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현질하는 영주님(1)
엘란두르 후작령에 위치한 엘란두르 본가.
그리고 그 안에 위치한 드넓은 집무실.
“운이 좋았구나.”
이사벨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그런 이사벨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평소 별 다른 감정 표현이 없던 때와는 달리, 이사벨의 표정에 떠올라있는 만족스러움.
이사벨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돌덩이를 바라봤다.
검푸른빛을 띠는 5개의 마나석.
그것도 최상급의 품질을 자랑하는 귀하디 귀한 마나석이었다.
이사벨은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어보였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양의 마력.
엘란두르의 가에 있으면서 수많은 마나석을 봐온 이사벨이었지만, 이처럼 강한 힘을 가진 마나석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최상급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말.
이사벨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고생했다 레리트.”
“아닙니다.”
이어진 이사벨의 말에 총관 레리트가 깊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솔직히 루치아의 경매장에 최상급의 마나석이 나온다는 레리트의 보고에 설마 했었던 건 사실이었다.
최상급 마나석은 대륙에 이제 없다시피한 물건이었으니까.
있다 하더라도 모두 주인이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렇기에 헛소문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혹시나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루치아에 직접 행차했던 이사벨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
비록 10만 골드에 달하는 지출이 있었지만,
이 마나석의 값어치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애초에 엘란두르의 재산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했고.
이사벨은 시선을 돌려 레리트에게 말했다.
“이 중 가장 좋은 품질을 2개 골라 카이에게 전해주거라.”
“카이 도련님에게 말씀이십니까.”
이사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건국일 행사가 다가오니 꼭 필요할 것이다. 이 최상급 마나석이면··· 카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테지.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카이가 원하는 쪽으로 모두 들어주거라.”
“카이 도련님께서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레리트는 이사벨의 결정에 큰 이견을 달지 않았다.
카이 엘란두르.
이사벨이 낳은 자식이자, 엘란두르 가문의 장자.
동시에 26의 나이로 마스터(Master) 초급의 경지에 닿은 천재 중의 천재였다.
제국의 별이라 불리며 엘란두르의 미래를 짊어진 존재.
현 엘란두르의 가주인 듀라크 엘란두르가 가장 총애하는 자식임을 생각하면 이사벨의 결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로즈웰과 네이슨에겐 하나씩 주거라.”
둘째이자 장녀, 로즈웰.
셋째이자 차남, 네이슨.
모두 이사벨이 낳은 자식이자 엘란두르의 핏줄을 이어받아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들이었다.
카이만큼은 아니었지만 각자 엑스퍼트 상급과 중급의 경지에 이른 천재.
그렇게 카이에게 2개.
로즈웰과 네이슨에게 각각 1개.
이로써 남은 마나석은 1개.
“나머지 하나는···.”
이사벨은 손에 든 마나석을 바라봤다.
카이, 로즈웰, 네이슨.
이 셋을 제하고도 엘란두르 가에 자식은 한 명 남아있었다.
시안 엘란두르.
하지만 이사벨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금방 시안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시안은 곧 죽어 사라질 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은 지금 루벤에 가있지 않은가.
뒤이은 보고에 도망쳤다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아직 루벤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쯤.
죽어 나자빠져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어둠의 숲 안 쪽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을 뿐.
시안은 죽어도 한참 전에 죽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사벨은 머릿속에서 시안이라는 존재를 지워버렸다.
최상급 마나석을 얻어 좋은 기분.
“건국일 행사에서 황태자의 선물로 주면 되겠군.”
괜히 이 기분을 잡치고 싶지 않았다.
#
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끝도 없이 쏟아지는 금화들.
“아아···!!!! 아아아···!!!!!!”
시안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몸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멜리아.
“솔직히··· 저도 이렇게까지 많이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아멜리아는 이번만큼은 그런 시안의 반응을 이해했다.
최상급 마나석의 시세는 개당 2천 골드 정도였다.
물론 이마저도 미친 가격이었지만 아멜리아는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했다.
다름 아닌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최상급 마나석은 더 이상 대륙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은 마나석을 꼭 필요로 하는 이들.
마법사나 혹은 연금술사들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멜리아가 오랜 상행을 통해 겪어본 바.
