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도약
루벤 한 쪽에 위치한 커다란 공터.
콰르르르릉···!
그곳에 진동이 일며 땅이 뒤집어졌다.
《영주관 Lv.1을 건설 중입니다.》
《건설 완료까지 D - 100》
다름 아닌 영주관의 건설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영주관 Lv.1의 공사는 규모또한 어마어마했다.
그 때문일까.
[즉시 완료권] - 200,000 G
즉시 완료권의 가격도 정말 어마어마했다.
시안은 당연히 즉시 완료를 할 생각이 없었다.
20만 골드를 지불하면서까지 즉시 완료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안은 알림창의 X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띠링!
《하핫! 기다리시기 힘드시면, 현질을 해보시든가요!!》
모바일 영주가 아주 당차게 알림창을 떠올려보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들떠있는 것 같았다.
‘진짜 안에 누가 있는거야 뭐야.’
시안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아무튼.
영주관이 완성되려면 100일을 기다려야했다.
3달이 넘는 기간.
그 기간 동안에는 레아의 마나석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해서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큰 걱정은 없었다.
규모가 큰 만큼 모든 것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정확히는 부분부분, 먼저 공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고.
공사가 완료된 시설은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영주관의 효과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을 먼저 공사할지는 시안이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해서 영주관의 결계석.
그리고 시안이 지낼 방.
이 두 가지를 우선 순위로 하면 대략 5일 정도면 두 개는 완성되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네.”
레아의 물음에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우리’ 집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긴 했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우리 집 진짜 넓다. 예전에 살던 곳에 비해서도 전혀 꿇리지 않는데?
레아는 다름 아닌 샤를롯의 여동생.
레아가 예전에 살던 곳이라 함은 다름 아닌 황궁이었다.
쉽게 말해 황궁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뜻.
그리고 그건 시안도 인정하는 바였다.
물론 크기나 웅장함.
그리고 기타 다른 시설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황궁이 압승이었다.
그러나 생활적인 측면만 봤을 땐.
황궁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둘만 살아?
“음···.”
생각해보니 둘이 살기엔 너무 넓었다.
한스를 들인다 하더라도 여전히 넓은 영주관.
‘아멜리아도 여기서 살라고 할까.’
지금이야 루벤의 영지민이라지만.
예전에는 제국 서부를 주름잡던 브라헤 가문의 여식이었다.
말은 안해도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있었을 터.
역시 아멜리아도 여기서 같이 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넓은 집을 관리할 사람은?
“어···.”
이것도 생각해보니 그랬다.
물론 영주관은 영지민들이 살고 있는 ‘살기 좋은 벽돌집’ 처럼 생활 편의 기능이 있었다.
마나석을 이용하면 청소와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영주관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줄 이는 필요했다.
쉽게 말해 집사.
한스가 하면 딱 좋긴 하지만···.
한스는 현재 행정관으로 바쁜 상황이었다.
여기에 집사 일까지 던져준다면···.
‘진짜 오늘 내일 할 것 같네.’
결국 다른 이를 고용해야했다.
‘커너, 그 놈은···.’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암살자를 집사로 둘 수는 없었으니까.
물론 레아에게 털린 뒤로 완전히 굴복한 커너였다.
또한 영주관에 레아가 같이 살았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암살자를 영주관에 들인다는 게 말이나 될까.
무엇보다 커너는 이것저것 노예처럼 부려먹을 일들이 많았다.
결국 마땅히 할 사람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영지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네.’
인구가 부족해도 상당히 부족했다.
숱한 현질로 인해 루벤은 이제 모바일 영주에서도 ‘마을’이라 인정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인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시안이 현질한 시설들.
지금도 거의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최소한도 아니었다.
거진 영지민들을 갈아넣다시피하는 수준.
이제 슬슬 새로운 영지민을 받아야할 때였다.
그리고 그건 모바일 영주의 현질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
모바일 영주는 영지민을 판매하지 않았으니까.
“음···.”
그렇기에 시안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누가 루벤에 오려고 할 것이며.
또 온다고 무작정 받기에도 힘들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영지민들의 충성도와 만족도.
지금의 영지민들은 시안에 대한 충성도와 만족도가 Max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영지민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필시 이와 관련한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할 터.
‘어쩌지···.’
그렇게 고민만 깊어지던 찰나.
-없으면 내가! 내가 할게!
“네? 뭘 말씀이시죠?”
-집사 말이야.
“집사요?”
아.
