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82화 (82/322)

§ 82화 - 재탄생의 루벤(1)

아멜리아는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 저게 무슨···?”

“루벤이라고? 저게 루벤이라고···?”

“루벤이 저럴 리가 없는데···?”

병사들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멜리아가 보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모르는 이가 보면 기절초풍할 풍경이었지만 아멜리아와 병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벌써 3번이나 비슷한 풍경을 마주했었으니까.

이번이 어느덧 4번째였다.

그렇기에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대수롭지 않게 넘길 법 하건만.

쿠르르르르릉···!

콰콰콰콰콰쾅!

콰아아아아아아─!

이번엔 루벤을 넘어 어둠의 숲 전체가 뒤집어지고 있었다!

대격변? 몸단장? 진화?

뭐라 설명할 말이 없었다.

루벤이 새로이 태어나고 있다.

이렇게 정의함이 바람직 했다.

“······”

“······”

“······”

아멜리아와 병사들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루벤을 향하던 마차는 어느덧 멈춰선 상태.

바로 그때.

“이런 식으로 점검 튀를 해?”

한 쪽으로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시안이 인상을 와락, 찡그리며 마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손에 들린 자그마한 무언가.

시안은 그 무언가를 조작하며 뭐라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아멜리아와 병사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시안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꾹. 꾸국.

“당장 안 일어나?”

시안은 기절한 모바일 영주를 일깨우듯.

스마트 폰 화면을 연타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특전 강화를 위해 300만 골드를 환전했거늘.

이 놈의 모바일 영주가 특전 강화도 하기 전에 기절해버렸다.

한 마디로 300만 골드를 먹튀한 상황.

물론 환전한 명성 포인트가 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지금 당장 묶여버린 것이 아닌가!

꾸구국.

시안은 계속해서 스마트 폰 화면을 눌렀다.

하지만 역시나 모바일 영주는 실행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Loading···.’ 이라는 글귀에서 화면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더니 끝내.

[긴급 점검이 진행 중 입니다. 점검 동안에는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점검 내용: 인과 폭주 안정화]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젠장!”

시안은 거칠게 소리치며 스마트 폰 화면을 꺼버렸다.

이번엔 임시 점검이 아니라, 긴급 점검이라는 알림창.

하지만 임시 점검이든.

긴급 점검이든, 나발이든.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이건 모바일 영주가 점검 튀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이번엔 그냥 넘어가면 안되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검 보상을 받아내야 했다.

물론 점검 보상으로 무엇을 줄지 모르겠지만···.

시안은 꺼져버린 스마트 폰 화면 위로 크게 소리쳤다.

“난 지금 3,000만 골드만큼 화가 났어!!”

물론 기절한 모바일 영주가 들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시안은 꼭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난 지금 SSS등급 장비 세트만큼 화가 났다고!!!”

그럼에도 진정되지 않는 가슴 속의 울분.

시안을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아멜리아에게 소리쳤다.

“아멜리아!”

“······ 네, 네?”

시안의 외침에 아멜리아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바라본 시선.

대체 어째서일까.

시안이 굉장히···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왜 화가 나있는 것일까?

정말 마차 안에서 누구랑 싸우기라도 한 것일까?

그런데 누구랑?

그런 아멜리아의 의문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시안이 아멜리아에게 소리쳤다.

“난 지금 30만 명성 포인트 만큼 화가 났어! 똑똑히 들었지?”

“네, 네···?”

아멜리아는 이걸 뭐라 답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30만 명성 포인트가 뭔지도 몰랐거니와.

‘처음엔 3,000만 골드만큼 화가 났다고 하지 않았나?’

좀 전엔 SSS등급 장비 세트만큼 화가 났다고 했던 것 같았다.

“······”

대체 저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아멜리아는 진짜 뭐라 대답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시안은 고개를 휙휙, 돌리며 멍한 시선의 병사들에게도 일갈했다.

“너희들도 똑똑히 들어! 난 지금 성장 지원 최상급 패키지. 그리고 마스터 패키지는 물론이고 그랜드 마스터 패키지만큼 화가 났으니까!”

그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안은 뒷말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역시나.

병사들은 이걸 뭐라 대답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들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시안은 스마트 폰을 품 속에 집어넣었다.

“점검 튀 해놓고 점검 보상 제대로 안 주기만 해봐!”

진짜 1억 골드라도 모아서 인과를 폭파시켜버리든가 할테니까.

시안은 씩씩, 거리며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리고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쨌거나 점검은 행해졌고.

당장 시안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그렇게 어느 정도 진정된 마음.

