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47화 (47/322)

§ 47화 - 현질의 루벤(2)

쿠구구구구구궁···!!

루벤에 시작된 대격변.

그 장엄한 광경에 사람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 저게 대체 무엇이죠···?”

멍한 정신 사이로 다나가 물어왔다.

그 옆에는 충격 받은 제리가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아멜리아는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했다.

아니, 어떻게 설명해줘야할지 난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도 잘···.”

아멜리아도 잘 몰랐으니까!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보라!

뚝딱뚝딱, 저 혼자 알아서 건설되는 건물들!

파바바박, 알아서 파헤쳐지는 땅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재들을 나르는 인부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러한 광경들이 루벤의 전역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실로 웅장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풍경.

지난 번과 더불어 2번째 마주하는 풍경이었건만.

여전히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아도 그렇지.

이건 당최 무슨···.

아멜리아의 정신이 그대로 출타해버렸다.

비단 아멜리아 뿐만 아니라.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의 정신이 출타해버렸다.

어이가 승천하는 것은 덤.

오직 단 한 명.

“음. 잘 건설되고 있네.”

영지 안 쪽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다름 아닌 시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시안은 루벤의 풍경을 바라봤다.

새로이 몸단장을 하는 루벤.

산산히 부서졌던 목책은 석책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었고.

헤집어진 잔해들과 땅은 다시 고르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또한 영지 안 쪽의 낡고 헤진 시설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제 모습을 찾은 루벤.

그리고.

띠링!

[즉시 완료권] - 4,000 G

[즉시 완료권] - 6,000 G

[즉시 완료권] - 2,500 G

[즉시 완료권] - 3,000 G

.

.

.

.

화면 위로 어김없이 무수한 즉시 완료권들이 떠올랐다.

띠링!

《기다리는 게 힘들면, 현질을 해보시든가욧!!!》

그와 함께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어째, 평소와는 달리 화가 난 말투였는데.

아무래도 시안의 현질을 막지 못한 것이 상당히 분했던 모양이었다.

‘그러게 누가 깐족대래?’

시안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즉시 완료권 알림창의 X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아니지?’

우뚝, 손가락을 멈추었다.

생각해보니···.

현재 인벤토리에 남은 돈.

그 돈이 무려 55만 골드가 남아있었다.

그렇게나 현질을 했는데도 남은 돈이 55만 골드.

즉시 완료권 몇 개 현질 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몇 개만 즉시 완료할까.’

시안은 잠시 고민했다.

그 순간.

띠링!

《때, 때로는 기다려야할 때도 있답니다! 기다림의 미학···!》

모바일 영주가 오류를 일으키듯 알림창을 새로 떠올렸다.

마치 ‘이, 이런 반응이 아닌데···?’ 라는 듯한 모습.

‘······ 뭐 어쩌라는거야?’

시안은 뭔가 싶었다.

그러다 문득.

시안은 이상한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야.

그곳엔 영지민들 전체가 멍하니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입을 쩌억, 벌린 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

시안은 그런 영지민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

“다들 멍하니 뭐해? 일들 안하고.”

영지민들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뭐라 할 말이 없었으니까!

“설마 너희들. 나 없는 동안 이렇게 농땡이 친거 아니야?”

그리고 이어진 시안의 말.

“안 되겠다. 시설 몇 개 즉시 완료하고···. 자, 전부 따라와!”

#

새로이 몸단장을 한 루벤.

그와 동시에 루벤은 새로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잃어버렸던 생기가 다시 감돌기 시작했으며.

어두웠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이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루벤의 일상.

그 중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일상들이 있엇다.

“허어!! 어떻게 이런 맛이!”

“말도 안돼···! 딱히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거 대체 뭐로 만든 거요!”

다름 아닌 맛있는 급식소 Lv.2.

이번에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다나가 급식소를 담당하게 되었다.

아직 몸이 성치 않았던 다나.

하지만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환상의 치료원 Lv.2.

그곳에서 엘리의 보살핌과 함께 순식간에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온전히 회복을 마친 다나.

그녀는 정말이지 경악스러운 요리 솜씨를 보여줬다.

“아···! 이게 바로 천상의 맛인가!”

“여기 한 그릇만 더 주시오! 아니, 두 그릇!”

“이봐! 그렇게 앞에서 다 먹으면 우린 뭐 먹으라고!!”

매일 같이 미어터지는 맛있는 급식소 Lv.2.

그 때문일까.

띠링!

