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31화 (31/322)

§ 31화 - 인재를 찾아라(1)

제국의 수도, 다르칸.

드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샤를롯 제국의 중심이자,

제국의 모든 중대사가 결정되는 심장부.

“수도는 얼마 만에 오는 건지 모르겠네.”

시안은 다르칸의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루치아에서 수도 다르칸까지.

시안은 별 문제 없이 당도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 솔직히··· 크라우드 백작이 난리칠 줄 알았어요.”

옆에 있던 아멜리아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아멜리아의 말에 시안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다름 아닌 루치아에서 있었던 사건.

크라우드 백작가의 차남, 레민턴을 시안이 레민턴을 박살낸 일로 사교계는 떠들썩 했다

당연히 그 일은 크라우드 백작의 귀에 들어갔고,

크라우드 백작은 상당히 분노했다고 한다.

레민턴은 크라우드 백작이 애지중지하는 아들이었으니까.

그런 아들을 아주 개박살을 내놓았으니.

시안은 크라우드 백작이 시안을 찾아와 깽판을 부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방금 전 크라우드 백작이 시안을 찾아왔었다.

그런데 웬걸.

‘저희 아들이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크라우드 백작이 되려 시안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멜리아.

‘······ 에?’

그때 아멜리아의 표정은···.

뭐라 설명할 수가 없었다.

시안 또한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크라우드 백작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시안의 모습을 잘못 이해할 것일까.

‘저, 저희 아들이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릅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를···.’

그러면서 돈 주머니를 시안에게 건네지 않는가.

받아 확인한 금액은 무려 1만 골드.

‘어···.’

시안은 진짜 이게 뭔가 싶었다.

보아하니 합의금 명목으로 건넨 듯 싶었는데···.

제국 최대의 곡창지 보유 가문이라 그런가.

합의금의 수준이 남달랐다.

그런데 왜 크라우드 백작이 합의금을 건넨단 말인가.

진짜 뭐지 싶어 크라우드 백작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 성의를 조금 더 담았습니다···!’

갑자기 크라우드 백작이 1만 골드를 더 얹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마 멍 때리는 시안의 표정을 또 잘못 이해한 것 같았다.

‘부디 용서를···!’

그러면서 크라우드 백작이 고개를 푹, 숙였다.

백작위를 가진 고위 귀족이 이렇게까지 사과를 한다?

그것도 아직 정식 작위를 받지 못한 이에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합의금으로 2만 골드.

이것도 솔직히 과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크라우드 백작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멸문의 위기를 이렇게 자존심 한 번 꺾는 것으로 벗어날 수 있다면.

2만 골드로 살 수만 있다면.

엄청나게 싸게 먹히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왜 저러는 걸까?’

‘그, 글쎄요···?’

시안과 아멜리아는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설마 이사벨이 뭐라 했나?’

‘뭐··· 대외적인 시선을 의식했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요.’

그저 추측만 할 뿐.

뭐, 아무튼.

주는 돈을 거절하는 것은 또 예의가 아닌지라.

시안은 냉큼, 돈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크라우드 백작이 감격을 해보였다.

왜 돈을 주고도 감격을 하는걸까, 라는 의문이 들 틈도 없이.

크라우드 백작은 다시는 눈앞에 알짱거리지 않겠다는 듯.

휑, 하니 사라져버렸다.

‘뭐, 뭐죠···?’

‘나도 몰라.’

시안은 그렇게 별 문제 없이(?).

제국의 수도, 다르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둘이 먹다 둘다 죽어버리는 닭꼬치가 단돈 1실버!”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으니 한 번 둘러보세요!”

다르칸의 거리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건국일 행사.

제국 전역에서 올라오는 귀족들은 물론이고,

행사를 즐기기 위해 오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다르칸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사람들에 비해 다르칸의 거리는 그다지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깔끔하게 정돈된 도로와 계획에 맞게 들어서있는 건물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우리 루벤은 언제쯤 이렇게 되나 몰라.”

“지금도 장족의 발전인걸요. 그리고 제국의 수도랑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시안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런데 저 닭꼬치. 둘이 먹다 둘다 죽어버리면. 먹어도 되는 게 맞는걸까?”

“그만큼 맛있다는 거겠죠.”

“그럼 하나 사줄 테니까 먹어볼래?”

“······ 아뇨. 제가 닭꼬치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요.”

께름칙한 표정을 짓는 아멜리아의 모습.

시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멜리아는 고개를 한 번 흔들어 보이고는 시안에게 물었다.

“그보다 이제 뭐하시게요? 건국일 행사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요.”

시안과 아멜리아는 생각보다 일찍 다르칸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루벤에서 서둘러 온 덕분에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

“딱히 할 일 없으시면 그 동안 축제를 즐기시는 건 어때요? 이번에 돈도 많이 버셨잖아요.”

