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89화 (89/322)

§ 89화 - 끊임없는 현질(2)

그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스토리 연계 퀘스트.

시안은 스마트 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카일의 유산이랑 뮤리엘의 유산이라···.”

그간 ‘???’로 되어있던 퀘스트의 보상.

이번에 바뀐 퀘스트 내용으로 떠오른 것은 카일과 뮤리엘의 유산이었다.

지난 아르나이즈 전당에서 시안은 카일의 유산을 하나 얻은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카일의 오러 연공법이자.

마기(魔氣)를 다루는 근원적인 방법, 마혼제법(魔魂制法).

모르긴 몰라도 이번 카일의 유산 또한.

아마 그에 버금가는 무엇일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단순 추측이었으나.

이번에도 카일이 직접 사용했던 무공··· 이지 않을까 싶었다.

카일의 검술,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이외의 무언가.

그것도 모바일 영주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그리고 뮤리엘의 유산.

비록 뮤리엘의 유산은 아니었지만.

시안은 아르나이즈 전당에서 샤를롯의 유산을 얻은 바가 있었다.

다름 아닌 아공간 주머니, 인벤토리(Inventory).

단순한 마도구가 아닌 아티팩트로서.

지금도 상당히,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뮤리엘의 유산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또한 인벤토리와 버금가는 무엇이지 않을까.

한 마디로.

“미쳤는데?”

보상이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음···.”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이 바뀐 퀘스트 내용.

“뭐 어쩌라는거지?”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었으니까.

시안은 다시 한 번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했다.

『뮤리엘의 유적에 잠들어있는 비밀!

그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욧!?!』

··· 이라고 적혀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비밀을 파헤치라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그 비밀이 뮤리엘의 유적에 있다는 것 또한 알겠다.

그런데.

“뮤리엘의 유적이 어디에 있는건데?”

그 뮤리엘의 유적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천 년전 세상을 구원한 6인의 아르나이즈.

대륙 역사에 길이 남은 영웅들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과 관련된 유적 같은 것은 없었다.

정확히는 아르나이즈와 관련된 유적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다름 아닌 황궁 지하에 있는 아르나이즈 전당.

아르나이즈의 리더인 샤를롯이 지은 전당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말고는 이렇다할 것이 없었다.

적어도 시안이 알고 있는.

그러니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르나이즈 전당이 전부였다.

“설마 아르나이즈 전당을 말하는 건가?”

그러나 시안은 금방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면 전당에 있을 때 바로 반응을 보였겠지.

따라서 아르나이즈 전당은 아니었다.

전당이 아닌 또 다른 뮤리엘의 유적이 있다는 뜻.

그런데 대체 어디에?

시안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하지만 생각한다고 알지 못하는 장소를 알리가 있나.

“교황청에 있나?”

그나마 추측가능한 것이 이 정도였다.

“그럼 아리아는 알고 있으려나?”

신성 제국의 성녀(聖女), 아리아.

그리고 성녀라 함은 신성 제국 내에서도 그 지위가 확고했다.

교황보다 아래.

추기경보다는 한 단계 위.

굳이 따지자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리아는 신성 제국 역사상 가장 강한 신성력을 소유한 자.

뮤리엘의 환생이라 불리는 존재였으며.

그 미모 또한 가히 초월적이니.

사람들에게는 교황,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런 아리아라면 뮤리엘의 유적에 대하여 알고 있는 바가 있을지도 몰랐다.

애초에 뮤리엘도 성녀(聖女)이지 않았는가.

고민할 것이 무얼까.

“물어나 보자.”

시안은 아리아에게 한 장의 편지를 작성했다.

#

아리아에게 편지를 보낸 이후.

시안은 골드를 벌어들일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다.

일단 루벤 브라헤 상단의 상행.

시안은 아멜리아와 함께 상행을 빠르게 준비했다.

물론 이번에는 시안이 따라갈 것은 아니었다.

이번 상행은 순전히 아멜리아의 몫.

아멜리아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만은.

현재 시안에게 필요한 골드는 거진 천만 골드 단위였다.

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해서 시안은 틈틈이 마나석의 마기(魔氣)를 정화하는 한편.

아멜리아를 도와 상단의 상행을 준비했다.

그렇게 밤낮을 새어가며 준비한 상행.

“많이 벌어와 아멜리아!”

“맡겨만 주세요!!”

아멜리아는 시안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다시 제국의 서부로 상행을 떠났다.