방금 전까지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이윽고 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나 예전부터 그런거 해보고 싶었어.
시안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집사를 하고 싶다는 레아.
레아는 저래보여도 황족이었다.
그것도 샤를롯의 여동생.
그런 레아에게 집사는 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집사를 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잖아!
루벤이 저렇게나 좋은 걸까.
레아는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
-무엇보다 시안. 네 시중을 들면서 이것저것···.
“네?”
-아니, 뭐··· 내가 집사하겠다고.
시치미를 떼는 레아.
시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일의 후계자라 그리 말했건만.
레아는 내심 시안을 카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카일의 환생?
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시안이 카일의 환생일리가 절대 없었으니까.
카일은 엑시드(Exceed), 그 너머의 경지에 닿은 자.
대륙 역사상 유일무이한 최강의 아르나이즈였다.
만일 시안이 카일의 환생이었다면.
시안의 재능이 이렇게 처참할리가 없었다.
‘모바일 영주가 왜 마혼수라검을 내게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레아가 어째서 그런 오해를 하는지는 이해한다만.
아닌 건 아니었다.
뭐, 그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데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요 그럼.”
-정말? 이제 우리 같이 사는 거다?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
다시 원래의 자리로 찾아온 루벤.
발전을 거듭한 루벤은 어느덧 도시의 풍경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모바일 영주는 ‘마을’ 이라 정의했지만.
그래도 도시라 부를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런 루벤의 풍경 속.
쌔액!
시안은 오늘도 어김없이 훈련소에서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쐐애애액!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파공음.
“이게 마지막···!”
그리고 이어진 검격과 함께 철푸덕.
시안은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파들파들, 떨리는 전신.
“하악···! 하악···!”
시안은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시안은 바쁜 와중에도 하루하루 빠짐없이.
과제를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수한 성장 버프와 쌓이고 쌓인 노력들.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입문 진행률 100%(+7.3%)]
그 노력들이 오늘에서야 끝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드디어···!”
시안은 벅차오르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는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행률 100%는 현재 시안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일 뿐.
그만큼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지.
갑자기 없던 힘이 솟아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기대하고 있는 것은 있었다.
다름 아닌 마혼수라검의 다음 단계.
입문을 수료했으니 그 다음은 초급일 터.
그 말은 즉.
“이제 카일의 진정한 검술을 배울 수 있는건가!”
시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곧 띠링! 하는 알림음과 함께 새로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업적 ‘마혼수라검 입문자’ 달성!》
《특별 할인 항목이 추가 개방됩니다!》
『[영주 전용] - 초보자 성장 지원 상급 패키지 (100,000 G)
구성품: 아르나이즈 초급 무공(武功)』
-본 제품은 단 1회만 구매 가능합니다.
-본 제품은 인과 초특가 할인 제품으로 구매 시 환불이 불가합니다.
.
.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 젠장.”
이것도 현질이었냐.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쩐지 ‘중급’ 패키지에서 멈춰 있는가 싶었다.
시안은 떠오른 패키지를 자세히 살폈다.
구성품 아르나이즈 초급 무공(武功).
이번에도 어떤 아르나이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카일의 무공, 마혼수라검임을 모르지 않았다.
문제는 그 가격 10만 골드.
중급 패키지의 가격이 1만 골드였음을 감안하면, 무려 10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뭐, 진정한 마혼수라검을 배울 수 있다면야 비싸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차마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보아하니 상급 패키지 다음에 또 뭐가 있을 거 같았으니까.
최상급 패키지, 뭐 이런 식으로 나오겠지.
“설마··· 그 다음은 100만 골드는 아니겠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아···.”
정말 끝도 없는 현질.
뭐, 그래도.
지금 당장은 10만 골드만 지불하면 되었다.
시안은 인벤토리의 금화를 확인했다.
[보유 중인 금화 - 270,000 G]
도합 27만 골드.
영주관을 현질하고 남은 돈 2만 골드.
그림자 달의 특급 암살자 커너를 털어서 얻은 20만 골드.
그리고.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우리 그림자 달 길드는 시안 엘란두르. 그대에게 악감정은 없다. 허나, 분명한 우리 측의 실수가 있었던 바. 사과와 보상의 의미로 원하는 때에 언제든···.]
그림자 달의 길드장, 다이애나가 보내온 5만 골드를 더한 금액이었다.
정확히는 다이애나가 아니라 커너가 가지고 있던 재산이었다.
이를 다이애나가 편지와 함께 보내온 것.
아무래도 커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악감정은 없다라···.”