“음··· 그럴까?”

그렇기에 그동안 축제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무려 4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건국일 행사.

게다가 딱 천년이 되는 이번 행사는 역사에 남을 행사였다.

그렇게 아멜리아와 함께 발걸음을 떼려던 그때.

띠링!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의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화면.

《엘로디의 연구소 Lv.1 완성!》

“아, 드디어 완성되었구나.”

“네? 뭐가 완성돼요?”

“잠깐만 아멜리아.”

시안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모바일 영주를 실행했다.

《이제부터 영지 발전에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항목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거름 농법 연구》

▶당신, 혹시 농사가 작물을 심으면 그냥 쑥쑥, 자라는 거라 생각하시나요?

아니죠? 그쵸? 에이, 설마요.

만일 그렇다면 당장 반성하세요!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각종 농법은 물론이고!

작물이 흡수한 땅의 정기는 주기적으로 채워줘야 한다고요!

괜히 휴경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니라고요!

네?

휴경이 혹시 휴식 경험치냐고요?

······

그냥 이거나 연구하세요!』

- 필요 시설: 비옥한 농지 Lv.1

- 연구 효과: 농지 생산량 +500%

- 소요 시간: 15일.

- 소요 비용: 1,000G

.

.

『《전문 목축업 연구》

▶목축업도 그냥 동물을 기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죠!

일단 가축이 될 수 있는 동물들을 선별하는 것부터 시작이죠!

가축들은 사람이 먹기 싫어하는 풀, 해충, 잔반을 섭취할 수 있어야하고!

반복적인 교미를 통해 계속해서 새끼를 치고!

또 성장도 빨라야 하죠!

이런 동물은 구하기 쉽지 않지만···.

그런데 당신의 영지에는 이미 그런 동물이 있잖아요?

동물···은 아니지만요!』

- 필요 시설: 마수 목장 Lv.1

- 연구 효과: 마수 성장 속도 +500% (길들인 마수를 노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소요 시간: 10일.

- 소요 비용: 2,000G.

『《비누 연구》

▶제가 혹시나 해서 묻는 겁니다만.

당신! 설마 아직까지 비누를 개발하지 않은 건가요?

네···? 진짜 개발하지 않았다고요?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이건··· 이건 모독이에요!!

비누를 개발하지 않은 당신!

영주의 자격이 없습니다!

비누는 국룰이라고요!!!』

- 필요 시설: 없음.

- 연구 효과: 위생 효과 +700% (영지에 더 이상 전염병이 돌지 않습니다!)

- 소요 시간: 10일

- 소요 비용: 500G

.

.

이것 이외에도 제련 비법, 철제 기술 연구 등등.

제반 시설들의 효율을 뻥튀기 시켜주는 것은 물론.

상위 등급의 시설로 발전할 수 있는 수많은 연구 기술들이 있었다.

마을에서 영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들.

역시 ‘엘로디의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을 만했다.

그런데.

“비누? 저게 뭔데 저리 호들갑인거야.”

시안은 아멜리아에게 물었다.

“아멜리아, 혹시 비누가 뭔지 알아?”

“비누요? 음··· 아뇨. 처음 들어보는데요.”

“아멜리아도 모른다고?”

“네. 처음 들어요.”

제국 전역을 떠돌아 다녔던 아멜리아.

아멜리아가 모르면 적어도 제국에는 없는 물건이라 봐야했다.

시안은 다시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뭔진 모르겠지만 저리 호들갑인 걸 보면 꽤 좋은 것 같았다.

“가져다 팔 수도 있으려나?”

한 번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심지어 엘로디의 연구소 Lv.1의 기본 효과로 연구 속도 또한 +10,000%의 효과를 받고 있는 상황.

비누 연구의 소요 시간 10일.

이건 본래 1,000일이 걸리는 연구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마나석도 팔았겠다.

크라우드 백작에게 합의금도 받았겠다.

주머니가 빵빵한 지금.

현질을 안할 이유는 없었다.

시안은 비누 연구를 포함한 현재 가능한 연구 항목들.

대략 10개 가량을 전부 선택했다.

그리고 꾹.

그 모든 것들을 구매했다.

촤라라라라락!

그러자 1만 골드에 달하는 금액이 증발하더니.

《연구 시자아아악!!!》

발작을 하는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러면 건국일 행사가 끝나고 루벤에 돌아갔을 때.

루벤은 또 다른 대변혁을 맞이했을 터.

어쩌면 영지 수준으로 발전해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맛에 현질하지.’

시안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스마트 폰을 집어 넣으려던 그때.

《Error: 연구 진행이 불가합니다.》

갑자기 에러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새로 떠올랐다.