시안은 차분히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루벤의 풍경을 바라봤다.

쿠르르르르릉···!

콰콰콰콰콰쾅!

콰아아아아아아─!

루벤을 넘어 어둠의 숲 전체가 뒤집어지고 있는 광경.

얼핏 숲의 메아리로 비명 소리 마저 들려오는 것이···.

아무래도 루벤 사람들이 많이 놀라고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래도.

현질한 것들은 제때 건설되고 있었다.

시안은 그 풍경을 흡족하게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멍한 표정의 아멜리아를 불렀다.

“아멜리아.”

“아, 네.”

아멜리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시안은 그런 아멜리아에게 물었다.

“이제 서부 상행은 문제 없겠지?”

아멜리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서부도 상황도 안정되었고. 무엇보다 저희 루벤 브라헤 상단에 대한 평판이 엄청 좋은 걸요. 당분간은 서부로만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아좋아.”

시안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그럼 루벤으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다음 상행 준비해줘. 아무튼 이번엔 저번보다 산출량이 3배 정도 많을 거니까 마음 단단히 준비하고. 아, 참. 난 이제 안 따라 갈 거니까 그리 알고. 아 맞다. 건물들 완성되려면 시간 좀 걸리려나. 음···.”

“네···? 다음 상행이요?”

아멜리아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다음 상행을 준비해야하는 건 맞았다.

아멜리아도 이번 한 번의 상행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뭐.

시안이 더 이상 안 따라오는 것도 그럴 수 있었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뭐.

루벤의 병사들이 있으면 호위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루벤으로 돌아가자마자 다음 상행이라니?

보통 상행을 한 번 끝내면 휴식기를 가지기 마련이었다.

정비할 것도 정비해야 했고.

또 상행으로 고단해진 몸을 쉬게할 필요도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다음 상행에 나서기 위한 물품들을 모으는 시간도 필요했다.

뭐, 일반적인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곧바로 상행에 나서는 경우도 있긴 했었다.

쌓여있는 재고가 너무 많다거나.

아니면 지금 당장 골드가 부족─.

뚝.

아멜리아의 사고가 정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떠오른 생각.

“서, 서, 서, 서, 서, 설마···!!!!”

아멜리아의 표정이 경악에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쩌억, 벌어진 입이 차마 다물어지지 않는다.

존재해서는 안되는 미지의 존재.

그것을 마주한 아찔함이 아멜리아의 정신을 잠식했다.

아멜리아는 천천히 시안을 바라봤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이번 상행으로 번 돈이 대체 얼마인데!

830만 골드였다.

자그마치 830만 골드였다!

실로 말이 안되다 못해 천문학적이라는 말을 붙여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금액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레퍼토리.

특히나 지금 저 시안의 표정!

제발. 신이시여 제발.

제발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이 끔찍한 생각이 현실이 아니기를.

만일 이 참혹한 생각이 정녕 현실이라면.

아멜리아는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멜리아는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시안은 그런 아멜리아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그리고 끝내 벌어지는 시안의 입.

“거의 다 썼─.”

털썩.

시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아멜리아가 끈 떨어진 인형 마냥, 바닥에 허물어져있었다.

#

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리고 그런 다르칸에 위치한 황궁.

“전하. 엘레나 황녀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들라하게.”

시종장의 보고에 황태자, 콘라드가 곧장 답해보였다.

시종장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뒷걸음으로 집무실 밖을 나섰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달칵,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뒤로 곱게 땋은 긴 머리.

태양빛을 닮은 금발.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나.

그런 분위기와는 달리 정작 인상 자체는 사뭇 차가웠다.

그런 대비되는 분위기 때문일까.

각기 다른 매력이 더욱 증폭되고 있었다.

사뿐, 내딛는 걸음.

엘레나 폰 샤를롯.

콘라드의 누이 여동생이자 제국의 황녀였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콘라드 앞에 서보인 엘레나가 예를 보였다.

비록 엘레나가 콘라드의 누이 동생이라고는 하나.

콘라드는 황태자.

제국의 2인자이자 차기 황제였다.

아무리 엘레나라도 쉽게 대해서는 안될 존재였다.

그러나.

“하여간 그 고집은. 둘이 있을 때는 그냥 오라버니라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 알겠어요.”

엘레나가 마지 못해 대답했고.

콘라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엘레나는 항상 저러했다.

여동생답게 조금은 귀여운 모습을 보여도 되건만.

황녀라는 인식이 강한 것인지.

고지식해도 너무 고지식했다.