그렇게 아멜리아를 떠나 보낸 직후.

“하나 끝냈고.”

시안은 다시 루벤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영주성 Lv.2가 아닌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름 아닌 공업 지구에 위치한 모르크루의 대장간 Lv.1.

세미르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아멜리아와 함께 상행을 준비하면서 의뢰한 S등급의 검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명성 포인트로 특전을 강화했으나.

지금 당장 그 특전의 효과를 누릴 수가 없었다.

그나마 S등급의 무공을 살 수 있었으나.

기사 양성소 Lv.5의 업그레이드 값은 무려 400만 골드.

허나, 시안이 가진 바 골드가 257만 골드였으니.

지금 당장 뭘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시안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강화질러야지.”

강화.

SS등급의 검을 강화 성공하면 ‘업적: 최고의 무기를 위하여!’을 딸 수 있었으니까.

그러면 ‘모르크루의 야금술’을 연구할 수 있었으니까.

그로써 S등급의 장비를 양산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성공 확률이 5%에 불과했다.

그래도 혹시···.

진짜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지금쯤이면 다 완성되었겠지?”

시안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모르크루의 대장간 Lv.1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대장간.

깡! 깡!

세미르가 아직 작업 중인걸까.

대장간 밖으로 격한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노크를 해봤자 들리지도 않을 터.

시안은 곧장 대장간의 문을 열었다.

“세미르. 저 왔습니다.”

대장간 문을 열자마자 시안은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망치질을 하는 세미르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오셨소.”

시안의 등장에 세미르가 잠시 망치질을 멈추었다.

약간 숨을 헐떡이며 땀에 흠뻑, 젖은 모습.

눈가마저 퀭, 한 것이 어째 밤새 작업을 해나간 것 같았다.

시안은 멋쩍게 웃으며 세미르에게 물었다.

“다 완성이 되었나요?”

“이것만 하면 다 완성된다오.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세미르가 다시 망치를 들어보았다.

우락부락한 팔뚝에 불끈, 솟아나는 힘줄.

까앙─!!

이윽고 천둥 소리와도 같은 굉음이 터져나왔다.

“워···.”

시안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터져나오는 굉음에 주변의 공기마저 얕게나마 떨려왔다.

저 망치가 모루가 아닌 다른 것을 두들긴다면 어찌될까.

시안은 세미르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태의 악마, 누르비아와의 전투에서 잠깐.

그러나 그건 딱히 전투라고 하기엔 좀 그랬다.

세미르가 헬렌의 그릇을 가진 누르비아에게 진심으로 대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애초에 누르비아 또한 워낙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시안은 세미르의 전투력을 잘 알지 못했지만···.

꽈앙─!!

결코 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신장(神匠) 모르크루의 후손이라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후우···! 전부 완성되었다오!”

세미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세미르가 6자루의 검과 하나의 갑옷을 시안에게 건넸다.

모두 S등급의 장비들.

검을 6자루를 의뢰한 건 단순했다.

시안이 강화해야하는 것은 SS등급의 검이었으니까.

강화는 같은 등급의 장비가 필요했으며.

S등급의 검 2자루당.

SS등급의 검 1자루를 만들 수 있었다.

어쨌든 제작 비용으로만 무려 210만 골드가 지출된 셈.

“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안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세미르가 건네는 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곧장 모바일 영주를 실행.

바로 【강화】 항목에 들어갔다.

그러자 주르륵, 여러 설명들이 떠올랐으나 시안은 대충 흘려보냈다.

어차피 S등급에서 SS등급으로 가는 건 100%의 확률이었으니까.

시안은 곧장 6자루의 S등급의 검 강화했고.

3번의 강화 비용, 15만 골드가 증발했으며.

금방 3자루의 SS등급의 검을 얻을 수 있었다.

“후우···!”

시안은 깊은 숨을 내뱉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으니까.

시안은 스마트 폰의 화면을 확인했다.

[SS등급 강화 비용 100,000G]

[강화 성공 확률 5%]

강화 비용은 2배로.

강화 확률은 아작이 나버린.

시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강화’ 버튼을 눌렀다.

꾹.

《강화를 시작합니다!》

가벼운 터치와 함께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강화 비용, 10만 골드가 증발함과 동시에.

화아아아아아악!

일순간 SS등급의 검에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태양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듯한 밝기.

“제발···! 제발···!”

시안은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띠링!

