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루벤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레스토랑이었다.
정확히는 황홀한 레스토랑 Lv.4.
제리의 어머니인 다나가 운영하는 곳으로 루벤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시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레스토랑 앞으로 루벤의 병사들이 주르륵, 도열해있었다.
그리고 저마다 무기를 꺼내든 채.
흉흉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심지어 검 사이로 일렁이는 오러까지.
툭, 하면 건들면 튀어나갈 것처럼 병사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왜일까.
그런 병사들 사이로 이질적인 누군가가 있었다.
다름 아닌 암흑가 출신의 커너.
그림자 달 길드에서 특급 암살자로 활동하던 이였다.
지난 날 시안의 암살 의뢰를 수행하러 왔다가 레아한테 탈탈 털린 뒤.
루벤에서 노예 아닌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커너였다.
정확히는 ‘최상급 특수 병과 훈련소 Lv.4’.
그곳에서 암살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교관이었다.
그런 커너를 루벤의 병사들이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커너는 어째서인지 파르르, 떨리는 두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루벤의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로열 나이츠.
엘레나의 호위로 온 제 2기사단의 단원들이었다.
예일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양.
지금은 오직 로열 나이츠의 단원들만 보였다.
그런 로열 나이츠의 뒤 쪽으로 엘레나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엘레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시안은 진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싶었다.
일단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분명 경고를 드렸습니다.”
“우리가 모시는 분은 제국의 황녀님이시다. 지금 그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나?”
이대로 가만두면 정말 싸움이라도 날 것 같았다.
시안은 병사들과 로열 나이츠 사이로 걸어가며 소리쳤다.
“그만!”
시안의 등장에 모든 시선이 시안에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대립하던 기세가 약간 누그러졌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적개심은 가시질 않았다.
시안은 차분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엘레나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겁니까?”
“그것이···.”
엘레나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정확히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엘레나도 잘 알지 못했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엘레나는 그저 황홀한 레스토랑 Lv.4에 가고자 했을 뿐이었다.
사건이 해결된 직후.
엘레나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충격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엘레나는 곧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그러다 문득 생각났던 것 뿐이었다.
다름 아닌 영주성에서 맛보았던 다과.
그리고 그 다과를 만든 요리사가 이곳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었다.
해서 엘레나는 이곳,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며 먼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더니.
갑자기 지금과 같은 광경이 펼쳐져 버렸다.
꽤나 흉흉한 분위기에 당황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나서려던 찰나.
지금 시안이 와버린 것이었다.
어쨌거나 엘레나도 왜 이렇게 된 건지 잘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순전히 로열 나이츠와 루벤의 병사들.
이 둘 사이에서 발생한 트러블이라는 뜻인데···.
바로 그때.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영주님.”
한 쪽으로 누군가 나서보였다.
다름 아닌 영지의 병사들을 책임지고 있는 루카스였다.
루카스는 천천히 시안에게로 다가왔다.
시안은 말해보라는 듯 눈짓을 해보였고.
“실은···.”
루카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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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엘레나가 황홀한 레스토랑 Lv.4에 가고자 한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런 엘레나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황홀한 레스토랑 Lv.4에 먼저 들어간 것이었다.
원래라면 로열 나이츠들은 엘레나와 거리를 두며 호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까 전.
레아와의 사건이 있기도 했었거니와.
그로 인해 예일마저 내상을 입어 호위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아무리 황태자의 엄명이 있었다고는 하나.
엘레나의 호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해서 로열 나이츠 기사들은 엘레나와 거리를 두지 않았고.
또한 레스토랑 안의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자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열 나이츠 기사분들이 커너 교관을 발견했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 커너를 발견했다고 한다.
커너는 그림자 달의 특급 암살자.
로열 나이츠 기사들은 커너를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커너의 정확한 정체가 아니라.
커너가 지닌 그림자 달의 징표를 알아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림자 달은 암흑가를 지배하는 길드.
한 마디로 범죄자 길드였다.
