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 뮤리엘의 유적(2)
시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시안의 모습에 아리아가 더욱 당황해보였고.
레이첼을 비롯한 신성 기사들이 웅성거려왔다.
그럼에도 시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터벅.
안쪽으로 들어가자 시안을 가장 먼저 반긴 건 짙은 녹색의 안개였다.
마치 독무(毒霧)를 뿌린 것만 같은 이 안개는, 시안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폐부 속으로 빨려들어왔다.
안개 속에 잠들어있는 역병의 씨앗.
그것이 시안의 폐부 속에 들어차 발아했다.
새로운 숙주의 환경에 환희를 터트리며 순식간에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피가 오염되며 전신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꿈틀.
어김없이 시안의 몸에 내재된 마기 또한 반응했다.
그 반응 또한 역시나 ‘감히’ 였다.
그리하여 흘러 들어온 역병의 씨앗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 동안 많이 상승된 마혼제법의 진행률 때문일까.
그 과정이 그야 말로 순식간이었다.
역병의 씨앗이 맥을 못추고 굴복했으며.
근원에 잠식된 역병의 씨앗이 힘을 뻗지 못한다.
되려 본질로 환원될 뿐.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띠링!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47.8601% (+0.0001%)]
마혼제법의 진행률이 올랐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 수치는 0.0001%.
현재 시안이 환자 한 명 치료할때마다 얻는 수치는 0.001%.
그것의 10분의 1정도 수치로서.
사실상 극미하다 못해 의미 없는 수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안개 속에 들어있는 역병의 씨앗을 굴복시킨 것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역병의 근원에서 뿜어져나오는 일부일 뿐.
게다가 시안의 주변에는 여전히 짙은 독무가 뿌려져 있었고.
그것은 시안이 호흡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폐부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그 말은 즉.
띠링! 띠링! 띠링!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47.8602% (+0.0001%)]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47.8603% (+0.0001%)]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47.8604% (+0.0001%)]
.
.
.
마혼제법 진행률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아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숨만 쉬어도 강해진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수련법이란 말인가!
“흐으읍···!”
시안은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그러자 폐부 가득히 느껴지는 역병의 기운.
그와 동시에 띠링! 띠링! 띠링!
미친듯이 알림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아아아···.!”
달다.
달아도 너무 달다.
“하아아아아···!!”
시안은 연신 달콤한 숨을 쉬고 또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
“······”
“······”
“······”
뭐라···.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흐아아아···!”
저 모습을 보고 대체 무슨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시안의 주변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역병의 근원이 흩뿌린 잔재들.
나무 마저 병들어 기괴하게 일그러져있었고.
대지는 오염되어 끈적거리고 있었다.
심한 악취와 어디 하나 역병의 잔재들이 묻어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누가 봐도 저곳에 가면 썩어문들어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라.
“하아아아아···!”
시안은 되려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시안이 갑자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어떤 웅덩이 같은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과거 연못이었던 것이었을까.
그러나 지금은 역병이 부글부글, 끓는 부정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시안은 불쑥,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찐뜩하니 이상한 무언가가 시안의 손에 묻어나왔다.
충격적인 광경인 것도 잠시.
시안이 손에 묻은 것들을 코로 가져다 대었다.
이윽고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하아아아아···!!”
세상 달콤한 숨을 내뱉었다!
속을 썩어문드러지게 하는 역병이 아니라.
무슨 천혜의 꿀을 발견한 것 마냥, 세상 달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게··· 저게 가능한 건가?
아, 혹시 성자(聖子)는 가능한 것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리아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
아리아의 표정 또한 자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슨 저딴 미친놈이 다 있지? 라는 표정 말이다.
저 말은 즉.
아리아도 못하는 것이리라.
그래, 할 수가 없겠지.
아니, 해서도 안 되겠지.
“······”
“······”
“······”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이들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여기부터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문득 시안이 말해왔다.
시안의 몸은 역병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솔직히 뭐라 따지고 들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
레이첼을 비롯한 신성 기사들.
그리고 아리아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시안 입장에서도 혼자가 편했다.
비록 레이첼이 악마는 아니라고는 하나.
기묘한 위화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같이 다니면 신경이 이만저만 거슬리는 것이 아닐 터.
무엇보다 시안은 역병의 근원을 제거함과 동시에.
뮤리엘의 유적에 잠든 비밀과 진실을 파헤쳐야만 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레이첼과 같이 한다면 제약이 있으리라.
아리아는··· 괜찮았지만.
보아하니 아리아도 이 역병에 다가오기가 쉬워보이진 않았다.
뭐, 성녀이니만큼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이곳은 아직 역병의 근원 초입부.
역병의 근원에 다가갈수록 어떻게 될지는 또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여기서부터는 시안 혼자 가는 것이 좋았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시안은 멍한 사람들을 뒤로한 채.
뮤리엘의 유적을 찾아 걸음을 내딛었다.
#
시안이 역병의 근원을 찾으러 사라진 직후.
한동안 적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니, 이걸 정적이라 할 수 있을까.
모두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시안이 사라진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 괜찮겠습니까.”
