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폭풍의 망나니(2)
제국의 건국일 행사.
그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할 행사는 역시나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르나이즈 전당에 들어갈 자는 누구인가.
황궁 지하에 위치한 유적, 아르나이즈 전당.
아르나이즈 전당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오로지 선택을 받은 이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건국일 행사 때마다 하는 것이 아니었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건국일 행사.
그것이 다시 돌아오는 5번째.
즉, 20년마다 행해지는 이벤트였다.
그렇기에 선택 받은 존재는 당대 최고의 인재라는 명예가 주어진다.
하여 지금.
“와아··· 사람 진짜 많네요.”
행사장 앞에는 사람이 그야말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인만큼.
마지막 행사는 모든 이들이 참석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자리를 구하는 건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였다.
건국일 행사 첫날부터 자리를 맡아두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자리를 구하는 데만 무려 300골드를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
그 이상 말을 해봤자 입만 아플 지경이었다.
때문에 웬만한 귀족들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렇기에 시안도 자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어야했지만.
“가자. 우리는 저쪽으로 가면 돼.”
시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일단 엘란두르라는 이름도 있었지만,
황태자 콘라드가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덕분에 시안 마지막 행사일까지 참석해야했다.
뭐, 딱히 이것이 아니었더라도 시안은 아직 수도를 떠날 수가 없었다.
아직 제리가 모든 준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제리의 어머니가 병이 악화되었다.
루벤까지 이동하기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만일 루벤으로 가는 도중.
큰일이라도 나면 안되었기에 떠나는 것은 잠시 보류한 상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
『[스토리 퀘스트] - ‘아르나이즈의 유산’』
<보상: ???>
.
.
아직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행사 마지막 날인데 여전히 요지부동이네.’
하여 이런저런 이유로 시안은 건국일 마지막 행사까지 남아있었다.
아무튼.
저렇게 미어터지는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낄 필요는 없었다.
시안은 아멜리아와 함께 자리를 이동했다.
그렇게 자리를 이동한 곳.
그곳엔 아니나 다를까 여러 귀족들이 자리해있었다.
그것도 힘 좀 쓴다 하는 귀족들.
그리고.
“여기도 만만치 않은데요?”
역시나 이곳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방금 전에 비하면 상당히 한적했다.
그래도 발을 디딜 틈은 있었으니까.
시안은 콘라드가 마련해준 자리로 이동했다.
사실 콘라드는 시안에게 상석 중의 상석을 마련해주었었다.
콘라드 자신과 거의 가까운 자리.
하지만 그건 시안이 거절했다.
괜히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으니까.
콘라드는 상당히 아쉬워했으나 시안은 뜻을 꺾지 않았다.
하여 딱히 상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석도 아닌 곳에 시안은 자리할 수 있었다.
이제 행사 시작까지 시간도 좀 있겠다.
시안은 아까 전에 사온 먹거리들을 먹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우물우물, 먹거리들을 먹고 있자니.
“영주님은 누가 선택될 것 같으세요?”
옆에 자리한 아멜리아가 물어왔다.
“음··· 글쎄?”
시안은 꿀꺽, 입에 든 음식물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카이가 선택되지 않을까?”
“영주님의 형님 되시는 분 말씀하시는 거죠?”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이 그렇게 대단해요?”
“괜히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알고야 있지만··· 그래도 제국의 별은 로르실트에도 있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마스터(Master) 초급에 닿은 카이와 같이,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파나트 로르실트.
그는 무려 6위계(位界)에 닿은 마법사였다.
사실 시안은 마법사의 경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너무 복잡하기도 했거니와.
굳이 알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번에 현질한 엘로디의 연구소 Lv.1.
그곳에서 열람할 수 있었던 엘로디의 지식을 잠깐 빌리자면.
마법이라 함은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이적을 의미한다.
허공에 갑자기 나타나는 불덩이.
이유 없는 땅의 흔들림.
원인 없는 결과를 창조하는 방법.
그것이 바로 마법이다.
