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현질, 현질!(2)
[시안 엘란두르, 그대가 요구한 300만 골드를 동봉해서 보낸다. 우리로서도 타격이 큰 금액이지만 그만큼 시안 엘란두르, 그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하는···.]
시안은 다이애나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읽었다.
뭐, 짐작했다시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대체 왜?’
그렇기에 시안은 솔직히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은 300만 골드를 그냥 적어 넣은 것이었다.
안 들어줄 거 아니까 대충 서로 갈 길 가자는 의미.
그림자 달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하기가 좀 뭐했지만, 시안이 300만 골드의 가치를 지녔다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물론 지난 건국일 행사에서 시안이 이름을 좀 날린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시안의 이미지가 단번에 바뀌지는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인 그림자 달이 시안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시안은 얼떨떨한 심정으로 편지에 동봉된 300만 골드를 확인했다.
10만 골드짜리 전표가 정확히 30장.
확실한 300만 골드였다.
아.
시안은 순간 정신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림자 달이 무슨 생각이든 알게 뭐란 말인가.
이렇게 300만 골드를 주었는데 말이다.
무슨 꿍꿍이든 300만 골드면 다 용서가 되었다.
설령 다시 한 번 암살하려 해도 용서할 수 있었다.
어차피 레아가 알아서 처리해줄테니까.
그리고 또 300만 골드를 달라하면 되니까!
시안은 혹시나 싶어 아리아의 편지를 확인했다.
혹시 아리아도 300만 골드를 보내오지 않았나 싶었으니까.
그런데 무슨.
[혹시나 싶어서 미리 말하는데. 절대로, 결단코! 사적인 이유로 너한테 편지를 보내는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 아는데, 혹시라도 네가 오해할까봐···.]
뭔 시덥지도 않은 내용이 보였다.
어딜 봐도 전표나 골드는 보이지 않았다.
이 드넓은 대륙에서 성녀의 편지를 받아본 자가 누가 있을까.
그것도 성녀가 먼저 보내온 편지를 말이다.
누가 이 사실을 안다면 부러움과 시기, 질투에 눈이 멀어 시안을 암살하러 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돈보다 더 가치가 있는 성녀의 편지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안은 대충 훑어보고는 편지를 접어버렸다.
300만 골드가 눈앞에 있는데, 성녀 따위가 눈에 들어올리가!
“아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어보였다.
갑작스러운 시안의 행동에 한스와 세미르가 흠칫, 거렸다.
하지만 시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300만 골드지 않은가.
무려 300만 골드지 않은가!
지난 건국일 행사에서 벌었던 155만 골드.
그것의 2배 가량이 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리고 이 돈이면 방금 모바일 영주가 깐족거린 것들.
그것을 죄다! 싹다! 몽땅! 현질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후우···! 후우···! 지, 진정하자.’
시안은 터질 듯한 심장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흥분은 좋지 않았다.
괜히 흥분해서 이성을 잃으면 안된다.
이럴수록 침착하기는 개뿔!
“아아아···!!!”
이건 도무지 침착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시안은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어보였다.
전기에 감전된 것을 넘어 접신을 하는 듯한 시안의 몸부림.
“여, 영주께서 갑자기 왜 저러시는 거요?”
“가끔 저러십니다만···.”
세미르와 한스는 멍한 얼굴로 시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안은 끝내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정신이 아찔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이성은 되찾을 수 있었다.
시안은 스마트 폰을 움켜쥐었다.
리듬까지 타면서 깐족거렸겠다.
‘딱 기다려라.’
시안은 세미르에게 말했다.
“세미르 족장님, 제가 기절해있는 동안 루벤의 풍경을 둘러보셨죠?”
“그렇소.”
“그럼 루벤의 구조 중 마음에 안 드시는 곳이 있으셨나요? 그러니까 난잡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들이요.”
세미르가 약간 주저하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없지는 않았소.”
말은 조심스럽게 했지만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미르는 장인의 종족, 드워프.
그것도 신장(神匠)이라 불리던 모르크루의 후손이었다.
그런 세미르의 눈에 마구잡이로 현질한 루벤의 구조가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솔직히 난잡한 정도가 아니라 개판처럼 보일 터였다.
해서.
“루벤의 전체적인 청사진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청사진을 말이요?”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인구도 늘었겠다.
루벤은 앞으로 계속되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되는 대로 시설들을 현질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었다.