《어머! 설마··· 연구소에 연구원이 없나요?》

《지금 연구소에 연구원이 없는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설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엘로디의 지식을 이용한 연구는 마도학에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답니다!》

《아! 물론 그런 인재가 없어도 방법은 있답니다!》

띠링!

《비누 연구 즉시 완료권 - 3,000G》

《거름 농법 연구 즉시 완료권 - 5,000G》

《전문 목축업 연구 즉시 완료권 - 7,000G》

《강철 제련법 연구 즉시 완료권 - 6,000G》

《토지 측량법 연구 즉시 완료권 - 5,000G》

.

.

.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

.

“······ 지랄.”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랄이다.

진짜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었다!

어떻게 즉시 완료권이 연구 비용보다 비싸단 말인가!

무슨 연구원의 인건비가 저 정도나 된단 말인가?

‘마법사들 몸값 생각하면···.’

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저건 아니었다.

그리고 저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

저번에 현질 싸움에서 패배를 한 것 때문일까.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시든가요!》

어째, 깐족거림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 젠장.”

시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엘로디의 연구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마법사 혹은 마도학자가 필요했다.

이건 딱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있기야 있었다.

현질.

심지어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연구도 현질해야만했다.

하여 지금.

제국의 모든 인재들이 모인다는 수도, 다르칸.

“축제는 무슨 놈의 축제!”

시안이 거칠게 소리쳤다.

“아멜리아! 우리는 지금부터 연구소에 틀어박힐 인재를 찾는다!”

“네? 인재를 찾아요?”

아멜리아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재를 찾겠다는 시안의 말.

물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 갑자기?

“가자! 마탑들부터 쭉 탐방한다!”

시안은 두 눈을 번뜩거렸다.

#

마탑(魔塔)이란 마법사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일컫는 말이었다.

정확히는 마법사들의 호조 조직.

쉽게 말해 ‘마법사 길드’를 이르는 말이었다.

이런 마탑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을 행했는데.

마법 연구, 마도구들의 거래.

각종 마법을 이용한 서비스 및 마법사들의 정치 활동 등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파벌에 따라 무수히 많은 마탑들이 있었으며, 각 마탑마다 추구하는 방식들 또한 달랐다.

그리고 그런 모든 마탑들 중 가장 정점에 있는 마탑.

정확히는 마탑이 아니었다.

마법사 길드에서 마탑으로.

또 마탑에서 범접할 수 없는 한 가문으로 발전한 제국 유일무이한 가문.

제국을 떠받치는 두 기둥, 로르실트 가(家)였다.

로르실트의 현 가주인 에그리트 로르실트는 무려 8위계(位界)에 닿은 대마법사.

제국 최고의 마법사이자,

엘란두르의 가주인 듀라크 엘란두르와 쌍벽을 이루는 실력자였다.

황가를 제외하고 엘란두르에 비견될 수 있는 유일한 가문.

검술 명가의 엘란두르.

마법 명가의 로르실트.

이렇게 두 가문이 샤를롯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마탑의 존재.

시안은 3일에 걸쳐 다르칸에 위치한 거의 모든 마탑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없네.”

없었다.

거진 3일에 걸쳐 돌아다녔는데도 찾고자 하는 인재가 없었다.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찾다보면 있을 줄 알았지.”

시안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난다긴다 하는 인재들이 모이는 수도, 다르칸.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정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그렇기에 희망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런 인재를 다른 가문에서 가만둘 리가 없잖아요.”

그런 이들은 죄다 소속된 곳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는 정말로 귀하디 귀한 인재였다.

1위계에 닿은 마법사만 하더라도 수많은 가문들에 러브콜을 받는다.

하물며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라면야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이 난다.

설령 소속된 곳이 없다 한들.

“그리고 누가 루벤에 오려고 하겠어요?”

아멜리아의 말처럼 어둠의 숲에 위치한 루벤에 오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멜리아, 너는 네 스스로 걸어들어왔잖아.”

“저야···.”

저렇게 말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정 안되면 돈으로 사려고 했는데.”

시안은 품 속에서 돈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묵직한 돈 주머니 안에는 백금화 300개.

무려 3만 골드가 들어있었다.

루치아에서 마나석을 판 대금 2만 골드.

크라우드 백작이 준 2만 골드.

그리고 연구소에 현질한 1만 골드를 뺀 금액이었다.

3만 골드면 현재 모바일 영주에서 웬만한 시설들을 다 살 수 있었지만.

“그게 될거라 생각하신 거예요?”

마법사들의 자존심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바일 영주에서는 골드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었다.

물론.

‘크라우드 백작처럼 2만 골드를 준다면··· 모욕 정도는 참을 수 있다만’

시안은 예외였지만.