그들은 대체로 가난했다.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지불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해서 아멜리아가 겨냥한 이들은 돈이 썩어 넘치는 이들.
다름 아닌 고위 귀족들을 겨냥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물건들이라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매하고자 한다.
그들은 스스로가 존엄한 자라고 생각하니까.
여기에 희소성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인다?
그럼 기존 시세보다 무조건 비싸게 팔 수 있었다.
그렇게 예상한 금액은 3배.
개당 6천 골드 가량이었다.
그렇게 아멜리아는 발품을 팔아 루치아의 경매장에 마나석을 내놓았다.
당연히 최상급 마나석의 입수 루트를 철저히 숨겼다.
정확히는 가보로 남긴 것이라 속였다.
괜히 알려져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그렇게 판매한 대금은 기존 시세의 무려 10배.
개당 무려 2만 골드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얻은 금화는 자그마치 10만 골드.
여기에 경매 수수료 10%를 제하고 실질적으로 얻은 돈은 9만 골드.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촤라라락.
바닥에 쏟아지던 금화가 드디어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북하다 못해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금화들.
시안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기를 두들겼다.
엘로디의 연구소를 설치하고 남은 금액은 2만 3천 골드.
여기에 9만 골드를 더하면···.
‘11만 3천 골드!!!!’
아.
미쳤다.
이건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럼 이제···!”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모바일 영주를 실행.
가장 먼저 【영지시설】 항목에 들어갔다.
그러자 각종 시설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기존에 있던 제반 시설부터 시작해 엘로디의 연구소를 개방하면서 얻은 상위 등급의 시설까지.
시안은 그 시설들을 차분히 훑어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광산을 먼저 건설해야돼.’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마나석 광산이었다.
정확히는 마기(魔氣)를 정제한 마나석.
‘하루에 많은 양의 마기를 정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야 시안이 수작업으로 마기를 정제하고 있었기에 많은 마나석을 얻을 수 없었다.
하루에 고작해야 2~3개 정도.
하지만 엘로디의 연구소가 완성되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 안의 시설들을 이용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할 여지는 충분했다.
물론 연구소가 건설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긴 했지만···.
띠링!
[즉시 완료권 - 17,500 G]
《진행을 하시다 답답하실 땐, 현질을─.》
꾹.
시안은 생각할 것도 없이 떠오른 알림창의 X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즉시 완료권은 2만 골드가 아니었나?
아무래도 기간이 줄어들수록 가격도 같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도 개당 2만 골드를 얻어낸 마나석.
만일 하루에 100개. 아니 50개만 만들어낼 수 있다치면···?
‘하루 수익이 자그마치 100만골드!!!’
무조건이다.
이건 무조건이었다!
다른 시설을 다 때려쳐서라도 무조건 광산을 구매해야만 했다!
시안은 【영지시설】에서 광산 항목을 찾았다.
『《광산 Lv.1》 (7,000G)
▶혹시 당신 영지에 광물이 있으신가요?
만일 그러하다면 《광산 Lv.1》을 건설해보세요!
이 광산은 초월자 장인들이 인부들을 위해 손수 개량한 광산입니다!
뭐··· 초월자 장인들이 자신들의 걸작품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지만요.
품질 좋은 재료는 걸작품에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어라?
혹시 광산이 이미 있으셔서 망설이신다고요?
저런저런!
이건 평범한 광산이 아니라고요!
초월자 장인들이 손수 개량한 광산!
인부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광산에서 나오는 쓰레기들!
분진, 폐석, 침출수와 같은 오염 물질도 모두 정화해준답니다!
당신은 그냥 광물을 캐기만 하면 끝!
지금 바로 구매해보세요!』
- (기본 효과) 광산 채굴량 +300%
- (추가 효과) “아, 아니! 이렇게 쾌적한 광산이 존재한다고?!” 인부들의 안전도와 능률이 최대로 상승합니다!
- 물론··· 영지에 광산이 있어야하겠지요?
.
.
‘어째, 지난 번에 봤던 거랑 설명이 달라진 것 같은데?’
분명 그런 것 같았지만 시안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광산의 건설 금액은 7천 골드.
고작 7천 골드였다.
‘고작···?’