사실 말만 그러할 뿐이지.
좋게좋게 지내자는 뜻이었다.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 그림자 달.
그리고 그림자 달의 길드장, 다이애나.
시안은 다이애나가 누군지 모르지 않았다.
짐승들로 득실거리는 암흑가를 단신으로 평정하고.
혼돈으로 가득찬 암흑가에 규칙을 부여한 존재.
쉽게 말해 말이 통하는 범죄자라 할 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범죄자지만.”
시안은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뭐, 어쨌든.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라.”
딱히 원하는 것은 없는데.
있다면 딱 하나.
역시나 현질할 ‘골드’뿐이었다.
그림자 달 길드는 암흑가를 지배하는 길드였다.
뒷세계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관리하는 초거대 길드.
당연히 검은 돈이라 부르는 것들을 다루고 있었으며 그 규모는 감히 추정 불가.
이건 거의 백지 수표나 다름 없다고 보면 되었다.
“그럼 300만 골드를 달라하면 주려나?”
시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뭐.”
시안은 백지 수표에··· 아니, 편지의 답장으로 300만 골드를 적어넣었다.
“알아서 판단하겠지.”
줄 거란 생각으로 적은 건 아니었다.
솔직히 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암흑가를 지배하는 그림자 달이라고는 하나.
고작 시안 한 명의 호감을 사고자 300만 골드를 지출할리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뭐 크게 상관은 없었다.
안 주면 그냥 서로 갈 길 가면 그만.
“딱히 그림자 달이랑 엮여서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 통한다고는 해도 결국은 암흑가의 범죄자들이었다.
솔직히 말해 아리아보다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림자 달의 증표.
“이것도 딱히 쓸 일이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시안은 징표는 인벤토리에 넣어놓았다.
아무튼.
시안은 현재 10만 골드를 지불할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고민할 것이 뭐가 있을까.
시안은 거침없이 성장 지원 상급 패키지를 구매했다.
꾹.
《구매 완료!》
가벼운 터치와 함께 구매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윽고 인벤토리에서 사라지는 10만 골드.
바로 그때.
화아아아아악!
시안의 시야 앞으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그렇게 빛무리가 잠잠해질 때쯤.
시안은 눈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싸늘한 냉기가 흐를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은발.
천년 전.
최강의 아르나이즈라 불렸던 카일이었다.
물론 진짜 카일은 아니었다.
모바일 영주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일 뿐.
시안은 가만히 카일을 바라봤고.
카일은 차분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운 압박감이 짓눌렀다.
분명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가상의 카일이거늘.
시안은 카일의 존재감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후우우웅···!
카일의 검에 검은 기류가 얽힌다.
이윽고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칼날이 되었다.
사각─.
단조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공기가 베어지는 소리.
카일의 검이 움직인다.
콰직─.
공간이 찢겨져 나갔다.
당연히 시안의 착각이었다.
가상의 카일이 현실의 공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시안은 공간이 찢어지는 분명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카일의 검이 춤을 춘다.
그것은 미끄러지다가 사라졌으며.
빛을 발하면서도 또 두 눈을 현혹했다.
그러면서도 닿는 모든 것들을 찢어발기는 괴악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카일의 검은 단순했다.
시안이 배웠던 베기(斬)와 찌르기(衝).
지금 보이는 카일의 검은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베기(斬)와 찌르기(衝)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저 단순하고도 간결한 한 번의 검격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시안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엑시드(Exceed) 그 너머의 경지.
최강의 아르나이즈.
카일의 검술은.
서걱─!
감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경이로움을 담고 있었다.
카일의 검이 멈춘다.
그리고.
“허억···! 허억···!”
시안은 그때서야 막혔던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심장이 요동치며 눈으로 담은 광경을 부정한다.
규격 외의 힘을 마주한 정신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그리고.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의 초급 과정을 시작합니다.》
《관리자의 수준에 맞춘 과제가 부여됩니다.》
이윽고 ‘Loading···.’ 이라는 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다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정확한 자세로 마혼수라검 시연하기 [0 / 1,000]》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초급 진행률 0%]
“미친···.”
시안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걸 어떻게 해?”
저걸 어떻게 따라하란 말인가!
말이 안되었다.
심지어 ‘정확한’ 자세였다.
지난 입문 진행률을 비추어보면 정확하지 않으면 카운트조차 되지 않을 터였다.
방금 카일이 뭘 어떻게 했는지 이해조차 불가능하거늘.