뭐, 아무튼.

“이제 여기가 마지막인데···.”

“아직도 들를 곳이 남았어요?”

아멜리아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3일째였다.

수도에 뭔놈의 마탑이 그리 많은 지.

마법사가 귀하다는 건 다 거짓말인 것 같았다.

아멜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여기··· 마탑 맞죠?”

굉장히 허름한 마탑을 볼 수 있었다.

아니, 허름하다 못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은 대체로 가난했다.

연구에만 매달리는 그들의 특성상.

돈이라는 흐름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였다.

제국의 수도, 다르칸에 있는 마탑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의 가문에서 빵빵한 지원을 받는 이들.

그런데 이건 무슨···.

“일단 들어가보자.”

시안은 허름한 마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녹슨 경첩이 내지르는 비명과 함께 시안은 마탑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누구시오?”

그러자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귀찮음 가득한 노 마법사가 앉아있었다.

“여기 마탑주를 만나고 싶습니다만.”

“내가 마탑주이오만.”

마탑주가 직접 나와있는 마탑이라니.

이 마탑의 상황이 어떠한지 바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괜한 설명보다는 직관적인 돈 주머니를 살짝 보여주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노 마법사의 표정이 활짝 피어났다.

“하하하하. 제가 귀한 손님을 못 알아 봤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말투 마저 바뀐 모습.

시안은 노 마법사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

콰아앙!

갑자기 한 쪽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왔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제리!!! 또 그 이상한 실험을 한 게냐!!”

노 마법사가 폭음이 들려온 곳을 향해 노발대발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리고 안 쪽에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죄송하지만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이윽고 노 마법사가 성큼, 어디론가 사라졌다.

“왜 마법사라는 자들은 죄다 이상한 걸까요.”

“그래서 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시안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시안은 노 마법사를 기다릴 겸 마탑의 내부를 차분히 훑어보았다.

다른 마탑들과는 달리 딱히 이렇다할 것이 없는 내부였다.

그나마 마도구들로 보이는 것들이 몇몇 있었는데···.

“음?”

그 순간 시안의 시선에 한 마도구가 들어왔다.

다른 마도구들에 비해 특이한 형태.

용도는 알 수 없었지만···.

안의 구조가 꽤나 정교했다.

마도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시안이었지만,

웬만한 마도학적 지식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누군지 모르겠지만 실력이 상당한데요?”

상인으로서 마도구들을 꽤나 접해본 아멜리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때.

“너 때문에 마탑이 남아나질 않는구나! 나도 이제 더 이상은 못 참는다!!”

큰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던 노 마법사가 다시금 등장했다.

그리고 그런 노 마법사에 손에는 누군가 끌려오고 있었는데···.

15살? 16살 정도 되었을까?

딱 보기에도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였다.

말 그대로 소년이라는 말이 딱 적당한 아이.

“하,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이제 다시는···!”

“시끄러워!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

노 마법사가 아이를 잡아 끌었다.

그리고는 마탑의 문 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나마 쓸만한 것들을 제작할 줄 알아서 거둬주었더니 이건 무슨···! 썩 꺼져! 다시는 얼씬도 하지 마!”

“자, 잠시만!”

쾅!

하고 닫힌 문.

“죄송합니다. 불쌍해서 거둬준 녀석인데···.”

노 마법사는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지으며 시안에게 다가왔다.

시안은 그런 노 마법사에게 물었다.

“이거. 혹시 어디에 쓰는 물건입니까?”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

노 마법사는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그리고 시안이 들고 있는 마도구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건···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마도구입니다.”

그러면서 노 마법사가 살짝 손을 뻗어보였다.

이윽고 손에서 푸스름한 마나가 흘러나오더니.

시안이 들고 있는 마도구로 스며들어갔다.

이이이잉···!

그러자 마도구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빨아들인 뒤편으로 새로운 공기를 뿜어냈다.

코를 가져다 대자 산뜻함이 느껴질 정도.

“보다시피 생각보다 쓸만한 물건이죠.”

노 마법사는 뻗은 손을 갈무리했고,

그와 동시에 마도구도 작동을 멈추었다.

“이런 마도구가 있다는 건 못 들어봤는데···.”

“그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제리 녀석이 만든 물건입니다.”

제리?

“제리라면··· 방금 내쫓은 아이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노 마법사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저 아이가 만들었다고요?”

“그렇긴 합니다만··· 평소에는 쓸모 없는 물건만 만드는 놈입니다. 골치만 썩히고 있죠. 공자님께서 신경쓸 만한 놈이 아닙니다. 그보다 저희 마탑에는···.”

노 마법사는 재빨리 시안의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저 아이를 좀 만나보고 싶습니다만.”

시안의 관심은 이미 제리에게 꽂혀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