그리고 마법사란.
그런 이적을 행하는 자로서, 세계의 법칙을 뒤트는 자라고 엘로디는 정의했다.
이런 의미로 마법사라 함은 세계의 언어를 통해 세계와 자신의 정신 세계를 연결하는 자라고 한다.
그리고 딱 여기까지.
시안은 그 이상을 더 궁금해하지 않았다.
저딴 거 솔직히 알게 뭐란 말인가.
쓸데없이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아무튼 마법사의 경지는 ‘위계(位界)’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천년 전.
엘로디로부터 확립된 개념.
정신 세계를 구축하는 단계라나 뭐라나.
해서 몇 단계의 정신 세계를 구축했냐에 따라 그 수준을 가늠한다.
그 중 1위계(位界)가 바로 마법사라 부를 수 있는 경지.
기사로 따지면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비기너(Beginner)의 경지라 보면 되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올라가다가.
6위계(位界)부터는 마스터 초급의 경지와 견준다.
7위계(位界)는 마스터 중급
8위계(位界)는 마스터 상급
9위계(位界)는 마스터 최상급.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10위계(位界).
그것은 비견될 경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단순히 기사의 경지로만 여겨지지 않는 전설 상의 경지.
엑시드(Exceed).
10위계(位界)는 엑시드의 경지였다.
그리고 마법사 중 이 경지에 닿은 자는 딱 한 명.
천년 전, 세상을 구원한 아르나이즈.
대마도사 엘로디.
그녀는 10위계(位界)에 닿은 마법사였다.
드넓은 대륙의 역사상 최강의 마법사.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넘어 대마도사라 불리는 존재.
뭐, 아무튼.
현재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는 8위계(位界)에 닿은 에그리트 로르실트였다.
현 로르실트의 가주이자.
엘란두르의 가주, 듀라크와 쌍벽을 이루는 대륙 최고의 실력자.
그렇기에 30대 초반에 6위계(位界)에 닿은 파나트는 나이로 보나, 재능으로 보나.
절대 카이에 밀리지 않는 제국의 별이었다.
하지만.
“음···.”
시안은 그럼에도 카이가 선택되지 않을까.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
당시 카이가 네이슨과 시안 사이를 가로막았을 때.
시안은 카이의 움직임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심지어 기척조차 감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오러 블레이드.
그건 마스터 초급의 경지로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카이는 이미 마스터 중급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카이가 선택될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게다가 이번엔 성녀님도 오셨다잖아요.”
생각해보니 이번엔 성녀도 있었다.
신성 제국 역사상 가장 강한 신성력을 지닌 성녀.
솔직히 소문으로 들었을 땐 얼마나 강하겠냐 싶었다.
그런데 시안이 직접 만나본 바.
괜히 뮤리엘의 환생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윽···! 생각하니까 괜히 속이 울렁거리네.’
어떤 의미로는 카이와 파나트보다 뛰어난 존재.
“그럼 나도 잘 모르겠다.”
“네? 갑자기 뭐예요 그게.”
아멜리아는 김이 팍, 샌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차피 내 의견이 무슨 상관이야.”
“그래도···.”
바로 그때.
“황제 폐하께서 행차하십니다!!!”
행사장 전체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술렁이는 행사장.
“이제 시작하려나보다.”
시안은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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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모인 어마어마한 인파.
그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높은 단상 위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존재만으로도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아우라.
별 다른 기세가 없음에도 괜히 위축이 되는 존재.
황태자 콘라드가 중년을 넘어선다면 딱 저러한 모습일까.
인자하면서도 내면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그는.
다름 아닌 샤를롯 제국의 1인자.
황제, 발루아가 폰 샤를롯.
황제의 행차와 함께 행사장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안과 아멜리아 또한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행사장의 모든 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모두 고개를 들게.”
이윽고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황제의 연설.
“제국이 어느덧 천년의 역사를 맞이한 지금. 그 무구한 역사를 축복하는 마지막 날에 과인이···.”