지금이야 인구도 적고 시설도 엄청 많은 편은 아니라 괜찮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아니었다.
만일 이대로 마구잡이로 현질한다면, 나중에는 영지가 아니라 이것저것 기워붙인 괴기한 형태가 될 터.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계획적으로 지을 필요가 있었다.
마침 누르비아와의 전투로 많은 시설들이 부서져버렸겠다.
또 드워프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도 만들어야겠다.
이번 기회에 싹 갈아 엎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혹시 하실 수 있으신가요?”
“그거야 어렵지는 않소만···.”
세미르의 대답에 시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을 넘어 신장(神匠)이 불리던 모르크루의 후손, 세미르.
그의 감각이라면 충분히 루벤을 멋지게 탈바꿈 해주리라.
#
세미르가 청사진을 만들 동안 시안 또한 차분히 준비를 해나갔다.
일단 환상의 치료원 Lv.2에서 거의 대부분을 회복할 수 있었고,
또 그림자 달이 보내온 300만 골드의 전표를 모두 현금화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추 준비를 마치자 세미르의 청사진이 완성되었다.
시안은 세미르가 만들어온 청사진을 살폈다.
무려 수 십장에 달하는 루벤의 청사진.
전체적인 루벤의 조경을 바탕으로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그려져있었다.
비단 지금의 루벤 영역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확장 구역까지 계산하여 그려져있었다.
상업 지구, 농업 지구, 목축업 지구.
공업 지구, 주거 지구, 군사 지구, 문화 지구 등등.
그리고 각 구역들을 잇는 도로들까지.
또한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과 이 구역에서의 주된 활용안.
또 왜 이곳에 그런 구역을 지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인 설명도 첨부되어있었다.
한 마디로.
“미친···.”
완벽, 그 자체였다.
만일 이대로만 완성이 된다면···.
과연 제국에서, 아니 대륙에서 루벤을 따라올 영지가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제국의 수도, 다르칸도 이 정도는 아닐 터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재현하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막대한 현질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랴!
시안은 슬쩍 인벤토리의 금화를 확인했다.
[보유 중인 금화 - 3,170,000 G]
무려 317만 골드!
“아아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윽고 시안은 희번뜩한 두 눈으로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우우웅···!
그러자 스마트 폰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갑자기 무슨 진동인가 싶었지만 시안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현질의 시간.
“일단···.”
시안은 가볍게 아르나이즈의 축복, <모르크루의 불꽃>을 현질했다.
물론 50만 골드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가볍기는 염병, 금화의 무게로만 사람을 짓눌려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꾹.
《특전 구매 완료!!》
《불꽃을 지펴라! 망치를 꺼내 들어라!》
《영지에 모르크루의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띠링!
《영지의 모든 건축물 효과가 +500% 증가합니다!》
《숙련공 이상의 대장장이가 있는 영지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장비들은 B등급의 품질을 지닙니다!》
《모르크루의 대장간 Lv.1 이 개방됩니다!》
한 번의 터치와 함께 화면으로 수많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안은 알림창을 확인한 뒤, 곧장 【영지시설】 항목에 들어갔다.
그리고 세미르가 만든 청사진을 살폈다.
“먼저···.”
농업 지구부터 완성하면 좋을 것 같았다.
시안은 【영지시설】 항목에서 농업 관련 시설들을 살폈다.
《풍족한 농지 Lv.2》 (9,000G)
일단 가장 기본인 농지.
“응? 농지 업그레이드는 5천 골드 아니었나?”
그런데 가만보니 Lv.2를 바로 지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비옥한 농지 Lv.1’의 가격인 4천 골드와 합쳐진 가격인 듯 싶었다.
“한 번에 건설하고 좋네.”
꾸구구국.
시안은 망설임 없이 농업 지구에 농지들을 채워넣었다.
《구매 완료!》
어김없이 떠오르는 구매 완료의 알림창.
시안은 여기서 추가로 농지 관련 시설들을 살폈다.
《무럭무럭 과수원 Lv.1 (5,000G)》
《지렁이, 우렁이 양식장 Lv.1 (3,000G》
《농업용 창고 Lv.1 (4,000G)》
농업과 관련되거나 농업에 필요한 각종 시설들.
밑으로 각 시설들에 관하여 설명들이 나열되었다.
그러나 시안은 굳이 읽지 않았다.
꾹. 꾹. 꾹.
《구매 완료오!!!》
어차피 구매할 것이니까!