《영지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폭발합니다!!》

《업적: ‘이곳의 음식을 먹기 위해 루벤에 올 가치가 있소이다!’ 달성!》

《업적 보상: 모든 시설의 능률이 +100% 상승합니다!》

.

.

의도치 않은 업적이 달성되었다.

그리고.

“영주님. 저번에 말씀하신 비누 연구 건이요.”

엘로디의 연구소 Lv.1

그곳에 연구원으로 들어간 제리.

제리는 역시나 시안의 예상대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아니.

“제가 조금 살펴보니까 어떤 활성제가 핵심인 것 같더라고요. 해서 그 활성제를 추출하면 다른 방향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빨래 비누나, 식기 세척 비누, 아니면 머리 감는 비누 같이 세분화 하는 방향으로요.”

뛰어나다 못해 경악스러운 재능을 보였다.

띠링!

《연구소의 연구원이 새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노, 놀라워요! 연구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다니!》

《이 시대의 발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연구 속도가 추가로 +500% 상승합니다!》

제리는 연구소의 연구 목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고.

루벤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벤 영지와 인접한 어둠의 숲.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과 우거진 풀숲 사이로.

“크르르···!”

“키에에엑···!”

낮게 깔리는 괴성이 들려왔다.

3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과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

다름 아닌 트롤들이었다.

트롤 무리들은 곧 있을 만찬의 시간에 입가를 기괴하게 비틀었다.

어둠의 숲에 자리잡은 인간들.

지난 번엔 어떤 괴상한 병기로 인해 물러나야만 했었다.

한낱 먹잇감 따위의 반항치고는 제법 매서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크르륵.”

“케켁.”

트롤 무리들은 섬뜩한 기세를 풍기며 루벤으로 진격했다.

그렇게 도달한 루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크륵?”

“크르륵?”

트롤들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루벤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루벤의 영역을 둘러싸고 있는 석책.

그리고 그 주위로 파져있는 깊은 해자.

지난 번에 왔을 땐 저런 게 없었는데?

그리고 분명 저번에 죄다 부숴놓지 않았나?

“크르륵?”

트롤 무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르륵!”

트롤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약한 인간 놈들이다.

어둠의 숲에서 놈들은 먹이사슬 최하위 피식자였다.

저런 방어 시설 또한 결국 나약하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

저 까짓 거 다시 부수면 그만이었다.

이곳은 어둠의 숲.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절대적인 법칙만이 존재하는 공간.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먹잇감이 될 뿐이다.

“키에에에에엑!!!”

트롤 무리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가까워지는 루벤의 방벽.

바로 그때.

한 사내가 석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딘가 어벙한 분위기의 사내.

그 뒤로 수많은 인간 병사들이 서있었다.

“신기전 준비!!”

이윽고 사내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이 이상한 수레를 끌고 왔다.

다름 아닌 지난 번에 트롤 무리들을 격퇴시킨 신기전.

“발사!!”

키이이이이잉···!

이어진 외침과 함께 신기전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터져나왔다.

트롤들은 잠시 주춤했으나 금방 넓게 산개하기 시작했다.

광폭화로 인해 이성의 영역이 도려내어졌으나,

신기전의 끔찍한 화력을 경험한 지금.

생존의 본능이 자극된 결과물이었다.

넓게 산개한 트롤들의 진형.

이로써 신기전의 화력으로도 충분한 타격을 주지 못할 터였다.

“크르르륵!!”

트롤들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그런데···.

키이이이이잉···!

키이이이이잉···!

키이이이이잉···!

갑자기 추가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야.

그곳엔 도합 5대의 신기전이 빛을 뿜고 있었다.

“크, 크륵···?”

당황하는 트롤 무리들.

그 순간.

푸슈슈슈슈슉!!

5대의 신기전에서 일시에 불꽃이 터져나왔다.

장전된 화살들이 모조리 하늘로 쏘아올라졌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는 화살의 소나기.

그리고 다시.

콰콰콰콰콰쾅!!!!

꽈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숲 전체가 떨려왔다.

진한 먼지 구름이 일며 시야를 가렸다.

그렇게 피어난 먼지 구름은 한참의 시간동안 흩어지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인 풍경.

부러져 산산히 조각나버린 나무들.

대지를 통째로 뒤엎은 듯한 잔해들.

“······!!!”

“······!!!”

트롤들의 두 눈이 일순간 크게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눈으로 보이는 풍경.

그건 정말이지··· 쑥대밭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화살 소나기가 빗발친 곳은 지형 자체가 변형되어 있었다.

