런 곳이 있을리가 만무했─.
‘응?’
잠깐.
몸을 숨길만한 곳?
은신처?
그 순간 시안의 머릿속으로 벼락처럼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마부가 말했던 동굴!’
다름 아닌 마부가 말한 동굴.
마부가 말하길 그 동굴 주변으로 몬스터가 다가가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솔직히 믿기지는 않았다.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시안은 마부가 설명해주었던 동굴의 위치를 떠올렸다.
이윽고 휙, 몸을 틀고는.
“으아아아아아아!!”
동굴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케흐르르륽!!
고블린 무리들 또한 그런 시안을 필사적으로 쫓아왔다.
그렇게 얼마를 달리고 또 달렸을까.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정신마저 아찔해질 때 쯤.
‘이, 있다!’
시안은 저 멀리, 마부가 말한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안은 섣불리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저길 들어가는 게 맞는걸까?
그도 그럴 것이 마수가 두려움을 갖는 지역이라니.
설령 그런 곳이 정말 있다고 한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만일 마부의 말이 거짓말이었다면?
단순한 착각에 기반했던 거라면?
시안은 동굴 안에 갇힌 생쥐꼴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키에에에에엑!”
그 순간 바로 뒤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촤학!
시안이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등에서 소름끼치는 통증이 느껴졌다.
아찔거리는 시야로 보이는 붉은 선혈.
정신은 지금 당장이라도 놓아달라 부르짖는다.
“끄윽···!”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며 떠나려는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시안은 눈앞에 보이는 동굴을 향해 악착같이 뛰어갔다.
그렇게 시안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케흐르르르륵!
시안은 자신을 뒤따라오는 고블린들을 볼 수 있었다.
‘아···.’
역시.
거짓말이었다.
처음부터 마수들이 두려워하는 장소가 있을리가 없었다.
시안은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런 시안의 모습이 다 잡은 먹잇감이라 생각했던 걸까.
고블린 무리들이 시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다가오는 죽음.
애초에 일어날 힘도 시안에게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경고! 허가되지 않은 존재입니다.》
어디선가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라는 의문이 들 틈도 없이.
번─쩍!
일순간 한줄기 빛이 쇄도해왔다.
그리고 찰나.
콰직!
퍼석!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시안에게 다가오던 고블린들이 무리들이 일시에 폭사했다.
“케, 케륵···!”
“키,키에엑···!”
그러자 살아남은 고블린 무리들이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아직 동굴에 들어오지 못한 고블린들.
입구에 서성이던 고블린들이 겁을 먹은 채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 뭐, 뭐야.”
시안은 지금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어떤 섬뜩한 기운이 시안의 전신을 훑었다.
《인과율에 속한 존재 확인.》
《자격을 확인합니다.》
.
.
.
《자격 미달》
기이한 목소리가 잠시 주춤거렸다.
《자격 미달자의 입성 경로를 확인합니다.》
.
.
.
《은폐 기능 미작동.》
《사유: 장기간 방치로 인한 마력 고갈.》
《정비가 필요합니다.》
은폐 기능 미작동?
목소리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했다.
《아르나이즈를 호출합니다.》
.
.
.
《Error: 응답 가능한 아르나이즈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과율에 의거하여 새로운 관리자를 탐색합니다.》
다시 시안을 훑는 듯한 느낌이 이어지고.
《관리자 자격 여부를 판단합니다.》
바로 그 순간.
시안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마치 알몸 상태에서 낱낱히 파헤쳐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잠시.
.
.
.
《······ 적··· 합···.》
어째서인지 상당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그때.
쿠구구구궁!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듯 동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안이 딛고 있던 동굴이 폭삭,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뭔데···.’
시안은 대응할 틈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