무엇보다 앞으로 현질할 것이 몇 개인데 저런 걸 하나하나 읽고 있단 말인가.
“시간 낭비야 시간 낭비.”
현질할 땐 역시 시원하게 해야했다.
그렇게 얼추 완성된 농업 지구.
“다음은···.”
공업 지구였다.
《뜨거운 대장간 Lv.2》 (15,000G)
이 역시 ‘대장간 Lv.1’의 건설 비용이 합쳐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드워프들이 사용할 대장간으로 B등급의 장비들을 양산할 곳이었다.
비단 장비들 뿐만이 아니었다.
농업에 사용할 농기구.
또 생활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
영지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 시설이었다.
시안은 거침없이 대장간들을 공업 지구에 설치했다.
꾸구국.
《구, 구매 완료오오오!!!》
모바일 영주가 슬금슬금,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다.”
아직 현질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안은 청사진을 확인하면서 다음 지구를 살폈다.
목축업 지구.
《뛰노는 마수 목장 Lv.2》 (10,000G)
《아늑한 축사 Lv.1》 (5,000G)
꾸국. 꾸구국.
《구매애애애애애!!!!!!!!!!!!》
군사 지구.
《정예 병사 훈련소 Lv.2》 (10,000G)
《기사 사관 학교 Lv.1》 (15,000G)
《특수 병과 훈련소 Lv.1》 (8,000G)
꾸구구국.
《와, 와, 완료오오오옹!!!!!》
여기까지 현질하자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맛이 가버리고 있었다.
진짜 오류라도 난 것처럼 말이 꼬이고 있었다.
“후우.”
시안은 잠시 숨을 돌렸다.
더 이상 현질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루벤의 영토에서 지을 수 있는 모든 건물들을 현질한 셈이었다.
한 마디로 더 시설들을 현질하고 싶어도 공간 부족으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지 확장】
그렇다고 현질의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드워프들이 루벤의 영지민이 되면서 개방된 【영지 확장】.
말 그대로 루벤의 영지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영지를 확장하기 위해서 해당 영역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지배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의미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딱히 별 다른 의미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배권.
해당 영역의 지배권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그 영역의 주인이라 주장할 수 있어야했다.
쉽게 말해 그 영역의 가장 강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해서 본래라면 시안은 영지 확장을 할 수 없어야만 했다.
루벤이 위치한 곳은 다름 아닌 어둠의 숲.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둠의 숲 지배권은 숲 안 쪽에 자리잡은 강대한 마수.
악마 7군주, 나태의 누르비아에게 있었다.
물론 누르비아가 어둠의 숲 전역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르비아가 지배하던 영역은 굉장히 넓었고.
그런 누르비아는 결국 시안에게 패퇴하여 도망쳤다.
즉, 나태의 누르비아가 가지고 있던 지배권을 시안이 가져온 셈이었다.
쉽게 말해.
[1구역 확장] - 1,000,000G
꾹.
부지를 확장함에 있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구매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
모바일 영주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이 정도면 오류가 아니라 발작을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왜 이래?”
시안은 순간 멈칫거렸다.
하지만 뭐.
상업 지구.
《따끈따끈 제빵소 Lv.1》 (5,000G)
《취한다 양조장 Lv.1》 (6,000G)
꾸구구국.
《완료오오오오오오오오오!!?!!?!?!?!!》
주거 지구.
《살기 좋은 벽돌집》 (10채 묶음 2,000G)
꾸구구구구구구구구국.
《구, 구, 구, 구, 구···.》
말을 버벅이기 시작하는 모바일 영주.
뭐, 대충 여기까지 건설하면 얼추 될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각 구역들을 도로로 잘 이어주면···.”
《슝슝 자갈길 Lv.1》 (100m당 1,000G)
시안은 세미르가 그려준 청사진을 바탕으로 손가락으로 화면을 쭈욱, 당겨 모든 도로를 건설했다.
그와 동시에 지출되는 어마어마한 골드.
그리고.
《······》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무런 알림창도 떠오르지 않았다.
“응? 진짜 오류 났나?”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오류라기보다는 어째···.
[인과 폭주로 인한 과부하 감지.]
[서버와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모바일 영주를 종료합니다.]
“어어? 아직 현질 안 끝났어! 연구도 해야하고, 강화도 해야한단 말이야! 일어나!”
모바일 영주가 기절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
루벤의 영역 외곽.