뭐, 으레 그렇듯.
이렇게 만나 반갑고 또 고맙고.
앞으로 제국의 무궁한 영광을 이끌어가자.
대충 이런 내용에 기품과 위엄을 섞은 것이었다.
시안은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행사장의 풍경을 살폈다.
얼핏 보면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풍경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크게 5분류로 볼 수 있었다.
황가의 일원.
엘란두르 가(家).
로르실트 가(家).
신성 제국.
그리고 나머지 왕가의 일원들.
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성녀님이 이 세상의 미모가 아니라더니. 진짜 예쁘시네요.”
그 순간 옆에서 아멜리아가 속삭여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아멜리아는 신성 제국의 일원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마치 여신이라도 마주한것 마냥.
황홀한 표정으로 성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예쁘긴 무슨.”
“네? 영주님은 성녀님이 안 예쁘세요?”
“어. 전혀.”
시안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미모 자체는 확실히 범접할 자가 없었다.
그런데 얼굴만 예쁘면 뭐하는가.
‘성격이 완전 개차반인데.’
특히나 시안에게 있어 성녀는 해악하기 그지 없는 존재.
사실상 마수(魔獸)나 다름 없었다.
“성녀보다 아멜리아. 네가 훨씬 예쁘다.”
성격 좋지. 말 잘 듣지.
무엇보다 돈도 잘 벌어다 주지 않는가.
여러모로 성녀보다 아멜리아가 훨씬 듬직하고 예뻤다.
그런데.
“······ 핫!”
갑자기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라보였다.
이윽고 아멜리아의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아, 아··· 저, 저···.”
아멜리아는 말을 버벅였다.
그러더니 끝내.
“그그그그그···.”
아멜리아가 고장이 나버렸다.
푹, 숙여진 고개.
어떻게···.
어떻게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누가 봐도 자신은 성녀보다 월등히 밀렸다.
미의 기준은 취향이라 하지만 성녀의 미모는 애초에 인간을 초월했으니까.
능력이나 뭐로 보나 성녀보다 잘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시안의 말.
내 눈엔 네가 제일 예뻐.
뭐 이런 건가···!
아멜리아는 어느덧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있었다.
“자, 그럼 모두가 기다리는 행사를 시작하지!”
어느덧 연설이 끝난 것인지 황제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행사장 전체가 들썩거렸다.
시안은 아멜리아를 뒤로 한 채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라본 시선으로 황제는 한 자루의 검을 치켜들어 보였다.
조디악 소드(Zodiac Sword).
샤를롯 제국의 황제를 상징하는 검이자.
천년 전.
아르나이즈의 리더였던 샤를롯이 사용했던 검이었다.
같은 아르나이즈의 일원이었던 신장(神匠) 모르크루가 만들어준 검.
샤를롯이 사용했던 검술, 조디악 소드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었다.
그리고 황제가 조디악 소드를 꺼내든 이유는 단순했다.
아르나이즈 전당에 들어갈 자를 선택하는 것.
그건 다름 아닌 조디악 소드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사실.
선택되는 기준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정말 가장 뛰어난 이가 선택되는 것이 맞는가.
그도 그럴 것이 조디악 소드는 선택하는 그 기준에 대해서 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천년의 역사 동안.
선택되는 이들은 죄다 당대의 천재라 불리던 이들이었다.
제국에서 이름 좀 날렸다 싶은 이들은 모두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았다.
그렇기에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은 자 = 당대 최고의 인재’ 라는 것은 거의 공식처럼 적용되었다.
그리고 20년 전에 선택된 이는 다름 아닌 듀라크 엘란두르.
에그리트 로르실트는 60이 넘었고,
그는 40년 전에 선택된 바가 있었다.
황제는 조디악 소드를 높게 치켜들었다.
스파아아아아앗!!
이윽고 태양보다 밝은 빛이 조디악 소드에게서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정적 사이로 빛이 하늘로 떠올라 행사장을 가로질렀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 빛을 따라 이동했다.