《강화 연출을 스킵하시겠습니까?》

그 사이로 연출을 스킵하겠냐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하지만 시안은 그걸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제바아아알···!!!!”

그저 강화가 성공하기를 기도할 뿐!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터져나오던 빛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빰빠라밤!!

크나큰 팡파레 소리가 터져나왔다!

“서, 설마!!”

시안은 황급히 스마트 폰의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면 위로 떠오른 알림창.

《강화~~ 실패!》

“지랄하지마!!”

콰앙!

시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내리쳤다!

강화 실패면서 왜 팡파레가 울리는 건데!

저 놈의 깐족거림은 진짜!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며 끓어오르는 울분을 삼켰다.

그럼에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울분.

“괘, 괜찮으시오···?”

시안은 세미르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띠링!

《모르크루의 기운 5% (+5%)》

화면 위로 처음 보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모르크루의 기운?”

이게 뭐지?

싶은 의문이 들던 찰나.

《모르크루의 기운이 100% 쌓일 시, 다음 단계 강화가 반드시 성공합니다!》

《강화 성공 시, 쌓였던 모르크루의 기운은 초기화 됩니다!》

그와 관련된 알림창이 새로이 떠올랐다.

“어···.”

그러니까.

지금 쌓인 모르크루의 기운 5%.

이게 100%가 되면 강화가 무조건 성공한다고?

그리고 보아하니···.

한 번 실패할 때마다 5%씩 쌓이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20번 실패하면 100%가 쌓이는 모양.

“아···.”

그래서 업적 달성 조건이 SSS등급의 장비 보유.

혹은 20번 강화 실패라 했던 건가?

어차피 20번 실패하면 무조건 SSS등급으로 강화가 성공하니까?

“······”

시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걸 양심이 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병주고 약준다고 해야할까.

당최 가늠할 수가 없었다.

뭐, 어쨌든.

“아직 2번 남았다.”

모르크루의 기운이든 뭐든.

이번 강화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은가!

시안은 바로 강화를 눌렀다.

그리고 그렇게.

띠링!

《모르크루의 기운 15% (+10%)》

모르쿠르의 기운 15%를 쌓을 수 있었다.

“젠장!!!”

콰아앙!

시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도 그럴 것이 3번의 강화가 실패한 지금.

강화로 사용한 3자루의 SS등급의 검은 모조리 증발했다.

“제기라아알!!!”

시안은 끓어오르는 울분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제에엔자아앙!!!”

정말 한참 동안이나 분을 삭혀야 했다.

그렇게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시안은 진저할 수 있었다.

“하아···.”

시안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뭐, 5%의 확률이었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만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래도···.”

모르크루의 기운이라는 것이 있으니.

한도 끝도 없이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었다.

“이게 어디냐.”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강화 항목에 들어갔다.

SSS등급의 검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만.

S등급의 갑옷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리고 S등급에서 SS등급의 강화는 확률 100%.

시안은 갑옷을 SS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고자 강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Erorr: 강화 비용이 부족합니다.》

강화 비용이 부족하다는 알림음이 떠올랐다.

“응?”

시안은 순간 뭔가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용한 골드를 차분히 떠올렸다.

S등급의 갑옷 1개, 30만 골드.

S등급의 검 6자루, 180만 골드.

SS등급의 검으로 만드는 강화 3번, 15만 골드.

SSS등급의 검으로 만드는 강화 3번, 30만 골드.

도합, 255만 골드.

시안이 기존에 가진 바 골드는 257만 골드.

해서 현재 시안에게 남은 금화는···.

[현재 보유 중인 금화] - 20,000G.

2만 골드.

그러나 S등급 강화에 필요한 금액은 5만 골드.

띠링!

《강화를 하시려거든~♬, 골드를 벌어오세요~!》

.

.

“으아아아아아아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스마트 폰을 집어던질 뻔했다!

죽인다! 반드시 죽여버린다!

인과 폭주가 아니라 인과 폭파를 시켜서라도 반드시 죽인다!!!!

“으아아아아아아!!”

시안은 한동안 괴성과도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미르.

“······”

세미르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도련님이 여기 계시다고 들었는데···.”

대장간의 문의 열리며 한 노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한스.

한스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오다 멈칫.

“으아아아아아아아!!!”

괴성을 내지르고 있는 시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스는 뭔가 싶은 표정으로 세미르에게 물었다.

“도련님이··· 왜 저러시는 겁니까?”

“그것이···.”

세미르는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스와 세미르는 멍하니 시안을 바라만 봤다.