달려들던 선두의 트롤 무리들은 그대로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크, 크륵···!”

초토화 된 지형 사이로 일부 트롤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신기전의 화력에 신체의 절반이 날아간 이들도 있었건만.

꾸르르르륵.

트롤들은 순식간에 신체를 재생했다.

광폭화(Over Drive).

비약적으로 상승한 트롤의 신체 능력은 재생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거진 불사(不死)의 존재.

완전히 뭉개버리지 않는 한.

트롤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키에에에에엑!!”

“크르르륵!!”

재생을 마친 트롤들이 달려들었다.

섬뜩한 살기를 터트리며 트롤 무리들이 쇄도한다.

이윽고 마주한 해자에 트롤들은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이깟 해자 따위.

트롤들에게 있어 잠시 속도를 늦추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크르륵?”

뭔가···.

뭔가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물 속에서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늪처럼 자꾸만 아래로 추락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렇게 추락하더라도 바닥을 찍고 다시 도약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크로로로록···!”

해자의 깊이가 깊어도 너무 깊었다!

대체 어디까지 내려가야 바닥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

그리고 펄펄 끓는 물은 트롤들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잘린 팔 다리마저 순식간에 재생하는 트롤들이었지만.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은 재생의 능력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크로로록···!”

“크워어어어···!”

대다수의 트롤 무리들은 해자를 넘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그러나 끝내 해자를 뛰어넘고.

석책을 기어 오르는 트롤들이 있었다.

“막아라! 놈들이 못 올라오게 막아!”

“석책 위로 올라오면 안된다!!”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트롤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런 병사들의 표정에는 어떤 두려움이 깃들었다.

저들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들인지.

지난 번의 싸움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지의 병사, 두라스.

두라스는 지금 석책을 올라오는 트롤 한 마리와 마주하고 있었다.

덜덜, 떨려오는 손.

하지만 물러서면 안된다.

여기서 물러나면 루벤의 사람들이, 우리들이 살아갈 터전이 위험하다.

‘훈련한 대로만···! 훈련한 대로만!’

물론 저 질기고도 단단한 가죽을 베어낼 수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저 끔찍한 괴력을 상대할 수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해야한다.

자신은 루벤의 검이자 방패.

목숨을 바쳐서라도 루벤을 지켜야한다!

“으아아아아아아!!!”

두라스는 죽음을 각오하고 트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리고···.

캉! 카캉!

“······ 할 만해?”

할 만 했다···?

어찌된 일인지 트롤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트롤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

퍼억!

“크에에에엑!”

두라스의 일격에 트롤이 다시 석책 밑으로 추락했다.

당연히 저 일격만으로 트롤이 죽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해자 속으로 사라지면 또 이야기가 달랐다.

“······ 어라?”

두라스는 뭔가 싶었다.

진짜 뭔가 싶었다!

본래라면 두라스는 트롤을 상대할 수 없어야 했다.

일단 단단하고 질긴 트롤의 가죽은 오직 오러로만 베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트롤이 가지고 있는 그 본연의 흉포함.

그건 거진 기사의 반열에 오른 이들만이 상대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서도 두라스는 트롤을 홀로 상대할 수 없었다.

불과 며칠 전.

트롤이 습격해왔을 당시 두라스는 트롤을 상대로 쪽도 못 쓰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은···.

“대체 어떻게···?”

답은 간단했다.

《영지의 병사 성장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다름 아닌 시안이 현질한 전설 업적 특전, <샤를롯의 긍지>.

또한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정예 병사 훈련소 Lv.2'.

병사들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었다.

두라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를 뛰어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진실을 모르는 두라스는.

“나··· 어쩌면 천재일지도?”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

전장의 한켠으로 끔찍한 괴성이 터져나왔다.

땅을 울리는 발소리.

숲의 잔해가 무조건적으로 박살나는 괴음.

부르짖는 비명.

이윽고 붉은 광채가 번뜩인다.

돌연변이 트롤.

광포한 광기가 전장 가득히 퍼져나갔다.

그 광기는 존재의 정신을 물들였다.

피를 향한 끝없는 갈증.

굶주림의 욕망들에 당장이라도 찢겨버릴 것만 같았다.

포식자의 권능, 피어(Fear).

저 앞에서 그 어떤 존재도 멀쩡히 서있을 수 없으리라.

“으으···!”

“괴, 괴물···.”

역시나 병사들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샤를롯의 긍지가 내려앉습니다!》

《기사들이여! 명예의 검을 들어라!》

《영지의 병사들이 정신 공격에 저항합니다!》

“으으···! 더 이상 너희같은 괴물들에게 지지 않아!”