“아무리 황가의 일원이라도 조금은 유한 면도 필요하다. 남자들은 또 여자의 그런 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 강한 모습만 보여주면 좋아할 남자는 많지 않아.”

물론 황녀쯤 되면 데려가고 싶은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게다가 외모 또한 훌륭하니 걱정은 없다시피 했으나.

그래도 오빠로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저야 어차피 폐하나 오라버니께서 점찍어 주시는 분과 혼인할 것이니,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안타까운 현실이었지만 실상이 그러했다.

황녀가 마땅히 짊어져야하는 운명.

그리고 엘레나는 그 운명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황녀로서의 권리를 누렸으면.

마땅히 그에 대한 의무를 짊어져야한다.

비단 황녀라는 지위뿐만이 아니었다.

명망 높은 귀족가의 여식들은 대체로 그러했다.

정략 결혼의 운명.

이것이 귀족들의 세계였다.

사랑이나 낭만은 커녕.

오직 이해 관계만이 얽혀있는 냉혹한 세계.

그렇기에 사실 엘레나는 혼인을 해도 진즉에 했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혼인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누누히 말하지만 네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대상과의 혼사는 추진하지 않겠다. 이는 폐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황제와 황태자.

이 둘 모두가 엘레나를 아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몇 번 혼사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엘레나는 적당히 상대를 골라 혼인을 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엘레나는 사랑을 느껴본 적도 없었거니와.

사랑이야 어차피 일시적인 감정.

부부란 결국 정을 붙이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기에 정략으로 한 결혼이든.

엘레나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제국과 황가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황제와 황태자가 극구 반대했다.

엘레나를 보내기 아까운 상대라나 뭐라나.

물론 데릴 사위였음에도 소용없었다.

그럴 거면 왜 혼사 이야기를 꺼냈는지 원.

“나는 네가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하는 사내와 맺어졌으면 좋겠구나.”

정확히는 엘레나의 본심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을 테지만.

뭐 어쨌든.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건가요?”

“다름이 아니라··· 네게 부탁을 하나 하고 싶어 이리 불렀다.”

콘라드의 말에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현재 엘레나는 권리는 누리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의무는 짊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엘레나는 자신이 누리는 권리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하여 최대한 황가와 제국에 도움이 되고자.

황녀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로 지금.

엘레나는 콘라드의 부탁 또한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 편지를 네가 시안 엘란두르에게 전해주었으면 한다.”

“······ 네?”

이번 부탁은 어딘가 좀··· 이상했다.

엘레나는 멍하니 콘라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콘라드의 손에 들린 하나의 편지.

엘레나는 얼떨결에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확인해보니 편지에 찍힌 인장이 황가의 인장이 아니었다.

심지어 황태자의 인장도 아니었다.

“신성 제국···?”

신성 제국, 루테아.

그것도 성녀를 상징하는 인장이 찍혀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콘라드가 곧장 말을 이었다.

“성녀가 시안 엘란두르에게 보내는 편지다.

“······?”

엘레나는 머릿속이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성녀가 편지를 보낸다고?

아니, 애초에 그걸 다 떠나서.

“이걸 왜 오라버니가···?”

이 편지를 왜 콘라드가 가지고 있단 말인가.

이윽고 콘라드가 답했다.

“최근 악마와 관련하여 성녀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지. 그 답장으로 두 장을 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그것이다. 나보고 시안에게 좀 전해달라 부탁하더군.”

“······”

엘레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악마.

천 년전에 사라진 악마가 부활했다.

혼란이 야기될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엘레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콘라드가 성녀에게 악마와 관련하여 무언가를 물어본 듯 싶었다.

성녀는 그 답장을 보내면서 이것도 같이 보낸 것이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걸 왜 콘라드에게 보낸단 말인가.

그냥 곧장 시안이라는 자에게 보내면 될 것을.

그런 엘레나의 의문을 알기라도 하듯.

콘라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기가 직접 보내면 보나마나 돈을 달라고 요구할 거라더군.”

“······ 네?”

엘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얼핏 가면서도··· 편지의 내용을 모르니 자세히는 모르겠구나. 뭐, 나도 이번에 성녀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도 할 겸. 네가 가서 전해주거라.”

하지만 콘라드는 피식, 웃음을 터트릴 뿐.

별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가만히 편지를 내려다 봤다.

시안 엘란두르에게 전해야 하는 편지.

엘레나는 시안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일단 엘란두르라는 이름부터 모를 수가 없었고.

그와 관련된 망나니와 패륜아라는 소문.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은 자이자.

이번에 서부의 영웅이라 불리는 것까지도.