레이첼의 옆으로 개럿이 다가와 말했다.
주변에 들리지 않은 낮은 목소리.
개럿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로 역병이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라면···.”
“괜찮아요.”
레이첼이 개럿의 말을 끊었다.
바라본 시선.
“역병이 문제가 아니니까요.”
이어진 레이첼의 말에 개럿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알고 있었으니까.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역병의 근원이 무엇을 품고 있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또 겪었으니까.
그러니.
“살아돌아올 수 없어요.”
시안은 저 안에서 살아돌아올 수 없다.
반드시라고 할 만큼 죽는다.
그렇게 성자는 죽고 역병의 근원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 결과 남부에는 다시 역병이 창궐한다.
허나, 역병을 치료할 성자는 이제 없으니.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개럿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으나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저는 바로 가보겠어요.”
레이첼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들려온 개럿의 한 마디.
“성녀는 어찌할까요.”
레이첼이 잠시 멈칫, 거렸다.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아리아가 레이첼과 개럿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계속 느껴지던 적개심.
정확히는 꽤 오래 전부터 이어온 적개심.
그 동안은 꽤나 거슬렸으나.
제 까짓게 이제 와 무얼 할 수 있을까.
레이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개럿 경의 뜻대로 하세요.”
그와 함께 개럿의 두 눈에 신성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번뜩였다.
#
역병의 근원에 들어갈수록 역병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질척거리는 땅은 마치 늪처럼 문드러져 움직이기가 여간 쉽지 않았고.
사방곳곳, 역병에 감염된 온갖 벌레가 들끓었으며.
역병에 잠식된 몬스터들 또한 간간히 습격해오니.
일반적인 사람들이면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끔찍한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시안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온갖 역병의 잔재들이 시안을 괴롭혀왔으나.
시안의 잠재된 마기가 그 모든 것들을 굴복시켰다.
시안이 다루는 근원의 마(魔).
한 마디로 역병이 근원한 어미였으니.
띠링!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48.0004% (+0.0001%)]
결국 그 본질로 화해버릴 뿐이었다.
“아아아···!”
시안은 계속해서 오르는 진행률에 몸을 부르르, 떨어보였다.
말 그대로 숨만 쉬면 진행률이 올라가는 격이었다.
그로써 벌써 47% 대에서 48%대로 상승한 진행률.
그 개고생을 해가며 겨우겨우 14%를 올렸거늘.
여기서는 고작 며칠만에 48%까지 끌어올렸다.
현질과는 또 다른 느낌의 쾌감.
“아아아···!!”
시안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때문일까.
“아 맞다.”
시안은 한 가지 사실을 깜빡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돈 달라고 할걸.”
역병의 근원을 제거해주는 대가로 골드를 받지 않았다.
추기경이니 돈도 많을 터.
최소 100만 골드쯤 뜯어내서 <뮤리엘의 기도>를 구매했어야 했는데.
갑작스러운 돌발 퀘스트도 있었거니와.
마혼제법의 진행률에 눈이 멀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와 버렸다.
특히 역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일까.
역병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는 김에 골드를 뜯어냈어야 했는데···.”
답지 않은 실수.
“일이 다 끝나고 좀 달라해볼까?”
그래도 큰일을 했는데 모른 척하지는 않을 터.
“아니면 이렇게 된 거 그냥 뽕을 뽑아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역병의 근원을 천천히 제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대로 가만 두면 숨만 쉬어도 강해지니 말이다.
그러니 마혼제법의 진행률을 100% 달성하고 제거해도 되지 않을까?
“역병이 밖으로 퍼져나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시안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일단··· 유적부터 조사해보자.”
시안은 계속해서 걸음을 내딛었다.
시안은 뮤리엘의 유적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대략적인 위치는 찾을 수 있었다.
스토리 돌발 퀘스트에서 말하길.
뮤리엘의 유적에 역병의 근원이 있다 했었다.
그러니 역병의 기운이 강해지는 곳을 따라가다보면.
그곳에 뮤리엘의 유적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쯤인 것 같은데···.”
역시나 저 멀리.
시안은 유적의 입구로 보이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숲 한 가운데 홀로 덩그러니 놓여진 입구.
그리고 시안의 추측이 맞았던 듯.
입구 주변으로 역병의 기운이 확연히 퍼져있었다.
나무들은 모두 메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오염된 대지는 지력을 잃어 새까맣게 죽어있었다.
황량한 폐허.
유적의 입구 주변에는 그 어떠한 생명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것이 뮤리엘의 유적임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시안은 천천히 유적 입구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일순간 역병의 기운이 시안의 몸을 잠식했다.
그간의 역병보다 대여섯배는 더 강한 기운.
하지만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마혼제법의 진행률로 화할 뿐이었다.
시안은 천천히 유적의 입구 앞으로 다가섰다.
유적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지 지하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그리고 지하 안쪽은 시꺼먼 어둠으로 점칠되어있었다.
빛 한점 새어나오지 않는 칠흑의 어둠.
그것은 마치 심연의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어두운데···.”