물론 그림자 달 길드는 단순 범죄자라 부르기엔 그랬다.
혼돈으로 가득찬 암흑가에 규칙 부여한 길드.
쉽게 말해 말이 통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범죄자는 결국 범죄자였다.
뒷골목을 전전하며 추잡한 일거리를 일삼는 놈들임은 변함 없었다.
‘암흑가의 사냥개가 여기에 있다니.’
로열 나이츠 입장에서는 당연히 걸고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레스토랑에는 황녀 엘레나가 들어올 터.
그런 레스토랑에 특급 암살자가 있다?
‘황녀님께서 너같이 더러운 녀석과 한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로열 나이츠 입장에서는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나가라.’
로열 나이츠 기사들은 싸늘하게 커너에게 말했다.
커너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대우야 뭐···.
익숙했으니까.
암흑가 출신의 범죄자.
비록 지금은 루벤의 암살 교관으로 있다지만 그 과거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딱히 떳떳한 일을 해온 것도 아니었고.
그림자 달 길드장, 다이애나가 정한 규칙.
그 규칙에 순응하며 의뢰를 해왔고.
또 의뢰 대상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은 커너였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일은 변함 없었다.
해서 커너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괜히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이들이 피해가 갈 터였으니까.
상대는 다름 아닌 황녀였다.
제국에서 가장 존귀한 자.
커너는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곳 루벤의 사람들이 피해받는 것이 싫었다.
그 이유는 글쎄···.
커너도 어느덧 이곳 루벤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뭐.
원래 이런 대우를 받아오던 커너였다.
지금이야 병사들이 교관님, 교관님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은 외지인이었고.
심지어 영주를 암살하러 왔었던 암살자였다.
그간 루벤의 사람들이 멍청할 정도로 친절했던 것이지.
이게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만 대우였다.
커너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두라스가 그런 커너 교관을 막아섰습니다.”
영지의 병사, 두라스가 참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겁니까.’
두라스는 로열 나이츠 기사들에게 말했다.
‘이 녀석은 암흑가의 사냥개다.’
‘지금은 루벤의 영지민이죠. 반면에 당신들은 외지인이고요.’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두라스를 노려봤다.
단원 모두가 엑스퍼트에 이르는 상위의 실력자들.
아무리 루벤의 병사들이 기사 수준으로 성장했다고는 하나.
로열 나이츠에 비비기에는 그 급이 달랐다.
그럼에도.
‘루벤의 영지민을 내쫓을 권리는 당신들에게 없습니다.’
두라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희들도 이런 놈들과 싸우는 게 아니었나?’
‘지금은 아니죠. 전 지금 다나님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모시고 있는 지 모르지는 않을텐데.’
‘여기는 황궁이 아니라 루벤입니다.’
두라스와 로열 나이츠는 치열하게 설전을 벌였고.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로열 나이츠들은 두라스를 가만히 노려봤다.
그러다 다시 커너에게 말했다.
‘일이 커지고 있으니, 긴 말 않겠다. 당장 나가라.’
‘당신들이 나가십시오.’
그리고 두라스가 그런 로열 나이츠에게 말했다.
‘우리 보고 나가라고?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당신들이 갑옷을 입고 검을 드는 이유는, 아마 고귀하신 황족분들을 위해서겠지요.’
바라보는 시선.
‘그러나 저희는 아닙니다.’
그런 두라스의 뒤쪽으로 병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누구나 루벤에서 차별없이.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두라스가, 그리고 루벤의 병사들이.
로열 나이츠의 기사들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그것이 우리가 이 갑옷을 입고 있는 이유입니다.’
두라스가 일갈한다.
‘커너 교관님을 두고 당장 나가십시오.’
그럼에도 로열 나이츠 기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극도로 치닫는 분위기.
‘저희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그것이.
챙!
지금 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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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 것입니다.”
루카스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물러났다.
시안은 차분히 눈을 감았다.
비록 엘레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루벤의 병사들과 로열 나이츠들 간의 트러블.