이윽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 후우···! 응? 한스? 언제 왔어?”

정신이 돌아온 시안이 한스를 알아봤다.

“아까 전에 왔습니다만···.”

“그래?”

시안은 대수롭지 않게 한스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다름이 아니라. 도련님 앞으로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편지?”

시안의 물음에 한스가 품 속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내들었다.

시안은 편지를 받아들었고.

그렇게 확인한 발신인은 다름 아닌 아리아였다.

“벌써 왔어?”

편지를 보낸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았거늘.

시안은 바로 편지를 뜯어 그 내용을 확인했다.

[야!!!]

그리고 첫 문장이 저렇게 시작했다.

[내가 먼저 악마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냈잖아!! 그럼 뭐라도 대처를 해주든가 해야지! 그런데 보낸다는 답이 뭐? 유적이 어디에 있냐고? 너 진짜─.]

어째 서두부터 떽떽, 거리는 말들이 적혀있었다.

보아하니 상당히 화가 나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편지가 빨리 온다 싶었다.

“하여간, 성질 머리 하고는.”

뭐··· 화날만 했다만은.

시안은 쭈욱,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 적혀있는 결론.

“알고 있다고?”

역시 아리아는 뮤리엘의 유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신성 제국 어딘가에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적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딱 보아하니.

이를 빌미로 거래를 제안할 생각인 것 같은데···.

“음···.”

제리가 연구하고 있는 악마 탐지기와 교환할까? 싶은 찰나.

“아니지.”

떠오른 하나의 생각.

가뜩이나 지금 골드도 부족하겠다.

뮤리엘의 유적도 가봐야겠다.

시안은 한 장의 편지를 다시 아리아에게 작성했다.

#

신성 제국, 루테아.

그리고 그런 루테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황청.

쾅.

아리아가 거세게 문을 닫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아리아의 모습에 그녀를 보좌하는 여사제, 로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되었어요?”

“내가 결국 가기로 했어.”

아리아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로라는 그런 아리아에게 다가갔다.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비단결같은 머리결이 조금 상해있었다.

로라는 말없이 아리아의 머리결을 정리해주었다.

“아니, 사람들이 역병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가서 도움을 좀 주는게 그렇게 어려운건가?”

“또 라히르 대주교님이 주둥이를 나불 대셨어요?”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또 어찌나 안 쳐먹든지. 정 도와주고 싶다면 나보고 가라해서. 그러겠다고 했어.”

이윽고 아리아가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아리아의 모습에 로라는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성 제국의 남부를 휩쓸고 있는 역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기세가 강했다.

해당 교구의 사제들이 총동원되었음에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 때문에 교단에서 섣불리 결정을 못 내리는 것 같았다.

괜히 교황청의 고위 사제들이 갔다가 역병에 걸리면 그것대로 난감했으니까.

그럼에도 아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뭐, 신성력으로 가득찬 아리아에게 역병 따위가 대수겠냐만은.

그럼에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거늘.

가진 바 지위에도 으쓱대지 않고.

누구보다 사람들을 위하는 성녀(聖女).

“진짜 라히르 그 새끼는 개썅놈이 따로 없다니까.”

입에 물고 있는 저 걸레만 좀 어찌하면 정말 완벽한 여자겠지만은.

뭐, 별 수 있나.

천성이 저러한 것을.

“이러면 이번에도 어쩔 수 없네요.”

로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응? 뭐가 어쩔 수 없어?”

“왔거든요.”

“와? 뭐가 와?”

“편지요.”

“편지? 로라, 내가 누누히 말하지만 연서 같은 건─.”

아리아가 순간 멈칫, 거렸다.

그리고 홱, 고개를 돌리며 로라에게 물었다.

“설마 시안의 편지?”

“네.”

그러자 아리아가 반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로라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좋으세요?”

“좋기는 무슨! 또 이상한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줘 봐.”

“네네~.”

로라는 품 속에서 편지를 꺼내 건넸다.

아리아는 편지를 받자마자 그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때문에 로라 또한 그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확인한 내용.

그건 너무도 간결한 내용이었다.

서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그저 딱 한 문장.

[거기로 간다.]

이것이 전부였다.

“······ 응?”

“······ 엥?”

아리아와 로라의 표정이 동시에 멍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 밖 너머로 한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를롯 제국의 시안이라는 분이 찾아와 성녀님을 뵙겠다고 생난리를 치시는데···.

아리아와 로라가 서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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