시안은 저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에 멈칫, 거렸다.
고작이라는 단어.
7천 골드라는 돈 앞에 ‘고작’이 붙어버렸다!
꾹.
시안은 거침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구매 완료!》
그러자 떠오르는 알림창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금화가 잠깐 들썩였다.
하지만 딱 그뿐이었다.
금액이 빠져나간 건가···? 싶을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의 수중에는 광산을 짓고도 무려 10만 6천 골드가 남아있었으니까!
“아아···!”
시안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현질의 시간이···.
도래했다.
『《배식소 Lv.1》 (3,000G)
▶혹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뛰어난 전략과 전술?
적을 압도하는 강력한 힘?
아니면 잘 훈련된 병사?
땡땡!
전부 틀렸습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바로~!
식! 량!
이 배식소와 함께라면 훈련 받는 병사들의 사기가 쭉쭉!
영지민들의 충성도는 두근두근!
여러분!
밥 먹고 합시데이!』
- (기본 효과) 병사 훈련 효율 +150%
- (기본 효과) 영지 식량 효율 +150%
- (추가 효과) “아, 아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매일같이 제공된다고?!” 병사들의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추가 효과) “아, 아니! 우리 영지에 이렇게나 엄청난 맛집이?!” 영지민들의 만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물론 실력 있는 조리사가 있을 경우예요!
.
.
꾹.
《구매 완료!》
『《비옥한 농지 Lv.1》 (4,000G)
▶배식소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슨 조상님이 주신 답니까?
자급자족이야말로 영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죠!』
- (기본 효과) 농작물 생산량 +300%
- (추가 효과) “아, 아니! 나같은 농작물에게 이런 비옥한 땅이?!” 농작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 물론 적절한 농법을 적용했을 경우에요!
.
.
꾹.
《구매 완료!》
『《대장간 Lv.1》 (9,000G)
▶자, 밥 따숫하게 먹었겠다!
훈련 빡세게 받았겠다!
그럼 이제 뭐가 필요하겠─!
.
.
꾹.
《구매 완··· 료···?》
갑자기 알림창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어딘가 오류라도 난 것처럼 버벅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거침없이 구매하는 시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시안이 구매한 시설들.
광산을 포함한 시설들의 가격만 2만 3천 골드에 달했다.
4인 가족이 무려 63년을 놀고 먹을 수 있는 어마무시한 금액.
그간 시안의 상황을 생각하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이제 달라졌다.
시안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시설들을 구매하고 남은 시선의 주머니에는 아직도 9만 골드가 남아있었으니까!
심지어 지금 당장 9만 골드였다.
앞으로 판매할 마나석을 생각하면 감히 추정도 불가능했다!
“더···! 더 내놓아라···!”
시안의 두 눈이 희번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것일까.
띠링!
화면 위로 영지시설의 ‘추천!’ 항목들이 우후죽순 떠올랐다.
『[추천!] 《쾌적한 치료원 Lv.1》 (3,000 G).
▶아프고 다친 병자들이여 모두 여기에 모여라!
자연의 정기를 듬뿍 머금어 치료를 극대화시키는 《쾌적한 치료원 Lv.1》!
어머나 세상에!
이게 신전이야 치료원이야!』
- (기본 효과)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300% 상승합니다!
- (기본 효과) 영지에 전염병이 돌 확률이 급감합니다!
- (추가 효과) “아··· 여기가 지상 낙원인가···.”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추가로 +200% 상승합니다!
- 물론··· 수준 높은 치료사가 있어야겠지만요!
.
.
“오? 마침 엘리한테 필요했던 거잖아.”
그간 루벤은 갖은 앵벌이와 전투로 인해 영지민들과 병사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엘리가 눈코 틀 새없이 바빴던 상황.
이 치료원을 설치해주면 엘리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루벤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았고.
“역시 추천 항목인가!”
꾹.
시안은 거침없이 구매 버튼을 눌렸다.
《구매 완료···!!》
그러자 알림창이 또 다시 변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놀란 듯한 알림창였다.
그리고 다시.
띠링!
『《살기 좋은 벽돌집》 (10채 묶음 2,000 G)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 함은 의(衣) 식(食) 주(住)!
이 중 가장 으뜸은 바로 주(住)이니라!