그러나 현재 로열 나이츠 기사들은 엘레나를 호위하고 있었다.
이 또한 호위의 과정에서 생겨난 일.
어떻게 보면 병사들이 엘레나를 위협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황족을 위협했다는 건 참형을 금치 못하는 일.
시안은 판단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시안은 대립하고 있는 로열 나이츠들에게 말했다.
“이 일에 잘잘못을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눈을 치켜떠보였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겠다는 말.
그 말은 즉.
잘못은 너희들에게 있으나 그냥 넘어간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지금 무슨···.”
“아무리 그래도 이건···.”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하지만 시안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엘레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을 마주한 엘레나.
바라보는 눈빛이 싸늘했다.
그렇기에 또 냉혹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 정도로 차가웠다.
그렇게 이어진 시안의 말.
“지금 당장 루벤을 떠나주십시오.”
“잠시만요! 이건···!”
엘레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시안과 마찬가지로 전후사정을 들은 엘레나.
그리고 엘레나가 판단하기로 로열 나이츠의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냥 로열 나이츠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도 없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할까?
이건 시안이 엘레나에게 자비를 구해야하는 일이었다.
직접적으로는 아니었으나.
루벤의 병사들이 황녀에게 검을 들이민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아까 전, 레아의 무례와는 문제가 달랐다.
그렇기에 시안은 엘레나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
아마 다른 영주나 귀족이었다면···.
지금 당장 저 두라스라는 병사의 목을 쳤을 것이었다.
그리고 병사의 독단적인 판단이었다.
그리 변명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없애려고 했을 테니까.
그게 엘레나가 봐온 귀족들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안은 병사의 잘못을 책하는 커녕.
되려 엘레나에게 루벤을 떠나라,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아마 황녀님께서는 지금 제 행동을 이해하실 수 없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엘레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시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 제게 물으셨지요.”
영주성에서 엘레나가 시안에게 했던 질문.
시안은 당시 황제와 황태자와 같은 황족이라 답했었다.
그리고 엘레나는 거기에 제국을 빛내는 귀족들도 포함시켰다.
엘란두르와 로르실트와 같은 가문들.
그렇기에 엘레나는 정략 결혼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고.
어떻게 보면 황녀로서의 의무에 충실한 셈.
하지만.
“저는 사실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실 시안은 다른 답을 가지고 있었다.
크게는 제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작게는 이곳, 루벤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그것에는 많은 것들이 있을 터였다.
그리고 루벤의 사람들은 아마 시안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시안은 아니었다.
이곳 루벤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시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귀족이 갖는 품격과 품위도 아니었다.
리더가 갖는 품격과 품위 또한 아니었다.
시안은 손가락으로 루벤의 병사들을 가리켰다.
로열 나이츠 들에겐 일개 병사 따위라 할 수 있는 이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정작 루벤을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들.
제국을, 루벤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평소에 내보이는 말과 행동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평소에 내보이는 웃음과 행복이.
제국을, 루벤을 위대하게 만든다.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엘레나의 말 또한 일리가 있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이곳, 루벤에서는.
적어도 시안은.
“지금 당장 루벤을 떠나주십시오.”
그렇게 생각한다.
시안의 말에 엘레나의 표정이 멍해졌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마냥 눈에 초점이 흐려졌다.
아무런,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확히는 방금 시안의 말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이윽고 시안이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루벤의 영주! 지금 무슨 짓이오!”
“아무리 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한들 이건 아니지 않소!”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그런 시안에게 소리쳤다.
시안의 걸음이 뚝, 멈춰섰다.
“정녕 끝까지 가보시겠다는 겁니까.”
시안이 싸늘하게 일갈했다.
그 말과 동시에 루벤의 병사들이 시안의 뒤쪽으로 도열했다.
그와 함께 터져나오는 기세.
“······!”
“······!”
로열 나이츠들이 일시에 주춤, 거렸다.
전원 엑스퍼트로 이루어진, 황태자 직속의 기사단.
비록 단장, 예일이 없다고는 하나.