마법사라면 간단한 마법을 통해 시야를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안은 마법사가 아닌 기사.
마법이라고는 일절 사용하지 못했다.
마법과 오러는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오러의 빛을 사용해 시야를 밝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안의 오러 빛은 일반적인 푸른색이 아니었다.
칠흑 같이 어두운 검은색.
쓰나 마나였다.
하지만.
“스마트 폰이면 되려나.”
시안에게는 스마트 폰이 있었다.
시안은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어 모바일 영주를 실행.
화면으로 터져나오는 빛을 앞으로 가져다 대었다.
“음··· 그래도 어두운데.”
그래도 어두웠다.
스마트 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그리 밝지 않았고.
또 드리운 어둠도 너무 짙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띠링!
《앞이 너무 어두우시면, 손전등을 켜보세요!》
일순간 화면 위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손전등?”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가?”
이윽고 ‘손전등’이라 쓰여진 아이콘을 클릭했다.
번쩍!
그러자 환한 빛무리가 스마트 폰 뒷면으로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어둠이 일시에 물러나며 시야가 탁, 트였다.
“오!”
시안은 탄성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빛의 세기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마법사의 라이트 마법보다 훨씬 밝았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시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띠링!
《손전등 기능을 사용 중입니다!》
《배터리 소모 속도가 급증합니다!》
《1분 당 1G를 소모합니다!》
.
.
다른 쪽에 문제가 있었다.
“······ 젠장.”
역시 레이첼한테 돈을 뜯어냈어야했다.
뭐, 그래도 현재 가진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유적을 탐사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띠링!
《앞이 너무 어두우면, 현질을 해보세요~!》
“······ 나중에 보자.”
시안은 손전등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며.
조심스레 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리막이 끝나고 옆쪽으로 통로가 이어진 것이 보였다.
시안은 모퉁이를 돌아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눈앞에 펼쳐진 유적의 모습.
“······?”
시안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기울어졌다.
“익숙한데?”
구조가··· 꽤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익숙하다기보다는···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다고 해야할까.
묘한 기시감이 일었다.
황궁 지하에 있던 아르나이즈 전당?
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 느낌과는 달랐다.
그것보다는 훨씬 전.
“아, 그래.”
다름 아닌 시안이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 폰.
모바일 영주를 처음 만난 곳이자.
아르나이즈의 아티팩트, 스마트 폰을 얻은 그 동굴의 유적.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곳의 구조와 닮아있는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추측이 틀리지 않았던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가 탁, 트이며 넓은 공동이 보였다.
스마트 폰이 놓여져있던 곳과 비슷한 구역.
그리고 공동 중앙에 희미한 빛이 일렁이며 무언가가 있었다.
시안은 천천히 그 빛을 향해 다가갔다.
혹시··· 스마트 폰과 같은 아티팩트가 있는 것일까?
그런 기대감 또한 같이 들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안은 아티팩트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사람?”
그건 분명한 사람의 형체였다.
그것도 단단한 갑옷을 두르고 있는 기사.
희미한 빛은 투구 안의 어둠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번뜩!
일순간 투구 안쪽에서 검푸른 안광이 일렁였다.
짙은 어둠 속에서 두 안광이 타올랐다.
-이곳은 쉬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거늘···.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아니, 목소리라기 보다는 뇌리에 직접 그 의지를 때려박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끔찍한 기운.
그렇기에 시안은 눈앞의 존재에 대한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살아 생전 뛰어났던 기사가 원한에 사무쳐 탄생한 마(魔)의 존재.
뮤리엘의 유적에 왜 이런 사악한 존재가···?
-교황청의 사람인가···.
데스 나이트의 짙은 두 안광이 시안에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커헉···!”
압도적인 존재감이 시안을 짓눌러온다.
강력한 억제력이 시안의 전신을 얽매어왔다.
숨조차 쉬이 내뱉어지지 못하는 끔찍한 살의.
그것은 마치···.
듀라크를 마주한 것만 같은 비슷한 무엇이었다.
오로지 기세만으로.
존재를 짓눌러 죽이는.
그렇기에 시안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의 데스 나이트.
평범한 수준의 데스 나이트가 아니다.
최소 마스터(Master).
그것도 중급 이상의 강대한 존재다.
‘끄윽···!’
짓누르는 억제력이 점점 강해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시안의 주변으로 검푸른 빛이 일렁였다.
그와 동시에 비쳐보이는 수많은 데스 나이트들.
수는 대략 30정도.
30의 검푸른 안광이 오롯이 시안에게로 향한다.
“커허헉···!”
시안은 끔찍한 격통을 터트렸다.
치명적인 본능이 쉼없이 경고를 울려온다.
그러나 시안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정확히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주변에 드리운 데스 나이트.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또한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말이··· 말이 안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 주위에 있는 30의 데스 나이트들.
저들 모두가.
마스터(Master)의 수준이었으니까.
소름끼치는 공포가 드리운다.
그와 동시에 30의 데스 나이트들이 움직인다.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살아남을 수 없는
끔찍한 살의(殺意)가 터져나온다.