한 마디로 뭐가 진짜인지 모를 사내였다.

그런 사내에게 이 편지를 전해야한다.

엘레나가 다시 콘라드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걸 왜 제가···?”

“내가 가고 싶지만 폐하와 긴히 상의해야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걸 묻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시안이 엘란두르라고는 하나.

콘라드는 황태자였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황궁으로 부르면 그만이지.

직접 찾아가는게 말이 되나.

심지어 루벤···?

처음 듣는 영지였다.

보아하니 어둠의 숲에 위치한 영지 같았다.

어둠의 숲에 황녀가 찾아간다?

엘레나는 가만히 콘라드를 바라봤다.

“크흠. 이번에 시안이 큰일을 해주기도 했고 하니··· 부르기가 미안하지 않더냐.”

그러면서 콘라드가 은근슬쩍 엘레나의 눈을 피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래도 무언가 캥키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목적이 있으신 건가요?”

“어허! 다른 목적이라니? 제국의 대사에 내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서야 되겠느냐.”

콘라드가 괜히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그런 콘라드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 더 추궁하기도 뭐했으니까.

“편지만 전해주고 오면 되나요?”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바람도 쐴 겸, 천천히 와도 된다. 여행 간다 생각하고, 루벤이라는 영지가 어떤 지 천천히 둘러도 보고···.”

“급한 일 아니었나요?”

그러자 콘라드가 멈칫, 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편지를 전하는 것이 급하다 뿐. 편지만 전하면 그 이후에는 급하지 않다.”

금방 표정을 바꾸며 답해보였다.

엘레나는 고개를 한 번 내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예일 경과 함께 로열 나이츠 제 2기사단을 호위로 붙여주마.”

로열 나이츠 제 2기사단은 황태자 직속 기사단.

심지어 2기사단의 단장, 예일 경은 마스터(Master) 중급의 실력자였다.

아무리 어둠의 숲이라 한들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 그리고 시안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니 그리 알거라.”

“네? 그게 무슨···?”

엘레나는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콘라드는 그저 능글맞은 웃음을 내보일 뿐이었다.

“그럼 어서 가보거라.”

엘레나는 얼떨떨한 심정으로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

시안은 기절한 아멜리아를 살폈다.

꽤나 충격을 먹은 것일까.

무슨 짓을 해도 아멜리아가 깨어나지를 않았다.

그렇기에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새근새근, 들려오는 숨소리가 다행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단순히 충격에 기절한 모양.

그래도 엘리한테 한 번 데리고 가봐야할 것 같았다.

시안은 기절한 아멜리아를 데리고 루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도달한 루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악마의 습격인가!!”

아니나 다를까 여기도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하기사, 평소처럼 할 일을 하고 있던 와중.

갑자기 루벤이 뒤집어졌으니 놀라지 않는 게 되려 더 이상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시안도 루벤에 없었던 상황.

그 때문에 영지민들의 혼란이 더한 것 같았다.

시안은 병사들과 함께 루벤 안으로 들어갔다.

“어? 여, 영주님이다!”

“영주님?”

“어디? 어디?”

시안을 발견한 영지민들이 놀라 소리쳤다.

그것은 전염병처럼 루벤 전체로 확산되며 끝내 시안의 귀환을 영지들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주니이이임!!!”

“루벤이 이상합니다!!!”

영지민들이 시안에게 우르르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마치 부모님께 일러바치는 아이들마냥 저마다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기 보세요! 막! 막 저 혼자 저럽니다!”

“이번엔 영주님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이거 정말로 루벤이 살아있는게 아니요?!”

시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슬슬 적응을 할 법도 하건만.

하기사, 이번에 쏟아부은 금액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건물들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루벤 전체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는 듯한 풍경.

이번에 모든 시설들을 Lv.4로 업그레이드 한 터라 더욱 그러했다.

아마 2~3개월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시안과 루벤에 남은 시간은 대략 5개월.

‘음···.’

긴급 점검이 끝나면 남은 골드로 즉시 완료권을 사야하나.

하지만 저 많은 시설들을 즉시 완료하려면 골드가 어마어마하게 들텐데···.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띠링!

갑자기 스마트 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뭐지?’

설마 벌써 점검이 끝난 건가?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과도한 인과 폭주로 인해 점검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시간의 점검으로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긴급 점검으로 인한 보상을 안내해드리오니, 이용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 밑으로 점검 보상에 대한 항목이 보였다.

《점검 전에 구매하신 모든 시설 및 연구에 대한 즉시 완료권.》

“······ 응?”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루벤 전역으로···.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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