자자, 요즘 내 집 마련하기 하늘에 별따기 아니겠습니까?
허름한 판잣집 생활도 감지덕지한 세상이죠.
아··· 어디서 4인 가족이 생활하기 딱 적당한 벽돌집 같은 거 안 떨어지나···.
라고 생각한 당신에게 최고의 선택!
마나를 공급해주면 각종 생활 편리 기능이 모두 작동하기까지 한다고요?
영지민들을 위한 드림 하우스!
지금 바로 구매해보세요!』
- (기본 효과) 영지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기본 효과) 영지의 인구 증가율이 급증합니다! 왜냐고요? 에이, 알면서!
- (추가 효과) “아, 아니?!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시원한 기능들이 있다고?” 루벤에 정착한 영지민들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물론 마나를 공급할 무언가가 있어야 겠죠?
.
.
“아 그러네! 생각해보니 우리 영지민들. 그간 제대로 된 집도 없었지.”
루벤은 그야말로 폐허나 다름 없었다.
영지 방어 시설이나 병사 훈련 시설은 있었지만 그 이외의 시설들은 전무하다시피했다.
대충 지어놓은 판잣집.
혹은 천막 같은 것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영지민들 고생도 많이 했으니까.”
이 추천 항목들 정말 좋잖아?
꾸꾸꾸꾹.
시안은 거침없이 100채에 달하는 집을 구매했다.
《구, 구매 완료?!?!?》
그러자 알림창이 화들짝 놀라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마, 말도 안돼!!!’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는데···.
“······ 진짜 이 안에 누가 있는거야 뭐야.”
이 정도면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띠링!
이윽고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 모습이 마치 ‘하! 어디 한 번 이것도 구매해보시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부들부들, 떨며 X버튼을 눌렀을테지만···.
꾹.
《구매 완료오오?!?!?》
지금의 시안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꾹.
《구, 구매···?》
꾹.
《구매애애!!!》
꾹.
《완료오!!!!》
시안은 계속해서 모바일 영주와의 대결(?)을 이어갔다.
#
아멜리아는 아까부터 시안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짜 뭐하는 걸까?’
아멜리아는 도무지 시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안과 아멜리아.
이 둘은 성별은 다르지만 같은 인간이라는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 한들.
아무리 뭐하는 건가 싶은 행동이라 한들.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되기 마련이었다.
어느 정도는 ‘아, 그래서 그런건가?’ 싶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하하하하하! 그간 잘도 깐족거렸겠다! 더 꺼내봐 이 자식아!”
도무지 이해할 건덕지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아멜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별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멜리아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루벤은 적막했다.
영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
제대로 된 집조차 없는 척박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런 루벤에 스스로가 영지민이 된 아멜리아.
‘하나하나씩 해나가면 되니까.’
하지만 아멜리아는 후회하지 않았다.
루벤에 희망을 보았으니까.
정확히는 시안이라는 남자에게서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가끔···.
아니, 대부분은···.
“뭐? 마수 목장? 여기서 마수를 길들일 수 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안되겠다. 이건 절대 못 참지!”
하하하하하하하하!
“·····”
그냥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그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검은 오크와 대적할 때의 시안.
그 모습에서 아멜리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 루벤의 영지민이 된 것에 후회는 없었다.
‘뭐, 이러니 저리니 해도. 루벤이 영지가 되려면 까마득하긴하지만.’
아멜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궁···!!!
갑자기 땅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지진이라도 난 것 마냥.
중심을 잡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땅이 흔들려왔다.
아멜리아는 넘어질 뻔한 몸을 가까스로 추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야.
“······?”
그와 동시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붕, 떠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멜리아의 시야로 보인 광경.
뚝딱뚝딱.
그건 어떤 건물이··· 건설되고 있는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아무도 없음에도 건물들은 알아서 건축되고 있었다.
게다가 그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촤라라라락.
쿠구구구궁···!
뚝딱뚝딱.
그 진기한 현상들이 루벤 전역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둘러보는 시야 전부, 모두!
갖가지 건물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마치 루벤 전체를 싹 갈아 엎는 듯한 장엄한 광경.
“이, 이게 무슨···!”
루벤에
대격변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