전력 상으로는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로열 나이츠들은 차마 행동에 나설 수가 없었다.
분명 일개 병사들에 불과하거늘.
어째서인지 쉬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특히 루벤의 영주 뒤쪽에 있는 귀신.
그 귀신을 힘을 안 이상 더더욱 그러했다.
아니.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비단 저 귀신의 문제만은 아니다.
로열 나이츠 기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루벤의 영주, 시안.
어째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낱 영지의 영주에 불과하거늘.
마치 황태자를 마주한 것만 같은 위엄이 느껴졌다.
기세에 억눌린다.
“바로 떠나주십시오.”
그리고 이어진 시안의 한 마디.
시안은 천천히 등을 돌려 떠나갔다.
그런 시안의 뒤로 루벤의 병사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의 뒤로.
-메롱.
레아가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휭,하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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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와 로열 나이츠들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진 직후.
“에라이, 이 새끼야.”
따악─!
시안은 두라스의 뒤통수를 거세게 때렸다.
“아악! 왜 때리십니까!”
그러자 두라스가 화들짝 놀라보였다.
그리고는 울상으로 시안을 올려다 보았다.
시안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했다.
“야, 이 새끼야. 뻗댈 자리를 보고 뻗대야지. 대들 사람이 없어서 로열 나이츠한테 대들어? 그것도 황녀님을 호위하는 로열 나이츠한테?”
“그치만··· 어쩔 수 없었단 말입니다···.”
“어쩔 수 없기는 염병. 융통성이라는 게 있잖아 융통성이. 너 그러다 나중엔 나한테도 대들겠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언제 영주님께 대들었다고···!”
“지금도 말 대꾸하고 있잖아, 이 새끼야!”
따악─!
“아악!”
시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루카스, 너도 마찬가지야. 거기서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 말려야 할 거 아니야.”
“······ 죄송합니다.”
루카스가 깊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이 놈들은 하루라도 사건을 일으키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나보다.
그래도 뭐···.
“······ 잘했다.”
시안은 흘러가는 목소리로 나지막히 내뱉었다.
그러자 두라스가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영주님이라면 그렇게 말씀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따악─!
“이 새끼가 그래도.”
“아아악!”
“푸하하하하하하!”
끝내 나자빠지는 두라스의 모습에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커너.
“······”
커너는 지금 느끼는 감정을 뭐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면 되었다.
그럼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될 일이었다.
암흑가의 사냥개따위.
그냥 개새끼 취급하며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그게 그동안 커너가 살아온 삶이었다.
그런데 루벤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위해 로열 나이츠에게 검을 들이밀었으며.
심지어 시안은 황녀에게 소리쳤다.
대체··· 대체 내가 뭐라고.
시안을 암살하려고하기까지한 암살자인데···.
그저 한낱 외부인일 뿐이었는데.
“대체 왜···.”
내가 뭐라고.
“어? 커너 교관님? 설마 우십니까?”
“안 울어···.”
내가 진짜 뭐라고.
“안 울기는 뭘요!”
“커너 교관님 웁니다!”
“안 운다고 이것들아아아 흐어엉···!!”
나 따위가 대체 뭐라고.
“아, 울어어허어엉···! 안 운다고오오허허어엉···!”
커너는 특급 암살자라는 것도 망각한 채.
세상 떠나가라 울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안.
“루벤의 암살 교관이 그래서야 쓰나.”
“······ 죄송합니다아아···! 정말 죄송합니다아···.”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시안은 그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리고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엘레나가 따라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설마 나중에 100만 골드를 돌려달라고 하진 않겠지?’
행여 그럴까봐 후다닥, 도망쳐오긴 했다만.
뭐, 어쨌든.
골칫덩이인 황녀도 쫓아냈겠다.
이제 다시 영주성으로 돌아가─.
바로 그때.
띠링!
품 속의 스마트 폰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모바일 영주우우우~! 개같이 부화아아알~!!!》
화면 위로 긴급 점검을 끝낸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