정확한 자세로 저걸 어떻게 따라한단 말인가!
그것도 무려 1,000번이나!
“절대 못해!”
못한다.
절대 못한다.
저건 비단 시안 뿐만 아니라 대륙의 어느 누구도 불가능하다.
카이? 듀라크?
웃기지 말라지!
카일 앞에서는 마스터는 정말이지 ‘따위’에 불과했다.
심지어 같은 아르나이즈인 샤를롯도 못 할거다 저건!
‘그건 아닌가?’
아무튼.
그만큼 카일이 보인 마혼수라검은 그만큼이나 경이로웠다.
그렇기에 저것을 따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건만.
“해야겠지···?”
시안은 해야했다.
“하아···.”
또 얼마나 개고생을 해야할까.
다행히 샤를롯의 특전에 성장 버프 중첩이 있으니 해볼만은 할거다.
말 그대로 해볼만은.
“그래도 차근차근 하다보면 또 닿겠지.”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시안은 마음을 다잡았다.
바로 그때.
“영주님. 역시 여기 계셨군요.”
한 쪽으로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역시나 아멜리아가 시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모양.
시안은 스마트 폰을 품 속에 넣으며 말했다.
“무슨 일 있어?”
“그게 저번에 말씀하신 트롤 처리에 관련해서요. 이거··· 아무래도 지금 당장 팔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응? 왜?”
시안이 묻자 아멜리아가 곧장 말을 이었다.
“트롤은 다른 마수와는 다르게 돈이 될 것이 많아요. 피는 물론이고, 트롤의 근골과 가죽. 손톱과 발톱도 꽤나 비싸죠. 해서 이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관리해야하는데···.”
“그런데?”
“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아.”
시안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동안은 어떻게 가능했지만, 이번에 영지에 시설들이 많이 세워지면서 각자 담당하는 일들이 생기는 바람에···.”
“잠깐 동원할 수는 없을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서 꽤 오래 동원해야해요. 그나마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기껏해야 병사들 뿐인데···.”
심지어 그 병사들도 훈련을 받아야하기에 완전히 차출할 수도 없었다.
쉽게 말해 인력 난.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었다.
그동안 꾸역꾸역 잘 버텨왔건만.
끝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방법이 없는데···.”
지금 당장 어찌할 방법도 없었다.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예요. 단지 지금 사체를 팔기가 어렵다는 것 정도니까요. 그래도 제가 최대한 처리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아멜리아는 자기만 믿으라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국 서부의 대상단, 브라헤 상단의 여식 아멜리아.
역시나 이 부분에 관해서는 상당히 믿음직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네가 성녀보다 훨씬 좋다.”
“······ 핫!”
그러자 아멜리아가 숨을 크게 들이 삼켰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지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아무래도 또 고장이 나버린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도련님?”
한 쪽에서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한스가 시안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표정을 보아하니···.
한스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지 원.
그렇게 현질을 했는데도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루벤이었다.
“무슨 일 있어?
시안의 물음에 한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루카스와 그레이슨 말입니다.”
“아. 돌아왔어?”
시안은 화색을 띠며 반문했다.
숲 안 쪽에서 자리잡은 강대한 마수를 조사하기 위해 떠났던 둘.
여지껏 오지 않아 걱정하던 차였거늘.
아무래도 이번에 돌아온 듯 싶었다.
“둘은 괜찮아?”
“그것이···.”
한스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무슨 일인데 그래? 많이 다쳤어?”
“그게 말입니다···.”
한스가 계속 말을 흐리자 고장났던 아멜리아의 표정이 새하얘졌다.
루카스와 아멜리아.
그 둘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인연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이어진 한스의 답.
그러면서 한스가 걸음을 옮겨보였다.
시안은 아멜리아를 데리고 한스를 따라 나섰다.
그렇게 한스를 따라간 곳.
시안은 왜 한스가 당황했는지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곳엔 루카스와 그레이슨이 없었다.
그 대신 어떤 한 존재가 서 있었다.
“오오···! 이게 정녕 인간들이 만든 건축물이란 말인가! 어떻게 인간들이 이 정도의 수준을···!”
루벤의 영지민들과는 사뭇 다른.
아니, 인간과는 사뭇 다른.
작은 키와 억센 인상.
수부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존재.
“아! 자네가 그 루카스와 그레이슨이라는 인간 친구가 말하던 루벤의 영주인가?”
장인의 종족이자.
산의 종족.
“드워프···?”
그는 다름 아닌 드워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