“싸워라! 절대 물러서지 마라!!”

“으아아아아아!!”

병사들이 투지를 불태우며 검을 치켜들었다.

샤를롯의 특전 효과 3번째.

돌연변이 트롤이 터트리는 피어는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했을 뿐.

저 끔찍한 돌연변이 트롤을 상대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 순간.

타닥!

누군가 석책 밖으로 뛰쳐나갔다.

금색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치켜든 검.

그 검에는 짙은 어둠이 맴돌았다.

루벤의 영주, 시안.

시안은 돌연변이 트롤을 마주하며 어둠이 깃든 S등급의 검을 내질렀다.

오러의 힘이 깃들어있는 S등급의 검.

그 위로 덧 씌워지는 마기(魔氣)의 힘.

그리고 이어지는

단 한 번의 일격.

꽈아아아아아앙!!!

괴악한 폭음과 함께 돌연변이 트롤이 쿠웅,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그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거대한 트롤이 쓰러졌다.

그 끔찍한 재생력조차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

“······!!!!”

터져나오는 경악.

그 사이로.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입문 진행률 86.5% (+10.7%)]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3.4% (+0.5%)]

“마혼제법을 쓰면 마수가 지닌 광폭화도 없애주네.”

과연 엘로디조차 발 끝에도 미치지 못했던.

마기를 정제하는 근원적인 방법.

그 덕분에 광폭화(Over Drive)로 인한 트롤의 재생력이 약해졌다.

역시.

이 맛에 현질하는 거 아니겠는가.

시안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스.

“어, 어찌 이런···.”

한스는 지금 이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 날, 한스는 끝도 없이 들이 닥치는 마수들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으나.

금방 한계를 맞이할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 한계가 찾아왔고.

이제 루벤은 무너지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단 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단 한 명이었다.

루벤의 주인이 돌아왔고.

시안은 순식간에 루벤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었다.

깊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 가장 찬란한 희망.

누가 시안을 망나니라 할 수 있을까.

누가 시안을 무능력하다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전원 돌격!! 영주님을 도와 루벤을 위협하는 마수들을 몰아내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스는 진정한 루벤이 무엇이고.

또 누구인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엘란두르 후작령에 위치한 엘란두르 대저택.

그리고 그런 대저택에 있는 이사벨의 집무실.

“가주님께서 카이 도련님께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이사벨은 총관, 레리트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

“정확히는 네이슨 도련님과 시안님과의 결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사벨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가 주최한 건국일 행사의 연회.

그곳에서 네이슨과 시안이 결투를 벌였다고 들었다.

그 결과는 네이슨의 참패.

물론 오러를 사용하지 못했고.

또 한 손이 제약당한 결투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패배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에 관해서는 자세히 듣지 못했습니다만···.”

레리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주님께서 시안님께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우뚝.

이사벨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엘란두르 후작가의 가주, 듀라크 엘란두르.

마스터 상급에 닿은 명실상부 제국 제 1의 검.

듀라크는 딱히 가문 내부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사벨에게 전권을 위임한 채.

황제와 함께 제국의 대사를 전담하고 있었다.

듀라크가 가문에서 관심을 갖는 존재는 딱 둘.

이사벨.

그리고 카이 엘란두르였다.

이사벨이야 가문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그렇다치면.

사실상 카이 이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보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안에게 관심을 보였다라.

좋지 않은 신호였다.

그것도 상당히.

“사람을 보낼까요.”

이어진 레리트의 말.

“······”

이사벨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

트롤과의 전투를 마무리한 직후.

시안은 뒷처리를 병사들에게 맡긴 뒤.

잠시 영지의 한적한 쪽으로 향했다.

이제 얼추 루벤의 상황도 정리 되었겠다.

시안은 인벤토리를 들어 그 안에 있는 마나석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쑤우욱, 하며 빠져나오는 거대한 크기의 마나석.

쿠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나석이 인벤토리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마나석 안 쪽으로 흐릿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회백색의 눈동자.

긴 백은색의 머리와 고혹적인 미모.

-어? 생각보다 빨리 꺼내주었네?

천 년의 원귀, 레아였다.

레아는 잔뜩 들뜬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아르나이즈 전당에서 무려 천 년동안 잠들어있던 레아.

따지고 보면 거진 천 년만의 외출이었으니.

설레지 않으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었다.

레아는 연신 루벤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러더니 문득.

-어? 여기는···?

레아가 상당히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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