빛은 행사장 주변을 이리저리 맴돌더니.
이내 한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카이 엘란두르냐.
파나트 로르실트냐.
그것도 아니면 성녀냐.
그렇게 빛이 멈춘 곳.
그건 다름 아닌
성녀(聖女) 아리아였다.
“아···!”
“결국···!”
행사장 전체로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누구는 역시나 싶은 표정으로.
누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또 일부는 분한 표정까지.
그 모든 시선들을 받으며 아리아는 차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빛이 내리쬐며 밝혀진 아리아의 모습은 마치 천상의 여신이 내려온 듯 해보했다.
신성스럽다 못해 거룩하기까지 한 모습.
사람들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빛은 한참 동안이나 성녀를 비추다 이내 사라져갔다.
그리고.
“성녀님이··· 선택되셨네요.”
고장난 아멜리아가 고쳐졌는지 옆에서 속삭여왔다.
“그러게.”
시안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의외이긴 했다.
그러나 아리아가 자격이 없다는 뜻은 또 아니었다.
괜히 뮤리엘의 환생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엘란두르랑 로르실트가 자존심 좀 많이 상했겠는데.’
특히 이사벨이 이번에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던데.
그리고 샤를롯 제국의 일원이 아닌 신성 제국의 성녀가 선택되었으니, 제국의 입장으로서도 조금 난처한 감도 없잖아 있었다.
뭐, 그래도.
‘알아서 하겠지.’
시안과는 썩 상관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천재들만의 세계. 하늘 위의 하늘.
시안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일이기도 했고.
어쨌든.
이로써 모든 건국일 행사가 마무리 된 셈이었다.
이제 루벤으로 돌아갈 일만 남은 상황.
‘아아···! 45만 골드를 어떻게 현질하지.’
시안은 벌써부터 부들부들, 거리는 모바일 영주를 생각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
웅성웅성.
갑자기 행사장 전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 뭐지···?”
“조디악 소드가 왜···?”
당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안은 무슨 소란인가 싶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라본 그곳.
스파아아아아앗!!
그곳엔 조디악 소드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었다.
“······ 응?”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조디악 소드가 선택하는 이는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성녀가 선택된 이상.
행사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런데 조디악 소드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
그건 또 다른 누군가가 선택된다는 의미였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지난 천년 간.
두 명이 선택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행사장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황제 또한 당황한 얼굴로 조디악 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태양보다 밝은 빛이 다시 한 번 하늘로 떠올라 행사장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리저리 떠도는 일이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너를 찍었다는 듯.
빛은 곧장 한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
“······!!”
“······!!”
사람들은 당황을 넘어 경악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빛이 멈춘 곳.
그곳은 황가의 일원도.
엘란두르도.
로르실트도.
신성제국도.
그렇다고 다른 왕가의 일원이 있는 곳도 아니었으니까.
빛이 멈춘 곳은 행사장 한 쪽의 관람석이었다.
정확히는 상석은 아니지만.
마냥 말석도 아닌 애매한 곳.
빛은 어떤 한 어벙한 사내를 비추고 있었다.
현재 사교계에서 떠들썩 한 사내.
그것도 망나니, 패륜아와 같은 이유로.
제국의 별은 커녕.
절대 인재라 할 수 없는 천하의 둔재.
그의 이름은
시안 엘란두르.
“······ 나???????”
시안이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가리키며 눈을 부릅, 떠보였다.
멍한 정신.
시안은 지금 이게 뭔가 싶었다.
진짜 뭔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눈을 씻고 바라봐도!
조디악 소드의 빛은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왜?
대체 왜?
시안은 혹시나 싶어.
정말 혹시나 싶어 몸을 살짝 피해봤다.
그런데 염병.
빛은 시안을 졸졸, 따라왔다!
“······”
시안의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그와 동시에 승천하는 어이.
그 사이로.
띠링!
『[스토리 퀘스트] - ‘아르나이즈의 유산’』
건국일 행사 내내 잠잠하던 퀘스트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