이곳에는 망치모루 부족의 드워프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족장, 세미르.
세미르는 다가오는 크마루의 모습에 물었다.
“아이들은?”
“다행히 영지민 분들이 잘 보살펴주고 있어.”
크마루의 답에 세미르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보였다.
이윽고 크마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은 분들이야. 그렇기에 좋은 영지고.”
그런 크마루의 말에 드워프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영지민들은 아이들을 위해 선뜻, 그들의 보금자리를 내주었으니까.
비록 여기 모인 드워프들은 뭐 하나 없었지만.
“우리야 뭐. 대충 지내면 되는 것 아니겠나.”
“노숙이야 익숙하지. 어둠의 숲에 버려졌을 때부터 그래왔는걸.”
“우리들을 거둬주신 것만으로도 불만은 없어.”
그럼에도 드워프들은 루벤의 영지민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족장. 영주님이 청사진을 그려달라 했다며?”
이어진 크마루의 물음.
세미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드워프들이 모두 놀라보였다.
“족장님이 직접?”
“족장님이 직접 구상하신 거면··· 정말 어마어마 하겠는데.”
“우리 마을도 족장님이 다 구상하신 거 아니야.”
“열악한 환경에서 만든 게 그 정도였으니 제대로 구상하셨으면···.”
드워프들이 모두 기대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세미르는 그렇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과하게 구상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청사진을 그려달라는 영주의 부탁.
그 때문에 세미르는 영지가 아니라 거진 환상의 낙원을 그려놨다.
물론 청사진이라 함은 당연히 이상적인 요소가 섞여야 했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계획을 구상해야했다.
하지만 세미르가 그린 것은 말 그대로 환상의 낙원.
심지어 건물들도 대충 때려짓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수준 높은 수준의 건축 기술이 필요한 건물들을 기반으로 구상한 청사진이었다.
세미르, 본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드워프들 중에서도 뛰어난 이들이 많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솔직한 심정으로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룰 수 없는 과도한 목표는, 되려 독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이곳은 척박하다 못해 생존만이 유일한 가치인 어둠의 숲.
환상의 낙원은 무슨, 악마에 의해 처참하게 박살난 지금.
루벤을 복구하는 데부터 힘을 쏟아야했다.
그래도 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닿을 수 있을 터였다.
세미르가 본 루벤의 영주, 시안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사내였으니까.
“다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단 어제 마저 복구하던 것부터 다시 시작하지.”
세미르는 드워프들을 데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동하려고 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갑자기 한 쪽에서 끔찍한 폭음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듯 땅이 거칠게 울려왔다.
그리고 다시.
꽈꽝! 꽈꽈꽈꽈꽈꽝!!!
폭음은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마치 루벤 전역이 무언가로부터 폭격을 받는 듯한 상황.
“뭐, 뭐야!”
“설마 다시 악마가?!”
드워프들의 얼굴에 짙은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다들 움직여!”
세미르는 망치를 움켜쥐며 황급히 루벤 안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다른 루벤.
세미르와 드워프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루벤의 영지민들이 한데 모여 굳어있는 모습이었다.
“······”
“······”
그들은 마치 석화 마법이라도 맞은 것처럼 굳어있었다.
시선은 어느 한 곳으로 고정된 채.
입을 쩌억, 벌어진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를 않았다.
“무엇들 하고 계신거요?”
“다, 다들 괜찮은 것이오?”
드워프들은 당황하며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드워프들은 영지민들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보인 시야.
촤라라라락.
쿠구구구궁···!
뚝딱뚝딱.
그건···.
루벤 전체로 펼쳐지는 어떤 장엄한 광경들이었다.
촤라라락!
뚝딱뚝딱.
루벤 전역으로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났고.
파바바바박!
쿠구궁···!
구역과 영역이 확장되며 그 사이로 멀끔한 도로가 새로 깔리고 있었다.
루벤 전체가 완전히 탈바꿈 되는 듯한 장엄한 풍경.
“대, 대체 이게···!”
“어찌 이런···!”
대격변? 몸단장?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그 정도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건···.
“여, 영지 스스로가 진화를 하고 있어···?”
진화(進化).
루벤이 실시간으로 진화를 하고 있었다.
내려앉는 정적.
그 사이로 쩌억, 벌어지는 드워프들의 입.
“······!!!”
“······!!!”
“······!!!”
드워프들도 같이 석화 마법을 맞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